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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 - 5ch] 같은 꿈을 계속 꾸었다

탱녀 2022. 3. 27.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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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앞을 걷다가, 너무나도 이상한 헌팅을 당하고, 끝내는 인생이 완성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아내와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에 관한 이야기인데, 아마 여기 쓰는 게 맞지 않을까 싶어서.
 
나는 어렸을 때, 일년에 한번씩 늘 같은 꿈을 꾸곤 했다.
 
 
 
중학교 무렵까지 매년마다 그 꿈을 꾸었던 기억이 난다.
 
클로버가 곳곳에 피어있는 들판에서, 머리를 양 갈래로 땋은 어린 여자아이가 뛰어다니는 꿈.
 
이 꿈을 꿀 때면 왜 그런지는 몰라도, 이제껏 느낀 적 없던 종류의 행복감을 느끼며,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는 꾸지 않다보니, 어른이 되고서는 까맣게 잊고 살고 있었다.
 
어느 휴일, 서점에 들렀다 돌아오는데, [죄송합니다.] 하고 웬 여자가 어깨를 두드렸다.
 
"어? 나 말인가?" 싶어서 헤드폰에서 귀만 내밀고, [네?] 하고 되물었다.
 
 
 
오묘한 얼굴로 [저와 어디선가 만나지 않으셨나요?] 라고 질문해왔다.
 
"어라, 아는 사람인가?" 싶어서 얼굴을 찬찬히 뜯어봤지만,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았다.
 
[아뇨, 아마 잘못 보신 거 같은데요...] 라고 웃으며 대답했다.
 
 
 
여자는 찜찜하다는 듯, [그래, 그렇군요... 죄송합니다.] 하고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갑작스레 얼굴을 훅 들더니, [저, 첫눈에 반했어요! 사귀어 주지 않으실래요?] 라고 고백을 해왔다.
 
그제야 나는 겨우, 이게 헌팅인가 싶었다.
 
 
 
전혀 인기가 없던 나는, 여자한테 고백을 받았다는 것만으로 날아오를 듯한 기분이었다.
 
[앗, 잘 부탁합니다...] 하며 조금 폼도 잡아보고.
 
여자도 웃으며, [그럼 연락처를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하고 휴대폰을 건네와, 그날부터 연락을 하게 되었다.
 
 
 
나는 친구들에게 [왠지 헌팅 같은 걸 당해서 말이야~ 여자친구가 생겼다고.] 하면서 자랑을 해댔다.
 
하지만 여자친구 쪽은, 어쩐지 데이트를 할 때도 연락을 할 때도 무리하고 있는 느낌이랄까, 정신이 딴 데 가 있는 느낌이었다.
 
처음에는 긴장이라도 한 걸까 싶었지만, 점점 나를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무렵이었다.
 
 
 
그래도 그럭저럭 3달 정도가 지난 어느날, 같이 드라이브를 가게 되었다.
 
차를 타고 가자는 이야기를 꺼낸 순간 여자친구의 얼굴이 가면처럼 굳어서 당황했지만, 곧 웃으며 [드라이브 좋겠어! 가고 싶어.] 라고 대답했다.
 
당일, 여자친구를 만나자 엄청 큰 배낭 같은 걸 메고 왔었다.
 
 
 
[소풍도 아닌데 뭘 이렇게 많이 싸왔어.] 하고 웃고는, 꽤 시골인 동네를 떠나 평소와는 다른 도시 쪽으로 나가보기로 했다.
 
그날 여자친구는 너무 반짝반짝 빛나보였다.
 
역시 수수한 시골보다는 도시 쪽이 즐겁겠지.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꽤 멀리 차를 타고 나오다 보니, 여자친구가 만들어 준 주먹밥이나 샌드위치를 먹기도 하고, 차 안에서 둘이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나도 너무 좋아서 즐거웠다.
 
 
 
이후에도 가끔 드라이브 데이트를 하게 되었고, 여자친구는 매번 이것저것 만들어 와서, 마음의 거리가 줄어든 느낌이었다.
 
어느날, 언제나 그렇듯 여자친구 집 앞에서 여자친구를 태우고 운전을 하는데, 여자친구가 조수석에 앉자마자 입을 열었다.
 
[오늘인가 보네, 아마.]
 
 
 
[어? 뭐가?] 하고 묻자, [응? 나 뭐라고 말했어?] 라고 웃으며 대답해 좀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오늘 어딜 갈 거라고 이야기를 하다보니 평소와 똑같았기에, 평범하게 데이트를 마치고 저녁을 먹은 뒤 돌아오는 길에 올랐다.
 
계절은 겨울, 주변은 산길이라 벌써 어두웠다.
 
 
 
[내일은 영하래.], [정말? 큰일이다...] 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운전을 하고 있었다.
 
잠시 후, 어쩐지 여자친구의 목소리가 굳어버린 느낌이 들었다.
 
재빨리 얼굴을 바라보자, 왠지 눈이 풀린 것 같았다.
 
 
 
[왜 그래? 괜찮아? 추워?] 하고 묻자, [응, 괜찮아.]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거기서부터 대화가 끊겼다.
 
나는 여자친구가 화가 날만한 말이라도 했나 싶어 걱정하며, 산길 커브를 돌아갔다.
 
 
 
자동차는 슥 하고 커브 바깥쪽으로 걷돌더니, 원심력에 따라 그 기세 그대로 가드레일 너머로 떨어졌다.
 
엄청난 폭음 후 의식은 사라졌다.
 
한참 뒤, 여자친구가 나를 흔들어 눈을 떴다.
 
 
 
자동차는 어떻게 된 건지도 모르겠고, 머리는 아픈데 눈은 보이지 않고, 옷이 축축한 것만 느껴졌다.
 
망연자실하던 와중, 문득 여자친구가 걱정되서 돌아보고는 깜짝 놀랐다.
 
여자친구는 무사했는지 멀쩡한 모습으로 - 나중에 안 것이지만 실제로는 여자친구도 다친 채였다 - 담담하게 언제나 메고 다니던 큰 배낭에서 거즈와 붕대 같은 걸 꺼내고 있었다.
 
 
 
그리고는 믿을 수 없이 깔끔한 솜씨로, 내 머리에 대고 지혈하며 두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내 머리는 충격으로 깨져서, 그 피로 옷이 젖어 있던 모양이었다.
 
그 후 여자친구는 휴대폰으로 구조를 청했다.
 
 
 
예보대로 영하의 추위였던 탓에, 배낭 속에 들어있던 손난로를 내 몸에 잔뜩 붙이고, 우리는 꼭 껴안고 체온을 지켰다.
 
나는 피가 빠져나간 탓인지, 굉장한 추위가 들었고, 공포에 질려 죽음을 각오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여자친구는 무척 침착했다.
 
 
 
어째서인지 [내가 꼭 지켜줄게.] 라고 나에게 말하며.
 
나는 무척 신기한 기분이었다.
 
잠시 뒤,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들려오고, 둘이 같이 구조됐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도중, 나는 여자친구에게 그 응급치료 솜씨는 무엇이었는지 물었다.
 
여자친구는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나, 알고 있었어.] 라며,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여자친구는 어릴 때부터 모르는 남자가 밤 중 산길에서 사고를 당해 죽는 꿈을 반복적으로 꾸었다고 한다.
 
너무 자주 꿈을 꾸다보니,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다고 여기는 사이, 어쩐지 위에서 내려다보던 꿈이 조수석에서 지켜보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리고 차차 꿈을 꿀 때마다, 어떻게 사고가 일어나서 어디를 다치고, 무엇이 원인이 되어 죽는지를 파악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남자가 죽지 않을 수 있도록, 꿈 속에서 필요한 도구를 갖추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노력의 결과, 사고 끝에도 살아나는 게 당연한 일이 되어, 자신을 바라보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처음 나를 봤을 때, 여자친구는 너무나 큰 충격에 온몸에서 땀이 나고 토할 것만 같았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다.
 
정기적으로 꿈에 나오던 남자를 현실에서 마주친다면 누구라도 무섭겠지.
 
처음 말을 건 그날은, 정말 큰맘 먹고 말을 걸었다고 한다.
 
 
 
그저 우연일 뿐이라면 여기서 끝이지만, 만약 꿈이 현실로 이루어질 거라면, 이 남자에게 말을 걸지 않은 걸 평생 후회할 거라 느끼면서.
 
솔직히 나는 외모적으로는 여자친구의 이상형이 아니었다고 한다.
 
하지만 갑자기 친구가 되어달라고 말하면 기분 나빠하고 끝날 거 같아, 첫 눈에 반했다고 그럴듯 하게 둘러댔던 것이다.
 
 
 
사귀고 있다보면 언젠가 그 사고를 마주칠테니, 적어도 그 때까지는 사귀겠다는 마음으로.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통곡했다.
 
처음 여자친구가 무리하는 것처럼 느껴졌던 것도 그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지만, 사고로 머리를 다쳐서 그런걸까, 오히려 그 이야기가 너무나도 당연하게 느껴졌다.
 
솔직히 목숨을 건진 기쁨보다, 여자친구가 이제 내 곁을 떠나갈지도 모른다는 것에 절망했다.
 
나는 통곡하며 [이제 우리는 헤어지는거야?] 라고 물었다.
 
 
 
여자친구는 반문했다.
 
[너는 어떻게 하고 싶어?]
 
[나는 절대로 헤어지고 싶지 않아. 이제 진심으로 좋아하게 됐으니까.]
 
 
 
나는 어쩐지, 결코 여자친구와 헤어져서는 안된다는 예감이 들었다.
 
당시에는 나 같은 놈이 이런 여자를 놓치면 다음은 없을 거라는 생각에서 그랬다고 여겼지만, 아마 헤어지면 안된다는 것을 내 마음 속 어디에선가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내 대답을 들은 여자친구는, [나도 너를 좋아하게 됐어. 앞으로도 잘 부탁해.] 라며 웃었다.
 
 
 
그로부터 반년 정도를 더 사귄 후, 사귄지 1년쯤 될 무렵 우리는 결혼했다.
 
결혼하고 2년만에 아이가 태어났다.
 
어느 화창한 날, 이제는 아내가 된 여자친구가 만든 도시락을 가지고, 피크닉을 갔다.
 
 
 
2살 된 딸은 무척 들떠서, 피크닉 시트를 준비하는 동안에도 뛰어다녔다.
 
웃으며 위험하니까 이리 오라고 딸에게 손을 뻗던 순간, 나는 번개를 맞은 것 같은 충격에 휩싸였다.
 
아내가 땋아준 양갈래 머리를 휘날리며 뛰어다니는 딸의 모습은, 내가 어린 시절부터 반복해 꾸어오던 꿈 속의 그 장면이었다.
 
 
 
퍼즐 조각이 맞춰지듯, 모든 것이 딱 맞아떨어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내가 나를 돕는 꿈을 꾼 것도, 내가 아내와 결코 헤어지면 안된다고 느낀 것도, 모두가 딸아이를 위한 것은 아니었을까, 하고.
 
그 꿈을 보고 느끼던 말로 표현할 수 없던 행복감은, 고작해야 중학생이던 내가 알 턱도 없는 것이었다.
 
 
 
어린 딸을 보는 아버지의 행복감이니까.
 
지금 처음 맛보는 부모로서의 행복 속에서, 그리움을 느끼는 모순 속에 나는 서 있었다.
 
내 인생은 이렇게 될 운명이었다고, 지금은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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