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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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이야기

[2ch] 쉿, 얼른 자야지. 낮잠시간이야

탱녀 2022. 8. 7.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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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름 : 이름없음 2018/07/13 06:09:26 ID : nxwpQnA5cMm

안녕 오랜만? 나는 전직 어린이집 교사 전에 모 익명 사이트에서 계속 썰을 풀다가 일이 바쁜 와중 그만 까먹었지 뭐야 이제야 시간이 나 후다닥 달려왔는데 사이트 폐쇄라니.. 어쩔 수 없지 뭐 다시 달려보자

 

너희들은 유년기의 아이가 가지고 있는 기이함을 알고 있니? 아이들은 정말 복합적이야 텅 빈 도화지 위 섬세한 육체에 순수함이라는 정신이 깃들어야만 우리가 아는 사랑스러운 아이가 만들어지지

 

근데 그거 알아? 그 도화지들이 전부 새하얗지만은 않아. 어느 것은 파란색, 어느 것은 분홍색, 어느 것은 검은색. 아이들은 전부 사랑스럽지만 때때로 그 '본질'은 추악한 색으로 돌변하기도 해

 

어때, 한번 들어볼래? 아이들이 가진 본질에 대하여.

 

 

아 맞다. 쉿, 아이들은 불 끄고 잘 시간이야.

 

2 이름 : ◆y42NBs9s787 2018/07/13 06:10:14 ID : nxwpQnA5cMm 

오늘은 스타트로 간단하게 풀게

 

3 이름 : ◆y42NBs9s787 2018/07/13 06:17:17 ID : nxwpQnA5cMm 

좀 오래된 이야기.

 

새로운 해를 맞아 어린이집이 꽃단장을 하기로 한 날이었어. 내가 기억하는 날 중 가장 시끄러웠던 날 중 하나 아닐까 싶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어린이집이 어떻게 바뀔까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고 우리는 그 아이들을 보며 인테리어를 구상하고 있었지

 

"꽃님반(5세)에는 남자아이들이 많으니까 공룡벽지를 달까요?"

 

어느 주말반 선생님의 선두로,

 

"세상에, 너무 구려요. 그럼 달님반(7세)에는 여자아이들이 많으니까 죄다 치렁치렁 레이스만 다시려고요?"

 

모두가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 시작했지.

 

"아이들의 호응이 우선시 되어야 하니까요."

 

"그거 아이들 손때로 몇일이나 갈 수 있겠어요? 포인트 벽지로 그냥 녹색이나 회색 페인트깔죠 닦기 힘들어요."

 

나와 원장쌤은 그 가운데서 눈치만 보고있었다.

 

4 이름 : ◆y42NBs9s787 2018/07/13 06:26:32 ID : nxwpQnA5cMm 

"그런 마인드로 유치부 어떻게 버티시려고 그래요."

 

"제가 아이들 짬은 쌤보다 더 먹었을걸요?"

 

싸움이 언제 끝날까, 손톱만 뜯으며 지켜봤어. 정말 별 것도 아닌 일이지? 근데 이해해 어쩌겠어 그래도 우리들 일터인데. 화사하고 보기 좋아야 일하는 우리 맘에도 생기가 생기지

 

근데,

 

"달님반 애들한테 물어봐요. 칙칙한 회색 페인트 벽지가 좋은지 아니면 지들 한창 공부중인 공룡벽지가 좋은지. 그리고 아이들 기관지 어쩔거야. 페인트 냄새 독하잖아요."

 

"여기있는 쌤들과 인테리어 업자는 페인트 벽지를 선호할걸요? 그리고 요새 페인트 냄새 없는걸로 잘 나와요. 친환경 몰라요 친환경?"

 

"친환경은 잘 모르겠는데 쌤 고집은 아주 잘 알겠네요."

 

참, 내가 보기에도 이 쌤들은 너무하다 싶더라

 

5 이름 : ◆y42NBs9s787 2018/07/13 06:34:03 ID : nxwpQnA5cMm 

결국 참다 못한 원장쌤이 거들고 나섰지

 

"쌤 말마따나 페인트는 힘들어요. 천식있는 아이들도 있고 페인트 마르는데도 시간이 걸려요. 아이들 등원을 미룰 수는 없지요. 벽지로 갑시다. 닦기야 좀 힘들겠지만 모두 이해해줘요."

 

고용주 말씀이신데 안따르고 배기겠어? 두손 두발 찬성. 한 걸음 물러난 페인트파 선생님을 아주 의기양양하게 쳐다보는 주일반 쌤.

 

"그럼 꽃님반에는 공룡벽지 달아도 되나요?"

 

기어코 벽지를 입맛에 맞추겠단 주일반 선생님의 말씀에

 

"아이고아이고, 그렇게 하세요 그럼."

 

원장쌤도 항복하고 마셨다.

 

6 이름 : ◆y42NBs9s787 2018/07/13 06:36:09 ID : nxwpQnA5cMm 

그 뒤로 5세 아이들 놀이방은 사방이 공룡벽지로 채워졌다. 물론 아이들 반응은 미치고 팔짝. 집에 안가겠다는 원생도 있었으니 말은 다했을거야

 

근데 2주가 채 되지않아

 

참 이상한 일들이 벌어졌어

 

7 이름 : ◆y42NBs9s787 2018/07/13 06:36:40 ID : nxwpQnA5cMm 

공룡들의 눈알들이 점점 검은색으로 채워져간다는 것

 

8 이름 : 이름없음 2018/07/13 06:41:46 ID : nxwpQnA5cMm 

그 당시 다섯살 원생이 제일 많았던걸로 기억해. 더군다나 한창 말 안 듣고 호기심 넘쳐나기 시작한때라 손이 모자른 탓에 주말반 선생님이 주일반으로 오셔서 잔업도 하셨지. 말썽 부리는 아이들도 많았던 반. 그 와중에 CCTV윤리문제가 떠들썩했던지라 설치하기도 난감한 상황.

 

범인을 잡기는 쉽지 않았어.

 

9 이름 : ◆y42NBs9s787 2018/07/13 06:45:23 ID : nxwpQnA5cMm 

"이거 쌤이 그런거죠?"

 

그저 벽지파 쌤만이 이게 전부 맘에 안든다는 페인트파 쌤의 짓일거라 추측만 했다.

 

"제가 했으면 닦는것도 제 몫일텐데 굳이 제가 왜요?"

 

사실상 맞는 말. 이미 다 발라놓은 상태에 저런 짓을 해봤자 일거리만 늘지 무슨 도움이 되겠어?

 

"그럼 누가 공룡 눈알을 저렇게 칠해놔요 씨꺼멓게."

 

"정말 어이가 없네요."

 

10 이름 : ◆y42NBs9s787 2018/07/13 06:47:06 ID : nxwpQnA5cMm 

"선생님~ 이거 책"

 

때맞춰 다가오는 원생, 쌤은 이때다 싶어 아이를 끌고갔어

 

"그래 가자 문종아."

 

이거야 심증만 있고 물증이 없으니 벽지파 선생님도 영 난감해하시더라

 

11 이름 : 이름없음 2018/07/13 06:49:06 ID : lfRxCmHxxCj 

보고있어

 

12 이름 : 이름없음 2018/07/13 06:49:29 ID : U1xCoZfQoE0 

보고있어!

 

13 이름 : ◆y42NBs9s787 2018/07/13 06:49:59 ID : nxwpQnA5cMm 

그렇게 몇 주가 지났을까. 평범한 날의 평범한 낮잠시간이었어. 아이들은 쌔근쌔근 꿈나라로 가고 선생님들은 밀린 알림장에 코멘트를 달고 있는 중이었다.

 

나도 뭐 여타 쌤들처럼 코멘트를 달던 와중 유유자적하게 화장실을 다녀오려던 참이었어

 

근데 놀이방에서 서걱서걱 하는 소리가 들리더라

 

14 이름 : ◆y42NBs9s787 2018/07/13 06:52:26 ID : nxwpQnA5cMm 

범인이 궁금한건 비단 벽지파 선생님뿐만이 아니었어. 나 역시 궁금해 미칠것 같았지 눈알 지우는게 너무 고된 일이라는 걸 모두가 알았으면 할 정도로

 

눈치채야 했을지도 몰라

 

그건 유아들이 쓰는 크레파스였어

 

15 이름 : ◆y42NBs9s787 2018/07/13 06:55:15 ID : nxwpQnA5cMm 

"문종아, 대체 뭐하는거야?"

 

황급히 놀라 원생의 팔을 잡아 끌었어. 근데도 문종이는 팔을 비틀고 힘을 주며 안간힘을 쓰더라. 난 이렇게까지 해야 할 일인가 싶어 팔을 스르륵 놓았지 대신 문종이에게 물었어

 

"문종이 지금 이게 무슨 일인지는 아는거야?"

 

"선생님 이거 놔 나 그려야 해."

 

완강한 문종이의 태도

 

16 이름 : ◆y42NBs9s787 2018/07/13 06:57:23 ID : nxwpQnA5cMm 

아이는 크레파스를 들고 눈알을 이어 그리기 시작했어 그건 말이야 다섯살 아이의 정교함이라고는 보기 어려웠을거야. 흰 바탕이 보이지 않게 눈알을 집어 꽉꽉 채우는 문종이의 모습에 난 내심 두려움이 일기 시작했어

 

"왜 그러는거야? 문종이?"

 

문종이가 드디어 입을 열었지

 

17 이름 : ◆y42NBs9s787 2018/07/13 06:58:18 ID : nxwpQnA5cMm 

"선생님 조용히 해."

 

아주 나직한 목소리로 읊는 아이의 다음 말

 

"모두 쳐다보고 있잖아."

 

18 이름 : ◆y42NBs9s787 2018/07/13 07:01:51 ID : nxwpQnA5cMm 

"난 얘네들이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 난 얘네들이 싫어. 난 얘네들이 무서워. 난 얘네들이 죽었으면 좋겠어. 난 얘네들이, 얘네들이 얘네들이."

 

공룡들, 아니 눈알들에게 들릴까봐 조용히 속삭이는 문종이의 어투와는 다르게 손놀림이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어

 

툭 부러지는 아이 손의 크레파스

 

19 이름 : ◆y42NBs9s787 2018/07/13 07:05:57 ID : nxwpQnA5cMm 

난 화들짝 놀라 문종이를 감싸안았다

 

"문종아 이건 그냥 벽일뿐이야. 너한테 아무런 짓도 하지 않을거야"

 

그러자 내 품에서 잠자코 있던 문종이

 

"선생님 거짓말."

 

방금보다 더 낮은 목소리로 내게 말하더라

 

20 이름 : ◆y42NBs9s787 2018/07/13 07:08:35 ID : nxwpQnA5cMm 

"모두 잡아먹힐거야, 모두 잡아먹힐거야. 모두."

 

입을 틀어막으며 우는 문종이.

누군가에게 들킬까 무서워 작은 손으로 더 작은 입을 틀어막은 문종이가 그 순간만큼은 안쓰럽기보다 두려웠던 것 같아

 

나는 문종이에게 물었지

 

"혹시 공룡들때문에 그러는거야?"

 

21 이름 : ◆y42NBs9s787 2018/07/13 07:08:50 ID : nxwpQnA5cMm 

문종이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22 이름 : 이름없음 2018/07/13 07:09:02 ID : veHyNxQnCkr 

무섭다...

 

23 이름 : ◆y42NBs9s787 2018/07/13 07:09:33 ID : nxwpQnA5cMm 

"아니야. 누가 나를 보는 중이야."

 

24 이름 : ◆y42NBs9s787 2018/07/13 07:13:34 ID : nxwpQnA5cMm 

그 날은 문종이를 원장실에서 재웠어. 달달떨며 자는 모습이 마치 악몽을 꾸는 것 같더라고 난 조용히 원장선생님께 말씀드렸다

 

"벽지 물든거 범인 문종이었어요."

 

의외의 인물에 놀란 원장쌤은 들고 있던 머그컵을 내려놓고 내게 초점을 맞췄지

 

"호오.. 왜그랬다죠?"

 

"누군가 자길 쳐다보는 것 같대요."

 

"그게 무슨 소리에요?"

 

"아니, 모두를 쳐다보고 있대요."

 

25 이름 : ◆y42NBs9s787 2018/07/13 07:20:18 ID : nxwpQnA5cMm 

방금전까지 있던 일을 전해들은 원장쌤은 결국

 

놀이방 수리에 착수했고 그 날 이후로 놀이방 벽지색은 샛노란 병아리색으로 정착하게 되었어

 

 

 

 

아이들의 눈은 순수해. 그것만큼은 변함이 없어. 본질이 무엇이든, 설령 숨기고 있던 악이 발현되든 두 동공 속 담고 있는 모든 것을 막힘없이 폭로하지. 정말 '어떤 것'이라도. 미성숙한 뇌를 가진 아이에게 그 사실만큼 잔인한것도 없을거야

 

26 이름 : ◆y42NBs9s787 2018/07/13 07:23:09 ID : nxwpQnA5cMm 

샛노란 벽지 색으로 바꾼 몇 달 뒤, 난 문종이에게 물었어.

 

"문종아, 벽 바꿔서 좋지?"

 

"선생님 그게 무슨 말이야?"

 

"왜, 벽지 눈알들이 우리 쳐다보고 있어서 무서웠다며"

 

 

 

 

 

"문종이 기억 안나는데?"

 

 

 

그 말을 끝으로 우다다 뛰어간 아이.

 

 

과연, 정말 잊은걸까 아니면

 

 

아직도 눈알이 우릴 주시하고 있다는 걸 숨기려 한걸까.

 

 

 

 

- 눈알 END -

 

27 이름 : 이름없음 2018/07/13 09:00:25 ID : Y3Bbvjy0q3T 

미친...

 

28 이름 : 이름없음 2018/07/13 09:34:41 ID : 61u9Bs3vdCp 

헐 뭐야 소름ㅠㅠㅜㅠ

 

29 이름 : 이름없음 2018/07/13 09:53:33 ID : nxwpQnA5cMm 

아쉬우니까 정말 단편으로 하나 더

 

30 이름 : ◆y42NBs9s787 2018/07/13 09:58:58 ID : nxwpQnA5cMm 

전직 어린이집 교사라고 말했었지? 맞아 전직 어린이집 교사 지금은 관련 직종에서 일하고 있어 하지만 직업 이름만 바뀌었을 뿐 여전히 아이들에게 종사하는 중이고 아마 계속 이러지 않을까 싶어.

 

신상이 털릴 위험이 있어 자세히는 못 적지만 여러 아이들의 '상담'업무를 맡고있어 그래도 연령층이 훨씬 다양해졌다는 것 밖에 바뀐 건 없어 그들을 이끌어나가고 해결책을 제시하는데 도움을 주는 도우미 역할이라는 것에 변함은 없지

 

31 이름 : ◆y42NBs9s787 2018/07/13 10:01:25 ID : nxwpQnA5cMm 

신상이 털릴까봐 두려움에도 굳이 내 직장업무를 쓴 것 보면 답 나오지? 앞으로 말할 이 쪽 직장 '괴담'도 스레에 포함시킬거란 얘기야. 사실 서비스업 중에서도 소위 육아직종은 3D로 쳐줘야하지 않을까 싶기도 해 더럽고 어렵고 위험하거든

 

32 이름 : ◆y42NBs9s787 2018/07/13 10:02:42 ID : nxwpQnA5cMm 

직장을 바꾼지 채 몇 달이 안 된 시점, 난 내 앞으로 이런 쪽지를 받았었어

 

[ 나는 아빠에게 성폭행을 당해 죽었어요 ]

 

33 이름 : ◆y42NBs9s787 2018/07/13 10:03:42 ID : nxwpQnA5cMm 

어느 질 나쁜 쪽지처럼 치부했지만

 

34 이름 : 이름없음 2018/07/13 10:05:18 ID : dQnCmJQljy5 

기다리고 있어!

 

35 이름 : ◆y42NBs9s787 2018/07/13 10:05:25 ID : nxwpQnA5cMm 

진실이라면 부디 영면하기를.

 

36 이름 : ◆y42NBs9s787 2018/07/13 10:08:08 ID : nxwpQnA5cMm 

저런 사례들은 굉장히 많지 근데 저 쪽지가 정말 기분 나빴던 이유는 시제가 현재형도 아닌 과거형이었단 사실이야 

 

죽을까 고민하고 있어요,

죽이고 싶어요,

난 지금 옥상이에요,

모두 죽여버릴거에요,

 

 

난 죽고싶지 않아요,

죽이지 마세요,

 

 

살려주세요,

 

 

너는 어디에서 온 쪽지니?

 

37 이름 : ◆y42NBs9s787 2018/07/13 10:08:32 ID : nxwpQnA5cMm 

- 쪽지 END -

 

38 이름 : 이름없음 2018/07/13 10:12:47 ID : Y3Bbvjy0q3T 

사람을 대하는 일에는 정말 끝이없구나..

 

39 이름 : 이름없음 2018/07/13 10:53:51 ID : 1A3UY2k3wnC 

레전드 스레의 재림이다.....ㅠㅠㅠㅠ

 

40 이름 : 이름없음 2018/07/13 11:46:57 ID : krhxRxA6mIK 

ㄱㅅ

 

41 이름 : 이름없음 2018/07/13 19:41:15 ID : g7zbCkleGnC 

ㄱㅅ

 

42 이름 : 이름없음 2018/07/13 19:51:38 ID : Y1jusphAjjy 

와 나는 어린이집 실습 중인데 진짜 어린애들 보면서 놀랄때가 많아..

 

43 이름 : 이름없음 2018/07/13 19:57:25 ID : g2LhxPfU0rd 

와 레전드 스레가 돌아왔다!

 

44 이름 : ◆y42NBs9s787 2018/07/13 22:03:55 ID : nxwpQnA5cMm 

괴담이라는 건 정말 신기해 그 어떤 직업이든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직업이라면 꼭 관련된 괴담 한 두개씩 생기기 마련이니까 이건 어린이집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야 직업을 가진 모든 이들에게 포함되는 얘기지

 

근데 말이야 그 모든 것이 과연 허구일까 수많은 괴담 중 네가 듣는, 혹은 들었던 것이 전부 거짓일수도 있는걸까. 개 중 사실이 일부 섞여있다면? 그리고 그 사실이 어린이의 순수함과 결합이 된다면?

 

이건 내가 일했던 곳에서 구전되고 있는 괴담이야

 

45 이름 : 이름없음 2018/07/13 22:13:09 ID : g7zbCkleGnC 

스레주다ㅠㅠ

 

46 이름 : 이름없음 2018/07/13 22:13:34 ID : nxwpQnA5cMm 

난 성격 상 한 곳에 오래 머물러있는걸 싫어해. 세상을 보고 견문을 넓히자! 란 주의라 이 곳 저곳 많이 옮겨 다녔지. 어느 어린이집은 원장선생님이 좋아 덜컥 입사하기도 하고 어느 어린이집은 경관이 좋아 수 일동안 티오를 기다리기도 했어

 

이 곳도 그 중 하나였어. 커다란 느티나무가 아름드리 그늘을 만들어주던 곳, 후에 듣기로는 초대 원장이 이 곳에 꼭 나무를 짓겠다 고집을 피운 탓에 손수 묘목을 고르고 심었다고 해

 

47 이름 : ◆y42NBs9s787 2018/07/13 22:17:42 ID : nxwpQnA5cMm 

소수 정예라 근무환경도 쾌적했다. 원장 대대로 신념이 있어 편하게 일했던걸로 기억해 그래서 유독 그 곳 아이들은 기억에 남아

 

그 중에서도

 

"예빈아 안녕?"

 

난 예빈이라는 아이가 눈에 들어왔지

 

48 이름 : 이름없음 2018/07/13 22:19:05 ID : g7zbCkleGnC 

보고있어 스레주!

 

49 이름 : 이름없음 2018/07/13 22:22:36 ID : KZcttilwpTW 

보고있어 !

 

50 이름 : ◆y42NBs9s787 2018/07/13 22:27:52 ID : nxwpQnA5cMm 

예빈이는 혼자 있는걸 좋아하는 아이였어 그 나이는 보통 우루루 몰려다니며 애착관계를 형성할 때라 더욱 마음에 쓰였다. 오지랖이라고들 해 근데 예빈이는 마음 어딘가의 감정을 훔쳐 자신을 보게끔 하는 재주가 있었어

 

"예빈아 친구들이랑 안 놀아?"

 

끄덕끄덕

 

"왜 같이 놀면 재밌을텐데"

 

도리도리

 

혼자 있는 예빈이가 안쓰러워 말을 걸어봐도 대화는 저게 다였어 마음을 쓰게끔 만드는 아이였지만 절대 마음을 열어주지 않았지 조금 떨어져 지켜보니까 놀자고 오는 원생들도 전부 저렇게 밀어내더라 그리고는 태연히 보던 책의 페이지를 다시 넘겼어 예빈이는 유독 내향적인 아이였다

 

51 이름 : 이름없음 2018/07/13 22:28:02 ID : o2NuljvxDza 

보고 있어 !

 

52 이름 : ◆y42NBs9s787 2018/07/13 22:34:41 ID : nxwpQnA5cMm 

근데 그런 아이가 유독 활발했던 날,

 

밖에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안개가 잔뜩 끼어 앞을 보기 힘든 우중충한 날이었어 온 세상의 색이 회색빛으로 변해 무력해지는 날 있잖아 딱 그런 날.

 

예빈이는 처음으로 내게 말을 걸었어

 

"선생님 이거 책 읽어주라."

 

뛸 듯이 기뻤다 나에게 마음을 연 아이만큼 사랑스러운 아이는 없을거야 더군다나 배시시 미소를 띄우며 부끄러운 듯 용기를 낸 예빈이가 자랑스럽기까지 했어 난 아이의 손을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 좋아 책 읽어줄게."

 

그 아이가 들고 온 책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

 

53 이름 : 이름없음 2018/07/13 22:38:02 ID : o2NuljvxDza 

오 비오는날 ...

 

54 이름 : ◆y42NBs9s787 2018/07/13 22:41:20 ID : nxwpQnA5cMm 

계속 관찰해보니 예빈이는 화창한 날씨보다 궂은 날씨에 텐션이 올라가는 특이한 아이더라고 이걸 눈치 챈 선생님들끼리

 

"예빈이는 참 특이한 아이네요. 날씨를 특이하게 가려요."

 

"그러게요. 번개라도 치는 날은 예빈이 잔칫날이겠다"

 

"햇빛 알러지라도 있는걸까요"

 

"전해들은게 없는걸요 보아하니 예빈이 가정환경도 특별할게 없어보이고요"

 

"예빈이 베프는 먹구름이랑 안개일거에요"

 

저런 농담도 오갔을 만큼.

 

55 이름 : 이름없음 2018/07/13 22:44:50 ID : nxwpQnA5cMm 

또래 아이들과도 유일하게 말을 섞는 때가 이 때였어 아이들 틈에 섞여 크게 웃지는 않더라도 생긋 미소를 짓는 예빈이를, 난 그제야 마음을 조금 놓았어 예빈이가 자신만의 방법으로 애착관계를 형성하고 있구나 하고 말이야

 

그렇게 예빈이와 노는 아이들의 무리를 보고있던 때였어

 

56 이름 : ◆y42NBs9s787 2018/07/13 22:45:18 ID : nxwpQnA5cMm 

"예빈아 나무 위에 사는 사람 얘기 더 해주라."

 

57 이름 : 이름없음 2018/07/13 22:47:18 ID : glwsnQqZcsm 

으아아아이니어ㅜㅜㅜㅜㅜㅡ스레주 진짜 오랜마니먀ㅜㅜㅜㅜㅜ보고싶어따ㅜㅠ

 

58 이름 : 이름없음 2018/07/13 22:48:02 ID : g7zbCkleGnC 

그 느티나무 말하는건가??

 

59 이름 : ◆y42NBs9s787 2018/07/13 22:50:49 ID : nxwpQnA5cMm 

처음에는 그저 애들에게 들려준 어느 동화얘기로 치부했다

 

하지만

 

"예빈아 그 나무위에 사는 사람은 어디 있어?"

 

"응 저기 우리 유치원 앞에 느티나무위에 달려있어"

 

"우와 넌 그 사람이랑 얘기 해봤어? 얘기 어떻게 해?"

 

"너희들이랑 똑같이 얘기해, 근데 목이 많이 아픈 것 같아. 자꾸 기침을 해 이상한 소리도 해 하지만 그 사람은 정말 재미있어."

 

"왜 기침하는거야?"

 

"모르겠어 다음에 물어볼게"

 

 

 

 

"신기하다. 그 사람은 나무 위에서 어떻게 걸어다녀?"

 

60 이름 : ◆y42NBs9s787 2018/07/13 22:51:19 ID : nxwpQnA5cMm 

"그 사람은 걸어다니지 않아. 매달려있기만 해."

 

61 이름 : ◆y42NBs9s787 2018/07/13 22:51:43 ID : nxwpQnA5cMm 

대화방향이 점점 이상하게 흘러가더라고

 

62 이름 : ◆y42NBs9s787 2018/07/13 22:53:41 ID : nxwpQnA5cMm 

놀란 나는 예빈이에게 다가가 예빈이한테 물었어

 

"예빈아, 니가 말한 사람 어떻게 생겼어?"

 

난 후로 더 이상 예빈이에게 그 어떤 질문도 하지 못했다

 

63 이름 : 이름없음 2018/07/13 22:55:06 ID : lfRxCmHxxCj 

헉 왜??

 

64 이름 : ◆y42NBs9s787 2018/07/13 22:55:17 ID : nxwpQnA5cMm 

목을 뒤로 꺾은 뒤 눈을 희번득하게 뜨며 벌어진 입 속에 혀를 최대한 말아 넣는, 제 손으로 스스로의 목을 조르며 달뜬 숨을 쉬는 그 아이의 모습이

 

그 사람은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었어

 

65 이름 : 이름없음 2018/07/13 22:56:52 ID : mnwq0nwpXtf 

아... 소름돋네

 

66 이름 : ◆y42NBs9s787 2018/07/13 22:58:32 ID : nxwpQnA5cMm 

온 몸에 소름이 돋아 예빈이의 행동을 말려봤지만

 

더 소름끼치는건

 

몇몇 아이들의 '재밌다'라는 반응이었다

그 아이들중에는 더 해보라는 아이들도 있었어

 

죽음을 모르는 아이들의 존재야말로 소름의 결정체가 아닐까

 

67 이름 : ◆y42NBs9s787 2018/07/13 23:02:47 ID : nxwpQnA5cMm 

"나도 그 사람이랑 친해지고 싶다"

 

한 아이의 말에

 

"좋아 오늘은 그 사람한테 선생님이랑 친구들 얘기를 해줄게"

 

예빈이가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던 난 예빈이를 데려가 조용히 타일렀어

 

"예빈아 더 이상 그 나무를 쳐다보지마 그 사람이랑 얘기도 해서는 안 돼. 선생님이 말했지? 낯선사람하고는 얘기하지 말라고."

 

예빈이는 내 말에 맞받아쳤어

 

68 이름 : ◆y42NBs9s787 2018/07/13 23:03:23 ID : nxwpQnA5cMm 

"하지만 난 그 사람을 본 적 있어. 유치원 어디 사진에서."

 

69 이름 : 이름없음 2018/07/13 23:05:13 ID : g7zbCkleGnC 

설마 나무 심었던 유치원 원장인가

 

70 이름 : ◆y42NBs9s787 2018/07/13 23:06:27 ID : nxwpQnA5cMm 

신은 짖궂게 이틀 연속 비를 내렸어

 

난 이제 비 오는 날을 기다리지 않게 되었고, 예빈이의 웃는 미소를 사랑스럽게 바라볼 수 없게 되었어.

 

예빈이의 사랑스러움이 정말 예빈이의 것인지

 

그 작은 의구심이 피어나기 시작했으니까

 

71 이름 : ◆y42NBs9s787 2018/07/13 23:09:30 ID : nxwpQnA5cMm 

하지만 이런 내 마음과 다르게 예빈이는 그 누구보다 나에게 먼저 달려와 조잘조잘 환한 얼굴로 얘길 하기 시작했지

 

"선생님, 나 어제 그 사람하고 얘기했는데"

 

그 사랑스러운 얼굴이 어제의 예빈이와 겹쳐보이는 건.

 

"그 사람이 선생님을 보고싶대."

 

정말 끔찍한 악몽이었어

 

72 이름 : ◆y42NBs9s787 2018/07/13 23:15:53 ID : nxwpQnA5cMm 

난 그 이야기를 털어놓는건 이번이 처음이야.

 

혹여, 정말 예빈이가 누군가를 보는게 맞다면.

 

이 이야기를 하는 순간 쌤들 중 누군가 나한테

 

"어? 그거 누구 얘기같지 않아요?"

 

라는 말을 들을 것 같아 두려웠거든.

 

느티나무 위, 목 매달아 죽은 누군가의 시신이

 

대롱대롱,

대롱대롱,

   대롱대롱,

 

비에 젖어 축 늘어진 모습을 생각한다는건 유쾌한 일이 아니야

 

73 이름 : ◆y42NBs9s787 2018/07/13 23:17:22 ID : nxwpQnA5cMm 

다행히 그 날 이후로 예빈이는 그 이야기를 하지 않아

 

모든게 원래대로 돌아갔다고 생각해

 

 

 

 

 

궂은 날, 예빈이가 짓는 사랑스러운 미소를 제외하고는

 

74 이름 : 이름없음 2018/07/13 23:18:07 ID : nxwpQnA5cMm 

- 느티나무 END-

 

75 이름 : 이름없음 2018/07/13 23:19:06 ID : g7zbCkleGnC 

스레주ㅠㅠ 다음 얘기 또 해주면 안되는거야?ㅠㅠㅠ

 

76 이름 : 이름없음 2018/07/13 23:20:14 ID : WnO7atBthbB 

헉 레전드판에 올라와 있어서 봤더니 진짜 소름돋아.. 가끔씩 이런 이야기 들으면 애들의 순수함이 가끔씩 무섭다는 생각이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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