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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레전드]여자는 못사는 집

탱녀 2024. 4. 30.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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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간 취준생이였던 나는 6개월간의 준비 끝에
작은 중소기업에 들어갔다 

이후 전전하던 월세 생활을 청산하고 드디어
전세집을 알아보던 찰나 ㄷㅈㄱ의 한 전세집을 찾게되었다. 역에서 10분거리 약간 언덕이지만 시장이 근처기도 하고 무엇보다 3룸인데 1억이라는 가격이 내 마음에 쏙 들어왔다.

그렇게 중개인에게 문자를 보내고 역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그는 한참이 지나도 오지를 않았다.

날씨도 하필 폭염주의보가 내려온 데다가 유난히도 더운 날이였기 때문에 찝찝하고 화가나기까지 했다.

그러던중 중개인으로부터 문자가 한통 왔다.

[죄송합니다. 길이 막혀서 먼저 가서 보셔도 됩니다. 비밀번호는 ㅇㅇㅇㅇ이고 주소는 ㅅㅇㅅ ㄷㅈㄱ 000-00 입니다]

그동안 기다렸던 시간이 무색하게 통보를 날리는
중개인에게 짜증났지만 어차피 새로운 집을 보기로 했으니 조금 참고 언덕을 걸어 그 집으로 향했다.

비밀번호를 누르고 처음 들어간 그 집은 
막상 직접 가니 조금 안좋은 부분도 더러 눈에 들어왔다.

예를들어 1층이라고 기재했지만 사실은 반지하 아닌 반지하인데다 이상한 냄새도 나는 것 같고... 하여튼 넓고 잘빠진 구조와 내가 좋아하는 베란다가 넓은 점은 마음에 들기도 했다.

한창 집 사진을 찍고 둘러보던중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현관 앞에 약간 땀을 흘리는 아저씨 한명이 숨을 크게 내쉬며 집으로 들어섰다.

“어... 방 보기로 하신 분 맞죠?”

“네”

“쓰읍... 여자 분이시네요?”

“..? 아 네”

뭔가 떨떠름한 중개인은 사무적인 말을 하며
이미 본 방을 하나 하나 보여줬고 우리가 그 집을 나왔을 때 그는 우뚝 멈춰서 다시 그 집을 쳐다보고 있었다.

”집이 저렇게 넓은데 혼자 사시게요?”

“어.. 남자친구랑 같이 살 생각도 있긴한데요...”

그 말에 중개인은 약간 풀린듯한 표정으로
그럼 그렇죠~ 하며 내게 계약 하실거면 빨리 하는게 좋을거라며 되려 으름장을 놓았다. 이쯤되면 중개인이 좀 또라이구나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아쉽게도 서울에 1억 짜리 전세집을 찾는 것은 쉽지않았다.

조금은 찝찝한 기분으로 나는 남자친구에게 사진을 보내며 집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는 전 보다 넓고 좋네 라며 중기청이 좋긴 좋아 하고 이사갈 집에 대해 좋은 말을 해주었다.

나 역시 이쯤되니 좋은게 좋은 거란 생각으로 일주일 뒤 빠른 계약을 성사시켰다.


“좋은 집이니까 꼭 오래사셔야해요!”

부동산에 들어서니 아저씨였던 중개인이 아줌마로 바뀌었다. 
이유는 알수 없지만 아저씨보다 한층 오바스러운 아줌마는 계속 그 집에 대해 미주알 고주알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30년된 빌라지만, 빛이 잘 들어온다. 
전 세입자도 오래 살다가 그 집에서...

까지 나오다 그녀는 어색하게 입을 닫았고
나와 거래를 하러 온 젊은 남자 집주인은 안경을 들어올리며 내게 다른 말을 꺼냈다.

“이 계좌로 돈을 보내시면 됩니다.”

나는 떨떠름 한 기분으로 잔금을 치뤘다. 그는 기계처럼 사무적인 표정으로 부동산을 나섰고 중개인은 좀 전에 능글맞은 모습과는 달리 뭔가 안절부절 못하는 표정으로 내게 인사를 건낸 후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나 역시 그저 새로 이사한 집 까지 걸어갈 뿐이었다.

어찌됐건 부동산에서의 일은 잊고 방으로 들어 섰다. 스탠드 하나만 킨 채 약간은 어둑 하지만 그래도 혼자만의 넓은 공간에 귀여운 고양이 두마리까지... 꽤 행복하고 안락했다.

그러나 그 행복도 오래가진 않았다.

주말이 되면 윗 집에 사는 꼬마가 내려와 나를 괴롭혔기 때문이다.

(쾅쾅쾅)

(할아버지 있어요!!!?)

(쾅쾅쾅)

(할아버지!! 저 민순데요!!)

그 뿐만이 아니였다.

(ㅇㅇ집사님!)

(어? 이사 가셨나?)

(아니 말도 안하시고 가셨네...)

교회에서 온 걸로 추정되는 여자 둘이
하루 종일 문을 두드리질 않나

모두 이 집에서 전에 살았던 사람의 흔적을 찾았다.

그것이 스트레스라 몇번 문을 연 뒤 부터는 아예 없는 사람인척 아무 대응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어느 주말 남자친구가 오기로 한 날이였다.

”이 집이야? 넓네“

집에 대한 소감은 그게 전부인 남자친구였다.
그는 여기저기 둘러보며 약간 냄새가 나는것 같기도 하다며 말했고 나 역시 맞장구를 치며 반지하는 반지하인가보다. 슬쩍 넋두리를 해댔다.

그리고 그 날 밤 꿈을 꿨다.

뚝- 뚝

온 몸이 젖은 노인이 우리 집 바닥을 돌아다녔다
그는 물기를 흘리고 있었으며 거실에서 부터 나와 남자친구가 있는 안 방까지 천천히 둘러보다 벽에서 천장으로 마치 개구리처럼 끈적 끈적한 몸으로 이곳 저곳을 기어다녔다

나는 몸을 움직일 수 없는 감각에 소리도 못지르고
눈을 감으려 했지만 시선을 돌리던 그것은 한창을 멈춰서 방안을 둘러보다 나와 눈이 마주쳤고 그는 괴물처럼 씨익 웃어보였다.


”헙...”

끔찍한 꿈에 남자친구의 옆에 누워 티비를 틀었다
그는 곤히 자고 있었으며 불안정한 기분은 온전히 나의 것이였다. 괜히 옆에서 자는 고양이를 만지며 작은 갸르릉 소리를 벗 삼아 다시 잠이들었다.

그리고 나는 두 번째 꿈을 꾸었다.

꿈에서 나는 남자친구와 이 집에서 티비를 보고 있었다. 
티비에 나온 남자는 여자인지 남자인지 모를 정도로 잘생겼었고 나는 그를 보며 어쩜 저렇게 인형같이 생겼을까 하고 알 수 없는 기시감에 감탄했다.

그러다 남자가 나오는 화면이 우리집 앞이라는 걸 깨달았고 티비 속 남자는 그것을 인식하자마자 우리 집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기묘한 표정의 우는것도 웃는것도 아닌 얼굴로 베란다 앞에 우뚝 서 나를 쳐다봤고 여자도 남자도 아닌 모습으로 기묘하게 하얀 피부와 징그러울 정도로 아름다운 이목구비가 기괴하게 뒤틀려 일그러졌다. 그 괴상한 물체가 우리집 베란다 창을 열어 기어들어오는 모습에 소름이 끼쳐 다시 한번 꿈에서 깨어났다.

반복된 악몽에 진이 빠져
그냥 티비를 틀고 아예 잠을 자지 않기로했다.
이후 깨어난 남자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자 그는 덤덤하게 그럼 같이 사는건 어떻겠냐며 의사를 물었다. 

나는 알겠다고 하며 생각보다 빠른 동거가 시작됐다.

이유는 모르지만 남자친구가 온 후로는 악몽을 꾸지 않았다. 사람이 더 있어서일까 집이 무섭지도 않았고 특유의 그 음침한 분위도 집을 꾸미니 점점 나아져갔다.

그러나... 문제는 남자친구가 출장을 가면서 부터 시작됐다.

집에 혼자 있었던 날 
꿈에서는 누군가 우리집 화장실에서 샤워를 했다. 나는 당연히 남자친구라 생각했고 별 생각 없이 계속해서 잠을 청했다. 그 순간 누군가 내 귀에 물을 뚝뚝 흘리며 바람을 불어 넣었고 순식간에 팔에서 몸통으로 다리에서 배 사이로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그 소름끼치는 감각에 비명을 지르며 벌떡 일어나자 깨달았다.

참... 오늘 출장갔지

소름이 오소소 돋으며 아는 주변 지인들에게 상담하자 몇명의 친구가 무당을 소개해줬다.

“ㅈㅅ에서 유명한 ㅇㅎㅅㄴ보살인데 옛날에 우리언니 사고난 것도 다 맞췄어“

처음 본 신점이지만, 그 언니의 당부에 나 역시 홀린듯 보살을 찾았다. 그녀는 처음 보자마자 내게 말했다.

”집에 귀신이 있네“

나는 뭔가 확신을 얻으러 간듯한 기분으로 그녀가 하는말을 잠자코 듣고있었다.

“최근에 당했지?”

“...네”

“남자 귀신이네... 여자를 무지하게 밝혀”

그 말을 듣자 역시...
라는 생각과 함께 처음 만났던 남자 중개인이 한 말이 생각났다.

‘혼자 사실거에요?’

그리고 이내 남자친구와 얘기를 나눠보기로 했다.

“무당은 뭐라고하는데?”

“...부적을 쓰라곤 하는데 그 정도 돈은 좀 아까워서...”

“그래? 그럼 내가 내줄게”


남자 친구는 아무렇지 않게 내게는
꽤 큰 금액인 돈을 지불해줬다. 뭐 따지고보면 엄청 큰 돈도 아니지만 아무튼 당시의 나에겐 엄청 나게 고마운 결단이였다.

그리고 다시 만난 무당은 내게 이걸 베개 속에 놓는게 좋고 자꾸 그 귀신이 붙으면 베개 밑에 칼을 놓으라는 조언을 했었다. 일단 나는 그녀가 시키는 대로 두 가지 방법을 실행했다. 그리고 그 방법은 꽤 효과가 있었다.

다른 문제라면 그 귀신이 나를 만지지 못하는 대신
자꾸 자꾸 우리 집의 물건을 떨어트리는 것이 좀 신경쓰일 뿐이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왜냐면 남자친구가 오면 그 귀신은 조용해지니까 
나 역시 그 정도는 참을 수 있었다.

그렇게 어영부영 몇번을 가위와 귀신의 괴롭힘을 버티고
이사가기 까지 2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그 시간 동안 이 집의 집주인이 바뀌었고
그녀는 집을 빨리 인테리어 하고 싶다며 내게 되도록 빨리 나가달라고 부탁했다. 나 역시 그러려니 하고 짐을 정리하던 중 베란다에 있는 창틀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다.

그것은 백자에 한자가 적힌 도자기였고 이상하게 창틀에 끼어 있었다.


”...? 이게 뭐지“

의아해진 나는 사진을 찍었고
그것의 정체를 알게 되는 것은 좀 더 나중일이였다.

아무튼 새로운 집주인은 인테리어 업자를 불러
그와 함께 우리가 쓰던 장판을 뜯고 견적을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천천히 집을 둘러보다 석연치 않은 자국들을 발견하곤 인테리어 업자는 조용히 읊조렸다.

“... 고독사한 집이네”

집주인 아줌마는 아마 부동산 중개인으로 추정되는 사람과 집을 보고있다고 한창 통화중인듯 했다.

나 역시 그 말을 모른척 하고 그 집을 나섰다..

그리고 이사를 간 뒤 직장동료들과 대화를 하던 중
그 도자기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거 전 집에서 이사가는 날 발견했는데 뭔거 같아요?”

“이거 유골함 아니야?”

“유골함이요?”

“응. 사이즈도 그렇고 디자인이 좀 화려하긴 하지만.. 봐바 이 한자도 이름 아니야?“

나는 그 말에 수긍했다.

‘유골함이구나.’

기분 나쁜 소름도 돋았지만 도대체 그 유골함이
왜 방범창 창틀에 끼어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근데 ㅇㅇ 씨 혹시 저거 열어봤어?“

”아니요... 그냥 이사 준비때문에 바빠서 사진만 찍었어요.”

“그래? 다행이네. 원래 그런거 열면 벌받는데잖아~”

그녀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듯 대화를 다른 주제로 넘겼고 나는 그 노인이 젖어있던건 유골함이 빗물에 노출되어서가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물론 그것이 유골함이라는 것은 확실하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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