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이야기

[스레딕 레전드 괴담] - 괴이한 저택을 다녀온 이야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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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레딕 레전드 괴담] - 괴이한 저택을 다녀온 이야기

탱녀 2023. 5. 24.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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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름없음 2021/01/19 12:19:12 ID : tunCnV84IK0 
재작년 12월쯤, 그러니까 막 기말고사를 끝나고 쉴 때 겪었던 일이야. 아이피가 바뀔 수 있는 점 양해 바랄게. 스레딕은 해본 지 얼마 안 돼서 틀리거나 잘못된 부분이 있더라도 이해해줘. 조금 있다가 시작할게.

 


2 이름없음 2021/01/19 12:21:28 ID : nwreZjArtcp 
ㅂㄱㅇㅇ

3 이름없음 2021/01/19 12:21:40 ID : ii1hgo1AY9B 
ㅂㄱㅇㅇ!

4 이름없음 2021/01/19 12:26:00 ID : A7ta8qrtg2L 
ㅂㄱㅇㅇ!!

5  이름없음 2021/01/19 12:39:02 ID : tunCnV84IK0 
시험을 12월 초중순에 쳐서 당시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전교생은 축제 분위기였어. 방학까지는 몇 주 남았고 남은 기간에는 학교에 출석만 하면서 영화나 보고 과자나 까먹으면 될 거였으니까. 나도 편승해서 매일같이 먹고 마시고 놀면서 학교에 다녔어.

6  이름없음 2021/01/19 12:41:20 ID : tunCnV84IK0 
그러다 문득 생각이 났지. 그동안 너무 뵙고 싶었던 외할머니를 뵈러 갈 겸 댁에서도 허락을 받고 하룻밤 자면서 놀고 싶다고. 할머니 댁과 가까운 곳에 개인적으로 호기심이 생겼던 곳도 있어서 겸사겸사. 시험 치기 전부터 가자고 가자고 노래를 불렀던 거라 옳다구나 하고 어머니랑 외할머니께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허락해 주셨어.

7 이름없음 2021/01/19 12:41:36 ID : mMrwFbjxRBb 
ㅂㄱㅇㅇ

8  이름없음 2021/01/19 12:45:44 ID : tunCnV84IK0 
혼자 가기에는 먼 것도 아니고 버스 한 번 갈아타서 20분 정도 걸리는 거리라 동생들은 집에 있고 나만 가기로 했어. 버스카드를 찍었는데 딱 한 번 타고 환승까지 할 금액을 그때 다 써버린 거야. 가서 충전해야지 하고 뒤로 미뤄두고 할머니 댁으로 곧장 향했어. 과자 사온다고 하면서 그 장소에 가 볼 계획도 세우고, 사진도 찍어 볼 생각으로. 가는 길에는 당연히 아무 일도 없었어. 별 탈 없이 도착해서 인사드리고, 하룻밤 머물 때 쓸 짐을 풀었어.

9  이름없음 2021/01/19 12:50:38 ID : tunCnV84IK0 
그리고 대략 오후 일곱 시 까지 놀고 있었어. 집안일도 도와드리고, 식사도 내가 맡아서 차리고, 설거지 하고 여러가지 하다 보니까 이제 슬슬 계획을 실행해볼 때가 온 거지. 생각해둔 대로 나는 할머니께 요 앞 편의점에서 과자랑 음료수 좀 사오겠다고 말씀드리고 한시바삐 나갔어. 물론 용돈도 조금 챙겼지. 갔다가 명목상이라도 과자도 사 와야 되니까. 버스카드도 충전해야 하고.

10 이름없음 2021/01/19 12:53:54 ID : jbhapQts1bc 
ㅂㄱㅇㅇ

11  이름없음 2021/01/19 12:58:28 ID : tunCnV84IK0 
내가 가려던 곳은 할머니 댁이 있는 곳과 사람 키의 두 배 정도만 한 높이에 있는 또 다른 마을을 잇는 계단이었어. 계단인데 벽 안에 있는 계단? 정확히 설명하기 힘들다. 윗마을에 가 본 적은 없고 보기만 했어. 마을 건물 벽에는 굉장히 화려한 꽃 무늬가 칠해져 있었고, 계단의 벽에는 파란 배경에 부엉이랑 너구리가 그려져 있었는데 궁금한 사람 있으면 사진은 찾는 대로 올려볼게. 못 찾으면 할머니 댁에 가는 대로 찍어서 올리고.

12  이름없음 2021/01/19 13:05:26 ID : tunCnV84IK0 
스레? 제목이 특색이 없는 것 같아서 바꿨어. 그렇게 약간의 돈과 핸드폰만 챙기고 그 계단으로 갔지. 12월이라 해가 빨리 져서 내가 나갔을 때는 깜깜했어. 하지만 난 이제 시험이 끝나서 두려울 게 없는 학생... 이 아쉽게도 아니라서 핸드폰 손전등으로 비춰가며 갔어. 여태껏 본 바에 따르자면 어쨌든 계단이고, 또 위랑 아래를 직통으로 잇는 곳인데도 이상하게 아무도 안 지나다니더라. 그것도 수상하고, 칙칙한 골목인데 그곳만 이상하리만치 화려해서 더더욱 수상했지.

13 이름없음 2021/01/19 13:08:46 ID : Y4Ntii7dU0q 
ㅂㄱㅇㅇ!

14  이름없음 2021/01/19 13:11:02 ID : tunCnV84IK0 
호기심 많은 쫄보 알지. 내가 딱 그런 사람이야. 거의 보폭도 평소의 절반 정도로 좁게, 천천히 걸어갔는데 밤골목임에도 계단의 벽은 눈에 띄었어. 조금 더 다가가서, 스치듯이가 아니라 제대로 보니까 계단 앞면에도 그림이 그려져 있었더라. 무척이나 귀여웠어. 귀여운 만큼 기이하다고 할까. 그런 느낌도 스멀스멀 올라왔지.

15  이름없음 2021/01/19 13:16:52 ID : tunCnV84IK0 
계단에 도착했으니 이제 올라가 봐야겠지? 주변은 깜깜하고 으슥한 골목길인데 의지할 건 핸드폰 불빛 뿐이라 말 그대로 다리가 후들거렸어. 이윽고 난 한 계단씩 올라가기 시작했고, 안에 들어가서 보니까 그리 높은 곳은 아니었던지라 싱겁게 끝날 것 같더라.

16  이름없음 2021/01/19 13:18:28 ID : tunCnV84IK0 
그렇게 도달한 계단 윗부분에는 철제 문이 하나 있었어. 이걸 열면 되나 싶어서 무슨 자신감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열어젖혔지.

17  이름없음 2021/01/19 13:42:08 ID : tunCnV84IK0 
원래 밖에서 본 모양이라면 윗마을이 나와야 정상인데, 철문 너머에는 계단이 더 있었어. 쫄보가 호기심은 넘쳐서 또 궁금해지기 시작했어. 왠지 올라가면 안 될 것 같은데, 그렇다고 그냥 가자니 아쉬울 것 같고. 계단을 앞에 두고 한참을 고민하고 있을 때 저 밑에서 발소리가 들렸어.

18 이름없음 2021/01/19 14:04:20 ID : A7ta8qrtg2L 
ㅂㄱㅇㅇ~

19  이름없음 2021/01/19 16:31:35 ID : tunCnV84IK0 
계단의 벽 내부로 들어와서 실내가 울리는 소리가 아니라 아스팔트 포장한 길을 질질 끌면서 걷는 듯한 둔탁한 발소리가 들렸는데 지익, 지익 하는 소리랑 터벅거리는 소리가 같이 났어. 누가 지나가나 했지. 이 동네에 어르신들이 많이 사셔서 그중 한 분이시겠거니 생각하려고 했는데 소리가 멀어지는 게 아니라 점점 가까워지는 거야. 그리고 감으로 느꼈지. 이쪽으로 오고 있구나, 하고 말이야.

20  이름없음 2021/01/19 16:38:39 ID : tunCnV84IK0 
그러다가 들리던 발소리가 우뚝 멈춰섰어. 뭐지 싶어서 내려가볼까도 했는데 그러기엔 난 쫄보였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자니 궁금해진 찰나에 킥킥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왔어. 여자 목소리도 아니고 남자 목소리도 아닌? 두 개가 섞여서 나는 괴기스러운 소리 알지? 그런 목소리로 우스운 걸 연신 참는데 새어나가는 소리 같은. 한참을 그렇게 웃다가 뚝 멈추더니 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 하고 계단 오르는 소리가 나는 거야. 사람이 아무리 빨리 뛰어올라도 저렇게 빨리 뛰어갈 수가 없는데 비정상적으로 빠른 소리가 가까워지니까 냅다 소리지르면서 철문 너머로 뛰어가서는 문을 걸어잠그고 앞에 보이는 계단을 계속 뛰어올라갔어.

21  이름없음 2021/01/19 16:44:15 ID : tunCnV84IK0 
그 정체모를 게 문 열라면서 쿵쿵쿵 하고 계속 두드리다가 금속 부서지는 소리랑 함께 아까 들었던 계단 오르는 소리가 저 밑에서 들리기 시작했어. 아직 대학도 못 들어가고 죽기 싫어서 젖 먹던 힘까지 쥐어짜내서 원통형 공간 벽을 따라 있는 계단을 뛰어올라갔지. 내가 저거한테 무슨 빚을 졌길래 저리 죽기살기로 따라오냐 아 어머니 보고 싶다 자시고 살고 싶다 오만가지 생각 다 드는데 저 위에 대문이 하나 보이는 거야. 저 너머에 뭐가 있든 없든 저거한테 잡히는 것보다야 낫겠지 하고 냉큼 달려서 문을 밀고 나갔어.

22 이름없음 2021/01/19 16:45:07 ID : INtdBffdU2M 
대체 어느 동네길래 계단 타고 철문열어젖혀야 다른 마을 갈 수 있을까... 메이플 헤네시스-오르비스 왕복보다 더 복잡한 이동방식

23  이름없음 2021/01/19 16:47:29 ID : tunCnV84IK0 
>>22 나중에 갈 수 있으면 사진 첨부할게. 하도 예전에 갔어서 정확한 구조까지는 생각이 안 나는데 아랫마을 윗마을 잇는 계단은 확실히 있어.

24  이름없음 2021/01/19 20:29:57 ID : dzRCjdu5RAY 
스레주야. 이어서 쓸게. 대문을 밀고 나갔더니 윗마을 풍경은 아니었어. 분명 내가 계단으로 갔을 때만 해도 하늘이 맑았는데 대문 밖의 풍경은 우중충하고, 비가 잔뜩 내리고 있었어. 많이 내린다는 수준을 넘어서 두피랑 어깨가 아릴 정도로 세게 내렸는데, 우산도 우비도 없고 가진 거라곤 핸드폰이랑 과자값 조금이었고... 쫓아오던 건 대문은 못 부수는지 아까처럼 킥킥거리고만 있었어. 소름끼쳐서 냅다 달려서 어디 가게라도 들러야겠다 생각했지. 들른 김에 우산도 사고.

25  이름없음 2021/01/19 20:41:24 ID : dzRCjdu5RAY 
건물은 현대식이 아니라 고딕 비슷한 양식이었어. 당연히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권이 아니라 유럽권 느낌의. 세계사 공부하면서 유럽사에 환장했던 난데 막상 보니까 반갑지는 않더라. 빗물 때문에 바닥이 미끄러워서 계속 고꾸라지고 넘어지고 반복했는데 나 빼고 다들 마차같은 걸 타고 다니는 걸 보니까 잘 사는 동네같았고, 필요한 걸 살 만한 가게는 도저히 못 찾겠어서 잠시 쉬고 있던 마부에게 물어봤어. 다른 사람들에게도 말을 걸어봤는데 날 보더니 말 그대로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자기 갈 길 가길래... 유일하게 내 말을 받아준 사람이라 아는 영어를 총동원해서 여기가 어디냐 우산은 어디서 사냐 집에는 어떻게 가냐 뭐 이런 것들.

26  이름없음 2021/01/19 20:53:11 ID : dzRCjdu5RAY 
근데 영어 안 쓰더라. 지금 생각해도 이상한데 말이 통해서 일단 이건 안심했어. 언어가 통한다는 게 얼마나 큰 부분인지. 다행히 마부에게 물어서 몇 가지 알게 됐어.

첫째, 여기는 유럽이나 특정한 국가가 아니며, 해는 뜨고 지지만 특정한 날짜나 시간이 없다.
둘째, 나 같이 검은 머리에 검은 눈은 따로 갈 곳이 있다.
셋째, 내가 들고 온 돈은 화폐로서의 가치가 없다. 즉, 화폐로 쓸 수 없다.

27  이름없음 2021/01/19 20:56:35 ID : dzRCjdu5RAY 
근데 왜 사람들이 피해요?
>데려갈 엄두가 안 나서지.
데려가요? 어디로요?
>넌 따로 갈 곳 있어. 더 캐묻지 말고 타라.

그다지 성격은 좋아보이지 않았어. 내가 자기보다 어리니까 반말 쓰던데, 그래도 갈 곳으로 태워준다길래 딱히 갈 곳도 없는 나는 어이쿠 감사합니다 하고 탔지. 뭔가 아는 사람이구나 싶었어. 뭘 믿고 그리 생각했는 지는 모르겠지만.

28  이름없음 2021/01/19 21:03:12 ID : wsnPeIIGtuo 
암만 생각해도 이상한 사람이야...

29 이름없음 2021/01/19 21:05:44 ID : rtdyGmnzPeE 
ㅂㄱㅇㅇ

30  이름없음 2021/01/20 00:05:34 ID : dzRCjdu5RAY 
스레에 이런 거 물어봐도 되는 지 모르겠는데 혹시 보고있는 사람 있어? 있으면 새벽까지 풀다 잘게.

31 이름없음 2021/01/20 00:10:16 ID : soZa4E7anvg 
>>30 나 보고있어!! 계속 풀어줘

32  이름없음 2021/01/20 00:22:32 ID : anyGtzfaq7x 
고마워.

33  이름없음 2021/01/20 00:58:07 ID : dzRCjdu5RAY 
그럼 이어서 풀게.
마차 안은 별도의 난방도 없었는데 밖과 다르게 무척이나 따뜻했어. 창문은 없었는데, 의자는 푹신해 보였고 상당한 고가 같아서 쫄딱 젖은 내가 앉기 미안했지만 마차 안에서 서서 갈 수는 없으니까 앉았어. 기다렸다는 듯이 마차는 출발했고, 분명히 돌로 된 길을 가고 있었을 텐데 덜컹거리거나 작은 진동조차 없이 매끄럽게 굴러갔어. 마치 빙판 위를 굴러가듯이.

34 이름없음 2021/01/20 01:03:51 ID : NArs2lfO9zb 
ㅂㄱㅇㅇ!

35 이름없음 2021/01/20 01:10:17 ID : y2Fbhe7y1DA 
ㅂㄱㅇㅇ

36  이름없음 2021/01/20 01:18:17 ID : dzRCjdu5RAY 
마부의 말에 따르면 그곳은 시간이라는 개념도 없을뿐더러 마차에는 작은 창문 하나도 없어서 얼마나 지났는 지는 모르겠어. 왠지 잠에 들면 안 될 것 같다는 느낌도 들어서 최대한 안 자려고 노력하다 보니 마차가 멈춰섰지. 이제 내려도 좋다는 마부의 목소리가 들리자 마차 문을 열었는데, 눈 앞에는 들판이 펼쳐져 있었고, 커다란 시계가 있는 건물이 하나 있었어. 얼핏 증기기관 소리가 멀리 있는 나한테도 들려서 기차역 같았는데, 거기서 기차를 타면 되는 건가 싶었지. 앞으로 시계탑 기차역이라고 부를게.

저기요. 기차를 타고 가면 되나요?
>내가 그걸 어찌 알아. 네가 알아서 하는 거지.
그런게 어디 있어요? 갈 곳이 있다면서요.
>어쨌든 데려오긴 했잖아. 내 일은 여기까지니 더 귀찮게 하지 마.

지금 생각해도 불친절한 마부였어. 뭐 저리 퉁명스러운지 기분이 팍 상해서 더러워서 나 혼자 간다고 냅다 시계탑 기차역으로 가기 시작했어.

37  이름없음 2021/01/20 04:50:04 ID : bA43O8i8rti 
잠시 깼다... 자고 나서 풀게. 오타났었다!

38 이름없음 2021/01/20 05:02:59 ID : cIHA6lwmla9 
와 재밌앙

39 이름없음 2021/01/20 05:03:39 ID : pVe0nva04JO 
홍미롭다 레주 보면 진행 부탁

40 이름없음 2021/01/20 05:04:13 ID : pVe0nva04JO 
>>37 난봤지 ㅋㅋ

41  이름없음 2021/01/20 15:43:53 ID : tunCnV84IK0 
하늘은 아까처럼 비가 세차게 내리지는 않았지만 구름이 잔뜩 껴서 탁한 흰색이었고, 간간이 물방울이 떨어졌어. 거의 그쳐가고 있다고 보는 게 맞겠다. 채 그치지 않은 비를 맞으면서, 무릎까지 무성히 자란 젖은 풀잎을 종아리로 훑으면서 달리듯이 시계탑 기차역으로 향했어. 운동화를 신고 있었어서 발이 다 젖었어도 별다른 불편함 없이 웅덩이도 밟아 가며 갔던 것 같아.

42  이름없음 2021/01/20 15:48:04 ID : tunCnV84IK0 
가까이서 본 시계탑 기차역은 생각보다 훨씬 정교했어. 황동으로 된 기계장치들이 복작거리며 맞물리고 움직이는데 이질감보다는 따뜻하다고 해야 되나. 그런 느낌이었어. 건물의 벽면을 따라가며 찬찬히 보다가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겠다 싶어서 입구로 갔지. 오래돼서 손잡이를 제외하고는 붉게 녹이 슬고 경첩이나 테두리에는 이끼가 낀 철제 문이 있었고, 그대로 밀고 들어갔어.

43  이름없음 2021/01/20 15:56:04 ID : tunCnV84IK0 
기차역 내부는 어두웠고, 유리 돔을 통해서 들어온 빛 덕분에 특유의 분위기가 있었어. 사람들도 바삐 움직이고 있었는데 나처럼 평범한 사람 형태가 아니었어. 반투명한 검은색 형상 같았지. 푸른 옷을 입고 있는 역무원도, 지팡이를 짚고 낡은 모자를 쓴 중년 남성도, 아이 손을 잡고 웃던 젊은 여성도 반투명한 검은색이었어. 갑자기 섞여들어간 나만 동떨어진 기분이었지.

44  이름없음 2021/01/20 16:01:30 ID : tunCnV84IK0 
여기서 이동수단이라곤 기차 말고는 없었어서 일단 표를 사야겠다고 생각했어. 근데 내가 갖고 있는 거라곤 핸드폰이랑 과자값 뿐이니까... 그 과자값도 화폐로 못 쓴다고 했고... 그래서 잔머리를 굴렸어. 역무원에게 가서 다른 역에서 엄마를 잃어버렸는데, 기차표 살 돈이 없다고 하기로 했지. 어쨌든 살고 봐야겠으니까 당장 역무원에게 가서 생각해둔 대로 말했어. 그런데 질색팔색을 하더니 너한테 줄 표는 없으니까 돌아가라는 거야.

45  이름없음 2021/01/20 16:09:17 ID : tunCnV84IK0 
뭐 저런 게 다 있나... 그럼 무임승차라도 할까 하고 저 멀리 선로에서 오는 기차가 역으로 오기를 기다렸어. 유난히 짐이 많은 승객이 있었는데 그 짐에 파묻혀서 묻어가기로 한 거지. 기차 출입문이 열리고, 따라가서 내부에 한 발 내딛은 순간 기차역 안의 사람들도, 소리도 멈추더니 전부 다 나를 보는 것 같은 거야. 사람들이 전부 새까만데 그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꽂히는 게 느껴지니까 갑자기 겁을 덜컥 먹었고 뒷걸음질 치면서 짐더미에서 빠져나왔어. 그리고 냅다 윗층으로 가는 계단으로 달렸어. 여기서 나가면 갈 곳도 없고, 위에 숨어있기라도 하자는 심정으로. 뒤에서 누가 쫓아오기라도 하는지 귀가 찢어지게 쇳소리가 났는데 돌아볼 정신도 없이 계속 달렸어. 아마 내가 이질적인 존재라 그런 게 아닐까 싶어. 중학생때 운동회 계주 이후로 달리기라고는 한 번도 안 해서 금방 주저앉을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 몸이 안 힘들더라.

46 이름없음 2021/01/20 16:18:58 ID : rtdyGmnzPeE 
ㅂㄱㅇㅇ

47  이름없음 2021/01/20 21:46:31 ID : dzRCjdu5RAY 
1층에서 2층, 3층, 4층까지 갔을까. 4층부터는 계단이 더 없었어. 대신 사다리가 있었는데, 타고 올라가다간 잡힐 것 같아서 곧장 복도로 갔어. 길고 좁은 복도였는데 꽤 멀리서 하얀 빛이 새어나오고 있길래 그쪽으로 향했지.

48  이름없음 2021/01/20 21:57:18 ID : dzRCjdu5RAY 
초반에는 뛰어갈 수 있을 정도였는데 점점 좁아지면서 중후반부터는 몸을 거의 옆으로 하고 종종걸음으로 갔어. 그 쇳소리는 여전히 시끄럽게 들렸고, 너무 무서워서 뒤를 못 보는 바람에 거리는 어느정도였는지 모르겠다. 끝부분에서는 몸을 욱여넣듯이 갔어. 벽에 기름때가 꽤 있어서 옷이랑 얼굴이랑 다 얼룩지고 더러워졌는데 신경 쓸 겨를이 어딨겠어. 일단은 나가야 살 것 같다는 생각이 최우선이었어서 앞에 뭐가 있고 없고는 상관하지 않고 하얀 빛으로 몸을 던졌어. 잡히는 것보다는 낫다는 마음이었으니까.

49  이름없음 2021/01/21 00:29:30 ID : dzRCjdu5RAY 
보는 사람 없어도 시간 나는 대로 계속 풀게.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쫓아오던 것들은 날 따라서 떨어지지는 않았어. 처음에는 걷는 자세였다가 눕는 자세로 뒤집어졌는데, 위에서는 구름 사이로 햇빛이 눈부시게 비쳐들어왔고, 창틀은 유리로 막혀있지는 않은지 물방울이 맺혀 있었어. 4층까지 올라갔으니 그 높이에서 떨어진 셈인데, 체감상으로는 더 높았어. 처음에는 빠르게 내려가는 듯 하다가 서서히 느려지더니 푹신한? 느낌이랑 같이 안전하게 착지할 수 있는 속도까지 느려졌어.

50  이름없음 2021/01/21 00:42:37 ID : dzRCjdu5RAY 
바닥은 상아색 돌로 되어있었는데 맞물린 틈에는 잡초랑 풀꽃이 피어 있었고, 햇빛도 밝아서 정말 예뻤어. 아직도 그 풍경이 생생해. 비릿한 빗물 냄새, 따스한 햇볕, 한쪽 벽을 가득 채운 커다란 무늬와 한 몸인 거대한 하프시코드, 어디서 연주하는 지 모를 현악기 소리까지. 한참을 정신이 팔린 채 음악소리를 듣고 있었어.

51 이름없음 2021/01/21 00:54:22 ID : rtdyGmnzPeE 
ㅂㄱㅇㅇ!

52 이름없음 2021/01/21 02:45:02 ID : mGk65dVcFju 
보고있어! 신기하고 흥미롭다

53  이름없음 2021/01/21 02:45:07 ID : dzRCjdu5RAY 
그리고 그 상태로 홀린 듯이 걸어갔어. 그 예쁜 선율이 들려오는 곳으로. 커다란 유리 돔 형태의 터널 같은 길을 따라서 걷고, 또 걸었어. 이름 모를 꽃들이 섞여서 좌우로 만발한 길이었는데, 분위기는 전혀 어둡지 않았어. 밝고, 꽃향기도 나고, 나비도 날아다니니까 오히려 기분이 좋았지. 현악 연주도 사람이 하는 것 같지는 않았어. 어디서 퍼지기 시작하는 지는 느껴지지만 결코 소리가 점점 커지지도 않았고, 클래식 즐겨 듣는 나도 처음 들어보는 가락이었으니까.

54  이름없음 2021/01/21 02:50:46 ID : dzRCjdu5RAY 
비슷한 느낌을 들어보라고 하면 표트르 차이콥스키의 꽃의 왈츠? 음악의 베이스는 왈츠였어. 당장이라도 춤 춰야 할 것 같은 음악이었지만 그 음악의 근원이 더 궁금했어서 터널이 끝나가는 지점에서는 걷다 못해 뛰어서 갔지. 나 왜 이렇게 많이 뛰는 걸까. 그동안 안 뛰었다고 여기서라도 뛰라는 건가?

55  이름없음 2021/01/21 02:58:32 ID : dzRCjdu5RAY 
그렇게 간절하게 뛰어서 도달한 끝에 문은 없었고, 돌바닥이 있었어. 아까 떨어졌던 곳과는 달리 모난 곳이나 틈 없이 정갈하게 맞물려 깔린 돌바닥이었고, 색은 더 하얬어. 출구로 얼핏 보이는 하늘은 새파랬고, 조각구름이 천천히 움직이며 떠다니고 있었어. 그리고 새로운 건물도 보이니까 너무 밖으로 나가 보고 싶었어. 그 건물에서 음악이 나오는 것 같았거든. 이쪽으로 오라는 것처럼. 흠뻑 젖은 옷과 머리, 그리고 냉담했던 사람들의 태도는 더 이상 내 관심사가 아니었어. 저렇게 예쁜 풍경이 펼쳐져 있으니까 저 앞으로 나아가면 더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았거든.

56  이름없음 2021/01/21 03:12:36 ID : dzRCjdu5RAY 
하얀 돌길을 따라가니까 대문 대신 아치가 있었어. 그 너머에는 커다란 저택이 한 채 있었고. 고딕 특유의 날카로운 느낌이 있어서 양식은 고딕 같았는데, 단순한 저택보다 성에 가까울 정도로 크고 웅장했어. 그리고 본능적으로 알았지. 지금 이 음악 저기서 나오는 거구나.

57 이름없음 2021/01/21 08:31:53 ID : KY3vcq43U2G 
ㅂㄱㅇㅇ!

58  이름없음 2021/01/21 11:23:49 ID : dzRCjdu5RAY 
그렇게 확신이 들기가 무섭게 그 저택으로 향하는데, 그러려면 아치를 지나야 하잖아. 아치를 넘어가려는 그 순간 누군가 뒤에서 팔을 잡아당겼어. 아까 왔을 때는 분명히 아무도 없었는데. 갑자기 잡아당겨지는 바람에 뒤로 홀랑 넘어져버렸어. 물론 잡아당긴 그 존재랑 같이. 내가 그 존재 위로 넘어졌는데도 밀쳐내지도 않고 가만히 있었지. 납치하거나 폭력을 쓰려고, 혹은 다른 나쁜 목적이 있어서 잡아당기는 게 아니라 횡단보도 신호등이 빨간불일 때 뛰어가려는 아이 손목을 붙잡는 엄마 같은 상황이더라.

59  이름없음 2021/01/21 11:29:35 ID : dzRCjdu5RAY 
그런데 이질감과 불쾌감이 확 들었어. 나보다 키가 훨씬 큰 건지 내 머리가 그 존재 가슴 언저리에 있었고, 그 정도로 가까우면 분명히 온기가 느껴지고 심장박동이나 숨소리가 들려야 하는데 약간의 온기도 없었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어. 잡았던 팔도 놓고 있길래 일단 벌떡 일어나서 툭툭 털고, 뒤를 돌아봤어.

60 이름없음 2021/01/21 11:34:45 ID : fe1BdRyMjir 
음...그냥 궁금해서 그러는데
날짜나 시간의 개념이 없다면 마부라는 사람은 그 단어를 어떻게 안 거야? 없는 개념에 대한 단어가 존재할 리는 없지 않아?

61  이름없음 2021/01/21 11:43:41 ID : dzRCjdu5RAY 
>>60 마부가 그 개념을 언급한 게 아니라 내가 언급한 시간이란 게 무엇이냐고 되물었어. 그래서 여기는 시간이란 개념이 없다는 걸 알았지.

아, 혹시 지금 몇 시예요?
>...? 몇 시가 뭐야?
??? 시간이요. 지금 몇 시냐고 물어봤어요.
>시간은 또 뭐야?
시간이 뭔지 몰라요?
>뭐야 그건? 처음 들어 보는 말인데, 네가 있던 곳에서 쓰는 말이냐?
아... 네. 제가 있던 곳에서 쓰던 말인데요.
>몰라. 그런 거. 내가 모르면 아마 다른 사람들도 모를 거다.

정확히는 아니지만 이런 내용의 대화를 나눴어.

62 이름없음 2021/01/21 11:50:57 ID : fe1BdRyMjir 
>>61 ㅇㅋ썰재밌다 빨리풀어죠~

63  이름없음 2021/01/21 12:52:03 ID : tunCnV84IK0 
재밌게 봐 줘서 고마워.
그 존재도 어느새 일어났는지 나보다 세 뼘은 큰 키로 내려다보고 있었어. 고양이 같은 인상이었는데 나와 같은 검은 머리에 피부는 굉장히 창백하고 눈은 시뻘건, 그 예쁜 빨간색이 아니라 피 같은 색? 사람 눈은 아닌 것 같았어. 슬렌더한 체형의 남성이었고, 저택의 사용인인지 새까만 연미복을 입고 있었는데, 머리를 제외한 모든 신체부위가 가려져 있었어. 깔끔한 옷차림이 사용인에 걸맞는 품행이니까 그렇겠지? 어쨌든 그 존재의 얼굴이 신기하게도 내 취향과 꼭 들어맞았어. 객관적으로 잘생긴 건지는 모르겠지만 마치 누가 작위적으로 꾸며낸 것처럼. 왜 이런 느낌이 들었는지는 나중에 알려줄게.

64 이름없음 2021/01/21 13:00:01 ID : 8ryY1g42JQk 
ㅂㄱㅇㅇ

65  이름없음 2021/01/21 13:03:03 ID : tunCnV84IK0 
그 존재는 날 빤히 보다가 빙긋 웃더니 말했어

■ 오, 이런. 저 저택에 가시려는 건가요?
네...? 네.
■ 아무런 준비 없이요?
어... 준비가 필요한가요?
■ 물론이죠.
어떻게 하는 건데요?
■ 간단합니다. 

하고서는 하얀 꽃 한 송이를 줬어.

이게 뭐예요?
■ 꽃입니다.
그건 알아요.
■ 하하, 그 꽃은 스노우드롭입니다. 희망과 위안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지요. 저택에 들어가려면 꼭 지니고 있으셔야 합니다.
아... 네. 알겠어요.

난 스노우드롭이란 꽃을 그 때 처음 알았어. 예쁘게 생긴 꽃이라서 선물인가 보다, 하고 기분 좋게 받았지.

66  이름없음 2021/01/21 13:08:49 ID : tunCnV84IK0 
앞으로 그 존재를 검은 집사라고 할게. 검은 집사는 앞장서서 아치를 통과하더니 이리 오라는 듯 손짓했어. 받은 꽃을 멍하니 보고 있다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 검은 집사를 따라갔지. 아까 검은 집사와 대화할 때까지만 해도 음악이 들렸는데, 아치를 지나가니 음악소리는 멈췄어. 그렇게 들어선 저택 입구까지의 길은 무척이나 길었고, 또 좌우로는 커다란 건물들이 엄청 많았어. 호화롭고 예뻤지. 나 같은 건 평생 뼈빠지게 돈을 벌어도 저택 본채는커녕 옆의 건물 하나라도 못 살 것만 같을 정도로 화려한 저택이었어.

67 이름없음 2021/01/21 14:05:22 ID : 8kla5Wjirzg 
ㅂㄱㅇㅇ!

 


68  이름없음 2021/01/21 19:05:56 ID : JTRyNtipcK5 
개인적으로 이런 저택을 좋아하는데,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네. 겪었던 일들만 아니면 또 보고 싶을 정도야.

69 이름없음 2021/01/21 19:17:04 ID : q46kq7wJPfW 
대사는 각색한거지?

70  이름없음 2021/01/21 19:24:29 ID : fXwL9jtcnDt 
>>69 혹시 궁금한 이유가 무엇인지 물어봐도 될까?

71 이름없음 2021/01/21 19:44:39 ID : TTRzPa008o3 
흥미롭네

72 이름없음 2021/01/21 21:38:12 ID : 02si4JTO61D 
>>70 대화내용이 문어체+번역체 말투라서

73  이름없음 2021/01/21 21:44:36 ID : dzRCjdu5RAY 
>>72 아하... 알려줘서 고마워. 어색하게 보였다면 미안해. 텍스트로 읽는 거니까 읽기 편한 거랑 내용 이해를 우선으로 썼어.

74  이름없음 2021/01/21 21:56:55 ID : TVgrxWrwK4Y 
구어체가 더 편한 레스주가 많다면 각색 없이 쓸게.

75 이름없음 2021/01/21 23:27:10 ID : 9gZjxUZfPdy 
>>73 혹시 레스주 무례한 질문이라고 느낄 수도 있는데 혹시 꿈이 아니라 실제로 다녀온거야? 꿈은 약간 의식? 만 가는 느낌이잖아 나같은 쫄보는 실제로 갔으면 막 거기서 죽으면 진짜 죽는 거니까 되게 경계하면서 갔을 것 같아서 기분이 어땠는지도 궁금해 의심하는 건 아니고 그냥 궁금해서 기분나쁘면 미안

76  이름없음 2021/01/21 23:47:52 ID : dzRCjdu5RAY 
>>75 괜찮아. 하나도 안 불쾌해. 오히려 봐 줘서 고마운 걸. 꿈이었다면 괴담판보다는 꿈판에 썼겠지? 뛰어내렸을 때는 잡히는 게 더 무서운 마음에 무심코 저지른 거였어. 나도 뛰어내리고 나서야 후회했는데 속도가 느려지지 않았다면 떨어져 죽지는 않았더라도 크게 다쳤겠지. 운이 나빴으면 죽었겠지만. 지금 생각해도 너무 무모하게 행동했던 것 같아. 뛰어내리고 나서는 음악소리에 홀려서 제정신도 아니었고, 풍경도 아름다웠어서 다치거나 죽을 것 같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했어. 검은 집사랑 만났을 때 정신이 들었긴 했지만. 아치를 지나고 제정신이 아니게 했던 기분 좋은 음악이 멈추고 나서야, 그제서야 긴장했던 것 같아. 원래 저택으로 들어가려고 했던 건 아니었어. 분위기에 휩쓸렸는데다가 꽃까지 받았는데 안 들어가기도 뭐했고, 돌아가기에는 떨어진 곳에서 갈 길은 걸어온 길 하나뿐이었어서 사실상 선택지는 없었어.

77 이름없음 2021/01/22 00:05:53 ID : 9gZjxUZfPdy 
>>76 오 고마워 되게 신기하고 재밌다 잘 읽을게 진짜 재밌어

78  이름없음 2021/01/22 01:53:38 ID : dzRCjdu5RAY 
본채 입구에 도착하자 검은 집사가 커다란 문으로 손을 뻗었는데, 세 번 노크를 하자 자동으로 문이 열렸어. 검은 집사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며 물었지.

혹시 저택에서 일하시는 분이세요?
■ 네, 그렇습니다.
저는 손님으로 온 거고요?
■ 그렇지요.
그럼 저택 주인분은 어디 계시나요?
■ 응접실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뭔가 이상했어. 난 방금 저택에 도착했고 다른 사람은 만나지도 않았는데 내가 오는 걸 알고 있기라도 한 듯이 저택 주인이 응접실에서 기다리고 있다니. 갈 길도 세워둔 계획도 없는데도 기다리고 있다는 그 말 한 마디에 소름이 돋아서 기회를 보다가 도망칠까도 생각해 봤는데 그랬다간 수상하게 보이기만 할 테니까 잠자코 따라가는 수 말고는 없었어. 말이라도 잘 하면 돌아갈 궁리를 하는 동안 편안히 먹고 잘 곳은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뭐라고 말을 할 지 생각해두기로 했지.

79  이름없음 2021/01/22 02:00:48 ID : dzRCjdu5RAY 
저택 내부는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로 넓고, 높고, 호화로웠어. 집채만 한 샹들리에가 로비 천장에 달려 있었고, 계단도 수 없이 많았고, 대리석으로 만든 바닥에 빗물에 젖은 운동화 밑창이 닿으니까 뽀끽거리는 소리? 그런 비슷한 소리가 났는데 듣기 좋은 소리는 절대 아니었어. 검은 집사가 신고 있던 구두가 내는 맑은 소리랑 비교돼서 더 부끄럽더라. 발소리도 죽이고 종종걸음으로 검은 집사를 따라서 갔어. 괜히 머리랑 옷매무새도 정돈했지. 오는 길에 어느정도는 말랐어도 대부분 젖어서 별 의미는 없었겠지만...

80  이름없음 2021/01/22 02:06:20 ID : dzRCjdu5RAY 
응접실이라서 그런가 저택이 으리으리했어도 오래 걷지는 않았어. 이윽고 검은 집사가 한 방문을 열어주며 들어가라고 했고, 일단 감사하다고 말하고 들어섰지.

81  이름없음 2021/01/22 02:12:54 ID : dzRCjdu5RAY 
방문을 기준으로 북쪽에 있는 응접실 벽에는 커다란 창문이 하나 있었고, 커다란 목제 테이블을 중심으로 긴 소파가 상하대칭으로 있었어. 저택 주인으로 보이는 존재는 창문을 등지고 이쪽을 보고 있었는데 역광 때문에 어떻게 생겼는지 자세히는 안 보였지만 기가 너무 세서 눌리는 기분이었어. 실루엣만 봤을 때 어깨도 무척이나 넓었고, 느껴지는 시선이 무서워서... 두어 걸음 걷다가 결국 주저앉으니까 괜찮냐며 급하게 와서는 조심히 일으켜주고, 소파까지 데려가서 앉도록 해 줬어. 가까이 오니까 그제서야 얼굴이 보이더라.

82  이름없음 2021/01/22 09:18:27 ID : Nvu3u0002mr 
지금 생각해도 무섭네...

83 이름없음 2021/01/22 11:57:52 ID : 9gZjxUZfPdy 
ㅂㄱㅇㅇ

84  이름없음 2021/01/22 17:36:23 ID : tunCnV84IK0 
뱀이랑 여우를 섞어놓은 날카로운 인상의 남자였는데, 눈썹은 또 처져 있고 방실방실 웃고 있어서 사납다기보단 야비하다는? 이미지였어. 어깨까지 오는 머리카락은 암적색이었고, 눈은 너무 새까매서 동공이 안 보였지. 옷은 멀끔하게 연미복을 다 갖춰입고 있었는데 검은 집사랑 똑같이 사람은 아닌 것 같았어. 일으켜줄 때 손이 지나치게 차가웠기도 했고, 풍기는 분위기 자체도 사람 기운은 아니고.

85  이름없음 2021/01/22 17:49:15 ID : tunCnV84IK0 
¿ 만나서 반가워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꽃은 잘 챙겨 오셨나요?
아... 네. 반갑습니다. 꽃도 챙겼어요.
¿ 좋습니다. 그럼 바로 말씀드리지요.

저택 주인은 품에서 열쇠 하나를 꺼내서 목제 테이블 위에 올려놨는데, 호실이 적힌 작은 대리석 조각이 달려 있어서 호텔에서 쓸 것 같은 외형이었어.

¿ 이 저택에서, 오늘부터 태양이 50번째 뜰 때 까지만 머물러 주셨으면 합니다.
...50번이요? 숙박비는요?
¿ 그건 이미 지불되었으니 걱정 마세요.
??? 전 돈 낸 적이 없는데요?
¿ 저는 숙박비를 꼭 돈으로 받지는 않는답니다.

하더니 열쇠를 가져가라는 듯 손을 펼치고 가리키길래 찝찝했지만 일단은 가져갔어. 이 저택이 아니면 갈 곳이 없었는데, 돈도 안 받겠다니 찝찝하긴 했어도 어쩌면 다행일 수도 있으니까. 대리석 조각은 0928이라고 음각으로 파여 있었어. 즉, 내가 묵을 곳은 928호실이었지.

86 이름없음 2021/01/22 18:25:09 ID : 9gZjxUZfPdy 
>>85 오 왔구나

87  이름없음 2021/01/22 19:34:43 ID : SLf803Crs7b 
봐줘서 고마워.

88 이름없음 2021/01/22 20:22:37 ID : a9yY8palfTS 
보고잇어 재밋딩

89  이름없음 2021/01/23 14:26:25 ID : wsnPeIIGtuo 
말재주가 없어서 걱정했는데 재밌다니 다행이네. 고마워.

90  이름없음 2021/01/23 19:34:12 ID : dzRCjdu5RAY 
앞으로 이 남자를 저택 주인이라고 할게. 저택 주인이 문을 열고 옆에 서 있는 검은 집사에게 눈짓하니까 집사가 따라오라고 고개를 숙였어. 얼떨떨해서 일단 따라가기로 했지. 가면서 겸사겸사 질문도 하고.

혹시 숙박비 지불하신 분이 따로 있어요?
■ 이미 본인이 지불하셨지 않습니까.
제가요? 언제요?
■ 이 저택에 발 들이신 순간부터요.
돈이 없는데요...?
■ 지불할 수 있는 게 꼭 돈뿐만은 아니랍니다.

아니 난 돈이 없는데... 계속 돈 아니라도 낼 수 있고 이미 냈다는 거야. 이해할 수가 없었지. 대체 뭘 받았길래 저러나...

91  이름없음 2021/01/23 19:55:07 ID : dzRCjdu5RAY 
검은 집사는 9층의 스물여덟 번째 방으로 안내했는데, 가는 내내 방부제 냄새가 났어. 역할 정도는 아니고 은은하게. 방부제가 은은하다니 이상하네. 어쨌든 집사가 이끄는 대로 가서 0928이라고 양각으로 조각된 대리석 패가 붙은 방문 손잡이에 열쇠를 꽂자 달칵 소리랑 함께 방문이 열렸지. 검은 집사는 편안히 쉬시라며 인사하고는 가 버렸고. 방을 보다가 구두 소리가 안 들리길래 혹시나 집사가 간 곳을 봤는데 아무도 없었어. 스물여덟 번째 방이면 복도의 길이가 꽤 됐을 텐데. 이상하지.

92  이름없음 2021/01/23 20:06:39 ID : dzRCjdu5RAY 
워낙 이상해 보이는 존재였고 사람도 아닌 것 같아서 조금 쫄긴 했어도 그러려니 했어. 시종이니까 손님에게 해코지는 못 할 테고. 어쨌든. 잡념이 많았는데 방 안에 들어가서 문을 닫고 죽 둘러보니 그건 금방 사라졌어. 이질감 넘치는 저택 치고는 포근한 방이었거든. 벽지도 침대도 옷장도 아이보리 톤이랑 적갈색에 연한 금빛도 돌면서 정말 깔끔했고, 창문 앞에는 빛바랜 종이 한 장이 있는 작은 원형 테이블과 의자가 하나 있었어. 너무 피곤했어서 종이는 자고 일어나서 확인해보기로 하고, 딱히 가져온 짐도 없어서 양말만 벗고 침대에 털썩 누워서 그대로 자버렸어. 첫 날인데 생각보다 다사다난했네.

93 이름없음 2021/01/23 22:01:21 ID : 062E5WrBs8l 
이거 절대 악의로 보내는거 아닌데..!! 혹시 그 다사다난한 일들을 겪고 무섭지 않았어?? 그리고 현실세계에 있는 사람들은 스레주가 안와서 걱정하고 있었을지 않을까..?? 기분나빴으면 미안

94  이름없음 2021/01/24 00:02:18 ID : dzRCjdu5RAY 
>>93 괜찮아. 하나도 기분 안 나빠! 위에서도 말했지만 오히려 기뻐. 당연히 무서웠지... 검은 집사를 처음 봤을 때도 느낌 때문에 순간 소름도 돋았고 큰 키 때문에 위축도 돼서 한참을 시선을 피하다가 말을 걸어오니까 쭈뼛대며 답했던 거고, 저택 주인과 대면했을 때도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에 단 둘이 있기도 싫었고 황급히 열쇠를 가지고 방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었어. 방 안에 들어가자 긴장이 풀려서 경계할 새도 없이 잠들었던 거고. 그때는 정신도 없고 무섭기도 했는데 지금은 쓰기만 하는 거니까 덤덤하게 보였을 것 같다. 말도 많이 더듬었어. 두려운 마음에 행동도 굼떴지... 군더더기까지 쓰면 가독성을 해칠까 봐 일부러 빼고 각색도 더해서 썼어.

95 이름없음 2021/01/24 03:18:58 ID : O60lcrfhxWp 
ㅂㄱㅇㅇ

96 이름없음 2021/01/24 14:08:19 ID : WnTTRvdzXzd 
보고있어!!!! 너무 재밌다,,,

97 이름없음 2021/01/24 14:19:01 ID : vhdO5U3O2k6 
ㅂㄱㅇㅇ!!!

98 이름없음 2021/01/25 01:35:52 ID : slA1zUZeJRB 
할머니댁은 갔다왔니? 아직안갔나

99 이름없음 2021/01/26 13:45:51 ID : ZcleLe5dO1d 
ㅂㄱㅇㅇ

100 이름없음 2021/01/26 17:51:32 ID : hwHxwsqoY9w 
헐 너무 재밌다 보고있어!!

101  이름없음 2021/01/27 02:39:24 ID : dzRCjdu5RAY 
>>98 코로나 때문에 쉽게 못 가는 상황이야. 잦아들고 갈 일 있다면 가서 사진 찍어서 올릴게.

102  이름없음 2021/01/27 02:40:35 ID : dzRCjdu5RAY 
공부가 너무 늦게 끝나서 피곤하다... 자고 일어나서 낮에 이어서 풀게.

103  이름없음 2021/01/27 14:17:08 ID : tunCnV84IK0 
나 왔어. 일어났을 때는 해가 뜨기 전이었는데, 난 이불 안에 들어가서 꽁꽁 싸매고 있었고 몸은 식은땀 범벅이었어. 어딘가 낯설어서 그랬나 봐. 잠들기 전 마지막으로 봤던 목제 테이블 위에는 빛바랜 종이가 여전히 있었고, 아까와는 달리 물이 반 조금 넘게 담겨 있는 유리잔 하나도 함께 있었어. 아마 검은 집사 아니면 누군가가 놓고 갔겠지만 꺼림칙해서 마시지는 않았고, 대신 빛바랜 종이 한 장을 집어서 읽었어. 내용은 전부 기억나진 않지만 생각나는 것만 써 둘게.

환영합니다. (어쩌고저쩌고 저택 소개)

ㆍ객실 열쇠는 타인에게 양도하지 말 것.
ㆍ의복이 필요한 경우 방 열쇠를 지참하여 프론트 종을 세 번 울리고 녹색 옷을 입은 직원에게 문의할 것.
ㆍ받은 의복에는 컴플레인을 걸지 말 것.
ㆍ해가 한 번 뜰 때 마다 테이블 위의 물을 반드시 전부 마실 것.
ㆍ객실이 옮겨질 경우 집사장(당시 나는 아마도 검은 집사로 추정했어.)의 안내에 따를 것.
ㆍ투숙객 사이의 교류 및 기타 행위는 자유. 단, 다른 객실에 피해가 가지 않게 할 것.
ㆍ해가 세 번 뜰 때 마다 소독을 진행하여 저택 내부에 소독약 냄새가 있을 수 있음.
ㆍ서쪽 첨탑에는 접근하지 말 것.

뒷면은 본채 안내도가 있었고, 앞면은 각종 뒤가 구린 조항들이 쭉 쓰여 있었는데 일단 물은 해가 뜨면 마시기로 하고 꼬질꼬질해진 몸부터 씻고 새 옷으로 갈아입기 위해서 카운터로 갔어. 옷부터 받아야 되니까.

104 이름없음 2021/01/27 14:49:00 ID : hwHxwsqoY9w 
보고있어!!

105  이름없음 2021/01/27 15:15:55 ID : tunCnV84IK0 
언급은 안 했지만 난 이상하게 지도가 있으면 잘 못 찾아가. 말로 설명해 주는 게 더 이해하기 편해. 그런데 나한테는 달랑 본채 안내도 한 장 뿐이니까 그거라도 열심히 보면서 시간이 좀 걸리긴 했어도 어찌어찌 찾아가긴 했어. 처음 왔을 때는 못 보고 지나쳤는데 프론트에는 종이 있었고, 종이에 적힌 대로 세 번 치고 나서 바로 앞에 서 있던 녹색 옷 직원에게 객실 열쇠를 보여주고는 물었지.

저기, 옷을 좀 받을 수 있을까요?
♧ 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하고 프론트 뒷편 벽에 있는 종과 이어진 줄 비슷한 걸 세 번 당겨서 이상한 말? 사람 말 같지 않은 말로 뭐라고 말하더니 끄덕끄덕 하고는 객실로 보내 뒀다고 다시 우리말로 말했어. 저렇게 말하는 걸 보고 나니까 또 이질감이 강하게 느껴져서 감사하다고 기어가는 목소리로 인사하고 거의 도망치듯이 계단을 올라갔어.

106 이름없음 2021/01/27 15:23:37 ID : Gq40k6Y61Bf 
ㅂㄱㅇㅇ!

107  이름없음 2021/01/27 15:24:24 ID : tunCnV84IK0 
진짜 사람이 아니구나, 여기 인간은 나 말고는 없는 건가 싶어서 정신없이 뛰어서 올라갔어. 9층인 줄 알고 복도로 뛰어서 객실 번호 확인도 안 하고 구멍에 열쇠부터 쑤셔넣었지만 안 돌아가는 걸 보고 ????? 뭐야 문 고장났나 싶어서 어떡하지 하고 번호를 보니까 1028호였고... 멍이나 때리고 있었는데 문이 철컥 열리더니 누군가 나왔어. 풍채 좋고 인자해 보이는 중년 여성이었는데 나오자마자 허리부터 90도로 숙이고 죄송하다고 방을 착각해서 큰 무례를 저질렀다고 사과부터 했지...

108 이름없음 2021/01/27 21:25:59 ID : hwHxwsqoY9w 
헐 재밌다ㅜㅜㅠㅠ 보고있어!

109  이름없음 2021/01/27 22:35:20 ID : dzRCjdu5RAY 
앞으로 이 여성을 아주머니라고 할게. 아주머니는 그저 웃으면서 괜찮다고 아직 어린 것 같으니까 그럴 수 있고, 빨리 샤워부터 하러 가라고 말해주고는 계단을 내려갔어. 예의바르게 살펴 가시라는 말도 하고 9층으로 내려와서 내가 지정받은 객실로 받은 옷을 확인하러 갔지. 신발도 벗지 않고 옷장 문부터 열어젖혔는데, 안에는 인형이 입을 것 같은 정말 예쁜 옷들이 가득 걸려 있었어. 하나같이 원피스 혹은 드레스 형태였고, 장갑에 머리 장신구, 속옷까지 빠짐없이 있는 거야. 난 씻어야 겠는데 갈아입을 옷은 이것들 말고는 없으니까 우선은 그나마 가장 무난해 보이는 까만 원피스 하나랑 속옷 한 세트를 꺼내들고 안내도에 그려진 대로 욕탕으로 향했어.

110  이름없음 2021/01/27 22:43:29 ID : dzRCjdu5RAY 
욕탕 입구에도 직원이 있었는데 열쇠를 맡아 두겠다길래 건네주니까 직원들이 소스라치게 놀라는 거야. 그래서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928호실에 투숙하시는 분은 저택 주인님께서 따로 마련해두신 곳으로 가시면 되니까 안내해드리겠다고 했어. 솔직히 완전히 내키지는 않았는데 따로 마련해둔 곳이라니까 오오 vip인가 하면서 좋다고 히죽히죽 따라갔지. 내가 검은 집사랑 올라왔을 때는 승강기가 있는 줄은 몰랐는데 직원 따라가니까 있더라. 문을 열어주면서 타라고 하길래 따라 타서 보니까 최신식은 당연히 아니었고 어떻게 움직이냐고 하니까 수동으로 움직인다더라.

111 이름없음 2021/01/27 22:46:53 ID : hwHxwsqoY9w 
ㅂㄱㅇㅇ 레주 그래도 침착하게 잘한당.. 나같으면 무서워서 아무것도 못하는데

112  이름없음 2021/01/27 23:09:06 ID : dzRCjdu5RAY 
>>111 호기심 많은 쫄보지만 투숙 초반에는 호기심이 더 컸어서 그렇게 돌아다녔던 것 같아. 일단 생활하면서 필수적인 저택 구조부터 파악하려고 노력했었어! 계속 지켜봐줘서 고마워:)

113 이름없음 2021/01/27 23:27:58 ID : hwHxwsqoY9w 
>>112 이야기가 너무 신기하고 재밌어서 계속 보게된당.. 틈날때 더 풀어줘!

114 이름없음 2021/01/27 23:42:10 ID : 9unu4Fdwk2p 
헐 이거 완전 재밌다ㅠㅠ

115 이름없음 2021/01/28 19:26:30 ID : eK46nVgnRAZ 
호텔 델루나 생각난다ㅠㅠㅠ넘 재밌어 기다리고있어!!

116 이름없음 2021/01/29 12:09:49 ID : E8qjfRxzO7d 
ㅂㄱㅇㅇ

117 이름없음 2021/01/29 16:34:45 ID : ryY7e1CoZii 
그래서 어떻게 됐어?? 궁금궁금

118  이름없음 2021/01/30 13:04:03 ID : dzRCjdu5RAY 
>>115 아쉽게도 만월언니는 없었어... 재밌게 봐주니까 좋다. 계속 쓸게.

119 이름없음 2021/01/30 13:11:22 ID : E8qjfRxzO7d 
보고이썽

120  이름없음 2021/01/30 13:21:39 ID : dzRCjdu5RAY 
승강기는 계속 올라갔는데 번호판이고 버튼이고 아무것도 없었어서 몇 층으로 가는지조차 몰랐어. 여기는 버튼이 없는데 어떻게 움직이냐니까 손님은 그저 편하게 즐기시면 된다며 앞으로 승강기 탑승 시에는 꼭 직원 하나랑 동승하라고 말해주더라. 서너 층 올라갈 시간보다는 더 걸렸어서 꽤 높은 층까지 올라갔던 것 같아.

121 이름없음 2021/01/30 13:22:01 ID : E8qjfRxzO7d 
웅웅

122  이름없음 2021/01/30 13:44:51 ID : dzRCjdu5RAY 
문이 열리고 펼쳐진 광경은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고급스러운 복도였는데 잔잔히 깔리는 음악에 기분 좋은 향도 은은하게 났어서 긴장이 조금씩 풀렸어. 앞장서서 내리는 직원을 따라 걸었는데 바닥도 푹신푹신하고 일반 객실하고는 차원이 다르더라... 둘러보니까 객실이 있는 층은 아닌 것 같았고 책을 읽거나 취미생활, 휴식을 즐기는 다용도 공간? 그런 곳 같았어. 꽤 오래 걸었는데 딱 봐도 눈에 띄는 문이 하나 있더라. 새하얀 바탕에 유리가 예쁘게 조각되어 있었고, 손잡이는 금색이었어. 도금인지 진짠지는 모르겠지만. 직원이 여기서 씻으시면 된다고 문을 열어주자 햇빛이 확 느껴지면서 중앙에는 셋이 들어가도 넉넉할 욕조가 있고 한쪽 벽면은 유리로 된 커다란 공간이 보였지.

123 이름없음 2021/01/30 13:45:53 ID : E8qjfRxzO7d 
오..VVIP~

124  이름없음 2021/01/30 13:47:00 ID : dzRCjdu5RAY 
>>123 그때는 특별대우인 줄 알았는데 지금 다시 겪으라고 하면 도망쳤을 거야...

125 이름없음 2021/01/30 13:47:31 ID : E8qjfRxzO7d 
뭔일인데 ㅠ

126  이름없음 2021/01/30 13:48:29 ID : dzRCjdu5RAY 
그건 지금 먼저 말하기는 너무 이르고, 천천히 밝힐게!

127 이름없음 2021/01/30 13:48:54 ID : E8qjfRxzO7d 
아주 잘 보고있어!!

128  이름없음 2021/01/30 13:56:47 ID : dzRCjdu5RAY 
알겠다고 하고 들어가서 한쪽 구석에 옷을 내려놓고, 씻으러 욕조로 가려는데 닫힌 문 바로 옆에 석판 하나가 눈에 띄길래 궁금해서 그쪽으로 먼저 갔어. 읽어보니까 세척 메뉴얼이라는 제목으로 안내가 있었는데, 사람이 씻는데 목욕이나 샤워도 아니고 세척이라고 쓴 걸 보고 소름이 쫙 돋았어. 게다가 용품은 제자리에, 사용 후 공간을 깨끗하게 할 것, 이런 것들이 아니라 정말로 '어떻게 세척하는지'를 써 둔 거야. 기분이 팍 더러워져서 무시하고 씻으려고 했는데 다른 안내사항은 예쁜 정자체 음각이었다면 절대 어기지 말라는 문구는 칼로 막 파낸 것처럼 투박하고 으스스하게 파여 있었지. 한 사람이 한 건 아닌 것 같았어. 글씨체가 어절별로 제각각이었거든.

129  이름없음 2021/01/30 14:05:50 ID : dzRCjdu5RAY 
사람 씻는 게 아니라 인형 씻기는 것 같아서 정말 찝찝했지만... 여기서는 또 괜히 쫄보 기질이 발동해서 얌전히 메뉴얼이 시키는 대로 씻었어. 물기는 완전히 제거하고 옷을 입히라는 말에 빡빡 닦고 머리까지 말리고 나서야 옷을 입었고... 나가기 전에 거울을 한 번 봤는데 씻기 전보다 피부가 맨질맨질해지고 하얘진 느낌? 전반적으로 더 좋아진 것 같았어. 당시 머리카락은 허리까지 오는 직모였는데 평소보다 윤기가 좔좔 흘렀지.

130  이름없음 2021/01/30 14:12:43 ID : dzRCjdu5RAY 
구리지만 비싼 건 뭔가 다르구나, 이 생각 이상으로는 미치지 못했어. 메뉴얼 내용이 구린 거 말고는 딱히 의심할 게 없었거든. 갈아입기 전 옷은 세탁해서 객실로 보내드리겠다며 직원이 건네받았고, 객실에 대해서 저택 주인님께서 착오가 있었다며 일단은 928호실을 그대로 사용하시고, 다음 해가 뜰 때 새 객실로 짐을 옮겨드리겠다고 말씀하셨다고 했어. 어디로 가실 거냐는 물음에 다시 객실로 가고 싶다고 했지. 테이블 위에 있던 물을 아직 안 마셔서 그것도 찝찝했거든.

131 이름없음 2021/01/30 14:22:02 ID : JSNyZirzfbA 
ㅂㄱㅇㅇ

132  이름없음 2021/01/30 14:23:11 ID : dzRCjdu5RAY 
객실로 돌아와서는 물컵부터 비우고, 슬슬 배가 고파져서 식당부터 찾았어. 돈도 없고 배짱도 없었지만 허기는 있었으니까! 치렁치렁한 옷에 굽 높은 구두까지 신고 또각거리면서 로비로 내려가 식당에 도착하자 카운터에 있던 직원이 반갑게 인사해주더라. 나도 꾸벅 인사하자 직원이 지정석이 따로 있으시니까 따라오시면 된다고 했어. 저택 주인님 말씀이시니 걱정 마시고 투숙하시는 동안 편히 즐겨 주시라면서.

133 이름없음 2021/01/30 15:14:41 ID : hwHxwsqoY9w 
ㅂㄱㅇㅇ!! 너무 재밋다ㅠㅠㅠ 레주 기다렸엉!!

134 이름없음 2021/01/30 15:15:17 ID : E8qjfRxzO7d 
진짜 이건 뜬다 ㅜㅠ

135  이름없음 2021/01/30 15:37:36 ID : dzRCjdu5RAY 
>>133 >>134 고마워... 뛰어난 필력은 아니지만 노력해서 써볼게...!

136  이름없음 2021/01/30 15:44:16 ID : dzRCjdu5RAY 
식당보다는 레스토랑이 어울리겠네. 대부분 오픈된 좌석에 앉거나, 일행이 있다면 패밀리 레스토랑같이 벽이 좀 높은 좌석에 앉아 오붓하게 있었는데 원하는 음식을 담아먹게끔 준비해둔 곳도 있었고, 단일 메뉴를 주문해서 먹는 존재도 있었어. 나는 새까만 벨벳 재질의 커튼을 걷어야 들어갈 수 있는 작은 공간으로 안내받았지. 원형 테이블을 중심으로 소파는 출입구쪽이 뚫린 도넛 모양이었어. 식기와 물은 이미 준비되어 있었고, 소파에 앉으니까 냅킨? 비슷한 천을 무릎에 덮어 주고는 식사를 내 올 테니 따로 필요하신 게 있다면 좌측의 종을 네 번 울려주시면 된다고 했어.

137 이름없음 2021/01/30 15:45:02 ID : xBeY62IFjs0 
ㅂㄱㅇㅇ!

138  이름없음 2021/01/30 15:52:00 ID : dzRCjdu5RAY 
그러고는 딱히 특별한 건 없었어. 평범한 고급 레스토랑이랑 별반 다를 건 없었거든. 참 신기했던 건 음식의 간이 내 입맛에 딱 맞았다는 것. 후식도 먹고 싶었던 게 나왔어. 다 먹고 나서 저택을 돌아보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냐고 물으니까 집사장님께 말씀드리면 된다는 거야. 일단 내 생각 속 집사장은 그 검은 집사였으니까 붙잡고 물어보자는 마음으로 레스토랑 직원에게 인사하고 문을 벌컥 열었지.

139 이름없음 2021/01/30 16:00:58 ID : ampQqZg7Arv 
ㅂㄱㅇㅇ!!!

140  이름없음 2021/01/30 16:04:14 ID : dzRCjdu5RAY 
그런데? 그 검은 집사가? 딱 눈 앞에 있었어. 진짜 크게 놀라서 헉 소리도 내면서 뒤로 나자빠지려고 하자 팔을 뻗어서 턱 막아 줬는데, 예의상 감사인사는 했지만 감사하고 자시고 그냥 불쾌하고 소름만 돋았어. 여전히 사람이 아닌 것 같은 눈으로 보고 있었으니까.

■ 괜찮으신지요.
아... 네... 감사합니다. 그러니까 팔 좀...
■ 죄송합니다. 넘어지실 것 같길래 그만.

난 다시 바로서서 옷을 정돈하고, 저택 안내가 받고 싶은데 집사장은 어디에 있냐고 물었지.

■ 유감스럽게도 저랍니다.
뭐 그러실 것까지야...
■ 그러신 것 치고는 절 너무 경계하시길래.
착각이에요.

사실 정곡을 찔려서 순간 화들짝 놀랄 뻔 했는데 이 존재 앞에서는 뭐든 숨겨야 될 것 같았어. 꿰뚫어보긴 했지만 그래도 드러내는 것보다야 나을 것 같았거든.

141 이름없음 2021/01/30 16:13:33 ID : ampQqZg7Arv 
보고있어

142  이름없음 2021/01/30 16:16:50 ID : dzRCjdu5RAY 
그래서 안내는 누구에게 받으면 되나요?
■ 원래는 발렛(Valet, 그때는 몰라서 어버버 넘겼는데 지금 찾아보니 남자 몸종이라는 의미래.)이 하지만.
...?
■ 이번에는 특별히 제가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굳이 그러시지 않아도...
■ 제가 하고 싶습니다.
...
■ 제가 해코지라도 할 것 같다는 눈빛이시군요.
아니, 그런 건 아닌데요...
■ 하하, 안심하시지요. 저는 당신을 해치지 않습니다. 오히려 돕고 싶습니다. 그러니 긴장 푸시기를.

뭐 저런 게 다 있어...? 싶어서 마음대로 하시라고 했어. 난 안 갈 거라면서. 지 할 말만 하다가 꼭 자기가 안내해주겠다며 오라는 게 불쾌했거든. 안 내킨다는데 굳이 데려가겠다는 게 싫었어. 자기 입으로 안 죽이겠다고도 했고, 사용인이 투숙객에게 해를 가할 리도 없고. 지금 보니 저 말을 어기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어서 꽤 위험한 결정이긴 했지만.

143  이름없음 2021/01/30 16:19:39 ID : dzRCjdu5RAY 
뒷 내용 스포가 될 수도 있어서 최대한 검은 집사에 대한 현재 감정은 배제하면서 쓰고 있는데 정 궁금한 레스주 있으면 말해줄게. 궁금하다면 말해주겠지만 안 듣는 편이 나을 것 같긴 해.

144 이름없음 2021/01/30 16:22:15 ID : ampQqZg7Arv 
스포면 안들을게!

145  이름없음 2021/01/30 16:23:30 ID : dzRCjdu5RAY 
이야기로 돌아와서... 그럼 편하실 때 언제든 도와드리겠다고 하더라. 어쨌든 난 그 상태로 냅다 뛰어서 내 객실로 갔어. 뒤에서 얼핏 들리는 소리로는 그냥 웃고 있었어. 어린 꼬맹이가 고집 부리는 거 가소롭게 보는 어른 같은 느낌으로... 악의보다는 짜식 귀엽네 하고 우위에서 말하는 느낌...

146 이름없음 2021/01/30 16:24:33 ID : ampQqZg7Arv 
으ㅇ아

147  이름없음 2021/01/30 16:31:45 ID : dzRCjdu5RAY 
의견 말해줘서 고마워. 들어가서는 객실 문을 꼭꼭 잠그고 침대로 돌진했어. 해가 아직도 밝게 뜬 걸 보니 취침까지는 많이 남은 것 같았고... 방을 옮긴다는 것을 시작으로 일어났던 일들을 생각하기로 했어. 내 방이 왜 옮겨질까, 왜 하필이면 50번일까, 저 집사는 왜 저러나, 앞으로 저택을 돌아보려면 안내가 필요할 텐데 어떡하지, 뭐 기타등등. 근데 갑자기 읽었던 종이 내용이 생각난 거야. 방을 옮길 때는 집사장의 안내에 따라야 한다고.

148 이름없음 2021/01/30 16:34:55 ID : ampQqZg7Arv 


149  이름없음 2021/01/30 16:37:59 ID : dzRCjdu5RAY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뭐 저리 나랑 저 집사를 엮나 싶어서 충동적으로 종이를 찢어 버렸는데 찢기가 무섭게 노크 소리가 들렸지. 뭔가 싶어서 문을 열었는데 아무도 없고, 대신 내가 찢었던 종이랑 똑같은 종이가 날아들어왔어.

150 이름없음 2021/01/30 16:39:21 ID : ampQqZg7Arv 
으아

151 이름없음 2021/01/30 16:42:48 ID : JSNyZirzfbA 
ㅂㄱㅇㅇ

152  이름없음 2021/01/30 16:44:37 ID : dzRCjdu5RAY 
소름이 쫙 돋아서 종이는 밖으로 치우고 문을 다시 닫아서 걸어잠궜는데 이번에는 창문으로 날아와서 붙어 있는 거야. 저것도 보기 싫어서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는데 이불 속에도 그 종이가 있길래 너무 놀라서 이불도 걷어차고 밖으로 뛰쳐나갔어. 긴 복도를 뛰어가다가 직원 하나랑 마주쳤는데 그 직원도 안내문을 잃어버리시면 어떡하냐면서 또 그 종이를 주더라.

153 이름없음 2021/01/30 16:47:51 ID : ampQqZg7Arv 
ㄷㄷ 그래서?

154  이름없음 2021/01/30 16:49:14 ID : dzRCjdu5RAY 
직원은 해맑게 웃으면서 친절하게 종이를 건넸는데 나는 덜덜 떨면서 받아들었어. 단순한 안내문 같은데 저 종이가 뭐 그리 대단한 거길래... 체념하고 곱게 접어서 손에 쥔 채로 위로 걸어서 올라갔어. 아까까지만 해도 검은 집사 때문에 틀어박혀 있고 싶었지만 이제는 객실에 들어가기 싫었거든. 검은 집사가 없으면 나 혼자라도 구경하면 된다는 생각이었지.

155 이름없음 2021/01/30 16:56:03 ID : 9gZjxUZfPdy 
너무 재밌다 ㅂㄱㅇㅇ

156 이름없음 2021/01/30 17:09:18 ID : JSNyZirzfbA 
ㅂㄱㅇㅇ

157 이름없음 2021/01/30 17:16:02 ID : ampQqZg7Arv 
ㅂㄱㅇㅇ

158 이름없음 2021/01/30 22:38:00 ID : E8qjfRxzO7d 
보고있얼

159 이름없음 2021/01/30 22:47:56 ID : JSNyZirzfbA 
ㅂㄱㅇㅇ

160  이름없음 2021/01/31 21:58:13 ID : dzRCjdu5RAY 
내가 향한 곳은 13층이었어. 객실은 12층까지만 있었고, 13층부터는 다른 방들이 있어서 그쪽으로 가장 먼저 갔지. 객실이 있는 층과 다른 느낌은 없었어. 청소하는 사용인 몇몇을 제외하면 아무도 없다는 점 말고는. 휘휘 둘러보고 직원만 출입 가능한 방을 제외하고는 다 쏘다녔던 것 같아. 물론 사용인 눈치도 보면서...

161  이름없음 2021/01/31 22:01:54 ID : dzRCjdu5RAY 
예닐곱 번째 방까지 둘러봐도 별로 특별한 건 없었어. 그냥 고풍스러운 느낌의 방들이었고, 딱히 무섭지도 않았고. 햇빛도 잘 들어와서 따뜻했어. 근데 여덟 번째 방부터 한기가 확 느껴지는 거야. 햇빛도 전혀 안 들어와서 어둡길래 불이라도 켜려고 램프를 찾았는데 불을 붙일 만한 것도 없고. 그래서 그런가 갑자기 쫄보 기질이 발동했는지 문은 안 닫고 열어둔 채로 문 고정하는 거? 그걸 걸어뒀어.

162 이름없음 2021/01/31 22:25:04 ID : ampQqZg7Arv 
헐 기다렸어!

163 이름없음 2021/01/31 22:35:54 ID : JSNyZirzfbA 
ㅂㄱㅇㅇ!!!

164  이름없음 2021/02/03 23:13:32 ID : dzRCjdu5RAY 
안에는 먼지 냄새가 짙게 났어. 재채기도 계속 나오고 눈물도 절로 흐를 정도로 심해서 소매로 코랑 입을 막고 걸어갔어. 복도 빛이 들어와서 그런가 희미하게 책장도 보였는데 하나같이 두꺼웠고 제목은 무슨 말인지 알아볼 수가 없었어. 한국어도 영어도 일본어도 아니었으니까. 어차피 봐야 되는 것도 아니라서 신경쓰지 않고 책장을 따라서 쭉 걸어가는데 갑자기 한기가 훅 끼치는 거야.

165  이름없음 2021/02/03 23:19:27 ID : dzRCjdu5RAY 
에어컨 빵빵하게 틀어놓은 방 문 열고 들어갔을때 차가운 공기가 나오듯이. 분명히 실내인데 바람이라도 부는 것처럼 공기의 흐름이 느껴졌어. 사실 이때 살짝 망설였는데 어둡고 서늘한 것 빼면 별로 이상한 것도 없었어서 여차하면 열어둔 문으로 달려나가면 된다는 마음으로 방 끝까지만 찍고 오기로 했지.

166 이름없음 2021/02/04 18:15:43 ID : E8qjfRxzO7d 
보고있어!

167 이름없음 2021/02/05 15:23:00 ID : ryY7e1CoZii 
레주야 진짜 너무너무 재밌어 ㅠㅠ 그 집사장이라는 놈은 뭐하는 놈인지 궁금하네 끝까지 꼭꼭 보고있을게!

168  이름없음 2021/02/07 14:52:49 ID : dzRCjdu5RAY 
안녕. 그간 심적으로 타격이 큰 일이 있어서 이어나가지 못했어. 하던 일 마저 끝내고 이어서 풀게.

169  이름없음 2021/02/07 14:58:42 ID : dzRCjdu5RAY 
감상이나 반응이나 쓰고 싶은 거 써 줘도 괜찮아. 오히려 환영이야!

170 이름없음 2021/02/07 15:22:25 ID : O4HBe3WmFdw 
우왕..

171 이름없음 2021/02/08 01:25:03 ID : 6Y9xWry1woL 
레주 기다리고 있었어ㅠㅜ

172 이름없음 2021/02/08 02:20:39 ID : CkpUZjs66je 
우와ㅠㅠ 레주 돌아오면 누가 나좀 불러주라ㅠㅠ너무 재밌는데?? 레주 삘리 돌아왔으면 좋겠다!! 꼭 불러줘!

173 이름없음 2021/02/08 02:27:39 ID : CkpUZjs66je 
>>169 엇 레주 근데 궁금한거 생겼어!! 그 종이는 못 가져온거야?? 그리고 시계는 없는데 시계탑은 어떻게 있는거야??? 갑자기 보다가 궁금해서..! 기분 나쁘다면 미안해ㅠㅠ!

174  이름없음 2021/02/11 01:05:47 ID : dzRCjdu5RAY 
>>173 스레주 왔어! 종이는 두고 나왔어야 해서 가져오지는 못했어. 시계탑에 대해서는 커다란 걸 멀리서 뭉뚱그려 봤어서 정확하지 않아. 그래서 내 기억 상으로 가장 가까운 형태인 시계로 썼어!

175  이름없음 2021/02/11 01:14:32 ID : dzRCjdu5RAY 
그런데 걸어도 걸어도 끝에 닿질 않았어. 돌아보면 분명히 열린 문으로 복도의 빛이 들어오고 있었는데 멀어지기만 할 뿐이지 절대 사라지지도 않고 근데 앞에는 끝도 없고 옆에는 여전히 책장이 있고 한기는 계속 느껴지고 걷다가 그걸 자각하니까 좀 아닌 것 같다 싶어서 뒤돌아 나오려고 했어.

176  이름없음 2021/02/11 01:25:48 ID : dzRCjdu5RAY 
분명 발치에는 아무것도 없었는데 갑자기 오른쪽 발목이 확 꺾이더니 그대로 책장 쪽으로 비스듬히 넘어졌어. 발목이 꽤 얼얼해서 몇 번 주무르고 다시 일어나서 나가려는데 다친 발목에 뭔가가 걸리는 거야. 차갑고 딱딱한? 그런 느낌이었는데 각지지는 않았어서 책은 아닌 것 같았어.

177  이름없음 2021/02/11 01:49:18 ID : dzRCjdu5RAY 
그래서 별 생각 없이 발 들어서 나가려는데 걸렸던 뭔가가 걸리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발목을 꽉 움켜쥐는 거야. 단순히 뭔가 걸렸을 때는 그냥 물건이겠거니 했는데 그게 갑자기 붙잡으니까 너무 놀라서 냅다 소리부터 질렀어. 발길질도 하고 몸부림도 치니까 얼마 안 가서 힘이 풀어지더라.

178  이름없음 2021/02/11 01:49:23 ID : dzRCjdu5RAY 
그런데

179 이름없음 2021/02/11 01:59:41 ID : mk8lwk08pcE 
>>176  다음은??

180  이름없음 2021/02/12 17:50:22 ID : HxBhvwlilu3 
명절이라 잠시 끊겼네. 지금 외할머니댁에 있어. 물론 사진도 찍었고. 중간에 사진 올려도 괜찮아?

181 이름없음 2021/02/12 17:53:49 ID : Rva1a63Qq1u 
>>180 의견이 분분 하겠지만 난 괜찮아!

182  이름없음 2021/02/12 22:54:19 ID : dzRCjdu5RAY 
이런 곳이야 오늘 가보니까 철문은 없었어이미지보기
이런 곳이야. 오늘 가보니까 철문은 없었어.

183 이름없음 2021/02/12 22:59:41 ID : Bf85RA1zRvc 
헉 ㅂㄱㅇㅇ!

184 이름없음 2021/02/15 21:58:04 ID : y3V89Ap84Nz 
>>182 할머니한테 저 벽속 계단이 언제부터 있었는지 
대충 저기에 대한거 물어봤어? 
아님 마을에서 좀 연세있으신 분들한테 
저기에 대해서 물어보면 무슨 미신같은 내용이나 흘러내려오는
전설 그런거 알 수 있지 않을까??

185  이름없음 2021/02/17 11:18:36 ID : dzRCjdu5RAY 
>>184 이미 전화로 여쭤보긴 했어. 저 벽속 계단 언제 생겼냐고 하니까 할머니께서도 그런 거는 어디다 쓰려고 물어보냐고 잘 모르신다고 하셨어. 저쪽 동네가 워낙 사람이 안 나가고 안 다니기도 해서 거기 사시는 분 찾기도 힘들고... 다음에 가게 된다면 꼭 여쭤볼게.

186  이름없음 2021/02/17 11:30:30 ID : dzRCjdu5RAY 
방금 어머니께도 여쭈고 왔어! 어머니 결혼 직전에 이사갔던 곳인데 그때도 있었다고 하셨어. 적어도 30년은 된 것 같고, 그 당시 그림은 없었고. 산을 깎아 만든 곳인데 다른 지역 개발한답시고 오랫동안 방치했던 곳이래. 그래서 건물도 시설도 다 오래된 곳이고.

187  이름없음 2021/02/17 11:39:38 ID : dzRCjdu5RAY 
>>178 이제 여기부터 이어서 쓸게.

188  이름없음 2021/02/17 11:50:18 ID : dzRCjdu5RAY 
발목을 쥐었던 건 손이었고 사람 팔이라고 하기에는 다 썩어서 문드러진 게 팔꿈치 아래부터 뜯어져나온 게 있더라. 그때 과장 안 하고 너무 놀라고 소름끼쳐서 공간이 다 울릴 정도로 미친듯이 소리지르면서 냅다 왔던 길로 다시 뛰어가는데

189  이름없음 2021/02/17 11:54:25 ID : dzRCjdu5RAY 
아무리 뛰어도 빛이 가까워지지 않았어. 뒤에서는 뭔가가 질척? 거리면서 쫓아오는 것 같았는데 차마 뒤는 돌아보지 못했어. 볼 겨를도 없고 봐봤자 더 무서울 것 같아서... 근데 문제는 뛰어도 방 출입구와의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다는 거야. 지금이야 침착하게 쓰지만 그때는 눈물 콧물 다 짜면서 소리지르고 뛰다가 넘어지고 난리가 났었어. 살면서 저렇게 뛴 건 처음이라 숨도 엄청 찼는데 멈췄다가는 잡혀서 끌려갈 것 같아서 잠깐씩 걸음이 느려질망정 멈추지는 못했어.

190 이름없음 2021/02/17 12:37:16 ID : nSE2nvhcE09 
➖ 삭제된 레스입니다

191  이름없음 2021/02/17 13:14:24 ID : tunCnV84IK0 
...? 위에 뭐야...?

192 이름없음 2021/02/17 13:17:47 ID : KY3vcq43U2G 
>>191 그냥 바로 신고박았오

193  이름없음 2021/02/17 13:18:56 ID : tunCnV84IK0 
>>192 그냥 관심 끄려는 것처럼 보이는데 신경 안 써도 되는 거겠지...?

194 이름없음 2021/02/17 13:19:41 ID : KY3vcq43U2G 
>>193 ㅇㅇ신경쓰지말고 신고까지 해주면 더 완벽

195  이름없음 2021/03/03 02:16:36 ID : dzRCjdu5RAY 
스레주야. 그간 일이 꽤 있어서 늦었어. 앞으로 시간 날 때 간간히 와서 쓸게.

196 이름없음 2021/03/03 10:11:31 ID : BvA3O1csoZf 
오랜만이야! 기대하고있을게

197 이름없음 2021/03/03 16:55:34 ID : s1a4GtthfdR 
담 이야기 너무 궁금해..

198 이름없음 2021/03/03 17:14:42 ID : O7hy0q2FfU7 
레주 언제와... 다음 얘기 너무 궁금해...

199  이름없음 2021/03/10 17:53:52 ID : dzRCjdu5RAY 
이어갈게.

그런데 갑자기 어딘가로 훅 이끌리는 듯했어. 누가 잡아채는 느낌? 그런 느낌과 동시에 뭔가에 얼굴이 부딪혔어. 물건은 아니고 사람 몸 같은 것에. 당연히 더 이상 뛰지는 못했는데 그때부터는 기억이 없어. 정신을 잃었던 것 같아.

200 이름없음 2021/03/10 21:04:43 ID : O7hy0q2FfU7 
>>199 ㅂㄱㅇㅇ!!

201 이름없음 2021/03/10 21:11:01 ID : ZcleLe5dO1d 
ㅂㄱㅇㅇ

202  이름없음 2021/03/10 22:54:11 ID : dzRCjdu5RAY 
눈 떴을 때는 처음 배정받았던 928호실이 아닌 다른 천장이었어. 벽지도 실크 비슷한 재질 같았고, 침대도 훨씬 따뜻하고 부드러웠고. 커다란 창문을 통해서 햇빛이 비쳤는데 고개를 돌려서 슥 둘러보니까 방도 훨씬 넓었어. 고급 카펫에, 탁자에, 벽난로까지 온갖 호화로운 건 다 모여 있었어서 나름 넓고 좋았던 처음 배정받은 객실이 초라해 보일 정도였어.

203  이름없음 2021/03/10 23:16:48 ID : dzRCjdu5RAY 
그리고 눈을 뜨기가 무섭게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어.

누구세요?
■ 저랍니다. 잠은 잘 주무셨나요?
...(이때 살짝 기분이 나빴어. 깨어나서 처음 마주친 게 검은 집사였어서.)
■ 하하, 너무 경계하지는 않으셔도 됩니다.
잘도 그러겠네요.
■ 그나저나, 잠시 문을 열어주시겠어요? 쓰러져 계신 동안 객실을 옮겨드렸는지라.
...죄송한데 혼자 있고 싶어서요.
■ ...

이러고 검은 집사는 한참을 가만히 있다가

■ 그럼 어쩔 수 없지요. 먼저 열어주실 때를 기다리겠습니다.

하더니 더 이상 말을 건네지는 않았어.

204 이름없음 2021/03/13 12:22:35 ID : 6Y9xWry1woL 
ㅂㄱㅇㅇ!!

205 이름없음 2021/03/13 16:48:24 ID : Hu2oFba3yGn 
ㅂㄱㅇㅇ

206  이름없음 2021/03/13 17:52:01 ID : dzRCjdu5RAY 
기다리겠다는 말에 그래봤자 얼마나 기다리겠나 싶어서 무시하고 탁자 위를 살폈어. 첫날 받았던 안내문에도 써있었듯 해가 한 번 뜰 때마다 물잔을 비워야 했으니까. 다행히도 안내문도, 물잔도 있었어. 일단 쭉 마시고, 한 숨 더 잤지. 어떻게 해서든 저 집사 만나는 게 무지하게 싫었거든!

207  이름없음 2021/03/14 10:03:14 ID : dzRCjdu5RAY 
그리고 눈을 떴을 때는 해가 이미 떨어져 있었어. 하늘이 깜깜해졌길래 이정도면 갔겠지 하고 생각했어. 식사도 거르고 잤으니까 배도 심하게 고팠지. 일단 밥이라도 먹으려고 네글리제? 같은 잠옷에 슬리퍼만 대충 신고 문을 열었어. 이 시각에 저녁 먹을 사람은 없을 것 같아서 옷차림은 신경 안 썼어.

208  이름없음 2021/03/14 10:15:35 ID : dzRCjdu5RAY 
그런데 문 앞에 떡하니 그 집사가 서 있는 거야. 희미하게 웃고 있었어. 허기고 자시고 기분이 팍 상해서 다시 문을 닫으려니까 그걸 턱 잡더니

■ 기다리느라 목 빠지는 줄 알았는데, 절 두고 다시 들어가실 건가요?
그렇다면요?
■ 너무 서운하겠죠.
제가 아쉬울 건 없잖아요?
■ 글쎄요. 그건 함께 가 봐야 알 일이죠.

이 능구렁이 같은 집사가 끝까지 안 놔주더라. 언변이 뛰어난 것 같았어. 뭔 말을 해도 한 마디를 안 져.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 함께 있기 싫어요.
■ ...이런, 방금 하신 말씀은 꽤 상처인 걸요.
...
■ 상처받은 불쌍한 저를 봐서라도요.
......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계속 거절하기도 힘들었고 정황을 보니 계속 기다렸던 것 같아서 할 수 없이 문을 열어줬어. 이게 시발점인 걸 모르고 집사가 저리 행동하니까 순순히 열어줬다니 참 바보같았네.

209  이름없음 2021/03/14 10:42:42 ID : dzRCjdu5RAY 
내 앞에 드러난 검은 집사는 어김없이 멀끔한 연미복 차림이었어. 새까만 머리는 허리 언저리까지 내려왔는데 붉은 리본으로 단정히 묶었고, 시뻘건 눈은 언제나처럼 날카롭게 뜨면서. 문을 열어주니까 희미하게가 아니라 빙긋 웃었어.

■ 하하. 이제야 열어주시는 건가요?
그쪽이 워낙 꺼림칙해서요.
■ 당신이 경계심 가득한 건 아니고요?
그럼 반갑다고 손이라도 잡아드릴까요?
■ 그러신다면야 기꺼이.
지금 그 뜻이 아니잖아요.
■ 원래 입 밖에 낸 말은 지켜야 하는 법이랍니다.
초면이나 다름없는 사람에게 잘도 그러시겠어요.
■ 초면이라니요. 또 상처받았습니다. 우리가 처음 본 사이는 아니잖아요? 흑흑. 오늘은 제게 상처만 주시는 군요.
... (저 새끼가 진짜...)
■ 오, 그렇다고 욕설은 쓰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제가 볼 수 있는 게 한둘이 아닌 지라. 알게모르게 상처받는 여린 집사라고요?
(...?) 전혀 그렇게 안 보이는데요.
■ 어쩜 이렇게 단호하실까요.

저택 내부를 걸으면서 뭐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는데 난 이런 대화를 할 게 아니라 집사가 부른 이유를 알아야 하잖아. 그래서 화제를 돌렸어.

이제 시시콜콜한 이야기 할 때는 지났지 않아요?
■ 당신이랑 있으니 불필요한 대화가 많아지는 기분이네요.
칭찬 맞아요?
■ 물론이죠.
그래서, 절 부른 이유가 무엇인가요?
■ 간단합니다. 저랑 대화만 나눠주시면 됩니다.

그러더니 집사가 갑자기 겉옷을 벗어서 어깨에 둘러 줬어. 이게 지금 뭐 하는 짓인지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보니까 덧붙였어.

■ 하지만 당신에게 이런 차림으로 나와도 된다고는 안 했답니다. 저는 경계하시면서, 다른 분들 시선은 경계하지 않으시나 봅니다. 그렇죠?
혼자 식사만 하고 들어가려고 했어요. 게다가 식사하러 나올 사람도 없을 텐데요.
■ 사용인이 없지는 않잖아요?
그게 문제라도 되나요?
■ 물론이죠.

하더니 집사가 천천히 내 쪽으로 걸어오다가 벽으로 세게 밀쳤어. 이게 미쳤나 싶어서 따지려는데 손목이 억세게 잡혀서 머리 위로 고정되더니 못 움직이게 만드는 거야.

210  이름없음 2021/03/14 11:08:23 ID : dzRCjdu5RAY 
집사는 천천히 얼굴을 가까이 하다가 귀에 대고 말했어.

■ 이런 사람도 있답니다. 지금은 제가 함께 있지만, 앞으로는 옷차림에 신경 써 주세요.

그리고 할 말이 끝나니까 손을 놓고 흐트러진 옷도 도로 정리해 줬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어안이 벙벙하니까 다시금 말을 걸어왔지.

■ 많이 놀라셨나요?
아예 아니라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 경각심을 일깨워드리려고 했습니다.
그걸 누가 모르겠어요?
■ 아시는 것 치고는 옷이 너무 얇으시길래.
그렇다고 해도 과하게 한 것 같지 않아요?
■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도 있지요.
한 마디를 안 지시네요.
■ 워낙 언변에는 욕심이 있는지라.

뭐... 이제 튈 기력도 없고 번거로울 것 같아서 집사가 걷는 대로 따라 걸어갔어.

211  이름없음 2021/03/14 18:19:41 ID : ldxu07hy47u 
지금 생각하면 조금 설렌다... 아닌가? 힘들어서 이러나?

212  이름없음 2021/03/14 22:24:03 ID : TUY7bDBz9g1 
요새 힘들고 바쁘다. 조금만 더 기다려줘.

213  이름없음 2021/03/14 22:42:47 ID : dzRCjdu5RAY 
그런데 어디로 가는 건가요?
■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정해놓고 가는 거 아니었어요?
■ 농담이었습니다. 당신만 좋으시다면 정원을 거닐어 볼까 합니다만.
...알아서 하세요.
■ 그나저나. 너무 딱딱하신 것 아닌가요? 조금은 풀어질 법도 한데 말이죠.
당신 같으면 풀어질 것 같아요?
■ 못할 거야 없죠.

대략 이런 대화를 하다보니 어느새 저택 정원에 도착해있었어. 아무리 그래도 한두 명쯤은 있을 것 같은데 아무도 없어서 한산하더라. 공기가 차가워서 절로 달달 떨었는데 집사는 또 이걸 어떻게 알아챘는지 눈을 내리깔고 보고 있었어.

왜 그렇게 봐요?
■ 추워 보이셔서요. 그렇지 않나요?
뭐... 아예 틀린 건 아닌데요.
■ 이럴 줄 알았으면 아예 다른 옷을 입고 오시라고 할 걸 그랬군요.
아뇨... 그럴 필요까지는 없었는데요.

하니까 갑자기 얼굴을 들이밀더니

■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이렇게 추운 날에, 이렇게 얇은 차림으로?
...글쎄요.

내가 대답하기가 무섭게 갑자기 시야가 훅 올라가더니 성큼성큼 걸어서 정원 깊숙히 있는 새장 모양 구조물 속 둥근 소파로 갔어. 앞에는 의외로 장작이 타고 있었지. 집사는 날 소파에 앉히더니 소파 위 담요를 가져다가 덮어 줬어. 자기는 한 뼘 정도 옆에 앉더라.

■ 어때요. 따뜻하죠?
...네. 그렇네요.
■ 이제 말씀드려도 될까요?
무엇을요?
■ 뭐, 여러가지요. 이제 13층은 가지 마시라는 말씀부터 드리고 싶군요.
알고 있었어요?
■ 이 저택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면 뭐든 알고 있답니다. 물론 새 객실로 손수 당신을 옮겨드린 것도 저지요.
아... 아, 네. 일단 그건 감사합니다.
■ 천만에요. 당연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제 옷은 왜 갈아입혀져 있어요?
■ 먼지 묻은 옷을 계속 입고계실 수는 없는 노릇인지라.
그게 아니라요. 누가 갈아입혔냐고요.
■ ...아. 그걸 물으신 건가요?

하고 잠시 뜸을 들이다가 방긋 웃으면서

■ 객실 담당 사용인이겠지요.
...정말이에요?
■ 그럼요. 물론이죠.
...
■ 자, 자. 옷 이야기는 그만. 당신에게는 하고픈 말이 꽤 많답니다.
하고픈 말이라면요?
■ 제가 당신을 기다렸다는 사실이지요.

이 무슨... 신박하고 참신한 개소리인가 싶어서 대놓고 썩은 표정으로 쳐다보니까 눈은 텅 비었는데 장작불 때문에 더 빨개진 채 상처받은 얼굴로 보더라.

■ 터무니없다고 생각하시죠? 당연합니다. 저 같아도 그랬을 거니까요.

214 이름없음 2021/03/14 23:09:13 ID : woIK2Fbcq7u 
>>212 ㅜㅜㅜㅜ 그치.. 나도 개설렘ㅁ

215  이름없음 2021/03/14 23:14:34 ID : dzRCjdu5RAY 
>>214 ㅎㅎ 기력이 허해서 그런가... 지금 딱 저 행동만 두고 보면 나름 그런 것 같기도 하네! 봐줘서 고마워:)

216  이름없음 2021/03/14 23:18:30 ID : lwk05PeMkoH 
사실 구린 행동만 아니면 안 미워했을 텐데...( ͡° ͜ʖ ͡°)

217  이름없음 2021/03/14 23:19:31 ID : lwk05PeMkoH 
이 레스는 실수로 썼다. 미안.

218 이름없음 2021/03/14 23:20:40 ID : woIK2Fbcq7u 
>>216 ㅋㄹㄹㅋㄹㅋㄹㅋㄹ표정 진짜 음흉해보인다 =͟͟͞개=͟͟͞웃=͟͟͞겨

219  이름없음 2021/03/14 23:23:38 ID : dzRCjdu5RAY 
뭐 어쩌겠어. 내가 미워하는 건 본인 업보지 뭐!

220 이름없음 2021/03/14 23:24:31 ID : woIK2Fbcq7u 
혹쉬 집사랑 그 대저택 주인?? 닮은 연예인 있어??ㅎㅎㅎㅎ

221  이름없음 2021/03/14 23:48:54 ID : dzRCjdu5RAY 
>>220 음... 내가 연예인은 잘 모르긴 한데 혹시 여기 외부링크 첨부해도 되는 거야...?

222 이름없음 2021/03/15 13:42:26 ID : beGk2q1vdu6 
>>221 당근

223 이름없음 2021/03/16 15:59:01 ID : ryY7e1CoZii 
>>221 호달달달 보고 싶어서 현기증나요...

224  이름없음 2021/03/17 01:14:45 ID : dzRCjdu5RAY 
>>220 >>222 >>223 음... 이미지 사이트 뒤져도 딱 생각나는 거 찾기가 힘드네... 정말로 닮은 연예인도 없는 것 같아... 미안해ㅠㅠㅠ 열심히 묘사해볼테니까 상상력에 맡길게!

225 이름없음 2021/03/17 01:21:00 ID : mk8lwk08pcE 
레주레주 그 집사는 잘생겼어??? 어뜨케생겼어??? 내 머리속은 지금 잘생긴 밝은색 머리에 한손으론 주전자를 받치고있는 키는 179정도의 저음도아닌 조금 높은 저음의 존잘남이 보여

226  이름없음 2021/03/17 01:27:05 ID : dzRCjdu5RAY 
저를 왜 기다려요...?
■ 당신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 있어서입니다. 저도, 주인님께서도요. 당신이 아니라면 이룰 수 없습니다.
그렇게 대단한 일을 제가 한다고요...?
■ 물론이죠. 하실 수 있습니다.
어... 뭐길래 그러시나요?
■ 아직은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때가 되면, 당신이 꼭 필요할 때가 다가오면 말씀드리지요.

집사가 웃으면서 담요를 여며주는데 계속 방긋방긋 웃고 있었어. 뭐 저리 좋은가 싶어서 계속 썩은 얼굴로 보니까 갑자기 고개를 들어서 빤히 바라보는 거야.

■ 얼굴, 계속 찌푸리실 건가요?
남이사.
■ 저는 웃는 쪽이 좋습니다만.
그래서요?
■ 이왕 계시는 거, 동행인에게 기쁨을 안겨주는 편이 낫지 않을까 해서 말입니다.
...

정말... 이상한 사람이구나 하면서도 저렇게까지 하길래 웃겨서 피식 웃었어.

■ 그래요. 그렇게요. 얼마나 보기 좋습니까.
딱히 당신 보라고 웃은 건 아니...
■ 목적이야 어찌됐건 웃으셨잖아요?
아... 예... 마음대로 생각하세요...

227  이름없음 2021/03/17 01:40:28 ID : dzRCjdu5RAY 
>>225 고양이상에 허리까지 오는 새까만 머리랑 피같은 적색 눈동자야! 내가 160 중반쯤인데 약 세 뼘 차이나니까 계산해보면 2m가 넘네... 목소리는 저음도 중저음도 아니고 적당히 낮고 듣기 좋은 목소리? 연상되는 목소리도 모르겠다 생각하려고 하면 더 생각이 안 나ㅠㅠㅠㅠㅠ

228 이름없음 2021/03/17 01:42:18 ID : mk8lwk08pcE 
>>227 ㅇ...옹..ㅜㅜ.....

229  이름없음 2021/03/17 01:43:22 ID : dzRCjdu5RAY 
>>228 내가 상상을 깨버렸나...!? 미안해 레스주ㅠ.ㅠ 그래도 봐줘서 고마워!

230 이름없음 2021/03/17 01:50:56 ID : mk8lwk08pcE 
>>229 아냥!! 잘보고있다귱

231  이름없음 2021/03/17 01:52:42 ID : Mo3O5XwE9s9 
잘 보고 있다니... 기쁘다. 항상 고마워.

232 이름없음 2021/03/17 10:02:18 ID : FfXwLanyMkk 
초반부터 쭉 봐왔는데 오랜만에 와서 레주 필력에 힐링 하고 간다 ㅜㅜ 뒷 이야기 노모 궁금한것 !...! 썰 풀어줘서 고마워 !

233  이름없음 2021/03/17 10:13:28 ID : dzRCjdu5RAY 
>>232 필력에 힐링이라니... 부끄럽지만 좋다 봐줘서 정말 고마워!!

234  이름없음 2021/03/17 10:39:25 ID : dzRCjdu5RAY 
나는 계속 집사 얼굴 보고있기가 좀 그래서 불만 봤는데 집사는 계속 날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어. 시선이 부담스러워서 말했지.

...왜 자꾸 봐요.
■ 아, 뭔가 신경쓰이는 게 있어서 말이죠.
...?
■ 발칙하고, 예의없는 친구가 한둘이 아니라서요. 이 저택을 관리하는 입장으로 매우 성가시군요.
그게 뭐길래...

순간 집사가 내 어꺠너머로 손을 뻗었는데 무언가가 뚫리는? 탁한 소리가 나다가 쓰러지는 소리도 났어. 당황해서 뒤를 돌아보려는데 집사는 웃으면서 뻗지 않은 손으로 우리가 비밀이라고 할 때 처럼 검지를 세워서 입술에 갖다대는 거야.

■ 쉿.
...
■ 한 번만, 아니다. 어쩌면 앞으로 수 없이 눈감아주시겠어요? 부탁드리겠습니다.
......

집사가 손을 빼니까 역한 냄새랑 피비린내가 섞여서 진동을 했어. 내가 아무 말도 못 하고 덜덜 떨다가 어쩔 줄 몰라 하니까 집사는 입가에 댔던 손을 떼서 눈을 가려주고는 말했어.

■ 자, 셋만 세어 주시겠어요?
...

일단 순순히 셌어. 뭐 어쩌겠어... 할 수 있는 게 없는데. 마음 속으로 셌는데 셋 하자마자 집사가 손을 치웠는데 아무것도 없었단 듯이 아까처럼 웃으면서 날 보고 있었어.

235  이름없음 2021/03/17 10:45:30 ID : dzRCjdu5RAY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 방해꾼 처리였습니다.
방해꾼이요...?
■ 예. 방해꾼이요. 당신이 제멋대로 돌아다녔을 때 발목을 잡았던 그 친구 곁으로 보내 주었답니다.

그때 난 분명 혼자 있었는데 저렇게 말하는 걸 보니까 저택 안의 상황이면 뭐든 안다는 말이 거짓말은 아니었겠다고 새삼 느꼈지. 집사는 이어서 말했어.

■ 그리고...
...?
■ 죄송합니다. 많이 놀라셨지요. 갑자기 달려드는 탓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 ...
■ 들어가시겠어요? 더 계셨다간 더 위험해지실 것 같아서.
아... 네. 들어갈게요 그럼.
■ 좋습니다. 가서 못다 한 일과를 마쳐 보죠. 아직 식사도 안 하셨잖아요?

236 이름없음 2021/03/17 20:15:47 ID : 6Y9xWry1woL 
엉엉ㅜㅜㅜㅡㅡㅜㅜ 어떡해 집사 나만 설레냐..?

237 이름없음 2021/03/17 22:39:09 ID : 62Fa008knA0 
와 뒷이야기 완전 궁금해ㅜㅜ 잘 보구잇엉

238  이름없음 2021/03/17 22:52:16 ID : dzRCjdu5RAY 
그렇게 검은 집사와 함께 레스토랑으로 향했어. 이곳에서 시간의 개념은 없지만 내가 보기에는 한밤중이라 객실에서 쉬는 투숙객이 대부분인지라 내부는 직원 말고는 아무도 없었어. 사람이 없는데 굳이 계속 문을 열고 있을 이유가 없는데도 직원들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고, 집사는 날 데리고 가장 상석으로 향했어. 누가 봐도 가장 호화로워 보이는 테이블로 가더니 의자를 빼주면서 말했지.

■ 여기 앉으시겠습니까.
?????
■ 왜 그러시나요?
제가 이런 데 앉아도 돼요...? 다른 자리도 괜찮은데...
■ 제 권한이니 상관없습니다. 극진히 대접하라는 주인님의 말씀이십니다. 물론, 제가 원해서도 맞지만요. 자, 어서.

우리 레더들은 설레지만... 난 집사가 너무 수상했어. 왜 생판 남인 나한테 이렇게까지 잘 해주는지도 모르겠고 받기만 하기에는 찝찝했지. 기분은 좋은데 뒤가 구려. 내가 뭐라고 극진히 대접하라는 건지... 의심스러웠지만 일단 난 배가 고팠으니까! 순순히 앉았어. 집사는 내 맞은편에 앉았는데 테이블이 큰 듯 크지 않아서 서로 접시를 건네주는 정도는 가능했던 것 같아.

239  이름없음 2021/03/17 23:08:09 ID : dzRCjdu5RAY 
자리에 앉자마자 직원들이 음식을 내왔는데, 내가 앉은 테이블이야 사람이 있으니까 당연하지만 이상한 건 직원들은 사람이 없는 테이블에도 음식을 내려놓았어. 그뿐만이 아니라 맛있게 드시라는 인사까지 하는 거야. 얼빠진 얼굴로 보고 있으니까 직원들에게 가장 깍듯한 인사를 받은 집사가 다시 말을 걸어왔어.

■ 저들은 아마 당신 눈에 안 보일 겁니다.
저들이요?
■ 이 저택의 투숙객분들께서 모두 잠드시면 식사를 즐기러 오는 이들입니다. 보통은 서로의 눈에 보입니다만, 식사할 때 비위는 지켜야 하지 않겠어요?
비위라고 할 것 까지야... 그나저나 어떤 존재길래...
■ 자, 자. 수프가 식겠군요. 어서 드시지요.

눈에 안 보이지만 식사는 하는 존재들에 대해 물어보니까 갑자기 시선이 나에게 꽂히는 느낌이 들면서 오싹해졌어. 그걸 눈치챘는지 집사는 웃고는 있었지만 급하게 말을 끊는 것 같았어. 수프야 간도, 온도도 딱 내게 맞춰져 있었고 맛도 있어서 한두 번 먹다 보니까 금방 비웠고. 먹는 도중에 흘끔흘끔 집사를 봤는데 정말 우아하게 먹고 있더라. 난 배고파서 싹싹 비웠는데 스푼 하나 드는데도 저러더라.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집사야...

240  이름없음 2021/03/17 23:13:49 ID : dzRCjdu5RAY 
뒤이어 호화로운 요리가 연달아 나왔는데, 집사는 자기 앞에 놓인 음식들을 먹기 좋게 자르고 있었어. 나한테 주려나 했는데 그냥 자기 앞에 두더라... 내 앞에도 같은 요리가 나왔는데 포크랑 나이프를 여러 개 주니까 뭘 써야 될 지 모르겠어서 아무거나 집어서 스테이크부터 잘라봤지. 그런데 제대로 안 썰리길래 힘 줘서 톱질이라도 하듯이 잘랐는데 그래도 안 썰리니까 슬슬 화가 나는 거야.

241 이름없음 2021/03/18 10:17:12 ID : rs9vClu1dyI 
역시 끊는 거 드라마 급.,, 너무 재밌다 요즘 레주 글 올라오기만 기다리는 중이야 ,,

242  이름없음 2021/03/18 12:29:31 ID : dzRCjdu5RAY 
>>241 고마워...! 기다리고 있다니 한참 남았지만 열심히 풀어볼게!

243  이름없음 2021/03/18 12:34:35 ID : dzRCjdu5RAY 
그래서 조금 신경질적으로 칼질을 했던 것 같아. 날붙이랑 자기 접시가 서로 긁고 긁히면서 내는 듣기 싫은 소리가 나길래 아차 싶어서 바로 멈추긴 했어. 했는데... 아까 느꼈던 수 많은 시선이 다시 느껴졌어. 당황해서 다시 집사를 보니까 시선을 살살 피하면서 의미심장하게 곤란한? 미소를 짓고 있었어. 무슨 일이길래... 고기 좀 세게 자른 게 그렇게 잘못인가... 하는 순간

244  이름없음 2021/03/18 12:48:19 ID : dzRCjdu5RAY 
아까까지만 해도 눈에 안 보였던 집사가 언급한 그 존재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어. 통상적인 사람의 형체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문제는 중간중간 섞인 사람이 아닌 것 같은 것들이었어. 지독한 악취는 기본이요 얼굴이 반쯤 녹아서 음식을 먹는 건지 다 흘려서 버리는 건지 분간이 안 될 정도였던 존재도 있었고, 일본의 그 목 긴 요괴? 비슷한 여자는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긴 목을 늘려 가면서 레스토랑 내부를 샅샅이 훑어보는 등등... 눈이 없는 존재조차도 시선을 이쪽으로 보내는 게 느껴질 정도였지. 텍스트로 쓰면 별 거 없이 무시하고 먹을 수 있을 것 같겠지만 봤던 것보다 순화해서 쓴 거고, 당시에는 얼마 먹지도 않았는데 구역질이 나서 참을 수가 없었어. 그리고 곳곳에서 쑥덕이는 소리도 들렸어.

맛있겠다... 살아있는 거... 생고기... 저거 먹고 싶다... 구구절절 뭐가 많아서 다 기억이 안 난다.

뭐 대략 이런 섬뜩한 말들이었어. 아까까지만 해도 분명 소고기로 보였는데 저 말을 듣고 나서는 소고기처럼 안 보이더라고...? 눈 앞의 정체모를 고기, 내게로 꽂히는 시선, 이상한 말들... 자르던 고기도 팽개치고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니까 어느샌가 집사가 바로 옆으로 와서 다시 눌러앉혔어.

■ 식사는 끝까지 하셔야지요. 이미 들켰으니 눈에 띄는 행동은 자제해주세요.
아니 저기요... 지금 편하게 먹을 상황이에요...?
■ 드셔야 합니다. 그래야 의심받지 않아요.
...

정말 토할 것 같았어. 저 자식은 왜 또 저러는지 차라리 아까처럼 데리고 나가주지 뭘 먹으라 마라인지... 내가 싫다고 질색해도 집사는 아랑곳 않고 아까 미리 잘라둔 자기 몫의 접시를 가져오더니 한 입 크기의 고기를 포크로 찍어 입가에 가져다댔어.

245  이름없음 2021/03/18 13:00:40 ID : dzRCjdu5RAY 
그리고 숙여서는 귓속말을 걸어왔어.

■ 먹는 척만 하세요. 절대로 삼키시면 안 됩니다. 한 입만 드시고 나면 객실까지 바래다드리겠습니다.
......

에라 모르겠다... 눈까지 질끈 감고 주는 대로 한 입 받아먹었어. 

■ 잘하셨습니다.

서너 번 씹는 척만 하니까 집사는 그제서야 부드럽게 웃으면서 접시와 포크를 내려놓고 레스토랑 밖까지 물 흐르듯 날 데리고 나갔어. 곧장 엘리베이터로 향했지.

■ 직원 문제는 걱정 마시지요. 제가 있으니까요.

나는 입에 고기를 물고 있으니까 말을 못 해서 고개만 끄덕였어. 집사는 몇 층인지도 모를 곳까지 가더니 내 객실까지 친절하게 안내해 줬고. 나는 뭐라고 말을 하고 싶었는데 고기 조각 때문에 음음 읍읍 이정도만 하니까 집사가 뭔가 잊어버렸었다는 얼굴로 말했어.

■ 아차, 고기가 있었죠. 이걸 어찌한담. 지금 입 밖에 내면 다들 귀신같이 냄새를 맡고 올 텐데 말이죠. 흐음, 이걸 당신에게 드시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그렇죠? 당신도 사람 고기는 먹고 싶지 않잖아요.

246 이름없음 2021/03/18 14:44:28 ID : atteE02ts3w 
사람고기 .,,,, ,, ㅂㄱㅇㅇ !

247  이름없음 2021/03/19 00:49:28 ID : Y5VfdQoNy0n 
으아 잠시 왔어... 힘들다...

248  이름없음 2021/03/19 22:54:23 ID : cmoGoGk9AmG 
미안해 체력 될 때 올게...

249 이름없음 2021/03/21 12:13:01 ID : phvyNy0skoI 
다음 궁금해.. 얼른와 ㅠㅠ

250 이름없음 2021/03/21 14:52:40 ID : 3U5gpglA3Qp 
아니 재밌는 소설인가보다 하면 되는 것을 과몰입하는 게 이해가 안 돼

251 이름없음 2021/03/21 23:43:23 ID : Y8mL9inSHCm 
ㄹㅇ 궁금하당 ㅠㅠ

252 이름없음 2021/03/21 23:57:29 ID : mk8lwk08pcE 
그래서????

253 이름없음 2021/03/22 00:12:55 ID : vDzbwpWlBcH 
과제해야하는데 넘 재밌어서 다 읽어버렸어 ㅜㅜ 레주 빨리 와서 뒷편 써조!!

254  이름없음 2021/03/22 00:42:54 ID : ii4IFa67wHu 
기다리게 해서 정말 미안해...! 시간이 안 나서... 자꾸 이래서 지어낸 이야기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믿어주면 고마울 것 같아.

255 이름없음 2021/03/22 08:48:34 ID : 62Fa008knA0 
헐 궁금해 ㅜㅜ

256  이름없음 2021/03/23 21:57:20 ID : dzRCjdu5RAY 
음... 집사가 슬슬 다가오는데 나는 솔직히 싫어서 억지로 씹었거든. 내가 아는 소고기 맛이랑 좀 다른? 특이한 맛이었는데 맛있다까지는 아니고 역했어 토할 것 같았는데 저 집사랑 닿는 것보다야 나을 것 같아서 어거지로 씹어삼켰어. 그러니까 집사가 진짜 의외라는 얼굴로 놀라는 거야.

■ 세상에... 진짜 드신 건가요?
그쪽이 몹쓸 짓 할 것 같아서요.
■ 오히려 도움인 것을요?
동의가 없으면 범죄예요. 그걸 모르는 사람은 아닌 줄 알았는데?
■ 하하... 이런, 제가 그렇게 보였나요?
그럼 뭔데요?
■ ...
?
■ 아무것도 아닙니다. 모쪼록 편히 쉬시길.
퍽이나요.

그러고는 검은 집사는 얌전히 나가서 방문을 닫았어. 나도 피곤해서 그대로 잠들었지.

257 이름없음 2021/03/24 10:51:51 ID : WmNzbzU6lxD 
레주 왔었구나 요즘 많이 바쁜가 ? 오늘도 잘 보고가 !.

258  이름없음 2021/03/25 22:24:27 ID : dzRCjdu5RAY 
...? 스레주 왔는데 갤러리 정리하다가 이때쯤으로 추정되는 때에 찍은 사진이 있어... 뭐지 한밤에 이런 데를 가서 찍을 수 있을 리가 없는데

259 이름없음 2021/03/25 22:34:03 ID : h9inSLe0k2k 
우와!! 올려줄 수 있어??

260 이름없음 2021/03/26 11:08:55 ID : hvyNy3Xtiqj 
>>258 헉 뭔데 ?. 궁금히다

261 이름없음 2021/03/27 11:34:01 ID : Y8mL9inSHCm 
언제 올라올꺼야ㅠㅠ 나 너무 궁금해ㅠㅠㅠㅠ

262  이름없음 2021/03/27 11:54:29 ID : dzRCjdu5RAY 
이런 사진인데 뭘까 이거 이런 곳이 있었나이미지보기
이런...? 사진인데 뭘까 이거 이런 곳이 있었나

263 이름없음 2021/03/27 15:54:21 ID : Y8mL9inSHCm 
와 소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264 이름없음 2021/03/27 20:59:01 ID : 2txPbhe7urd 
>>262 뭐야??? 레스주가 직접 찍은거야..?

265  이름없음 2021/03/27 21:05:54 ID : dzRCjdu5RAY 
>>264 모르겠어... 날짜가 대충 맞아 떨어진다는 것 말고는 기억나는 게 없어. 애초에 저 하늘은 밤이 아닌데 대체 왜 있는 걸까...

266 이름없음 2021/03/30 20:46:40 ID : Y8mL9inSHCm 
레스주 언제와 ㅠㅠㅠ

267 이름없음 2021/04/04 03:08:54 ID : vDs5RBgpamo 
ㄱㅅ

268 이름없음 2021/04/04 14:15:06 ID : QnBbvdvdxvi 
레스주... 언제 와 ㅠㅠ 오늘 봐서 정주행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끊길 줄은 몰랐네 빨리 듣고 싶다 저 사진은 또 뭐야... 너무 소름 돋는다

269 이름없음 2021/04/04 23:50:34 ID : mk8lwk08pcE 
.이미지보기
.

270 이름없음 2021/04/05 05:24:56 ID : a5WpbBdU1wq 
소름..

271 이름없음 2021/04/07 13:31:10 ID : yLfbu03u65c 
레주 언제 와 ??? 너무 궁금하다 ㅠㅠㅠ 요즘 바쁜가?

272 이름없음 2021/04/07 18:28:18 ID : pPfTWqqi5Va 
뭐야ㅜㅜ 이거 엄청재밌다... 레주 필력 엄청 좋다!! 장편소설 보는기분이야 두근두근

273 이름없음 2021/04/07 18:50:39 ID : h81dDxTTUZc 
와 완전 신기해

274 이름없음 2021/04/07 22:00:44 ID : zVhwMmE63Qr 
레주 올까봐 매일 들어와보는 중인데 뒷얘기 진짜 궁금하다...!!

275  이름없음 2021/04/07 23:20:14 ID : dzRCjdu5RAY 
레주왔다... 고등학생이라 바쁘네 오늘 공부하고 시간 되면 이어서 풀게!

276 이름없음 2021/04/07 23:46:04 ID : h81dDxTTUZc 
레주한테는 실례일 수도 있는데 나도 한번 그런 곳 가보고 싶다

277 이름없음 2021/04/08 10:12:10 ID : MmIK0nvjAjc 
>>275 천천히 와 얼마든 기다릴게 ! 레주 고3이구나 ., 나도 마찬가지라서 슬프다 ㅜㅜ 화이팅하자 !.

278 이름없음 2021/04/08 18:52:08 ID : 6o7upTO1g0t 
사진 되게 세계 대전쯤에 영국이나 유럽쪽에서 찍힌느낌이다 약간 빛바랜 사진 느낌 가장 비슷한 느낌의 사진 찾아서 올려봥 재질은 약간 나무판자 같은데 약간 뭐라그래야 하지 펜션느낌이미지보기
사진 되게 세계 대전쯤에 영국이나 유럽쪽에서 찍힌느낌이다 약간 빛바랜 사진 느낌 가장 비슷한 느낌의 사진 찾아서 올려봥 재질은 약간 나무판자 같은데 약간 뭐라그래야 하지 펜션느낌이미지보기
사진 되게 세계2차 대전쯤에 영국이나 유럽쪽에서 찍힌느낌이다.
약간 빛바랜 사진 느낌? 가장 비슷한 느낌의 사진 찾아서 올려봥

재질은 약간 나무판자 집 같은데.. 음 약간  뭐라그래야 하지??? 펜션느낌? 약간 그런 느낌도 돈다

279 이름없음 2021/04/18 21:59:33 ID : BwIFa004FjB 
레주 안오는 것 같아서 스탑달고 갱신할게

280 이름없음 2021/05/03 23:49:51 ID : hwHxwsqoY9w 
레주 어디갔어ㅠㅠㅠ 뒷이야기 너무 궁금하다..ㅠㅠㅠ

281  이름없음 2021/05/04 15:45:44 ID : dzRCjdu5RAY 
오늘 시험 끝났어! 체력 회복하고 나서 천천히 풀게~

282 이름없음 2021/05/04 17:20:07 ID : Y8mL9inSHCm 
웅!!!!

283 이름없음 2021/05/06 22:37:11 ID : 63QtzdPh9ba 
와 레주 필력 뭐야 이걸로 책이나 영화 나오면 재밌겠다

284 이름없음 2021/06/06 17:17:35 ID : zXxPa3BdXBv 
오늘 다 읽어봤는데 흥미진진하다 레주가 빨리 풀어줬으면

285  이름없음 2021/06/10 03:46:26 ID : dzRCjdu5RAY 
스레주 왔어. 요즘 수험생활이 힘들어서... 자주 못 오네.

286  이름없음 2021/06/10 03:46:47 ID : dzRCjdu5RAY 
기다려줘서 고마워

287 이름없음 2021/06/10 10:20:10 ID : mk8lwk08pcE 
>>286 레주 두둥

288 이름없음 2021/06/11 11:30:12 ID : zO3A1Ci1coH 
나였으면 검정 집사한테 빠져서 집사한테 의지하면서 쫄래 쫄래 다니다가 벌써 황천길 갔을수도..

289 이름없음 2021/06/24 14:48:32 ID : Zbikrak3DAi 
어디갔어 ㅠㅠ

290 이름없음 2021/06/25 13:00:17 ID : TTRzPa008o3 
ㅠㅠㅠ

291 이름없음 2021/07/27 20:35:42 ID : O7hy0q2FfU7 
언제와ㅠㅠㅠ

292 이름없음 2021/08/10 22:04:50 ID : QpU6rBze0nw 
엄 뭐지 레더가 쓴 것 같이 쓴 레스에 별이 붙어있네....

293 이름없음 2021/08/10 22:18:47 ID : mk8lwk08pcE 
>>292 주작인거지..>>254 이것도 별붙어있네

294 이름없음 2021/08/10 22:20:38 ID : pfcE8mIGoMp 


295 이름없음 2021/08/10 23:21:11 ID : nwlg59dvcqY 
>>89 ㅋㅋㅋㅋㅋㅋㅋ
와 수정 겁나 열심히 했네ㅋㅋㅋㅋㅋㅋ

296 이름없음 2021/08/10 23:42:20 ID : qY5Wry5f82o 
ㅠㅠㅠ 언젠ㅇ와아악 귱금한데

297  이름없음 2021/08/11 01:04:01 ID : dzRCjdu5RAY 
스레주 왔어. 어떻게 받아들이고 생각하든 관여하지는 않을게. 다만 너무 늦게 돌아와서 이어가기 조금 그런데...(...)

298 이름없음 2021/08/11 01:04:33 ID : pfcE8mIGoMp 
ㅋㅋㅋㅋㅋㅋㅋ귀엽다

299 이름없음 2021/08/11 01:04:39 ID : 0k02slu5Qsq 
>>297 소설 연재해줘. 제발. 제발.제발.....걍 연재해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주작이고 머고 다 필요없어 레주의 필력이 너무좋아..

300 이름없음 2021/08/11 01:17:09 ID : qY5Wry5f82o 
>>297 ㅠㅠㅠㅠㅠㅠㅠ 안대액 젭알더 써줄라 응..? 안댈가..? 눈물찔찔

301 이름없음 2021/08/11 01:19:38 ID : 9gZjxUZfPdy 
>>297 레주야 나도 수험생인데 나의 낙을 돌려줘

302  이름없음 2021/08/11 01:27:13 ID : dzRCjdu5RAY 
보고 있는 사람 있다면 계속 이어서 써도 괜찮을까...?

303 이름없음 2021/08/11 01:27:31 ID : woMi2r9inU1 
레주 돌아왔구나... 기다렸동ㅠㅠ 얼른 풀어주라 풀어조!

304 이름없음 2021/08/11 01:27:46 ID : woMi2r9inU1 
빨리와 레쥬우우우

305 이름없음 2021/08/11 01:30:37 ID : 9gZjxUZfPdy 
>>302 레주야 믿는다 살앙해 이어쓸때까지 숨참음

306  이름없음 2021/08/11 01:51:31 ID : dzRCjdu5RAY 
>>305 고마워... 한 명이라도 계속 봐줘서 기쁘다. 그럼 계속 써볼게.

307 이름없음 2021/08/11 01:56:14 ID : 0k02slu5Qsq 
>>306 웅 계속 써줘 너무좋아..

308 이름없음 2021/08/11 01:59:33 ID : qY5Wry5f82o 
응 진짜 너무 조와 나 방금 설레서 심장 뜌ㅣ엇잔아 이게 바로 사랑인가해ㅛ다 진심

309  이름없음 2021/08/11 02:06:29 ID : dzRCjdu5RAY 
눈을 떴을 때는 해가 뜬 것 치고는 살짝 어두웠어. 긴장해서 그런가 잠을 더 못 잤던 것 같아. 어슴푸레한 햇빛이 커튼 사이로 들어왔고, 탁자 위에는 당연히 물이 담긴 잔이 있었어. 평소 영양제 먹으라는 말은 잘도 잊어버렸는데 여기서는 무서워서 그런가 꼬박꼬박 물잔을 비웠지... 먹은 건 고기 한 조각이었으니 당연히 배가 고프다못해 아팠고 해도 떴으니 이상한 건 안 주겠지 생각하며 비싸 보이는 슬리퍼를 직직 끌고 배를 채우러 내려갔어.

310  이름없음 2021/08/11 02:10:43 ID : dzRCjdu5RAY 
그 레스토랑...은 당연히 지나쳤어. 험한 걸 보고 다시 들어갈 용기가 안 나더라. 그래서 대신 그 옆의 카페...? 비슷하게 꾸며둔 곳으로 들어갔어. 다행히도 일찍부터 영업을 하는 것 같았고, 안에 듬성듬성 있는 손님들에게도 레스토랑에서 봤던 것들에게서 느껴지는 느낌도 없었고. 대충 커피에 빵 몇 개 먹으면서 버텨도 되지 않을까 하면서 들어갔고, 특이하게도 내가 원하는 자리에 앉을 수 있는 게 아니었는지 직원은 내게 자리를 안내해줬어.

311  이름없음 2021/08/11 02:16:35 ID : dzRCjdu5RAY 
테이블에는 내가 시키지도 않은 것들이 잘 차려져 있었는데, 갓 만든 건지 김이 모락모락 났어. 진짜... 거짓말 안 하고 시럽 비슷한 게 조명을 받아서 빛이 자르르 흐르는 게 너무 맛있어 보여서 자리에 앉자마자 저절로 손이 포크로 가더라. 사진으로도 이렇게 먹음직스럽게 만든 디저트는 본 적 없었어. 게다가 하나같이 내가 좋아하는 것들 뿐이었고. 이것도 그 집사 입김이 들어간 건가 싶었지만 뭐 어때. 거의 쫄쫄 굶었던 나는 그런 걸 생각할 여유가 없었으니까!

312  이름없음 2021/08/11 02:20:14 ID : dzRCjdu5RAY 
그러고 나서... 걸신 들린 것 마냥 먹었던 것 같아. 옷이야 고급스럽게 입었다만 배고픈 사람에게 품위랑 체면이 어딨겠어. 좋게 말하면 복스럽게, 나쁘게 말하면 정신 못 차리고 먹었지... 내가 오른손잡이라 잔을 왼쪽에 뒀는지, 아니면 그냥 그렇게 놓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왼쪽에 있던 커피를 수시로 계속 마셨는데 직원이 따로 리필을 안 하러 와도 잔 속의 커피는 줄어들지 않았어. 그때는 정신이 없어서 눈치를 못 챘는데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그랬네.

313  이름없음 2021/08/11 02:39:43 ID : dzRCjdu5RAY 
슬슬 배가 차는 느낌이 드니까 먹던 디저트도 끝이 보였고, 진정하고 나서 몇 모금 마셔보니 커피도 줄어들었어. 한결 편해진 몸을 쿠션이 있는 목제 의자 등받이에 비스듬히 기댔다가 눈이 스르르 감겼는데, 기억이 안 나는 거로 봐서는 아마 잠시 졸았던 것 같아. 손님이 많지는 않았어서 딱히 깨우지는 않은 것 같고. 빈 접시가 가득했던 테이블 위는 어느새 깨끗하게 치워져 있었어. 딱 하나 새로운 게 있다면 내 앞에 놓인 쿠키 봉지 정도. 봉지의 바닥을 시작으로 블랙 코코아? 그런 종류인 건지 새까만 쿠키부터 색이 그라데이션이라도 되듯 위로 갈수록 색이 밝아지는 하얀 쿠키까지 예쁘게 포장되어 있었는데, 중간 정도에 쿠키가 하나 빠지기라도 했는지 색이 살짝 끊기는 느낌이었어.

314 이름없음 2021/08/11 10:26:08 ID : tbcleGljvzW 
ㅂㄱㅇㅇ

315 이름없음 2021/08/11 10:29:54 ID : 0k02slu5Qsq 
ㅂㄱㅇㅇ

316  이름없음 2021/08/11 11:46:03 ID : dzRCjdu5RAY 
솔직히 수상하잖아? 덥석 집어먹기도 그렇고 가져가기도 그렇고. 그래서 그냥 두고 나왔어. 배도 부르겠다 쿠키에는 큰 관심이 없었기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척척 걸어 나가는데 누가 손을 붙잡더라.

317 이름없음 2021/08/11 11:49:42 ID : qY5Wry5f82o 
헐 동접 ㅂㄱㅇㅇ!! 재믹다

318  이름없음 2021/08/11 12:10:23 ID : dzRCjdu5RAY 
익숙한 장갑의 느낌에 직감했지. 아 그 집사구나. 할 일 많은 위치던데 이렇게 날 따라다녀도 되는 건가 싶어서 뒤는 돌아보지 않고 말했어.

손은 왜 잡으신 거예요?
■ 놓고 가신 게 있어서요.
가져온 게 없는데요.
■ 가져온 것만 가져가라는 법은 없잖아요? 자, 여기 쿠키.

하면서 뒤로 가까이 오더니 아까 그 쿠키 봉지를 손수 쥐여주곤 고개를 숙이고는

■ 잠은 잘 주무셨어요? 드신 게 얼마 없어 얼마나 걱정했던지요.
...우리가 그렇게 긴밀한 사이는 아닌 것 같은데요.
■ 아아, 상처받았어요. 저는 나름 친해졌다고 생각했는데.
......
예... 잘 잤어요...
■ 잘 주무신 것 치고는 굉장히 일찍 오셨네요.
...?? 그럼 왜 물어본 거예요?
■ 정말 걱정이 되어서요. 살아있는 존재는 잠을 안 자면 몸이 아프다고 하던데.
뭐... 좀 덜 잤다고 죽지는 않잖아요.
■ 대신 제가 걱정하겠지요. 투숙객을 살피는 것도 제 일이니까요.

하고는 방긋방긋 웃으면서 양 어깨에 손을 턱 올리더니

■ 자, 자. 이제 세척하실 시간이랍니다. 본인을 소중하게 다뤄야지요.

라고 말했는데 그놈의 세척이라는 단어가 거슬리더라! 사람한테 씻는다도 아니고 세척한다래... 여기 정서는 뭔가 다른가 싶어 넘기긴 했지만 그래도 찝찝한 느낌은 지우기 쉽지 않았어.

319 이름없음 2021/08/11 13:17:21 ID : qY5Wry5f82o 
헐 모지 왜 자꾸 세척이라 그럼;

320 이름없음 2021/08/11 15:58:50 ID : jy3TVaoE01j 
너 누구야?

321 이름없음 2021/08/11 15:59:02 ID : jy3TVaoE01j 
나 몰래 언제 내 집에 왔다 갔어?

322 이름없음 2021/08/11 15:59:14 ID : jy3TVaoE01j 
너 누구야?

323 이름없음 2021/08/11 15:59:28 ID : jy3TVaoE01j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너 누구야?

324 이름없음 2021/08/11 16:00:29 ID : pfcE8mIGoMp 
>>323 뭐하냐

325 이름없음 2021/08/11 16:06:22 ID : 9gZjxUZfPdy 
>>324 쫄았었는데 걍 관종 맞겠지?

326 이름없음 2021/08/11 16:11:19 ID : pfcE8mIGoMp 
>>325 당연히 관종ㅋㅋ 어지간히 할 거 없었나보다 저거 복붙하느라 힘들었을듯

327  이름없음 2021/08/11 16:13:01 ID : dzRCjdu5RAY 
>>323 ...? 너야말로 누구야...

328  이름없음 2021/08/11 16:14:36 ID : dzRCjdu5RAY 
>>324 >>325 그냥 관심 받고 싶은 거 맞겠지...?

329 이름없음 2021/08/11 16:19:27 ID : pfcE8mIGoMp 
>>328 당연
야 그래도 덕분에 재밌다

330 이름없음 2021/08/11 16:27:42 ID : 9gZjxUZfPdy 
>>328 >>326 나 걍 쫄보인듯 내가봐도 관종 맞는 거 같다

331  이름없음 2021/08/12 01:33:33 ID : dzRCjdu5RAY 
>>329 >>330 정말 그랬으면 좋겠네. 괜히 찝찝해졌지만... 그래도 이어가긴 할게.

난 대충 대답하고 엘리베이터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는데, 이상하게 그 집사도 따라왔어. 뭐 길이 겹칠 수도 있겠지만 엘리베이터까지 같이 탔고, 버튼이 없으니 어디로 향하는지도 몰랐어서 괜히 물었다가 머쓱해질까봐 잠자코 모르는 척 했지. 그런데 이 집사가 보통 집사가 아니잖아. 또 생글생글 웃으면서 말을 붙여왔어.

■ 보아하니 제 목적지가 궁금하신 모양인데.
...? 제가 왜요...?
■ 아까부터 제게 관심이 많아 보이셔서요. 안 그러신가요?
......
■ 별 거 아닙니다. 세척 후 나오실 때까지 기다리려고요. 이번에는 따로 하실 일이 있어서.
따로 할 일이요?
■ 그건 끝나고 말씀드리지요.

하더니 어느샌가 저번에 씻었던 공간이 있던 층으로 도착했는지 그 집사가 먼저 내리라고 했어. 나는 고분고분 내렸고 쏜살같이 씻으러 들어갔지.

332  이름없음 2021/08/12 02:00:35 ID : dzRCjdu5RAY 
집사가 언제 쫓아왔는지 문 너머에서 편안한 시간 되시라고 하는 목소리가 들려왔어. 난 대충 끄덕거리면서 문 옆의 세척 메뉴얼을 다시 봤는데 지난번과는 달라진 부분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인 거야. 워낙 길기도 하고 예전 일이라 정확히는 생각나지 않지만 추가되었다고 느낀 것들 중 어렴풋이 기억나는 것 몇 개만 써볼게.

-안구는 절대 분리하지 않은 채 흐르는 물로 세척합니다.
-입술에 흠집이 났을 경우에는 욕조의 동쪽 위에서 세 번째 선반의 빨간색 향유를 세 방울 적신 흰 천으로 문지릅니다. 다른 곳에 흠집이 났다면 옆의 보라색 향유를 세 방울 적신 검은 천을 사용합니다.
-빠진 머리카락은 절대 내려보내지 마시고, (욕조라는 단어가 있었는데 정확히 어디인지는 생각이 안 나. 미안해.)에 모아 두시면 직원이 수거합니다. 간혹가다 수거되지 않은 머리카락이 있다면 다음 해가 뜰 때 세척을 진행하시기 바랍니다. 만약 세척 도중이라면 즉시 중지하고 바로 옷을 입힙니다.

분명히 물기를 전부 제거하고 옷을 입히라고 했는데 저 조항을 보니 마음에 걸리기 시작했어. 머리카락을 발견했는데 이미 씻고 있는 중이라면 어떻게 못 하는 상황인 거잖아.

333  이름없음 2021/08/12 02:15:08 ID : dzRCjdu5RAY 
그래서 보험 차원으로 욕조와 그 주변을 샅샅이 뒤져봤어. 수거 안 된 머리카락이 있는데 그걸 못 보고 씻으면 큰일이라도 날 것 같았으니까. 일단 내가 봤을 때는 머리카락 같은 건 없었지만... 역시 찝찝하잖아? 그래서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결국 문 밖의 집사를 불렀지.

...저기요.
■ 저를 부르셨나요?

먼저 부르는 게 익숙하지는 않아서 모기만한 소리로 웅얼거렸는데 어떻게 들었는지 바로 대답이 들려오더라. 내가 무엇을 목적으로 부른 건지도 알았는지 알아서 먼저 말해줬어.

■ 아, 혹시 머리카락의 수거 여부가 궁금하신 거라면 이미 제가 확인을 마쳤으니 개의치 않으셔도 된답니다. 마음 놓고 편하게 세척하세요.

역시 세척이란 단어는 지금 써도 적응이 안 되네.

334  이름없음 2021/08/12 02:19:32 ID : dzRCjdu5RAY 
도움을 받긴 받았으니까 어쨌든 인사는 해야겠지? 또 웅얼거린 거긴 하지만 그래도 감사하다고는 하고, 메뉴얼대로 씻기 시작했어. 머리카락 빠진 건 메뉴얼에 쓰인 곳에 잘 놓아뒀고, 이번에도 별 일은 없었으니 이 부분은 말을 줄일게.

335 이름없음 2021/08/12 08:54:57 ID : Qrhzgi3A2Lf 
ㅂㄱㅇㅇ!!

336 이름없음 2021/08/12 11:14:05 ID : 9gZjxUZfPdy 
헐 ㅂㄱㅇㅇ

337 이름없음 2021/08/12 15:23:04 ID : oFhaoGoFh80 
ㅂㄱㅇㅇ!

338 이름없음 2021/12/02 22:49:22 ID : nu3xDz82rhB 
ㅂㄱㅇㅇ 스레주 어디갔오ㅜ

339 이름없음 2021/12/03 00:37:09 ID : wKZdwlhdQtx 
ㅂㄱㅇㅇ 스레주 기다릴게!! 고3이라는 말을 얼핏 봤는데 합격기원해

340 이름없음 2021/12/03 09:41:06 ID : rbzWlyJQrcE 
ㅂㄱㅇㅇ 기다릴게

341  이름없음 2021/12/03 11:42:47 ID : dzRCjdu5RAY 
레주... 왔다. 난 이제 자유다! 이것저것 한 게 많아서 들어오는 걸 깜빡했다. 미안해. 노트북 창 정리하다가 기억나서 이제야 접속했어.

>>335 >>336 >>337 >>338 >>339 >>340 기다려줘서 고마워. 될 때마다 계속 들어와서 풀어볼게.

342 이름없음 2021/12/03 13:13:57 ID : Qrhzgi3A2Lf 
>>341 레주!!!!!!!!!!!!!!!!!!!!!!!!!!!!!!!!!!!!!!!기다리고 잇옷다ㅠㅠㅠ

343 이름없음 2021/12/03 14:05:14 ID : HDxTTU0oK7w 
ㅂㄱㅇㅇ!!

344  이름없음 2021/12/03 17:10:55 ID : dzRCjdu5RAY 
>>342 8월에도 봐주고 있었구나.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이제 다시 시작할게. >>343도 고마워. 다행히 입시가 고돼도 용케 당시 일을 안 잊어버렸네.

다 씻고 나니까 옷이 없었는데 집사가 따라간 만큼 갈아입을 옷은 어느새 정갈하게 있었어. 이번에는 연한 노란색 옷이었는데 워낙 치마를 자주 안 입는데다 잡장식이 많아서 이번 옷은 유난히 입고 다니기 불편했고... 그래서 다 갈아입고 문을 열자마자 집사에게 따져물었지.

저기요. 아까는 감사했는데 이건 뭐예요. 유치원생이나 입을 법한 옷이잖아요.
■ 제 눈에는 잘 어울리기만 하는 걸요? 무엇보다도 한 옷만 입는 인형은 매력이 없으니까, 이렇게 옷 갈아입기 놀이도 해 줘야지요. ...아. 물론 당신이 매력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거... 신경 안 쓰니까 굳이 그런 말 덧붙이실 필요 없어요. 그건 둘째치고 사람에게 예의없이 인형이 뭐예요?
■ 인형처럼 고우시니까요?
아오 썅...
■ 흑흑, 당신은 예쁜 입으로 왜 그러실까요. 곱다고 해드렸잖아요!
(대충 짜증 좀 냈던 것 같아. 뭐라고 했는지 기억은 안 나.)

■ 그래도 할 일은 하셔야 합니다. 그건 당신도 잘 아시겠지요?
아 예... 하기 싫어도 별 수 있겠어요...
■ 후후. 하실 의지가 충만하다는 뜻으로 알겠습니다.
......
마음대로 생각하세요...

저 저 마이페이스. 내가 쌍욕을 박아도 한결같더라. 화술이라면 한 수 배우고 싶을 정도로.

345  이름없음 2021/12/03 17:41:41 ID : dzRCjdu5RAY 
집사는 오랫동안 날 이끌었는데, 꽤 오래 걷다가 커다란 문 앞에 도착했어. 금속으로 된 테두리랑 창살이 화려한 무늬로 장식되어 있었는데 그 너머에는 실내 정원? 비슷한 풍경이었어. 가운데에는 정말 예쁘게 생긴 분수도 있었고, 장미 향기도 은은하게 감돌았어.

여기서 뭘 해야 하는 거예요?
■ 간단합니다. 잠시 차만 한 잔 마셔 주세요.
혼자서 마시면 되는 거죠? 안내 감사했습니다.
■ 왜 저를 제외하시는 건가요? 당연히 같이 마실 거랍니다.

죽상 오만상 다 지으면서 쳐다보니까 천연덕스럽게 웃으면서 문을 열고 고개를 살짝 숙이더라.

■ 들어오세요.
...
■ 어서요.
......아 예.

나는 마지못해 들어갔고, 내가 들어가자 조심스럽게 문을 닫고 집사가 따라 들어왔어.

■ 오, 저를 기다리신 건가요?
딱히 그런 건 아닌데요...
■ 아무렴 어때요. 그럼 자리로 가볼까요?

집사는 자연스럽게 장갑 낀 손을 내밀었는데, 그냥 무시했어. 온실이 넓어봤자 얼마나 넓겠어? 난 당연히 혼자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

346  이름없음 2021/12/03 17:45:47 ID : dzRCjdu5RAY 
여기서 잠깐만. 혹시 인증코드나 이름 따로 다는 게 보기 편할까? 별이 거슬려서 끄고 있었는데 어느 쪽이 괜찮아?

347 이름없음 2021/12/03 17:46:44 ID : BhvxCo0q7wH 
>>346 그냥 별표시 키면 간단할 거 같은데? 스레주한테도 그게 편할거고

348  이름없음 2021/12/03 18:32:05 ID : dzRCjdu5RAY 
>>347 이렇게 하는 거 맞지? 제대로 보여?

349 이름없음 2021/12/03 18:49:38 ID : Y8mL9inSHCm 
웅웅ㅇ

350  이름없음 2021/12/03 21:03:47 ID : dzRCjdu5RAY 
>>349 고마워.

하지만 나의 크나큰 오산이었다! 이 공간 안에서 내 의지대로 움직이는 건 내 몸뚱이 뿐이었고... 초록색 식물이 벽처럼 길게 이어져 있었는데 가도 가도 같은 풍경만 있었어. 아까 봤을 때는 이렇게 까지 넓은 곳은 아니었는데 공간에 끝이 사라진 듯 계속 길이 있었고, 어딘가에 도착할 수는 없었어. 자신만만하게 외쳤다가 보기좋게 길을 잃었고... 같이 있었던 집사는 또 부르고 싶지는 않았어서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로 결심했어.

그런데 어떻게 되었겠어? 당연히 못 나왔지. 앞으로 가도 뒤로 가도 같은 풍경의 같은 길이었어. 천장을 봐도 유리 돔만 있을 뿐 이렇다 할 지표도 없었고. 13층에서 있었던 일처럼 무언가가 쫓아와 붙잡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겠지. 뭐... 그런데 지금은 햇빛도 있고, 같은 공간 안에 집사가 있다는 게 확실하니까. 온갖 시도는 다 해봤어. 식물을 뜯어도 봤는데 오히려 내 손이 긁혔어. 자세히 보지는 않았는데 아마 줄기에 가시가 있어서 그런 거겠지. 전보다 빠른 속도로 달려도 보고 바닥도 두드려 보고... 어쨌든 난리를 쳤는데 결과는 다 실패였어.

351  이름없음 2021/12/03 21:17:55 ID : dzRCjdu5RAY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내 난리를 보다못한 집사 목소리가 허공에 울려퍼졌어.

■ 정원은 다 둘러보셨나요?
예... 뭐...
■ 혹시 길을 잃지는 않으셨고요?
......
■ 뒤를 보시겠어요?

다들 예상했겠지? 뒤를 보니까 그 집사가 멀끔히 서서 날 보고 있었어. 저 요망한 집사...

■ 따라오세요. 차가 식겠습니다.
차가 식든 말든 제 알 바 없는데요...
■ 곧 드실 건데도요?
가주되 함께 마시겠다고 한 적도 없는데요...?
■ 제 얼굴을 봐서라도요.
댁 얼굴 봐서 뭣에 쓰라고...
■ 그럼 정원을 더 둘러보실 건가요?
아뇨 그건 좀...
■ 그럼 함께 마시는 겁니다?
...

지 혼자 신이 난 집사는 따라오라는 듯 손짓하고 좁은 보폭으로 걸어가기 시작했어. 처음 저택에 왔을 때는 젖은 운동화 소리랑 구두 소리였는데 이제는 구두 소리가 둘이네. 나 혼자 걸어갔을 때는 아무런 꽃도 없이 초록색 풀만 무성했는데 집사랑 함께 가니까 벽에 하나둘씩 붉은 장미가 보였어. 뭔데 이거. 사람 차별하는 것도 아니고...

■ 단독적으로 행동하신 소감은 어떠십니까?
그닥 좋지는 않네요.
■ 그로부터 드신 생각은요?
글쎄요...?
■ 앞으로 혼자 다니지 말고, 저와 동행한다.
...왜 남의 생각을 멋대로 말해요?
■ 안 그러신가요?
...
■ 긍정으로 알게요.

대략... 대화는 이랬어. 오래는 안 걸었고, 얼마 안 가서 대리석? 같은 돌로 된 흰색 테이블과 의자 두 개가 있었어. 도착해서 내가 손을 뻗기도 전에 집사가 의자를 하나 슥 빼주더라.

352 이름없음 2021/12/04 12:43:41 ID : wKZdwlhdQtx 
ㅂㄱㅇㅇ 집사랑 레주 넘 귀엽다ㅜㅜ

353 이름없음 2021/12/06 01:47:31 ID : oHA6mLcK1B8 
ㅂㄱㅇㅇ

354 이름없음 2021/12/06 13:53:00 ID : BdVhta2tBy1 
ㅂㄱㅇㅇ

355 이름없음 2021/12/06 18:49:49 ID : E1fRzU6nPdz 
계속 써줘...

356 이름없음 2021/12/06 23:00:17 ID : ii60k9wMmMq 
헐 넘 재밌당ㅜ 기다릴게

357 이름없음 2021/12/17 17:23:40 ID : 9uk2lfQldwp 
스탑하고 글남겨. 이야기가 너무 흥미진진하다. 썰 들려줘서 정말 고마워
기다리구 잇을게! ㅎㅎ

358  이름없음 2021/12/23 22:28:57 ID : dzRCjdu5RAY 
읽어줘서 고마워. 이제 2년 전 일이 되어버렸네... 오늘 할일 끝나면 이어서 쓰러 올게.

359 이름없음 2021/12/24 00:05:03 ID : oHA6mLcK1B8 
ㅂㄱㅇㅇ!

360 이름없음 2021/12/24 12:03:00 ID : g7zdO5Xs5TS 
헐 진짜 재밌다 ㅂㄱㅇㅇ!!

361 이름없음 2021/12/24 13:26:59 ID : BxSK5gnWi5V 
ㅂㄱㅇㅇ ! 완전 판타지 소설 읽는것 같아 대박 재밌어 !!

362  이름없음 2021/12/24 22:22:54 ID : dzRCjdu5RAY 
나 왔어. 드디어 크리스마스네. 좋은 크리스마스, 좋은 연말 보내. 곧 시작할게.

363  이름없음 2021/12/24 22:51:20 ID : dzRCjdu5RAY 
이... 진절머리나게 친절한 집사는 방실방실 웃으면서 차를 따라주고, 각설탕까지 꼼꼼하게 넣어줬어. 물론 내가 얼마나 넣는 걸 좋아하는지 말 안 했는데도 귀신같이 정확했지. 자로 잰 것 같은 모습이었는데... 모르겠다. 환심 사려고 저런 게 아니었을까.

그렇게 잘 만든 차 한잔을 받아들고 계속 먹고 마시기만 했어. 짜증나게 맛있었다... 지금 내가 끓인다면 죽어도 못 따라갈 맛이었어. 고작 찻잎 우린 물주제에... 같이 나온 디저트도 맛있었어. 사실 차 마시고 뭘 했는지 기억이 확실하게 안 나서 이 부분은 더 말 못 하겠다.

364  이름없음 2021/12/24 23:14:44 ID : dzRCjdu5RAY 
이제 4일차 시작이네. 이야기가 길었어서 일주일은 보낸 것 같지만 아직 나흘째야. 뭐... 별 일은 없었고 물잔 비우고 세척하고 지난번에 마주쳤던 아주머니를 또 봐서 식사하면서 이야기 좀 나누고? 그런데 열흘쯤 되고 슬슬 적응하기 시작할 법할 때 이상한 게 하나 보였어.

365 이름없음 2021/12/25 00:23:32 ID : g7zdO5Xs5TS 
헉 레주 왔다 ㅂㄱㅇㅇ!!

366 이름없음 2021/12/27 00:05:43 ID : k4E9wLe6qqq 
ㅂㄱㅇㅇ

367 이름없음 2021/12/27 22:01:00 ID : jxSMi01dvju 
젠장 집사놈 나만 설레? 그래도 내가 스레주 상황이었으면 끝없는 의심의 연속이었을듯... 잘 보고 있어~!

368  이름없음 2021/12/27 23:18:13 ID : dzRCjdu5RAY 
>>367 ㅋㅋㅋㅋ 어떻게 생각할지는 읽는 사람 마음이니까 레더 마음대로 생각해도 괜찮아! 재미있는 반응 고마워~

369  이름없음 2021/12/27 23:28:50 ID : dzRCjdu5RAY 
초반에 세척 메뉴얼이 있다고 언급했었지? 내용도 조금씩 바뀌고 있고. 그 이상한 게 바로 메뉴얼이었어. 여태까지 뭐 저런 게 다 있나 싶어도 딱히 하기 힘든 사항은 없었거든. 그런데 열흘째에 집사랑 동행하고 씻으러 갔을 때 달라지긴 했어도 이상할 거 없는 조항이 빼곡하게 적힌 메뉴얼 끝에 어기지 말라는 문구랑 비슷한 으스스한 필체에 강조라도 하려는 듯 붉게 칠까지 되어있는 마지막 조항이 하나 있었어. 

'세척 전 팔에 뭉툭한 것으로 상처를 내십시오.'

370  이름없음 2021/12/27 23:39:48 ID : dzRCjdu5RAY 
난 당연히 뭐야 이거 왜이래 싶어서 집사한테 말했지.

이거 원래 이래요?
■ 네. 그건 제 관할이 아니니 메뉴얼이 하라는 대로 따라야지요.
그게 문제가 아니라 사람 몸에 상처를 내라고 하는데요...
■ 어쩔 수 없습니다. 미안해요. 유감이지만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건 없어요.
아니 썅 이 작자야... 씻는데 자해를 시킨다고요...
■ ...죄송합니다. 그래도 참고 해주세요.

대충 이 다음에는 쌍욕 박았던 것 같다.
하지만 팔을 긋는 건 쫄려서 나름 머리를 굴려본 결과... 씻는 걸 포기하고 나가기로 했어.

371 이름없음 2021/12/27 23:45:42 ID : 3PeK7ze2Mp8 
ㅂㄱㅇㅇ

372  이름없음 2021/12/27 23:49:54 ID : dzRCjdu5RAY 
흰색에 유리가 조각되어 있는 예쁜 문이었지 아마. 될 대로 되라는 생각으로 일단 열어젖혔어. 당연히 그 앞에는 집사가 있었고.

■ 세척을 거부하시는 건가요?
네 그런데요?
■ 그러시면 안 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럼 입 다물고 팔 그으라는 거예요?
■ ...

집사는 고민이라도 하는지 한참을 아무 말도 안 하고 가만히 땅만 바라보고 있었어. 대답을 재촉하려고 했던 참에 답이 돌아왔는데

■ 그럼 제가 해드리겠습니다.

가관이더라.

아니 당신이 뭔데 남을 다치게 해요?
■ 스스로 하기 어려워하시잖아요?

이... 이 거지같은 집사가 이젠 자기가 그어주겠다네. 냅다 도망치려고 했는데 몸이 훌쩍 들리더니 앞이 아니라 뒤로 움직였어.

373  이름없음 2021/12/27 23:59:32 ID : dzRCjdu5RAY 
그러더니 날 욕조 가장자리에 앉혀 놓고 어른이 애 타이르는 것처럼 설득 비스무리한 걸 하기 시작했어.

■ 메뉴얼에 쓰인 조항은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잘 지키도록 도와드리는 게 제 일이니 이게 제가 해드릴 수 있는 최선이에요.
그러니까 그게 문제라고요...
■ 제발 따라주시면 안 될까요...?
네 안 돼요......

집사는 다시 침묵했어. 내가 다시 뭐라고 하려고 하면서 일어나려는데 갑자기 집사가 죄송하다고 했고... 뭔 소리냐고 물어보려는 찰나 머리가 심하게 어지럽더니 시야가 암전되고 거기서 기억은 끊겼어.

374 이름없음 2021/12/28 01:14:24 ID : 6Y9xWry1woL 
ㅂㄱㅇㅇ!!

375 이름없음 2021/12/29 10:17:02 ID : wIFfVe2GsoY 
ㅂㄱㅇㅇ 너무 재밓다

376 이름없음 2021/12/29 14:07:33 ID : umr87bwqY9s 
근데 혹시 그 집사랑 있던 마을?같은 곳 있잖아 거기서 며칠 있었으면 할머니께선 걱정 안 하셨어?? 휴대폰 같은 건?

377 이름없음 2021/12/29 22:07:31 ID : BwE2nBdWlu7 
와 씨 정주행 하고 왔는데 진짜 몰입 확 되네... 다음 내용... 빨리... 궁금해...

378 이름없음 2021/12/30 20:48:09 ID : Rxu3vbdDxVc 
다음내용… 다음… 현기증나….!!!!

379  이름없음 2021/12/31 22:24:10 ID : dzRCjdu5RAY 
나 왔어. 벌써 마지막 날이네. 다들 좋은 연말 좋은 새해 보내.

380  이름없음 2021/12/31 22:30:56 ID : dzRCjdu5RAY 
>>376 폰은 작동이 안 됐어. 돌아왔을 때는 내가 계단 올랐던 그 시간대였고.

381  이름없음 2021/12/31 22:35:03 ID : dzRCjdu5RAY 
그럼 가족이랑 시간 보내다가 올게!

382 이름없음 2022/01/01 15:57:51 ID : umr87bwqY9s 
>>380 헉 웅웅 새해 복 많이 받아!! 기다리고 있을겡

383 이름없음 2022/01/04 09:34:41 ID : g6patByZg3T 
ㅂㄱㅇㅇ !

384 이름없음 2022/01/04 15:59:45 ID : Qty0mpXwNxU 
>>381 힘든 이야기 였을 텐데 이야기 해줘서 고마워!
짱 재밌엉 가족들이랑 편히 놀다와 레주!!

385 이름없음 2022/01/04 16:04:14 ID : Qty0mpXwNxU 
결말이 제일 기대돼

386 이름없음 2022/01/06 08:04:17 ID : pe7zbxA5apW 
언젠가 올거라고 기대하고 스탑은 걸지 않을께

387 이름없음 2022/01/12 00:10:19 ID : cNBxXwK7Aqr 
와 정주행 다했는데 대박이다 진짜...

388 이름없음 2022/01/12 20:46:04 ID : PeFdxvjy7z9 
언제와 나 방금 다 정주행 했어 ㅠㅠㅠ

389 이름없음 2022/01/13 05:36:15 ID : wk66ksrvwoF 
재밌다ㅠㅠ 레주 언제 오려나

390 이름없음 2022/01/16 21:35:44 ID : h9dva5RAY1i 
우와 너무 재미있다ㅜㅜ레주 언제올까...

391  이름없음 2022/01/16 22:06:52 ID : dzRCjdu5RAY 
나 왔어. 늦어서 미안해. 많이 기다렸지... >>390 알림 떠서 봤는데 그림? 비슷한 걸 언급한 것 같은데 혹시 맞을까?

392 이름없음 2022/01/17 03:05:28 ID : irta4L805O6 
레주 왔구나! 최근에서야 보게 됐는데 순식간에 빨려드는 필력과 이야기를 풀어내는 능력이 너무 대단해서 감탄하면서 읽었어! 물론 레주에게는 무섭고 힘들었던 경험이었겠지만,, 
레주가 다시 와주길 기다리고 있었어 ㅎㅎ 가족들이랑 즐거운 시간 보냈을까? 부디 편안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길 바라!
앞으로 풀어주는 이야기도 놓치지 않고 볼게! 궁금한 일화들이 너무나 많다 ㅎㅎ

393  이름없음 2022/01/17 20:43:48 ID : dzRCjdu5RAY 
>>392 따뜻하고 좋은 말 고마워. 자주 못 오는데도 봐줘서 기쁘다. 오늘 밤이랑 내일 새벽에 걸쳐서 이어갈게!

394 이름없음 2022/01/17 20:47:23 ID : irta4L805O6 
>>393 와 레주와 동접이라니! 너무 좋다 ㅎㅎ
무리하지 말고, 추운데 몸 관리 잘하고☺ 천천히 기다릴게!

395  이름없음 2022/01/18 02:32:01 ID : dzRCjdu5RAY 
>>394 레더도 추운 날씨에 몸 관리 잘 하고 아프지 마. 아직 안 자면 지금 봐도 좋고, 자고 있다면 일어나서 봐도 좋고. 정말 고마워.

396  이름없음 2022/01/18 02:51:47 ID : dzRCjdu5RAY 
언제 정신을 차린 건지는 몰랐었는데 시야에는 내가 머무는 객실 천장이 있었어. 이불도 잘 덮여 있었고, 옷도 새것으로 잘 갈아입혀진 상태였고. 다만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객실 문 너머가 아닌 침대 옆에 집사가 있었어. 앞이 뿌옇게 보여서 눈을 찡그리고 몇 번을 감았다 떴다 반복하면서 시선은 집사에게 고정했지.

■ ...이런, 죄송합니다. 오랜만에 사용하는 거라 힘 조절에 실패하고 말았네요. 몸은 괜찮으신가요?
몸은 괜찮은데 사람을 이렇게 마음대로 기절시키고 씻겨도 돼요?
■ 그건 정말 죄송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씻겨드린 후에도 정신이 돌아오지 않았고, 이때문에 물도 먹여드리지 않으면 안 됐어요.
끽해야 몇 시간인데 왜 물이 거기서 나와요?
■ 꼬박 해가 세 번 뜨고 질 동안을 누워계셨으니까요.
?????
■ 제 불찰입니다. 뺨을 치실 거라면 기꺼이 맞을게요.
...?? 아뇨 그 뺨까지 때릴 이유는 없고...

일어나서 밥이라도 먹어야 하겠다고 생각해서 몸을 일으켰는데 관절? 마디마디가 뻑뻑한 느낌이었어. 움직이기 어려운 정도는 아닌데 매끄럽지 못하다고 해야 하나?

...아까 했던 말 취소할게요. 저 몸이 좀 불편한 것 같은데요...
■ 오, 이런. 부축이 필요하실까요?
아 예 팔만 좀...

이라고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팔이 받쳐지더니 답이 돌아왔어.

■ 오래 누워계셔서 그러실 겁니다. 오늘은 저와 동행하기로 해요.
...전에는 안 그랬고요?
■ 그건 아니지만요.

397 이름없음 2022/01/18 03:26:58 ID : umr87bwqY9s 
헉 아까 들어와봤을 때 없어서 아직인가 싶었는데 드디어…!!!!!!

398  이름없음 2022/01/18 09:06:01 ID : dzRCjdu5RAY 
집사의 부축을 받고 내려가는데 지난번에 봤던 아주머니도 마주치게 되었어. 당연히 인사드렸고, 집사장에게 직접 안내 받는다니 부럽다는 말씀도 하셨어. 어째 이놈이랑 같이 다니면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았던 것 같아서 뭐가 부럽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399  이름없음 2022/01/18 09:42:26 ID : dzRCjdu5RAY 
그런데 지난번 그 레스토랑으로 갈 것 같은 거야. 거기서 고기 썰기 싫었던 난 뻐근한 팔로 집사를 툭툭 쳤지.

저기요.
■ 무슨 일이신가요?
저 레스토랑은 가기 싫은데요...
■ 낮에는 없는데도요?
없다고요?
■ 지난번에 제가 투숙객분들께서 모두 잠에 드시면 찾아온다고 했었지요. 그 말대로입니다.
아하...

역시 바보인 나. 지난번에 친절하게 설명해줬었는데 기억도 제대로 못 했네. 그것들이 밤에만 온다면 조식이랑 중식은 여기서 먹거나 이른 석식까지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 물론 석식 때는 뭐라도 해서 막아줄 이 집사 끼고 가고.

■ 해가 세 번 뜨고 질 동안 제가 흘려넣어드린 물 외에는 아무것도 드시지 않으셨습니다. 꼭 든든하게 드세요.
당신이 정신 날려버린 주제에 잘도 그렇게 말씀하시네요.
■ ...그건 죄송합니다만. 그래도 제가 간호한 걸요?
당신이 잘못한 거니까요.
■ 흑흑. 이런 귀여운 변명은 눈 감고 넘어가 주시면 참 좋을 텐데.
그거 아쉽게 되었네요.

이젠 꽤 친해진 것 같네. 내가 썰기 힘들어할 걸 알았는지 미리 썰어서 앞에 내려놓고 원하는 건 말도 안 했는데 한 번도 틀리거나 늦은 적 없이 이것저것 전부 챙겨줬어. 묘하지.

400 이름없음 2022/01/18 10:35:52 ID : Qrhzgi3A2Lf 
레주 글 첨 쓸때부터 봐왔던 레더양
읽을때마다 신기하고 궁금한건데, 레주는 어떻게 그 일을 이렇게 상세히 기억을 잘 할수가 있어??
살이 붙거나 기억이 가물가물한 것도 있겠지??
볼때마다 상세한게 신기해서 그래ㅋㅋㅋㅋㅋ기억력 진짜 최고다...

401  이름없음 2022/01/18 10:51:46 ID : 7vxyNxQmqZg 
>>400 계속 봐 줘서 고마워. 나름 기억력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하는데도 전부 상세한 건 아냐. 초반 열흘 언저리 정도까지만 제대로 기억하고 있지 이후는 끝자락을 제외하곤 전부 기억하는 것도 아니고. 중간중간 뭐라고 했는지 정확하게 기억 안 나서 세척 메뉴얼처럼 날려버린 부분도 있고 대충 이런 느낌이었던 것 같다고 써둔 부분도 있고. 이후에는 큼직한 것들만 생각나서 흐름이 부자연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네.

402  이름없음 2022/01/18 10:56:47 ID : 7vxyNxQmqZg 
잠시 일 있어서 다녀와서 쓸게.

403 이름없음 2022/01/18 23:25:35 ID : 1Ds3A1DxRxv 
항상 잘 보고 있다ㅎㅎ

404  이름없음 2022/01/21 16:49:56 ID : dzRCjdu5RAY 
그렇게 밥 먹고... 내가 몸 가누는 게 어색한데도 잠옷 차림으로 정원을 좀 걷고 싶다고 하니까 자기 겉옷을 둘러주더라. 연미복 재질상 기모가 아닌 것으로 기억하는데 따뜻했던 것 같다.

그 다음부터는 그냥 산책 좀 했어. 시시콜콜한 이야기도 좀 나눴던 것 같고? 내용이 뭔지는 기억 안 난다. 이건 넘길게.

그리고 얼마나 지난 건지는 정확히 모르겠는데 언제는 확인한 메뉴얼에 또 이상한 조항이 보였어. 

' 인형의 얼굴에 흠이 있었다면 (글씨가 이상하게 일그러져서 뭔지 모르겠는 물질)을 바르시오. '

집사는 여태껏 같이 다녔으니까 물론 문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지. 스스로 할 줄 아는 게 쥐뿔만큼도 없었던 난 집사를 불렀어.

■ 잠시 실례해도 괜찮을까요?
마음대로 하세요.

하더니 집사가 들어와서는 내 얼굴에 있는 흉터를 슥 훑어보는 거야 

...? 사람 얼굴을 왜 그렇게 봐요...
■ (옷 받을 때 들었던 소리처럼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라 뭐라고 하는지 못 알아들었던 것 같아.)을 바르라면서요. 4년마다 크게 다치신 적이 있었죠? 그것도 얼굴을요.
당신이 그걸 어떻게 알아요...?

말 그대로야. 난 4살, 8살, 12살, 16살마다 얼굴이 크게 다쳤었거든. 4살 때는 왼쪽 눈꺼풀, 8살 때는 이마 오른쪽, 12살 때는 인중 오른쪽, 16살 때는 왼쪽 입술. 네 번째는 흉터 없이 아물었는데 세 번째까지는 흉이 좀 졌어.

405  이름없음 2022/01/21 17:00:34 ID : dzRCjdu5RAY 
■ 다 방법이 있는 거죠. 자, 자. 당신은 이게 무엇인지 모르실 테니 제가 발라드리겠습니다.
그러시던가요...

집사는 그 정체불명의 무언가를 알고 있는 건지 동쪽 선반에서 뒤적거리다가 다시 이쪽으로 왔어. 뭐 어떻게 생겼나... 보는데

406  이름없음 2022/01/21 17:04:13 ID : dzRCjdu5RAY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어. 그런데도 집사는 뭔가를 찍어다가 내 흉터에 바르는 시늉을 하는 거야. 여기서 더 이상한 건 손의 감촉만 느껴지는 게 아니라 끈적끈적한 액체가 발리는 것 같은 느낌도 났는데 액체 같은 느낌이 지나갈 때마다 벌레...? 같은 게 기어다니는 것 같았어 다리가 엄청 많은 벌레가... 으 소름돋아 이건 더 쓰기 싫다

407  이름없음 2022/01/21 17:11:07 ID : dzRCjdu5RAY 
기억도 날아갔어서 이 부분은 더 못 쓰겠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다만 팔 그으라고 했을 때랑 비슷했던 것 같아. 옷은 갈아입혀진 상태였고 장소는 내가 머무는 객실 침대였고. 전보다 몸 가누는 건 조금 더 힘들었어서 일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던 것 같아. 얼굴에 뭐가 기어다니는 느낌은 씻은 듯 사라졌어.

408 이름없음 2022/01/22 01:11:23 ID : gqphBAmFije 
ㅂㄱㅇㅇ

409  이름없음 2022/01/22 12:12:30 ID : dzRCjdu5RAY 
...이번에도 오랫동안 안 일어났어요?
■ 아니요. 이번 해가 진 직후입니다.
그거 다행이네요.
■ 괜찮으시다면 잠시 걷도록 할까요?
그래요.
■ 그리고 여기 사탕.
...?
■ 드세요. 출출하실 것 같아 드리는 겁니다.
아 예...

집사는 새빨간 사탕을 하나 줬어. 그냥 평범한 알사탕 같은 거였는데 석류? 같은 시큼달달한 맛이었던 것 같아.

맛있네요. 감사합니다.
■ 별말씀을요. 옷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겉옷 주세요.
■ 대담하셔라.

환복하기 귀찮잖아 솔직히. 달라고 하면 척척 내어주겠다 그냥 저 집사 겉옷이나 뺏어 입는 게 낫지.

410  이름없음 2022/01/22 12:28:59 ID : dzRCjdu5RAY 
난 집사가 벗어 준 겉옷을 걸치고 앞장서서 걸어갔고 뒤따라오던 집사랑 같이 야외 정원으로 갔지. 내가 가만히 있으니까 같이 멈춰선 집사는 잠자코 있다가 갑자기 손을 슥 내밀었어.

손은 왜요? 옷 도로 드려요?
■ 아니요, 어떻게 드린 옷을 빼앗겠어요.
그럼 뭐예요?
■ 손 잡자고요. 춥잖아요?
겉옷 주머니에 넣으면 따뜻한데요...
■ ...너무해요! 삐칠 겁니다.
그러시던가요.

치열한 공방전이었던 것 같다. 집사는 손에 뭐가 묻은 것 같다느니 스쳐가다 장미 가시에 긁힌 건 아니냐느니(ㅋㅋㅋ...) 이것저것 핑계를 대면서 계속 말을 걸어왔었어. 난 그때마다 아니라고 거절했고.

■ 어떻게 한 번을 안 잡아주시나요. 흑흑.
다 큰 어른이 우는 척 마세요.
■ 당신이 계속 거절하시는 걸요.
그렇게 외로우시면 다른 예쁜 투숙객이나 찾아보세요. 여기 겉옷.
■ 다른 투숙객에게는 관심 없습니다. 수발을 들어줄 발렛은 차고 넘치고요. 무엇보다도 주인님께서 당신 곁에 있으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이건 당신 의지가 아니다?
■ 그런 뜻이 아니라...!
아 예~

걷다보니 하늘이 너무 어두워져서 대충 겉옷은 던져주고 객실로 돌아가려고 했어. 몸이 좀 뻐근하긴 했는데 어쩌겠어. 자력으로 못 걸을 정도는 아니니 그냥 가는 수밖에.

411 이름없음 2022/01/23 04:15:39 ID : 42JU6qkmpU0 
아니 왜 집사 커여워....ㅠㅜㅠㅜㅠㅜ

412 이름없음 2022/01/24 23:35:34 ID : g4Y9xTV85XA 
너무재미써ㅜㅜㅜ미쳐벌여

413 이름없음 2022/01/25 11:28:43 ID : 4LdPa784Mrt 
레주ㅠㅠ 나 오늘 다읽었다 너무 재밌고 신비로워! 가끔 기묘한장면이 나오는것도 너무 재밌는것같아.. 물론 그땐 레주는 재밌는기억이 아니었겠지만 레주 계속 기다릴꺼니까 언제든지 와서 썰풀어줘! 항상 고마워

414  이름없음 2022/01/26 02:07:11 ID : dzRCjdu5RAY 
그런데 집사가 날 붙잡았어. 내가 흠칫 놀라니까 죄송하다고 물러서더니 평소처럼 다시 방긋방긋 웃는 거야.

■ 다음 해가 뜨면 주인님을 뵈러 가실 거니까 단단히 각오하고 주무세요.
주인님이요?
■ 네. 이 저택의 주인이자 제 주인 되시는 분이요. 당신이 보고 싶다고 하셔서요.
예... 뭐...
■ 그럼 객실까지 데려다드리겠습니다.

난 끄덕거리고 갈 길 갔어. 집사는 쫄랑쫄랑 따라왔는데 내가 그냥 걷고만 있어서 따분하기라도 했던 건지 다시 말을 붙여왔어.

■ 춥지는 않으신가요?
그닥?
■ 몸은 어떠신가요?
저한테 관심이 아주 많으신가 봐요?
■ 그걸 이제야 아셨다니.
당신이 여간 따라다녀야지.
■ 싫다고는 안 하시네요.
좋다고도 안 했어요.
■ ...그건 둘째치고 겉옷 다시 덮으세요.
괜찮다니까요?
■ 혼자 괜찮으신 겁니다.

하더니 내가 던져준 겉옷을 다시 둘러주더라.

■ 팔, 잡아드려도 될까요?
그러시던가요.

팔도 확실히 잡아줬고. 집사는 지 혼자 신나서 저택 주인 이야기를 열심히 했던 것 같았어. 내용은 자세히 안 들어서 몰라.

415  이름없음 2022/01/26 02:11:03 ID : dzRCjdu5RAY 
그날은 그렇게 잘 들어가서 잘 잤어. 침대 진짜 푹신하고 좋았는데. 하나 가져다가 쓰고 싶을 정도로.

416  이름없음 2022/01/26 02:24:02 ID : dzRCjdu5RAY 
일어났을 때는 창 밖이 그다지 밝지는 않았어. 물잔은 당연히 있었고. 몸이 불편한 게 사라지지는 않았는데 생활하는 데 지장은 없었던 것 같아. 물 한 잔 쭉 들이키고 침대 밖으로 나서려니까 그러기가 무섭게 노크 소리가 들려왔어.

■ 접니다. 들어가도 될까요?
저라고 하면 어떻게 알아들어요.
■ 이미 알고 계시면서요.
...들어오세요.

집사는 기분이라도 좋은 건지 활짝 웃으면서 들어와서는 문을 닫았어. 한 팔에는 흰색 옷 같은 걸 들고 있었는데 천천히 다가올 때 보니까 평범한 옷 재질은 아닌 것 같았어.

■ 그러다가 소중한 옷이 뚫리겠어요.
뭐길래요?
■ 이걸 입고 주인님께 가시면 됩니다. 물론 저와 함께요.
......

집사가 펼쳐보인 옷은 뭔가... 외출복보다 그 안에 받쳐 입는 속치마? 같은 거였어. 안이 비치지는 않았는데 뭔 이런 걸 입고 가라고 하나 싶어서 어처구니 없다고 생각하면서 쳐다봤지.

혹시 주인분 취향이...
■ 생각하시는 그런 건 아닙니다. 걱정 마세요.
(이 새끼가...?)
■ 이런. 고운 입에는 고운 말이 어울립니다.
하다하다 이딴 걸 입으라고요?
■ 주인님 명령이시니까요.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 주세요.
아쉽게도 그럴 아량이 없네요.
■ 제 눈에는 넓기만 한 걸요.
퍽이나 넓겠어요.

나한테 주어진 선택지는 뭐다? 조용히 입는다... 여기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몸뿐이었는데 슬슬 뭔가가 있는 것 같았지.

417 이름없음 2022/01/26 02:27:31 ID : A3U59bfRwoJ 
동접이라니 잘 보고 있다

418  이름없음 2022/01/26 02:29:12 ID : dzRCjdu5RAY 
그런데 집사가 안 나가. 가만히 들고 서 있었어.

안 나가세요?
■ 제가 입혀드리겠습니다.
...?
■ 제가 입혀드릴 수밖에 없을 거예요.
그걸 당신이 어떻게 확신해요?
■ 글쎄요. 그럼 직접 입어보시겠어요?

뭔데 이 집사.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건네주고 뒤돌아 서더라. 옷은 덧대입는 옷치고 자수가 굉장히 화려했어. 온통 흰색 옷감에 흰색 실로만 되어있는 치맛단이 빛을 받으니까 은은하게 반짝거리더라. 난 이깟 치마 입는 게 뭐라고 싶어서 일어선 채로 등에 있는 지퍼부터 내리고 냅다 발을 넣었어.

419  이름없음 2022/01/26 02:31:42 ID : dzRCjdu5RAY 
그리고 넣는 순간 어땠냐면, 말 그대로 몸이 뻣뻣하게 굳어버렸어.

420  이름없음 2022/01/26 02:33:21 ID : dzRCjdu5RAY 
발이 옷 안에 반쯤 들어간 그 자세 그대로 넘어졌는데 몸이 안 움직여. 소리치려고 했는데 목소리도 안 나와. 숨만 쉬고 눈만 깜빡일 수 있지 아무것도 못 해.

421  이름없음 2022/01/26 03:09:29 ID : dzRCjdu5RAY 
설마 침도 못 삼킬까 싶었는데 침 삼키는 건 됐어. 목소리가 안 나올 뿐이지 입은 움직일 수 있었고. 집사도 그걸 눈치챘는지 다시 앞으로 돌아서더니 날 들어서 침대에 앉혔어.

■ 그것 보세요. 제 도움이 필요할 거라고 했죠?
...
■ 억지로 말씀하려고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가만히 계시는 것으로도 족해요.

그러더니 집사가 내가 입다 만 옷을 잘 올려서 깔끔하게 입혀주고 등 뒤에 있는 지퍼까지 채워줬어.

■ 이제 됐어요. 나머지 옷은 주인님 방에 있으니 가서 마저 입으시면 됩니다.
...
■ 주인님을 뵙게 되면 꼭 작게라도 웃어 주세요. 분명 좋아하실 겁니다.
...

내가 뭐가 좋다고 웃어야 하는지. 집사가 언제 가져온 건지 검은 베일을 꺼내서 날 감쌌고 말도 못 하고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황이라 한 팔은 등을, 한 팔은 허벅지를 받치고 들더니 객실을 나섰어. 저택 주인 방으로 가는 거겠지.

422 이름없음 2022/01/26 09:14:31 ID : Qrhzgi3A2Lf 
...인형옷이라서 옷 입을때 인형이 된건가보네
개소름이다

423  이름없음 2022/01/26 10:01:50 ID : dzRCjdu5RAY 
지금은 담담하게 쓰지만 그때는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랐고 혼란스러웠어. 베일에 가려진 시야에, 내 멋대로 움직일 수 없는 몸에, 주인을 보러 가야 한다는 점까지. 울 것 같은데 눈물도 안 나오더라.

■ 당신이 인형인 인형 놀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됩니다. 이렇게 입고서는 처음으로 만나는 것이니 분명 오래 붙잡고 계시지는 않을 거예요.
...
■ ...당신은 호사가 싫은 모양이군요.
...
■ 어떡하죠. 지금 당신의 몸도 제 권한이 아니라서.
...
■ 설명이 부족한 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하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제가 부탁드려서 미루고 미룬 끝에 가는 것이니까요.
...
■ 그럼 끝나고 나서 데리러 오겠습니다. 지금부터는 눈을 감아 주세요.

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생각만 할 수 있었는데도 집사는 그걸 알아듣기라도 하는 듯이 답을 해줬어. 날 계속 안심시켰고, 주인님은 좋은 분이니 당신을 아껴주실 거라고 하면서.

424  이름없음 2022/01/26 10:13:26 ID : dzRCjdu5RAY 
난 일단 눈을 감았어. 철저히 내가 을이니 그럴 수밖에. 설마 주인이 정신연령이 낮은 성인인가. 악취미가 있는 건 아닐까. 아껴준다는 말에 다른 의미가 있는 건 아닐까. 집사 태도 보니까 죽지는 않을 것 같던데 진짜 별 생각이 다 들었어. 저 주인이란 작자 처음 봤을 때부터 수상했는데. 얼마나 지난 건지 모르겠다만 베일 너머로 뿌옇게 커다란 문이 보이기 시작했을 때 다시 집사가 말을 걸어왔어.

■ 도착했습니다. 세척은 잠드셨을 때 제가 해드렸으니 걱정 마세요.
...
■ 긴장 풀어요. 결코 당신을 해치실 분이 아닙니다.
...
■ 좋은 시간 보내세요.

그 말을 끝으로 집사가 문을 열었고, 여전히 흐릿한 시야에는 고풍스럽게 꾸며진 커다란 방이 들어왔어.

425  이름없음 2022/01/26 10:53:03 ID : dzRCjdu5RAY 
의외로 편한 자세로 앉아있는 건 아니었던 주인은 날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서서 나와 집사를 맞이했어.

¿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제 나가주셔도 좋아요.

주인은 날 안아들더니 집사에게 나가도 좋다고 했고, 집사는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더니 조용히 나갔어.

¿ 오랜만이군요. 처음 만났던 이후로 한 번도 뵙지 못했는데.

그러고서 주인은 날 푹신한 카우치에 놓았고 덮여 있던 베일을 조심스럽게 젖혔어. 텅 빈 새까만 눈이 휘어지더니 정말 다정하게 웃더라. 나를 자기 무릎 위에 앉히더니 한 팔로는 등 뒤를 단단히 받치고 반대쪽 손으로는 머리카락을 살살 쓸어내리기 시작했어.

¿ 이렇게 고우실 줄이야.
...
¿ 사용인은 만족스러우셨나요?
...
¿ 이런. 죄송합니다. 고개 정도는 끄덕일 수 있게 해드릴게요.

주인이 고개를 숙이더니 목에 무언가 닿았다 떨어지는 느낌이 들자 고개가 크게는 아니고 작게는 움직일 수 있게 되었어.

¿ 이제 어떠신가요.
...

난 끄덕거렸고 그러자 주인은 아까보다 입꼬리를 더 올려서 웃었어.

¿ 그렇다니 다행입니다.
...
¿ 난 까다롭지 않으니 걱정하지 말아요. 잠시 어울려 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426 이름없음 2022/01/26 12:02:23 ID : irta4L805O6 
ㅂㄱㅇㅇ!

427 이름없음 2022/01/27 08:31:06 ID : BcIFhbyKZjv 
레주왔구나ㅠㅠ ㅂㄱㅇㅇ!

428 이름없음 2022/01/27 15:27:39 ID : 2LhApe2JRwq 
와 쭉 읽었는데 진짜 재밋다. 서양 분위기로 완전히 재구성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느낌이고, 전개가 어떻게 될 지 진짜 궁금해. 간간히 읽으러 올게!

429 이름없음 2022/01/27 15:30:31 ID : 2LhApe2JRwq 
그리고 집사와 주인장 캐릭터 묘사 진짜 고풍스럽고 분위기 있는 거 같아. 내 머릿속에 그려지는 느낌을 언젠가 그대로 그려보고도 싶네 ㅋㅋㅋ 그리게 된다면 올려줄게!

430  이름없음 2022/01/27 17:38:39 ID : mtze0rcFii3 
>>429 재미있게 읽어주고 좋은 말도 해줘서 고마워. 다시 보면 반가운 얼굴들은 아니겠지만... 완성되면 보고 싶네. 어떤 모습을 상상했을지 궁금하다.

431  이름없음 2022/01/27 18:07:28 ID : mtze0rcFii3 
주인은 날 다시 카우치에 앉히고 저 너머로 걸어가더니 잠시 후 품에 옷들을 한가득 안고 다시 왔어.

¿ 우선 제 취향대로 골라봤습니다.
...
¿ 마음에는 드시나요?
...

난 이번에도 끄덕거렸어. 도리질이라도 하면 다른 옷을 가져올 것 같았긴 했는데 주인이랑 더 오래 있기는 싫었어서. 내가 끄덕이고 가만히 있으니까 주인은 들고 있던 걸 내 옆에 내려놓더니 그중에서 스타킹이나 가터? 같은 옷부터 꺼내들기 시작했어.

¿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하더니 다리를 들어서 이것저것 신겨주고 채워주고 뭘 바쁘게 하더라. 인형이 입을 것 같은 드레스 속에 치마를 여러 겹 덧대서 입히고 장갑에 머리에 쓰는 거? 그런 것도 씌워주고 굉장히 화려한 것들을 계속 입혀줬어.

432 이름없음 2022/01/27 18:14:09 ID : aoLgnTO63Rx 
ㅂㄱㅇㅇ!!

433  이름없음 2022/01/27 18:22:02 ID : mtze0rcFii3 
진짜 미친 변태인 줄 알았다. 당장이라도 박차고 나가고 싶었는데 몸은 안 움직이고 저 주인이란 건 옷 입히기 놀이나 하고 있고... 옷이 불편하거나 이상한 건 아니었어. 오히려 굉장히 화려하고 예뻤는데 단지 이 상황이 불편했을 뿐이야. 주인은 머리카락 손끝 발끝 전부 소중하다는 듯이 쓰다듬더니 만족스럽게 웃었어.

¿ 이제야 내 인형답네요.
...
¿ 그럼 차라도 한 잔 해볼까요? 아무것도 안 드셨잖아요.

이번에는 내가 의사 표현할 시간도 안 주더라.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집사가 노크를 하니까 문이 열리더니 카트 같은 걸 끌고 들어왔어. 들쭉날쭉하게 천이 덮여 있었고 크기가 둘이 먹을 것치곤 꽤 컸던 것 같아.

434  이름없음 2022/01/27 18:34:12 ID : mtze0rcFii3 
집사가 하나둘씩 접시랑 찻잔을 테이블로 옮기는 동안 주인은 본인 취향으로 꾸며놓은 날 다시 무릎 위에 앉혔어. 언제 봐도 이상한 취향이야 아주.

¿ 각설탕은 몇 개가 좋으신가요? 원하시는 만큼 눈을 깜빡여 주시면 됩니다.
...

몇 번 깜빡였는지는 모르겠는데 내가 표현한 대로 넣어줬던 것 같아. 맑고 붉은 차를 티스푼으로 저어서 자기가 몇 번 살살 불더니 내 입가에 가져다 댔어.

¿ 드셔보세요. 분명 입맛에 맞을 겁니다.
...

아까부터 입은 뻐끔거릴 수는 있었는데 무슨 일인지 입 안에 무언가를 넣고 삼키는 것도 어렵지 않았어. 좋지만은 않았던 분위기와는 반대로 차는 알맞게 따뜻했고, 알맞게 달았지. 주인은 그걸 이미 알고 있었다는 눈치인 것 같았어.

¿ 다음으로 이건 어떠신가요?

그리고 주인은 접시 위에 있던 것들을 작게 잘라서 먹여주고, 목 마를 때 쯤에는 또 어떻게 알았는지 차를 입에 대주고, 때로는 본인이 그걸 먹거나 마시고를 반복했어. 중간중간 웃으면서 예쁘다고 해주거나 머리를 손가락에 감아서 꼬기도 하고, 뺨을 쓰다듬고 손을 만지작대거나, 인형에게 할 법한 짓을 태연하게 했어. 집사는 잠자코 있다가 찻잔이 빌 때마다 다시 차를 따라주고 빈 접시는 카트로 가져가서 가지런히 정리했고.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더라.

435 이름없음 2022/01/27 23:38:05 ID : gqphBAmFije 
ㅂㄱㅇㅇ

436 이름없음 2022/01/28 01:12:13 ID : 4LdPa784Mrt 
ㅂㄱㅇㅇ

437 이름없음 2022/01/28 09:28:34 ID : aoLgnTO63Rx 
ㅂㄱㅇㅇ

438 이름없음 2022/01/28 10:33:44 ID : 8kk1g5fcMko 
ㅂㄱㅇㅇ

439  이름없음 2022/01/28 14:01:26 ID : mtze0rcFii3 
그 다음은 예상했던 대로야. 집사는 테이블을 정리하더니 다시 방을 나갔고, 주인은 나한테 온 관심을 쏟았고. 나이도 먹을 대로 먹은 성인 같던데 이런 취미가 있을 줄이야... 

¿ 혹시 음악 감상은 좋아하시나요?
...

내가 그렇다는 뜻으로 크게 끄덕거리니까 주인은 날 안아들어서 피아노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어. 검은색 그랜드 피아노였는데, 뚜껑은 열지 않은 채 그 위에 날 앉혀두더니 자기는 피아노 앞에 앉았어.

¿ 이것도 제 취향인 곡입니다만, 당신 귀에도 감미로울 겁니다.
...

내가 뭘 하겠어. 가만히 앉아서 주인이 치는 대로 다 들어야지.

440  이름없음 2022/01/28 14:33:29 ID : mtze0rcFii3 
주인은 능숙하게 연주하기 시작했어. 나는 나름 클래식을 잘 안다고 자부할 수 있었지만 그건 생전 처음 들어보는 곡이었어. 뭔가... 낭만 시대 음악 같았는데 대단히 낯선 곡이었음에도 마음에 들었어. 보통 너무 좋을 때는 혼이 나갈 것 같다고 하지. 그래서 무슨 곡인지 궁금했어서 물어보려고 했는데 당연히 목소리는 안 나오는 채 입만 뻐끔거렸어. 주인도 눈치챘는데 연주를 하면서 말을 걸어왔지.

¿ 곡이 마음에 드신 모양이군요.
...
¿ 아쉽게도 곡의 이름은 없습니다. 악보도 없지요.
...
¿ 오로지 저만이 알고 있고, 당신만을 위한 곡이니까요. 종이 따위에 흔적을 남겨서 다른 것들이 연주하고, 또 다른 것들이 듣게 해서는 안 됩니다.
...

별 게 다 비밀이네. 좋은 건 나눠야지 꽁꽁 숨겨 봤자 어디에 쓴다고. 그런데 정말 마음에 들었는지 그 곡의 멜로디는 지금도 기억이 나네.

441 이름없음 2022/01/28 16:03:10 ID : 4LdPa784Mrt 
ㅂㄱㅇㅇ!

442 이름없음 2022/01/28 19:22:01 ID : dV84LcIJXtj 
ㅂㄱㅇㅇ 알바하느라 너무 지루했는데 시간가는줄 모르고 읽었어!

443  이름없음 2022/01/28 22:16:41 ID : mtze0rcFii3 
나중에 시간이 된다면 악보로 남겨보고 싶다. 어차피 내가 사는 세계에 간섭할 수도 없는 존재니까. 어쨌든 주인은 상당히 긴 곡을 연주했고, 곡이 끝나자마자 나에게 물었어.

¿ 너무 안에만 있었으니 함께 산책을 다녀오는 건 어떠신가요?
...
¿ 제가 안아드릴 테니 걱정 말아요.
...

주인은 날 다시 품에 안고 자리에서 일어났어. 아마 정원에 가려는 거였겠거니 했지. 주인이 문 앞까지 가자 손도 안 댔는데 문이 열렸고, 주인은 눈을 감으라고 했어. 나야 주인 말을 따라야 하는 입장이니 군말 없이 눈을 감았지. 넓은 공간에 주인이 신은 구두 소리만 들렸고, 주인은 내게 다시 말을 걸어왔어. 여태껏 썼던 말들은 그때그때 대화 주제나 기억에 남는 말을 중심으로 각색하거나 가감했었는데 주인이 남긴 말들은 이상하리만치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어. 

¿ 앞으로 물잔을 네 번 비우신 후에 제게로 오시면 됩니다. 다시 만났을 때도 좋은 옷을 입혀드리고, 달콤한 것을 먹여드리고, 행복한 연주를 들려드리고, 제 품에 안기게 해드릴게요. 
...
¿ 그리고 제가 하는 말들은 모두 당신의 머리에, 그리고 심장에 남을 겁니다. 죽기 전에도, 죽을 때도, 죽고 나서도, 깊게 새겨져 절대 잊히지 않을 거예요.
...
¿ 가혹하다고 생각하시나요?
...

난 가만히 있었어. 뭐라고 대답해야 될지 잘 모르겠어서.

¿ 답이 없으시군요.
...
¿ 이유가 궁금하신가요?
...

주인은 한참을 말 없이 있다가 드디어 눈을 떠도 좋다고 했어.

¿ 이제 눈을 떠보세요.
...
¿ 사용인과 함께 왔을 때와는 다를 겁니다. 물론 방해꾼도 없지요.

갑자기 시원한 바람이 느껴지길래 눈을 뜨자 주변에는 새파랗고 맑은 하늘과 넓게 펼쳐진 만개한 꽃들로 가득한 들판이 있었어. 저 너머에는 숲도 하나 있었고. 주인은 그 숲을 향해서 가는 것 같았어.

444  이름없음 2022/01/29 00:33:46 ID : mtze0rcFii3 
지금부터 쓰는 말들은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어. 최면이라도 거는 것처럼 숲길을 천천히 걸어가면서 주인은 나를 자신과 함께하도록 꾀어내려고 했거든.

¿ 이곳은 제가 만든 곳입니다. 오로지 우리 둘만을 위한 장소죠. 죽음도 방해할 수 없을 정도로요.
...
¿ 오랫동안 당신을 기다려왔습니다. 여태껏 저택에 찾아왔던 소녀들은 많았지만 이렇게 제 마음에 드는 건 당신이 처음이에요.
...
¿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당황스러우실 테지만, 당신은 제 곁에 있을 운명입니다. 제 인형이 되어야 해요. 저만의 사랑스러운 인형. 제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더라도 오로지 제 옆에, 품 속에 있어야만 합니다.
...
¿ 하지만 적응하실 수 있도록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충분히 생각해주세요. 당신도 점점 제가 마음에 들 테니까요. 입은 것과, 맛본 것과, 들은 것, 그리고 앞으로 당신이 경험할 모든 좋은 것들처럼요.
...
¿ 앞으로 나아가면 있을 침대에서 주무시면 됩니다. 아직은 이곳에 처음 오는 것이니 이제 쉬게 해드릴게요.
...

주인의 말 그대로 얼마 안 가서 둥그런 공간 정가운데에 있는 하얀 침대가 보였어. 주인은 그대로 가서 날 눕혀줬고, 이불까지 덮어준 다음에 앞머리를 살살 넘기더니 서양에서 잠들기 전에 이마에 입 맞추는 걸 그대로 하고 고개를 숙인 채 말했지.

¿ 즐거웠습니다. 나의 인형. 눈을 뜨면 객실일 겁니다. 편안히 쉬세요.

그 말을 끝으로 의식이 천천히 멀어갔어.

445 이름없음 2022/01/29 13:23:28 ID : Clu3xyFa9vw 
너무 재밌게 보고있어!!ㅠㅠ

446 이름없음 2022/01/29 18:37:51 ID : vu3vfTPbcms 
보고있엉

447 이름없음 2022/01/29 20:00:57 ID : 4LdPa784Mrt 
ㅂㄱㅇㅇ! 되게 신기한 이야기다..

448 이름없음 2022/01/29 23:58:49 ID : sjg7vCjhfgk 
보고있어! 너무 재밌다ㅠㅠ

449 이름없음 2022/02/01 14:29:59 ID : dRDxWnPbeK7 
ㅂㄱㅇㅇ !

450 이름없음 2022/02/03 00:06:39 ID : hamoFjuoIHB 
이후의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지는 필력이야. 늦더라도 꼭 끝까지 듣고싶다!

451 이름없음 2022/02/06 13:41:55 ID : 4Fa8rAqlyKY 
스레주야 언제와...뒷이야기 해줘야지..

452 이름없음 2022/02/06 14:55:59 ID : 09wK5hy43SK 
스레주 기다리고 있어! 빨리 와서 많이많이 풀어줘ㅠㅠㅠ 저 집사장 속셈도 궁금하고 어떻게 탈출한 건지도 궁금하고 걍 그 성이 뭐하는 곳인지도 궁금하고ㅠㅠㅠㅠㅠ 좋아하는 웹툰이나 웹소설 완결 기다리는 기분이다

453  이름없음 2022/02/12 01:25:11 ID : nu4IHDzeZcn 
...? 방금 자다가 깼는데 꿈에 그 집사가 나왔어... 오늘 무슨 날이야...?

454  이름없음 2022/02/12 01:34:36 ID : nu4IHDzeZcn 
텅 빈 새까만 공간에 서서 잘 지내셨냐고 대뜸 물어보더니 그곳에서의 기억이 아직까지 떠오를 정도로 인상이 깊으셨냐면서... 계속 무언가를 캐물었어. 꼬리에 꼬리를 물던 질문이 끝나자 우리는 당신 때문에 아직도 여기에 있을 수밖에 없다고... 당신이 편안하게 지내시는 모습은 좋지만 그걸 우리 모두가 함께 느낀다면 얼마나 행복하겠냐고... 무너진 저택도 다시 제 구실을 갖췄고 다시 당신의 자리를 만들어뒀는데 여전히 돌아오실 생각이 없냐면서 계속 설득하려고 했어. 꿈에서 깰 때 까지.

455 이름없음 2022/02/12 01:35:12 ID : 6o7upTO1g0t 
이거 여기에 써서 그런거 아니야???

456  이름없음 2022/02/12 01:41:49 ID : nu4IHDzeZcn 
>>455 몰라... 모르겠어. 그냥 우연 아닐까...? 무의식에 있던 게 꿈으로 나온다는데 이것도 그런 거 아니야...?

457  이름없음 2022/02/12 01:54:55 ID : nu4IHDzeZcn 
앞으로 그 계단에 안 가면 되지 않을까...? 다시 불려갈 일은 없겠지...?

458 이름없음 2022/02/12 09:00:31 ID : Qrhzgi3A2Lf 
헐;;;소름돋아...

459 이름없음 2022/02/12 09:00:54 ID : Qrhzgi3A2Lf 
얘기 얼른 풀어줘ㅠㅠㅠ무너진 저택은 또 머야ㅠㅠ

460 이름없음 2022/02/12 15:50:32 ID : gZija2lhdPb 
레주야 괜찮은 거 맞지?
너무 걱정된다 ㅠㅠ
몸 조심하고, 무리하지 않아도 되니까 천천히 돌아와줘
그리고 꿈은 최대한 신경쓰지말고 잊자! 그냥 꿈일 뿐이라 생각하고.. 그게 어렵다면 책이나 드라마같은 딴 생각하면서 할 수 있는 활동을 하자! 아니면 운동이라도
레주 몸이 우선이니까 레주 본인을 최대한 신경써줘!

461 이름없음 2022/02/14 21:06:36 ID : 9s5XAnQoE9y 
스레주 다시 돌아오는 거 맞지ㅠㅠㅠㅠ? 또 무슨 일 있었을까봐 걱정돼ㅠㅠㅠㅠ 얼른 무사히 돌아와서 마저 이야기 풀어줘!! 집사장 정체는 뭐고 주인님은 뭐고 저택이 무너졌었다는 건 뭔지 너무너무 궁금하다ㅠㅜ

462 이름없음 2022/02/17 13:52:57 ID : 62K43TO02mn 
이상 증상이 생긴 거면  일단은 이야기 쓰는 거 중단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레주를 위해서도 말이야 
항상 건강하길 바라구 조심해

463 이름없음 2022/02/17 23:14:26 ID : 5VcLgkq7Ai9 
우리도 이야기 다 봤는데 위험한 걸로 따지자면 차라리 비밀 다 풀어주고 가는 게 낫지... 쨌든 스레주 얼른 돌아왔음 좋겠다

464  이름없음 2022/02/18 00:42:43 ID : nu4IHDzeZcn 
미안해. 갑자기 몸이 너무 안 좋아져서 스레딕 올 겨를이 없었어. 방금도 자다가 깬 상황이고 지금까지 계속 같은 꿈만 꾼 상황이야. 잠들고 싶지 않은데 몸이 아프니까 자꾸 잠이 온다. 정말 미안해. 그 계단으로 가지만 않으면 될 것 같은데 언제까지 같은 꿈만 꿀지는 모르겠다.

465 이름없음 2022/02/18 00:49:05 ID : umlbbdCphwJ 
>>464 헐.. 그거 진짜 위험한거 아니야..?
스레주가 위험하다면 얘기는 그만해줘도 괜찮아...ㅠㅠㅠ
안전이 최고야 레주..

466  이름없음 2022/02/18 00:49:39 ID : nu4IHDzeZcn 
다만 한 가지 걸리는 점이 있다면 내가 그 계단에 안 가겠다고 마음먹고 있는 걸 눈치채기라도 한 건지 당신이 오랫동안 호기심을 가지고 관심을 쏟았으니까 그 계단이 입구가 된 거고 언제든 다른 곳으로 바꿀 수야 있지만 어디인 건지는 말을 못 하게 되어있데. 그래도 안심할 거라길래 왜냐고 물었더니 어차피 새로운 곳에도 당신은 끌리게 될 거라면서 웃고만 있더라. 진짜 재수없고 짜증난다. 오늘 몇 가지 질문하고 답을 받은 게 있어서 그것들 먼저 말해볼게.

467  이름없음 2022/02/18 00:54:19 ID : nu4IHDzeZcn 
>>465 걱정해줘서 고마워. 최근에 밖에 자주, 오래 나갈 일이 있었어서 몸살 크게 난 거라고 생각하려고. 시기가 교묘하게 겹친 게 수상해서 오늘 잠들었을 때 그쪽이 날 아프게 했냐고 물어보기도 했는데 그럴 의도도 없었고 자기가 한 것도 아니지만 적어도 이곳으로 오면 편찮으실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어. 게다가 아직 추우니까 밖에는 자주 나가지 말래. 그걸 어떻게 아는 건지도 모르겠다. 말하는 걸 보니 여기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도 알고 있는 것 같았어. 해코지는 안 하겠다지만.

468 이름없음 2022/02/18 00:54:22 ID : aoLgnTO63Rx 
좋아 좋아!! 나는 스레주 얘기 너무 좋아><

469  이름없음 2022/02/18 01:08:22 ID : nu4IHDzeZcn 
질의응답은 당장 떠오르는 것들만 써볼게. 편의상 문체는 바꿨어.

1. 난 이미 그딴 일 안 하겠다고 하고 나갔다. 저택도 이미 무너졌는데 왜 그걸 고쳐가면서 자꾸 붙잡느냐?
 -> 당신 말고는 여기 올 이유도 올 수도 없다. 우리는 당신이 간절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2. 왜 간절한 건가?
 -> 말해줄 수 없다.

3. 그럼 다른 걸 묻겠다. 내가 인터넷에서 그 세계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걸 알고 있는 것 같던데, 그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당신의 자유에 맡기겠다. 당신이 내 주인 소유의 인형이라는 걸 널리 알리는 건데 말릴 이유도 없고, 무엇보다도 남들이 알아봤자 손쓸 수 있는 것도 없다. 해코지할 생각 또한 없으며 난 오로지 당신에게만 접촉할 수 있으므로 그걸 보고 들은 사람들에게 손을 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4. 꿈에는 언제까지 나올 건가?
 -> 당신이 여기로 올 때까지. 대체할 수 있는 사람도 없으므로 내가 먼저 그만두지는 않을 것.

5. 이미 그곳에 대해서 안 좋은 기억이 심어진 상황인데 내가 왜 가야 하나?
 -> 당신이 저항하지만 않으면 앞으로 안 좋을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다시 돌아오길 기다리면서 그것들도 전부 청소해둔 상황. 그러니 나쁜 건 하나도 없이 우리와 함께해주기만 하면 된다.

470  이름없음 2022/02/18 01:10:15 ID : nu4IHDzeZcn 
언젠가 담판을 지어야 하는 걸까. 또 눈 감으면 이것도 알고 있을 것 같아서 두렵다. 실패하면 다시 못 돌아오겠지?

471  이름없음 2022/02/18 01:29:37 ID : nu4IHDzeZcn 
피곤해서 잠깐 졸았네. 그러다가 마지막에는 그 손님을 봐서라도 다시 생각해달라고 했어. 우리에게는 밉고 당신에게는 고마운 사람이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이곳에서 찢기고 타죽어도 상관없겠냐면서. 무슨 짓을 한 건지는 다 알고 있고 그 손님은 이미 우리에게 있다면서.

472  이름없음 2022/02/18 01:30:39 ID : nu4IHDzeZcn 
정말 미안한데 너무 졸려서 더는 안 되겠다. 다들 잘 자고 좋은 꿈 꿔.

473 이름없음 2022/02/18 10:21:02 ID : Qrhzgi3A2Lf 
아직 얘기를 다 못 풀어줘서 지금 해준 얘기들이 드문드문 이해 안가는게 있긴하네
레주가 더 중요하니까 몸이나 마음이나 잘 추스르고 돌아와줘ㅠㅠ

474  이름없음 2022/02/20 15:42:14 ID : nu4IHDzeZcn 
방금도 자다가 깼네. 어젯밤에 잠들었을 때는 집사 대신 그 손님이 보였어. 원래는 멀끔하게 입고 있었던 굉장히 우아한 사람이었는데 많이 수척해졌더라. 울면서 자기는 신경쓰지 말고 인형으로 살지도 말래... 그럼 꿈을 멈출 방법은 없냐고 물으니까 무언가 말해줬어. 미안해. 이것도 직접 말하면 알 지도 모르겠다. 꿈 속에서 말할 때는 마지막으로 힘 다 짜내서 들어온 거고 집사는 못 보고 못 들을 테니까 걱정 말라고 했어
  다만 어디가서 말하지 말아달래. 자기는 찢겨 죽어도 괜찮고 시간 벌어줄 테니까 영원히 꿈 꾸게 하는 건 대단히 미안하고 유감이지만 고민해달래. 체력이 너무 떨어진 게 확실히 느껴진다. 나 너무 힘들어... 병원에서도 이상은 없대. 잠 많이 자라는데 많이 자고도 이래.

475  이름없음 2022/02/20 15:47:44 ID : nu4IHDzeZcn 
잠들 때마다 같은 곳에서 같은 설득만 들었고 하루에 깨어있는 시간보다 자는 시간이 더 많은 것 같아. 고작 일주일 됐는데 선잠 잘 때도 보이고 깊게도 못 자서 힘들다. 대학 잘 다닐 수 있을까. 이런 식으로 지내다간 학점은커녕 출석도 다 말아먹을 것 같아...

476 이름없음 2022/02/21 01:15:00 ID : o46rutzcNze 
ㅠㅠㅠㅠ 레주 건강 걱정되겠다ㅠㅠㅠ 그 저택이랑 주인, 집사, 손님들은 다 어떻게 된 거야 대체ㅠㅠ 레주가 저택 무너트리고 무사히 탈출한 거야? 다시는 그쪽 사람들이랑 현실사람들이랑 안 엮였음 좋겠어...

477 이름없음 2022/02/23 00:46:43 ID : nXBxPdwmnA0 
스레주 몸 괜찮았으면 좋겠다ㅠㅠㅠㅠㅠ천천히 푹 쉬어

478 이름없음 2022/02/27 15:48:08 ID : u7gjhaq583y 
스탑 걸고 쓰는건데 레주 지금은 괜찮아?

479 이름없음 2022/02/28 19:43:42 ID : 3O5SHwnyMja 
괜찮겠지?

480  이름없음 2022/03/12 12:41:33 ID : nu4IHDzeZcn 
나 아직 괜찮아
친구들이 웬만해서는 나 잠 안 재우려고 도와주고 있고 나도 동요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으니까
곧 다녀올 거니까 그 전에 다 풀고 갈게
여기랑 그곳은 시간의 흐름이 다르니까 생활에 지장은 없을 것 같아
대신 실패하면 영원히 못 오겠지만
처음이 어려울 뿐이지 두 번이라고 못 할 건 없으니까

481  이름없음 2022/03/12 12:44:53 ID : nu4IHDzeZcn 
>>476 응 내가 무너뜨렸어. 안 무너뜨리면 못 나가는 곳이니까. 이건 집사도 알고 있는 사실이라 말해도 상관없어. 대신 다시 돌아가면 어떻게든 못 나가게 하려고 벼르고 있겠지.

482  이름없음 2022/03/12 12:57:35 ID : nu4IHDzeZcn 
주인과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시간을 보낸 후로는 세척하고 식사하고 집사랑 다니고가 하루일과의 전부였어. 그 손님을 언제 만난 건지는 가물가물하지만 정말 부축 없이는 걷는 게 힘들었을 때. 그 때 언저리에 만났던 것 같아. 내가 거동이 불편한 상황인데 집사가 부득이하게 함께 있을 수 없으니까 객실에 편히 계시라고 했었던 날에. 정말 주인이 침대에 두고 간 인형마냥 누워 있었는데 누가 객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어.

난 문을 열어주러 갈 수 없는 상황이라 그 대신 누구시냐고 물었지. 문 너머에서 잠시 아무 말이 없다가 여자랑 남자 목소리가 뒤섞인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어. 자기는 옆 객실의 투숙객인데, 잠시 자기랑 함께하지 않겠냐면서. 그럼 집사가 안 된다고 하지 않겠냐고 했더니 그건 걱정해지 말래. 잠시나마는 하등 집사 따위가 손 댈 수 없으니까 숨 좀 돌리는 건 어떻냐고 하더라.

483 이름없음 2022/03/12 13:04:15 ID : 6o7upTO1g0t 
레주 힘내!!

484  이름없음 2022/03/12 13:14:58 ID : nu4IHDzeZcn 
당신의 뭘 믿고 그러냐니까 그 손님은 말했어. 

# 인형으로 살기 힘들지 않으신가요? 지금 당신의 몸이 굳어가는 것도 인형이 되어가는 과정이고, 받은 옷들도 입고 활동하기엔 지나치게 화려해서 주인 품 속에 얌전히 안겨 있는 게 어울린답니다. 왜 클레임을 걸지 말라고 했겠어요. 주인이 입혀주는 옷 외에 다른 걸 몸에 걸칠 수는 없는 게 인형이니까요. 무엇을 입히든, 어떻게 신기든, 혹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게 하든. 인형은 가만히 있어야만 합니다.

하더니 문이 벌컥 열렸어.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그 앞에는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를 얼굴이 다정하게 웃고 있었어. 드레스를 입은 건가 싶어서 보니까 턱시도인 것도 같고, 도통 성별을 짐작할 수 없는 모습에 이질적인 목소리까지. 내가 혼란스러워하니까 이제는 중성적인 목소리가 나왔어.

# 이렇게 새 주인을 만나기 전까지는요. 놓고 간 인형은 간수를 잘 해야 잃어버리지 않는 법입니다.

나는 대꾸할 기분도 아니었으니까 잠자코 보고만 있었고. 그 손님은 아무렇지도 않게 침대맡까지 걸어오더니 다시 말을 걸어왔어. 언제 모습을 바꾼 건지 귀여운 소녀가 되어서.

# 나는 당신과 즐겁게 놀 수 있고,

그리고 젊은 신사의 모습으로.

# 나는 당신의 힘이 되어줄 수 있고,

언제는 노파의 목소리로 바뀌더니.

# 나는 당신을 기꺼이 안아줄 수 있고,

마지막에는 귀부인이 날 다정하게 보면서.

# 나는 당신을 자유롭게 해줄 수 있습니다.

눈을 깜빡이면 바뀌는 그 손님의 모습에 혼란스러워하니까 당신을 해칠 생각이 결코 없고 필요에 맞는 모습으로 변하면서 도와주겠다고 했어.

485  이름없음 2022/03/12 13:20:24 ID : nu4IHDzeZcn 
다 풀겠다고는 했지만 쓰다보니 이야기가 너무 길어질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 어떻게 할까... 요약을 해도 알려줄 게 너무 많아. 질문을 받는 편이 좋을까? 왜냐하면 다음 주 주말을 여기에 할애할 예정이라서. 나 더 이상은 버티기 힘들어서 그래. 위에서 했던 말은 정정하고 알려줄 수 있는 건 모두 알려줄게.

486  이름없음 2022/03/12 13:21:01 ID : nu4IHDzeZcn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봐줘. 다음 주 금요일에 보내준 것까지는 대답하고 갈게.

487 이름없음 2022/03/12 14:38:54 ID : INtdBffdU2M 
>>485 버티기 힘들면 무리 안해도 돼 수고했어! 굳이 억지로 질문 받아봤자 레주만 힘들어질거같아 ㅠㅠㅠㅠ
>>475 상태가 이정도면 ㅠㅠ 현실의 삶에 더 집중해야될거 같아 레주야!

488 이름없음 2022/03/12 17:33:00 ID : irta4L805O6 
레주야 나는 네가 여기에 얘기를 풀어서 더 나빠질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래서 나도 위 레더처럼 억지로 무리할 필요 없어. 지금 레주 상태가 가장 중요해. 너부터 잘 챙겼으면 좋겠어. 여기에 시간 할애하지 말고 너를 위해 쉬어줘. 다시 그곳으로 간다니 걱정되지만 이번에도 잘 빠져나올 수 있길 바랄게. 이번에 완전 결판을 내버렸으면 좋겠다!! 나는 레주 일상 자체를 망가트린 그 저택이 원망스러울 지경이야.. 하루빨리 레주가 건강하게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길 바랄게:)

489 이름없음 2022/03/12 17:52:58 ID : ts5QnDvzSNA 
방금 다 정주행했는데 많이 힘들어하는 것 같아ㅜ 조심하고 또 조심해!! 푹 쉬고 건강해!!! 그리고 힘들면 안 푸는 게 맞는 것 같아

490  이름없음 2022/03/18 21:17:56 ID : nu4IHDzeZcn 
걱정해줘서 고마워 무사히 다녀올게

491 이름없음 2022/03/18 21:35:46 ID : 6o7upTO1g0t 
어디 하나 다치지 말고 무사히 돌아와!!

492 이름없음 2022/03/19 14:26:01 ID : 4Fa8rAqlyKY 
이해가 잘 안가서 그러는데 지금 레주는 그 이상한저택으로 담판을 지으러 간거야? 중간중간에 이야기가 끊겨있는것같아서 잘 모르겠어

493 이름없음 2022/03/20 16:04:41 ID : jtdDxRwk62J 
>>492 사실 나도 잘 몰겟어
무사히 다녀온다는거니까 병원은 아닌것같고.. 그 무너진 저택에 가서 담판을 짓는다는건가 싶기도행

494 이름없음 2022/03/31 01:07:31 ID : zPeLhAqlA6o 
ㅂㄱㅇㅇ

495 이름없음 2022/04/02 11:08:01 ID : zPeLhAqlA6o 
레주야 이제 안 오니…? 너무 재밌게 보고 있었는데 ㅠㅠ

496 이름없음 2022/04/12 00:01:28 ID : 4Fa8rAqlyKY 
레주야 괜찮은거 맞지? 너무 걱정된다

497 이름없음 2022/04/22 16:30:15 ID : SGlg1CqrBxP 
레주....돌아와......내가 애타게 기다리고 잇어....아무나 뒷이야기좀 이어줘봐...현기증나서 쓰러질것 같아..

498 이름없음 2022/05/19 19:00:21 ID : O067wJWo6mE 
레주... 나 아직도 기다리고 있어..... 잘 지내고 있었는지만이라도 알려주면 안 될까 ㅠㅠㅠㅠㅠㅠㅠ

499 이름없음 2022/06/26 14:18:16 ID : 8o7uoGre0tA 
레주 괜찮은거 맞지..? 걱정된다ㅠㅠ

500 이름없음 2022/06/26 14:52:03 ID : 8o7uoGre0tA 
그런데 처음에 레주가 그 저택에 갔다 다시 돌아왔을 때는 현재세계의 시간은 흐르지 않아있었다고 하지 않았나? 지금 저택에 간게 맞다면, 무사히 그 저택에서 나오게됐다면 시간이 이렇게 흐르기 전에 돌아와있지않을까..? 보니까 집사나 주인이나 레주를 힘들게 하는 존재인 것 같고 나중에 만났다는 분이 레주한테 도움을 준 인물인 것 같은데 다시 오지 말라고 한 말을 무시하면서까지 그 위험한 곳에 다시 돌아가서 단판을 지으려는 레주의 생각도 궁금하다.. 전혀 악의는 없는 글이고 그저 레주가 아직 소식이 없는게 걱정되면서도 이걸 다시 읽으면서 생긴 의문점들을 적은거니 혹시나 다시 레주가 돌아왔을 때 내가 적은 글을 보고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어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건지 도통 모르겠지만 레주가 무사했으면 좋겠어..

501 이름없음 2022/07/12 20:37:23 ID : PeFdxvjy7z9 
궁금하다 .. 언제 돌아와 ㅠㅠㅠ

502  이름없음 2022/11/21 02:07:23 ID : nu4IHDzeZcn 
스레주야. 이런저런 사정으로 많이 늦게 왔어.

503  이름없음 2022/11/21 02:08:48 ID : nu4IHDzeZcn 
일이 너무 많았어. 뭐 먼저 풀까? 질문 먼저 받고 없으면 나름대로 정리해서 이어갈게.

504  이름없음 2022/11/21 02:26:14 ID : nu4IHDzeZcn 
>>500 떠난 시점과 돌아온 시점 사이에 차이는 없었지만 내가 겪었던 일은 나에게 영향을 줬으니까. 많이 지친 만큼 회복할 시간도 필요했어. 그 집사가 꿈에 계속 나와서 스트레스를 주는데 앞으로 계속 같은 꿈을 꾸고 싶지도 않았고 한 번 해냈으니 두 번이야 못 하겠냐는 마음으로 담판을 짓고 싶어서 다시 가는 걸 선택했던 거야. 전혀 상처받지 않았어. 그저 살아서 돌아온 게 다행이지.

505 이름없음 2022/11/21 02:28:17 ID : qmNzhApdQtu 
ㅂㄱㅇㅇ

506 이름없음 2022/11/21 10:21:26 ID : Qrhzgi3A2Lf 
계속 풀어줘!

507 이름없음 2022/11/21 11:46:43 ID : tvu4JXz89xQ 
ㅂㄱㅇㅇ

508  이름없음 2022/11/21 22:03:27 ID : nu4IHDzeZcn 
결론부터 말하자면 모든 게 끝났고 꿈에서도 다시는 집사를 안 보게 되었어. 다시 갔을 때는 저택이 더욱 호화로워졌고, 모든 것들이 나를 반기고 있었지. 걸음마다 꽃내음이 따라왔고 색색의 샹들리에가 눈이 부시도록 천장에서 빛을 뿜어내던 곳.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내 취향에 맞는 것들로 갖가지 방을 화려하게 꾸민 곳은 언제 무너졌었냐는 듯 나를 화려하게 맞이했는데, 나에게는 그걸 감상하며 좋아할 여유 따위는 없었어. 어떻게 할까? 첫 번째 이야기를 이어갈까, 아니면 두 번째 이야기를 시작할까. 보기 편한 쪽으로 말해줘.

509 이름없음 2022/11/21 22:11:54 ID : Fjze0k065fc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많고 궁금한 점도 많아 첫번째 끊겼던 부분부터 이어가줄 수 있을까?

510 이름없음 2022/11/22 11:03:01 ID : Qrhzgi3A2Lf 
첫번째 얘기부터 마무리 지어줘!

511 이름없음 2022/12/02 02:23:40 ID : nVak3zO2sly 
첫번째 이야기부터 마무리 지어주고 두번째 이야기도 해주면 안 될까? 안 된다면 첫번째 이야기 부탁할게!

512 이름없음 2023/01/19 19:25:32 ID : O9zbxu3xyK6 
레주야.. 오랜만에 생각이 나서 다시 정주행했는데 너무 재밌다ㅜㅜ

502  이름없음 2022/11/21 02:07:23 ID : nu4IHDzeZcn 
스레주야. 이런저런 사정으로 많이 늦게 왔어.

503  이름없음 2022/11/21 02:08:48 ID : nu4IHDzeZcn 
일이 너무 많았어. 뭐 먼저 풀까? 질문 먼저 받고 없으면 나름대로 정리해서 이어갈게.

504  이름없음 2022/11/21 02:26:14 ID : nu4IHDzeZcn 
>>500 떠난 시점과 돌아온 시점 사이에 차이는 없었지만 내가 겪었던 일은 나에게 영향을 줬으니까. 많이 지친 만큼 회복할 시간도 필요했어. 그 집사가 꿈에 계속 나와서 스트레스를 주는데 앞으로 계속 같은 꿈을 꾸고 싶지도 않았고 한 번 해냈으니 두 번이야 못 하겠냐는 마음으로 담판을 짓고 싶어서 다시 가는 걸 선택했던 거야. 전혀 상처받지 않았어. 그저 살아서 돌아온 게 다행이지.

505 이름없음 2022/11/21 02:28:17 ID : qmNzhApdQtu 
ㅂㄱㅇㅇ

506 이름없음 2022/11/21 10:21:26 ID : Qrhzgi3A2Lf 
계속 풀어줘!

507 이름없음 2022/11/21 11:46:43 ID : tvu4JXz89xQ 
ㅂㄱㅇㅇ

508  이름없음 2022/11/21 22:03:27 ID : nu4IHDzeZcn 
결론부터 말하자면 모든 게 끝났고 꿈에서도 다시는 집사를 안 보게 되었어. 다시 갔을 때는 저택이 더욱 호화로워졌고, 모든 것들이 나를 반기고 있었지. 걸음마다 꽃내음이 따라왔고 색색의 샹들리에가 눈이 부시도록 천장에서 빛을 뿜어내던 곳.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내 취향에 맞는 것들로 갖가지 방을 화려하게 꾸민 곳은 언제 무너졌었냐는 듯 나를 화려하게 맞이했는데, 나에게는 그걸 감상하며 좋아할 여유 따위는 없었어. 어떻게 할까? 첫 번째 이야기를 이어갈까, 아니면 두 번째 이야기를 시작할까. 보기 편한 쪽으로 말해줘.

509 이름없음 2022/11/21 22:11:54 ID : Fjze0k065fc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많고 궁금한 점도 많아 첫번째 끊겼던 부분부터 이어가줄 수 있을까?

510 이름없음 2022/11/22 11:03:01 ID : Qrhzgi3A2Lf 
첫번째 얘기부터 마무리 지어줘!

511 이름없음 2022/12/02 02:23:40 ID : nVak3zO2sly 
첫번째 이야기부터 마무리 지어주고 두번째 이야기도 해주면 안 될까? 안 된다면 첫번째 이야기 부탁할게!

512 이름없음 2023/01/19 19:25:32 ID : O9zbxu3xyK6 
레주야.. 오랜만에 생각이 나서 다시 정주행했는데 너무 재밌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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