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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번역괴담] 산에 들어갈 수 없게 된 이야기

탱녀 2022. 3. 27.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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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나 마에다 코우지는 산에서 조난당한 적이 있었다.

나의 고향은 꽤 시골이라 초등학교는 인원수가 적고,

같은 학년은 두세명밖에 없었다.

1~6학년 모두 합해도 20명이 조금 넘는 형편이고,

나름대로의 학교 건물은 있지만 모든 학생이 한 교실에서 수업을 받고,

다른 교실은 무용지물 취급이었다.

교실은 하나이고 선생님도 한 분.

뭐 보기좋게 과소한 마을이었던 셈이지만,

당시의 나에게는 그것이 보통으로 그 마을이 세계의 전부였다.


그날 나는 친구 A와 B를 데리고 산에 들어가보기로 했다.

평소에는 산에 들어가지 마라,

산에 들어가면 귀신에 잡아먹힌다고 어른들이 말씀하셨고,

우리는 그것을 재미삼아 가끔 산에 들어가서는

나뭇가지를 주워 오거나 먹지 못하는 버섯을 따거나 하며 놀고 있었 다.

A와 B는 학년으로는 한 살 아래였지만 매일 같은 교실에서 수업을 받는 절친한 친구였다.

나의 같은 학년은 여자밖에 없었기 때문에,

나의 놀이친구는 필연적으로 A와 B였던 것이다.

A는 나보다 태도가 더 대담한 놈으로,

나보다도 A쪽이 골목대장이었다.

그런 A가 산에 가자고 했다.

나도 B도 산은 어른에게 들키면 혼나는 놀이터라고 밖에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찬성했다.

그래서 우리는 방과후에 일단 집으로 돌아가고 자전거를 타고 다시 집합했다.

말을 꺼낸 것은 A지만,

일단 연장자의 체면을 살리기 위해 ‘가겠다’며

먼저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고 둘은 따라나섰다.

페달을 밟아 자전거를 타고 30분이면 산에 도착한다.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잘도 30분이나 자전거를 계속 달릴 수 있었다.


산에서 지방도로에서 벗어난 포인트에 자전거를 세우고 짐승들이 다니는 길을 들어간다.

산에 들어간다는 것만으로 우리에게는 충분한 모험이었기 때문에 깊이 들어온 적은 없었다.

기껏해야 지방도로에서 몇 분 거리까지 들어가서 한참 노는 정도.

커다란 나뭇가지를 모아 비밀기지를 만들고

그 안에 들어가 주워온 야한 책을 보거나

집에서 빼내온 부모의 담배를 피우는 일이 늘 하는 놀이였다.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즐겁기만 했지 본격적인 산 탐색 같은 건 해본 적이 없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원시림은 나무도 제각각이고 땅에는 굵은 뿌리가 넘실거린다.

나도 A도 어렸지만 여기서 무리한 짓을 하면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날도 그걸로 끝날 터였다.


갑자기 B가 오옷 소리를 질렀다.

"봐봐! 저거!!"

B가 가리킨 방향을 봐도 아무것도 없다.

"뭐야"라고 A가 되묻는다.

“저기 저기! 오른쪽으로 구불구불 휜 나무 밑바닥에, 토끼!”

쳐다보니 뿌리부터 오른쪽으로 크게 젖혀진 분재 같은 형태의 나무가 나 있고,

그 뿌리로부터 수미터 위치에 토끼가 있었다.

토끼는 먹을 것을 찾듯 귀를 쫑긋거리며 땅을 뒤지고 있다.

"쉿, 도망가지 않도록……"

A가 작은 소리로 말하면서 나와 B를 손으로 누르고,

살금살금 나무 그늘에 숨으며 토끼에게 다가간다.

토끼까지는 20m 거리.

가지를 밟고 희미한 소리를 내니 토끼는 귀를 움찔하고 하고 주위를 둘러본다.

우리는 나무 그늘에 숨어서 숨을 죽이고 잠시 그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잠시 후 얼굴을 내밀어 토끼를 확인해 보니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아직 땅을 뒤지고 있었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조심조심 10분 이상의 시간을 두고 다가갔다.

토끼까지는 이제 5m 남았다.

셋이서 뛰쳐나가면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출발…”

A가 속삭였다, 그리고 한 호흡을 두고 「가!」이라고 하는 구호 와 함께 뛰쳐나왔다.

나랑 B도 뒤늦게 뛰쳐나간다.

토끼는 흠칫 놀라며 이쪽을 보고 눈에도 띄지 않는 속도로 물러섰다.

도망간 쪽으로 마침 A가 달려왔고 그대로 온 힘을 다해 토끼를 쫓고 있다.

토끼는 재빨라서 초등학생의 발로 잡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세 사람 모두 50m가량 정신없이 쫓아갔지만 토끼의 모습은커녕 도망가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아 멈췄다.

세 사람 모두 땅 위에 주저앉아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나무뿌리가 굽이치는 울퉁불퉁한 산길을 전력으로 달리는 것은 상당히 힘들었다.

넘어지지 않고 달리고 있던 것은 A뿐이고 나도 B도 넘어져 무릎이나 손이 까져 있었다.

“없어졌네.”

하고 A가 중얼거리더니 ‘돌아갈까’하고 말했다.

일어서서 원래 왔던 쪽으로 돌아가려고 하지만 방향을 알 수 없다.

토끼에게 온 신경을 집중해 정신없이 달리는 바람에 방향감각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어디를 봐도 보이는 것은 나무와 굽이치는 뿌리뿐.

우리들은 어이없이 조난당하고 말았다.

어찌할 바를 몰라 정처없이 걸었다.

토끼를 쫓아온 것은 기껏해야 50m 정도.

방향을 정해 50m 정도 걸어갔다가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오지 못하면 50m 되돌아와

다시 50m를 다른 방향으로 가는 방법을 시도했지만 이게 소용이 없었다.

산 속 풍경은 보는 곳이나 각도에 따라 전혀 다르게 보였다.

눈에 띄고 있던 큰 뿌리나 바위 등은, 조금 장소를 바꾸면 이미 안보이게 되었다.

위험해 위험해 위험해…….

나는 그 생각만 하면서 오로지 도로를 찾아 걷고 있었다.

A도 B도 처음에는 긴장하고 있었지만, 점점 조용해졌고,

이윽고 우리는 말없이 주저앉고 말았다.

나무뿌리에 걸터앉아 생각에 잠겼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 상황을 타개할 방안은 떠오르지 않았다.

시골 초등학생이 휴대폰 따위는 가지고 있을 리가 없고,

부모에게 연락할 수단도 없다.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통 모르겠다.

비밀 기지만 찾으면 돌아가는 방향은 알텐데.

정처없이 방황하는 바람에 원래 있던 자리도 찾을 수 없게 되었다.

조난, 가출, 행방불명.

다양한 단어가 머리에 떴다가 사라진다.

불안에 짓눌린 우리를 비웃듯이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여름이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비 따위는 개의치 않았지만

젖는 것이 싫었기 때문에 큰 나무 그늘에 들어가 비를 피했다.

지네 같은 여러가지 벌레가 있어서 기분나빴지만 젖는 것보단 나았다.

빗줄기는 점점 강해져 내리기 시작한 지 몇 분 후에는 폭우가 내렸다.

우리는 몸을 맞대고 떨고 있었다.

여름에 가까울텐데 놀랄 정도로 춥다.

젖은 옷이 체온을 앗아간 것이라고 지금이라면 알겠지만 당시의 나는 그저 무서워서 떨고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주위는 깜깜해졌다.

비는 여전히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우리들은 계속 말이 없었고, 정신상태도 정상이 아니었다.

불안이 너무 심해져서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는다.

B는 울고 있었지만, 나도 A도 B에게 말을 걸려고는 하지 않았다.

계속 나무를 때리는 빗소리에 섞여 느닷없이 ‘어-이’ 하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얼굴을 마주보았다.

잘못 들은 것이 아니다.

모두에게 분명히 들렸던 것이다.

가만히 귀를 기울인다.

“어-이…… 어-이….”

어른이다.

"찾으러 왔구나!"

그러면서 A가 뛰쳐나갔다.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둘러보다.

"어이~ 여기요~"

입에 두 손을 모아서 A가 큰 소리로 부른다.

나도 B도 마찬가지로 큰 소리로 거처를 전한다.

“…..어-이…….”

목소리는 멀리서 들린다.

어느 방향에서 들리는지 모르겠어.

캄캄한 산중에서 빗소리가 주위를 덮고 있다.

“…..어-이…..”

부르는 소리는 멀었고, 우리의 소리가 들렸는지도 모른다.

갑자기 나는 상상해버렸다.

캄캄한 산속에서 외치는 소리는 과연 인간의 것일까.

“…..어-이…..”

목소리는 가까워지지도 않고 멀어지지도 않고, 일정한 거리에서 들린다.

“봐봐!”

B가 소리쳐 멀리 가리켰다.

그 방향을 응시하니 멀리서 작은 빛이 흔들리고 있다.

손전등 불빛이다.

“가자! 어이! 어이! 어이!”

그렇게 외치며 A가 달려나왔다.

나와 B도 뒤따른다.

살았다는 생각과, 그 빛이 혹시 손전등이 아니라는 상상이,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었다.

우리는 빛이 있는 곳으로 달렸다.

빛은 갑자기 흔들려 보이지 않게 되었다가, 또 금방 나타났다.

“…..어-이…..”

목소리도 변함없이 들려온다.

나는 두려움을 느끼며 오로지 달렸다.


이상해.

달려도 달려도 빛이 있는 곳에 다다를 수 없다.

벌써 상당한 거리를 달렸는데도 전혀 빛의 흔들림이 가까워지지 않는다.

외치는 소리도 여전히 멀다.

우리가 달리는 속도와 같은 속도로 빛과 목소리가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면 벌써 빛이 있는 곳에 다다랐을 것이다.

"저기... 뭔가 이상하지 않아?"

나는 두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멈춰 서서 셋이서 마주보았다.

비는 조금 잦아들고 있었지만 아직 주변의 모든 공간을 빗소리가 채우고 있었다.

“…..어-이…..”

목소리는 계속되고 있다.

팔랑팔랑 흔들리는 빛도 보이고 있다.

“이쪽이에요! 여기 있어요!“

A가 또 큰소리로 외친다.

“…..어-이…..”

목소리에 변화가 없다.

"아까부터 말이야, 어-이 이 말밖에 안 해."

나는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말을 계속했다.

"이렇게까지 달렸는데 가까워지지 않는 건 엄청 이상해.

여우인가 뭔가에 홀려있는 거야……"

그렇게 말했을 때 갑자기 귀신이라는 단어가 생각나서 소름이 쫙 끼쳤다.

산에 들어가면 귀신에게 잡아먹힌다.

어른이 하던 말이 귓가에 되살아났다.



우리는 멍하니 서 있었다.

움직이지도 말하지도 못하고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고 잠자코 있었다.

“어이”

갑자기 가까이에서 부르는 소리를 듣고 우리는 뛰어올랐다.

목소리는 우리 바로 뒤에서 들렸다.

굵고 나지막한 남자의 목소리였다.

허둥지둥 돌아보니 아무도 없다.

비에 젖은 시커먼 나무들만 보일 뿐이다.

빗소리에 섞여 빠직빠직 가지를 밟는 소리가 들린다.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저기…누군가…있습니까…"

겨우 그렇게 말했다.

스스로도 놀랄 만큼 가늘고 가냘픈 목소리였다.

여자아이 같은 목소리에 부끄러워졌지만,

A도 B도 아무 반응없이 눈앞의 어둠을 응시하고 있었다.

"누군가…누군가 있습니까!"

용기를 쥐어짜서 그렇게 말했다.

정적 속에서 빗소리가 유난히 요란하다.

시커먼 나무들, 그 너머로 펼쳐진 어둠.

어디까지나 캄캄한 어둠 속에서,

문득 무엇인가가 움직인 기분이 들었다.

어디서 뭐가 움직였는지 모르겠어

가만히 응시하고 있자니 시야의 가장자리에서 또 무엇인가 움직였다.

이번에야말로 어디인지 알았다.

그것은 2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섰다.

시커먼 시야 속에서 붉디붉은 그것은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비명을 지르며 B가 도망쳤다.

B도 그걸 알아차린 것이다.

나도 A도 B를 쫓아 뛰기 시작한다.

하지만 어른일지도 모른다.

캄캄한 산중에서 불빛도 없이 다가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지만 만일 우리를 찾으러 온 어른이라면 도망쳐 버리면 우리는 다시 조난이다.

그래서 A와 B를 불러세워 나무 그늘로 숨었다.

캄캄한 시야 속에서 다시 그것을 찾는다.

빨간 무언가다.

빨간 무언가.

그런 생각을 하고 응시한다.

여기다.

조금 전까지 우리들이 있던 근처를 걷고 있다.

불빛 없는 속에서 불그스름한 무엇인가가 움직이고 있다.

나무 그늘에 숨어서 그 모습을 눈으로 쫓는다.

추위와 공포로 이가 딱딱 마주쳤다.

그 소리에 눈치채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그것은 우리들이 있는 쪽으로 다가가는 것도 아니고 엉뚱한 방향으로 걸어갔다.

사람인 것 같다.

적어도 겉보기는 괴물은 아니다.

우리는 천천히 다가갔다.

빨간 옷을 입은 사람인 줄은 알았는데,

어떤 사람인지까지는 알 수 없었다.

어른인가, 우리를 찾으러 온 것인가,

아니면 미친 사람인가.

도움을 청하지 않으면 곤경을 벗어 날 수 없다.

하지만 그 사람에게 말을 걸어도 좋은 것일까.

좀더 다가가서 살펴봐야 알 것 같았다.

빨간 사람이 걸어간 쪽으로 발소리를 내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10미터 정도까지 접근한 후에야 그것이 붉은 기모노의 여자라는 것을 알았다.

“어이.”

정말 갑자기 바로 뒤에서 소리가 나서 우리는 굳었다.

굵은 남자 목소리

목소리의 느낌으로 보아 바로 등뒤, 몇 걸음 떨어져 있지 않을 것이다.

빨간 사람이 멈춰 섰다.

천천히 이쪽을 돌아본다.

순간 뒤를 돌아보니 아니나다를까 아무도 없었다.

바로 얼굴을 앞으로 돌리자 붉은 여자가 이쪽을 보고 있었다.

기모노 차림으로 긴 검은 머리를 늘어뜨리고 있다.

얼굴은 하얗다.

이쪽을 향하고 있지만 멀고 어둡기 때문에 어떤 표정인지 모른다.

비에 젖어 있어야 할 터인데 머리도 기모노도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것이 기묘했다.

사람이 아니야.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내 귓가에서 "어이"하고 큰 소리가 났다.

나는 머리가 하얗게 되어 달아났다.

A도 B도 돌아보지 않고 먼저 달리기 시작했다.

기다려! 라는 A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정신없이 달렸다.


계속 달려서 정신을 차려 보니 혼자가 되어 있었다.

비는 다시 강해져 폭우가 내리고 있었다.

달리다 지쳐 나는 주저앉았다.

비가 몸에 부딪쳐 아플 정도다.

호흡이 가빠서 머리가 돌지 않는다.

여기가 어디고 A와 B가 어떻게 됐는지도 모른다.

이건 분명 나쁜 꿈일거야.

눈을 뜨면 어머니가.......반드시 집에서.......눈을...뜨면...............


머리가 띵하고 눈물이 멎지 않는다.

요란하게 귀가 울리고 빗소리인지 이명인지도 알 수 없었다.

탁 하고 나뭇가지를 밟는 소리가 나며 고개를 들어보니 눈앞에 빨간 기모노를 입은 여자가 서 있었다.

아... 으... 하고 입에서 입에서 입김이 새어나오다.

추위에 얼어버리는 와중에서 사타구니가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새빨간 옷에 긴 검은 머리

새하얀 얼굴에 부릅뜬 여우눈.

심상치 않은 모습으로 웃고 있다.

눈을 부릅뜨고 입을 딱 벌리고 하얀 이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입을 열어 "어이" 남자 목소리를 냈다.

난 미쳐버리는 것 같았다.

여자는 또 “어이” 하고 소리를 내더니 입가에 손을 대고 쿡쿡 웃었다.

여자의 목소리로 웃었다.

주저앉아 올려다보는 내 얼굴을 들여다보고

다시 남자 목소리로 “어이” 하고 다시 낄낄거리며 여자 목소리로 웃었다.

나는 잘 돌지 않는 머리로도 이해했다.

조금 전까지 부르고 있던 것도 이 여자였던 것이다.

우리를 불러 모아, 뛰어다니게 하고,

뿔뿔이 흩어지게 한 것도 이 녀석이야.

나는 도망가려고 했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피로때문인지, 허리가 빠졌는지,

무서운데도 나는 여자에게 눈을 뗄수가 없어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여자는 쿡쿡 웃으면서 나를 보고 있다.

여우 같은 눈을 부릅뜨고 나를 바라보고 있다.

살해당한다, 하고 생각했다.

제대로 된 이성이 느껴지지 않는 이상한 눈이었다.


몇 초 지났을까, 여자는 입꼬리를 손으로 가린 채 “잡아먹을까”라고 했다.

나는 무슨 말을 들었는지 이해할수 없었다.

여자는 또 “잡아 먹을까. 부모 품으로 돌려보낼까”라고 노래하듯 반복했다.

여자는 낄낄거리며 그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나는 말의 의미를 이해하고 떨고 있었다.

“잡아먹을까.”

여자는 계속 웃고 있다.

“부모 품으로 돌려보낼까.”

비와 눈물로 시야가 뿌옇다.


"부탁드립니다……"

나는 무릎을 꿇고 여자를 올려다보았다.

“돌려보내주세요…..”

눈물이 왈칵 쏟아지면서 몇 번이나 간청했다.

"부탁해요... 부탁해요!"

여자는 쿡쿡 웃으며 “잡아 먹을까”라고 되뇌이고 있다.

눈물 콧물로 뒤범벅이 된 채 여자를 올려다보자 그 얼굴이 천천히 다가왔다.

히죽 웃는 입이 크게 벌어진다.

잡아먹힌다, 그렇게 생각했다.

얼굴이 천천히 다가오고, 나의 의식은 어둠에 잠기다, 갑자기 빛속에서 눈을 떴다.


정신을 차려 보니 나는 자택의 거실에 깔린 이불에 누워 있었다.

주변에는 부모님과 동네 어른들이 모여 있었다.

“깨어났다!”라든지 “이런 멍청이가!”라든지

“운이 좋았네”라는 여러 가지 말을 하고 머리를 쓰다듬거나 때리거나 했다.


산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질문을 받고, 나는 머리가 아픈 것을 참으면서 모든 것을 사실대로 설명했다.

잠시 감기로 시달리다가, 겨우 회복된 나는 그날의 이야기를 어머니로부터 들었다.

그날 나는 산 입구에 쓰러져 있었던 것 같다.

밤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는 우리를 찾아 산에 온 어른들이 나를 발견해 주었던 것 같다.

다른 어른들이 산에 들어갔지만 A와 B는 찾을 수 없었다.

그 후로도 매일 수색은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도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다음날 나는 어머니에게 이끌려 동네 절로 향했다.

주지스님에게 인사하고 간단한 설교를 들은 뒤 산에 있는 귀신에 대해 들었다.

산에 들어가면 귀신에게 잡아먹힌다는,

전설로 의지할 만한 것으로 전해져오는,

실제로 산에 있는 것은 옛부터 산에 모셔져 있는 신,

같은 것으로 귀신과는 다르다고 한다.

예로부터 오곡풍작을 가져다주는 고마운 신이자

사람을 잡아먹는 무서운 신이며,

함부로 산에 들어간 사람이 행방불명을 당하는 일이 자주 있었다고.

더욱이 그 신을 모시고 있던 신사가 산사태로 소실되었다.

다시 신사를 지었지만 아무래도 신이 깃들지 않았다고 한다.

몇 번이나 의식이 거행되어도 전혀 신이 깃들지 않았다.

그러던 중 의식을 하던 관계자들이 몇 명의 행방불명을 당해,

위험하다고 판단된 산은

거친 신이 계시는 신역으로서 봉쇄되었다.

그래서 어른들에게는 제대로 이해시켜 들어가는 것을 금하고,

아이들에게는 무서운 귀신이 산에 있다고 말해 왔다고.


A와 B는 아마 신에게 잡아먹힌 거지,

어른들도 위험하니까 이제 수색도 중단될 거라고 주지스님은 말했다.

나는 2명을 버리고 도망간 것을 주지스님에게 이야기했다.

그러나 그후 나는 바로 그 신과 마주쳐서 왠지 산에서 내려왔다.

몇 명 중 한명만 돌아온다는 것은 과거에도 있었던 것 같고,

나는 우연히 운이 좋았던 것 뿐이며,

향후 두 번 다시 산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고 들었다.

마을도 떠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그리고 다른 고장에 가더라도 가능한 한 산에 들어가지 않도록 하고,

어디에서나 산이란 신이 계시는 다른 공간이고,

이 근처의 산과도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행방불명을 당한 나는 어느 산에 들어가도, 저 산의 신의 손이 닿아 버린다고.

그 소식을 듣고 나는 어머니와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 밤에 어머니와 아버지가 이야기를 해서 우리 가족은 도쿄로 나가게 되었다.

주지스님의 말씀도 들었지만 A와 B의 부모는 나를 원망하는 것 같았고,

이대로 마을에 있어도 살기 힘들 것 같다고 생각해 부모님은 선뜻 도쿄행을 결심했다.

어쩌면 작은 마을로부터 도망칠 수 있는 것을 기뻐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초등학교 6학년 여름,

졸업을 기다리지 않고 지방에서 온 나는,

새로운 학교의 학생들로부터 기이한 시선을 받았다.

사투리가 있었던 것도 바보로 여겨져

나는 있을 곳 없는 초등학교 생활을 졸업할 때까지 버텨야 했다.

다소 왕따 같은 것을 당하면서도

그 이외에 무서운 생각은 하지 않았고,

그 이후로도 나에게 신의 손길이 닿는 일은 없었다.


여기까지가 어린시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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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를 졸업한 나는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영상전문학교에 진학했다.

그 학교 졸업생이 차린 요요기의 작은 영상물 제작 회사에 취직했는데, 이 선택이 안 좋았다.

워낙 영세기업이라 사람이 없다.

사장을 포함해 5명 밖에 없는 회사이므로,

협의로부터 촬영, 편집에 이르기까지 모두 하지 않으면 일이 돌아가지 않는 것이다.

처음엔 모든 제작과정에 매달리는 게 즐거웠지만 입사한 지 3년이 지났을 때엔 점점 고통이 됐다.

특히 영업이 힘들었다.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들어, 대략적인 예산을 전하고,

기획을 취사 선택하여 실현 가능한 프로젝트에 반영한다.

거의 모든 경우에 있어서, 상대방이 원하는 것은 예산을 큰폭으로 넘는 것이며,

이러 저러한 이유로 이 정도의 예산이 필요합니다라고 말하면, 으레 싫은 기색을 보였다.

영세 제작사가 상대하는 고객사는 대개 영상기획 자체가 처음인 중소기업이고,

상대방 담당자는 이것도 저것도 하고 그것도 하고 싶다는 꿈만 부풀어 있어 예산에 갈등을 겪게 된다.

대형 영상제작사의 프로젝트에 참가해서 톱니바퀴의 하나로 편집 정도를 담당하는 편이 상당히 나의 성미에 맞았다.


그날은 어느 중견 프로덕션의 기획회의에 참가하기 위해 도겐자카(道玄坂)의 찻집에 불려갔다.

전체를 총괄하는 역할의 디렉터가 프로젝트의 내용을 각 담당에게 설명해 나간다.

우리 회사는 기쁘게도 편집의 하청이라는 역할이었다.

스스로 기획을 총괄할 필요도 없이,

나름대로의 예산을 확보해서 회사에서 PC를 뚝딱거리는 하청일을 나는 아주 좋아했다.

하청을 받아 수지가 맞는 일은 드물었고,

내가 말하는 것도 그렇지만 나는 일에 몰두하는 타입이라 일을 빠르게,

마감에 쫓기는 일 없이 마감보다 빨리 끝마치고 취미 시간으로 보낼 수 있었다.

그것을 예측하고 상대편이 예상한 작업량은 상당한 볼륨이었지만,

그에 걸맞는 예산도 확실히 해 주었으므로 흔쾌히 승락했다.


프로젝트 내용은 ‘정말로 일어난 심령 영상 100연발’ 같은 흔한 DVD 기획으로,

우리 회사가 맡은 역할은, 제공받은 영상을 무서운 느낌으로 잘 포장시켜,

귀신을 살짝 집어넣는 편집으로 상대방에 납품하는 것이었다.

어린시절에 장렬한 공포체험을 했던 나는 심령계통의 영화나 텔레비전 프로그램 등은 질색이다.

귀신의 집 같은 건 들어갈 리도 없고, 고교나 전문학교 친구들에겐 꽤 바보취급 당했었다.

귀신이 있을지 어떨지 모르지만 무서운 신은 있는 것이다.

예전에 친한 친구 2명이 행방불명된 경험을 한 나는,

그쪽에 관해서는 사라지지 않는 트라우마를 안고 있었다.

하지만 일이 되면 그런 말을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심지어 기획 자체 픽션도 좋고, 이쪽에서 매달려야 하는 편.

어떻게든 되겠지, 깊게 생각하는 것은 그만두고 DVD대여점에서 심령물의 DVD를 몇개인가 빌려서 회사로 돌아왔다.


촬영 팀으로부터 보내져 온 대량의 영상 소재를 PC에 넣어 확인한다.

이 촬영 팀은 몹시 조잡하게 일을 하는 것 같이 영상은 흔들흔들,

귀신역의 사람 뒤에 스탭의 발이 전부 보이고 있다.

어두운 영상으로 할 텐데 카메라의 감도를 너무 올려 실내가 너무 밝게 비치고 있고,

기타 등등 매우 진부한 영상의 여러가지를 보고 나는 한숨을 쉬었다.

영상이 흔들리면 리얼리티를 느낄거라고 생각하다니 무르다고.

촬영팀도 100편 분량의 영상을 찍느라 급하게 하고 있겠지만,

이래서야 날림도 날림 나름이지.


이 저렴한 영상을 일반 심령 영상으로 가공한다.

화면 전체의 명도를 떨어뜨리고 콘트라스트도 내린다.

푸른 필터를 씌워 어두컴컴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귀신역의 사람이나 불가해한 빛을 잘라내거나 영상에 겹치거나 해 그럴듯하게 한다.

완성된 영상을 클라우드에 올려 디렉터에게 체크받는다.

정정요청에 대응하고, OK라면 그대로 다음에 착수한다.

매일 20시간 가까이 꼬박 편집해 납기까지 일주일 남기고 모든 편집이 끝났다.

나 스스로도 대단한 업무량이라고 생각한다.

나머지는 누구에게 거리낄 것 없이 회사 컴퓨터로 당당하게 게임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일보다 뛰어난 집중력으로 온라인 게임을 하고 있는데 디렉터로부터 전화가 왔다.

수정요청 인가하고 혀를 차면서 전화를 받았다.

화면에서는 정지된 게임 화면이 뜨고 있다.

디렉터의 요청은 100연발 이외의 증정 영상을 추가 편집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뭔가 TV 프로그램의 특집용으로 촬영한 영상이 있는데,

프로그램 자체가 취소된 듯 유보되어 있는 영상 소재를 입수했으므로,

그것을 DVD에 수록하고 싶다는 것.

납기는 꽤 남아 있고, 물론 추가 보수도 발생하기 때문에 나는 그 부탁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사장한테 보고하고 게임으로 돌아왔다.


그 밤에 퀵으로 도착한 새로운 영상을 확인했다.

역시 TV용 촬영팀이 찍은 영상은 깨끗하고 잡스럽지 않다.

나는 영상의 높은 퀄리티에 텐션이 올라,

그대로 모든 영상들을 확인하기로 결정했다.

밤늦게서야 다 보겠지만 어딘가의 허접한 영상이 지겨워서 깨끗한 영상을 보는 게 즐거웠던 것이다.


영상의 내용은 어딘가의 숲인지 산인지의 심령 스팟에 연기자 몇명과 영매사인 여성분이 들어가,

여자 연기자가 기분이 나빠져 제령을 한다, 라고 하는 흔한 내용이었다.

촬영단계부터 최적의 노출으로 찍힌 영상은 제법 무섭기까지 했다.

카메라 너머로 출연진이 라이트에 비치고 그 너머는 어둠이 깔리고 있다.

그래서 이런저런 일 때문에 사람들이 울음을 터뜨리고

야외 촬영 버스로 돌아가 여자 영매사가 불제를 해도

여기에서는 완전히 제령을 할 수 없으니 절에 가서 다시 제령을 하자는 흐름이다.


섬뜩한 것은 절에서의 제령 씬으로,

정좌하고 목을 늘어뜨리고 끙끙거리고 있는 연기자의 뒤에서

영매사가 불경 같은 것을 외우면서 어깨나 등을 두드리거나 하고 있다.

갑자기 고개를 든 여자가 고개를 빙 돌리는데 그때 여자의 눈이 잠깐 카메라를 보는 것이다.

무심코 보다가 문득 신경이 쓰이는,

여자의 얼굴을 확대해서야 비로소 알 수 있을 정도의 아주 작은 포인트,

게다가 한순간에 일어난 일이라 TV에서 보고 있는 사람은 알아채지 못할 것이다.

그런 사소한 연기를 이 여자가 했을까.

그런 세세한 지시를 디렉터는 내린 것일까.

말하긴 좀 뭐하지만 이건 심령 프로그램이다.

울고 외치는 연기 외에 그런 세세한 연출은 프로그램 전체에 의미가 없을 것 같다.

게다가 여자의 눈이 무서운 것이다.

텅 빈 삼백안으로 시선이 빙글빙글 움직인다.

그리고 순간 카메라를 본다.

확대해서 그 장면을 봤을 때 확 소름이 돋았다.

으악, 소리가 나와 부끄러워졌고 주위를 둘러보며 회사에 있는 것이 나 혼자라는 것을 알고 안심했다.

그와 동시에 조금 으스스해져서 오늘은 그만 돌아가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편집이 끝나 완성된 덤 영상은 터무니없이 무서운 것이 되었다.

「※제령 씬에 겹쳐 주세요」라고 하는 요청이 더해진 음성 데이터는 현장에서 녹음된 것일 것이다,

영매사의 불경과 여자의 울음소리 외에,

아마 스탭의 연기겠지만 「오오…………」라고 하는 영혼의 목소리 같은 것이 들어가 있었다.

그것을 피치를 내려 지연시켜,

마치 영혼의 소리예요라고 하는 식으로 과잉 연출을 하여 영상에 넣는다.

완성된 작품을 회사의 모두에게 보여주었는데
‘이거 너무 심하잖아요……’라고 동료 가 당황하고,

사장도 ‘아니 굉장하네. 너 재능 있어.’라고 보증하는 솜씨였다.


디렉터의 기분도 좋아 작품을 확인하고 흥분한 모습으로 전화를 걸어왔다.

뒷풀이로 지금까지 가본 적 없는 고급 클럽에 끌려갔다.

아직 흥분하고 있는 모습의 디렉터에게 증정품 영상의 완성도에 칭찬받아 기분이 좋은 나는,

원본 영상이 좋은 완성도였기 때문에 편한 일이었어요라고 겸손을 떨며,

주위에서 치켜세워져 코가 높아져 있었다.


돌아오는 택시에서 궁금했던 것을 물어 보았다.

어떻게 그런 엄청난 영상이 이제서야 입수됐는지.

디렉터는 그것이야말로 자신의 공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하기 시작했다.

그 영상은 수년 전에 찍힌 것으로 그 촬영을 한 회사는

이미 없어졌고 권리 때문에 방송국에 유보되어있던 영상을 받는 데 성공했다는 것.

소장용 영상이므로 저렴하게 손에 넣었다고 자랑했다.

대성공이라고 신이 난 채 우리 집까지 택시비도 지불해 주었고 디렉터는 호텔 앞에서 내렸다.

"손님, 방송국 사람이세요?"

혼자 남자 택시기사가 말을 건넸다.

"좋겠네요. 여배우들도 볼 수 있죠?"

“아니요, 보잘것없는 하청업체 직원입니다.”

"아하, 무슨 일을 하세요?"

“이번에는 미리 촬영된 영상을 무섭게 마무리하는 작업이네요.”

“무서운 느낌? 형사 드라마인가요?”

“아니요, 심령프로예요.”

“아아, 심령 프로그램. 저는 무서운건 좀 어렵네요.”

"저도요. 평소에는 그런 프로 안 보거든요."

"하지만 그렇게 일하면 영혼이 찾아온다고 하지 않아요? 괴담 같은 것도 그렇지만.

“아니 아니, 무서운 소리 하지 마세요. 정말 쫄려요'”

“야아 근데 굉장하네요, 그런 전문직? 컴퓨터 잘 하는 사람은 그걸로 일을 해버리는 거니까.”

네에-하고 적당히 맞장구를 치면서도 마음속에는 영혼이 찾아온다는 말이 걸려 있었다.


결과적으로 DVD는 무사히 발매되어, 그럭저럭 팔린 것 같다.

아마존에서 몇위를 했는지 확인해보니 참담했지만 DVD가게에서는 추천코너에 놓아주었다.

기대했던 매출은 달성한 것 같아 디렉터로부터 몇 번인가 연락을 받고,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고 하는 것으로 이 프로젝트는 끝났다.

아마존에서 세부 작품을 보았을 때 출연자 항목에 누구의 이름도 적혀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DVD에서 출연자다운 출연자는 마지막 증정품 영상에 나오는 연기자 몇명과 영매사뿐이다.

신경쓸것도 없을까 하고 생각했지만,

신들린 역의 여자 연기자,

키자키 미카의 연기가 박진감이 있었던 만큼 키자키씨로서도 이름은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당연히 내가 어떻게 할 권리는 없기 때문에 가슴이 뜨끔해지는 것만으로 끝났다.

키자키씨도 영매사도 다른 출연자도 나는 그때까지 한번도 본 적이 없었다.

단지 무명일 뿐이라고 생각했지만,

인터넷에서 검색해도 키자키씨는 수년전까지의 활동이 조금 히트했을 뿐.

최근 몇 년간은 어떤 연예활동을 하지 않았다.

그럴 거면 더욱 이름을 냈어야 했지 싶었다.


수일 후, 다시 아마존에서 작품의 순위를 확인해보니 조금 올라가 있었다.

그리고 리뷰가 붙어 있었다.

유감스럽게도 저평가였다.

코멘트의 내용은 “돌아가신 분을 구경거리로 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합니다. 불쾌합니다”라는 것이었다.

돌아가신 분, 도대체 누구 말이지?

심령물이기 때문에 귀신은 당연히 죽은 사람들이지만,

그렇다면 다른 심령물도 마찬가지다.

일부러 이 작품에 그런 코멘트를 하는 것은, 누군가 출연자가 죽은 것일까.

인터넷에서 다시 검색한다.

연기자의 정보가 조금 나오는 것만으로 현재의 모습은 알 수 없다.

영매사의 이름으로 검색하니 공식 블로그가 있었다.

마지막 갱신은 역시 수년전으로 타이틀은 ‘부고’.

내용은 딸이라고 스스로 말하는 사람이 적었고

‘금번, 어머니, 이가노 토쿠코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지금까지의 활동에 지원을 해 주신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 말씀드립니다’라고 하는 것이었다.

“…….”

죽었다.

도대체 언제? 사인은? 병으로? 사고? 귀신? 거짓말이지?

식은땀이 머리 사이로 흘러내렸다.

동요가 심해졌다.

진정해, 전혀 관계 없어, 우연이야, 자주 있는 이야기다.

불안이 폭발하여 사고가 폭주한다.

진정하라고 빌면서 필사적으로 호흡을 가다듬는다.

블로그를 거슬러 올라간다.

대단한 정보는 없다.

마지막 갱신의 며칠전은 기사가 업데이트 되어있고 강연회를 고지하고 있다.

급사했다는 건가?

마지막 기사, 부고를 알리는 기사의 댓글창을 살펴본다.

수많은 애도 댓글 중에 ‘미카도 실종됐다’는 글이 올라왔다.

블로그가 업데이트된 지 며칠 만의 코멘트다.

"설마……"

입에서 말이 새어나오고 나는 잠시 정신을 잃고 있었다.

정확히는 어안이 벙벙했을 뿐이지만, 깨닫고 보니 회사에 아무도 없었다.

괜히 체면치레할 것 없이 디렉터에게 전화한다.

곧바로 전화가 연결되어 나는 영매사가 죽었다고,

여자 연기자가 행방불명되어 있다고 하는 글이 있었다고 전했다.

디렉터는 "정말?"이라고 말하며 잠시 입을 다문 뒤,

아-하고 귀찮은 듯 신음하더니 "이제 몇 년 전 얘기니까 신경쓰지 마"라고 말했다.

“아뇨아뇨아뇨, 그게 문제가 아니에요. 큰일 나지 않았나요?”

“위험하지 않아 위험하지 않다. 신경 쓰면 지는 거야.”

"저거 팔아도 되나요?"

“그러니까 문제없대. 거기는 나도 방송국 사람에게 확인하고 있으니까. 너 너무 쫄았어.”

디렉터는 완전히 무시하려고 하고 있다.

그런 느낌으로 가볍게 대답하고 “그럼 일때문에, 다음에 봐”라고 하며 전화가 끊겼다.


내가 너무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일까.

괜찮다는 말을 듣고 좀 가라앉은 것 같지만 아직 뱃속에 무겁게 가라앉는 불안감이 있다.

당연히 디렉터는 편집전의 영상을 본 것이겠지만, 저 제령 씬을 확대해서까지 보진 않았을 것이다.

그 비정상적인 리얼리티는 그것이 정말이었다는 증거가 아닐까.

그리고 완성판에서는 컷 했지만,

그때의 키자키씨의 눈, 그것은 카메라를, 나를 보고 있던 것은 아닐까.

오한이 든다, 떨림이 멈추지 않는다, 이런 생각은 그때 이후 처음이다.

괜찮아, 신경쓰지마, 생각을 너무 한거야,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어.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잖아.

스스로를 필사적으로 타일렀다.

회사에 있고 싶지 않다.

인파에 섞이고 싶다.

나는 회사를 나와서 시부야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저물기 시작한 거리는 아직 밝아 약간 불안이 희미해졌지만, 막연한 초조감 같은 감각이 다리를 움직인다.

일을 너무 많이 해서인지 어깨가 좀 무겁다.

맛사지나 받으러 갈까.

시부야에 도착해서도 할 일이라곤 없어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며 마냥 걸었다.

어깨가 무겁다.

특히 오른쪽 어깨가 뻐근한 것 같다.

문득 정신을 차려 보니 요요기 공원으로 돌아와 있었다.

개를 데리고 있는 노인이 걸어온다.

커플이나 학생이 즐거운 듯이 이야기하고 있다.

벤치에 앉아 음료수를 마시는 직장인이 보인다.

늘 보는 광경이다.

"어이, 자네."

개를 데리고 있는 노인과 마주칠 때 말을 걸었다.

“괜찮은가.”

무엇이 괜찮을까 하고 노인을 보았다.

노인은 나의 어깨를 보고 있다.

오른쪽 어깨를 보니 셔츠에 오물이 묻어 있었다.

꽤 많은 양이 찰싹 달라붙어 있다.

당황스러워하면서도 어쩐지 어깨가 무거웠던 것이라고 납득하고 오물을 털어낸다.

그리고 셔츠에 남은 얼룩을 보고 소름이 쫙 끼쳤다.

셔츠의 어깨 부분에 네가닥의 자국이 생겨 있었다.

뒤쪽에서 앞으로 살짝 벌어진 형태.

이거, 손 모양 아닌가?

딱 봐도 뒤에서 어깨를 잡힌 형상으로 보인다.

그 모양으로 오물이 묻어 있었던 것일까.

구역질이 났다.

고약한 냄새가 얼룩에서 풍기고 있었다.

“이보게, 참배라도 좀 다녀오게. 얼굴이 너무 이상해. 안색도 좋지 않고.”

노인은 그렇게 말하며 개를 데리고 떠났다.

바로 근처에 요요기 하치만신사가 있다.

노인의 뒷모습을 보니 허리에 붉은 부적이 매달려 있었다.

만약을 위해서 참배하러 갈까.

부적도 아쉽다.

어깨는 여전히 무겁다.

불안이 되살아난다.

머리의 뒷쪽이 깡깡 울리는 것 같다.

무서워.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한 길을 빠른 걸음으로, 요요기 하치만신사로 향한다.

처음 가본 요요기하치만 신사는 도심에 어울리지 않는 울창한 분위기여서 제법 무서웠다.

참배하고 나서 액막이 부적을 구입했다.

손에 들고 부적의 감촉을 느끼며 신사를 나섰다.

출입구를 빠져 나왔을 때, 손안에서 파삭 소리가 나며 부적이 깨졌다.

아무 것도 생각하지 말자.

신경 쓰지마, 우연이야.

신사에 돌아와 액막이 이외의 부적도 전부 구입한다.

조심스럽게 가방 깊숙이 넣어두고, 출입구를 빠져나와 길로 나온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괜찮아, 괜찮다.

다음날도 갈 수 있는 한 절이나 신사를 돌아다니며, 부적이나 호부를 마구 사들였다.

의아한 얼굴로 나를 보는 스님이나 신관의 눈을 피하고 살수 있는 만큼 서둘러 부적과 호부를 사들고 돌아다녔다.

가방이 빵빵해지고, 일단 회사로 돌아가 책상 위에 부적과 호부를 늘어놓는다.

"뭐예요, 그거?"

여자 동료가 물어봐서 자료라고 말해 두었다.


다시 전철이나 버스를 이용해 인근 절을 돌아보았고, 저녁에 회사로 돌아오니 책상 위의 부적과 호부가 다 없어져 있었다.

"어라? 부적 어떻게 된거야?"

동료에게 물었다.

"뭐가요?"

"아니, 책상 위에 있었잖아, 부적."

"아아, 아까 그거요. 근데 또 사왔어요?"

“많이 필요해. 그런데 여기 있던 부적 어떻게 했어?”

"아무것도 손 안 댔어요. 책상 안에 있는거 아니에요?”

서랍을 열었다.

마찬가지로 없었다.

"이봐, 농담 그만해."

동료의 의자 등받이를 잡고 흔든다.

PC를 향했던 동료가 이쪽으로 돌아본다.

“하지마요. 아무 짓도 안 했어요. 사장님 있잖아… 그건 그렇고 선배, 그게 뭐야?”

동료가 내 어깨를 가리킨다.

구역질이 났다.

오른쪽 어깨에 오물이 묻어 있었다.

어제와 똑같은 형태였다.


곧바로 회사를 나와 자전거로 요요기 하치만신사로 향한다.

뭐든지 좋으니까 신사 사람에게 상담하고 싶었다.

너무 많이 달린 탓인지 숨이 차.

신호등에서 멈추고 어깨를 들썩이며 숨을 쉰다.

메스꺼워 죽겠어.

오늘은 아무것도 먹지 않았는데 위가 뭔가를 토해내려고 해.

참다 못해 자전거에서 내려 배수구에 토해내자 누런 위액이 쏟아져 나왔다.

위액이 조금 거품을 내고 있다.

다시 토하려고 몸을 굽히는 순간 옆에서 엄청난 속도로 자전거가 들이받았다.

머리에 충격을 느끼고 의식이 날아갔다.


아무래도 구급차에 실려 있는 것 같다.

아픈 머리를 구급대원이 치료하고 있다.

그냥 병원으로 옮겨서 검사를 받을 것 같다.

잠깐이지만 머리를 세게 부딪혀 기절했기 때문에 그날은 병원에 입원하기로 했다.

병실에 여자 간호사가 들어와서 내 가방을 머리맡에 내려놓았다.

병실은 커튼이 쳐진 침대가 4개 딸린 큰 방으로,

쓰고 있는 사람은 나 말고는 할아버지뿐이었다.

양로원에 들어온 것 같았다.

“저기.”

간호사는 뭔가 말하려고 했지만, 그대로 나갔다.

내일은 쉰다고 회사에 연락하려고 가방 속에 든 스마트폰을 꺼낸다.

가방을 열자 안에 넣어 두었던 부적과 호부가 모두 없어져 있었다.

주위에 있는 할아버지들은 잠들어 있는것 같았고 나는 목소리를 낮춰 회사에 전화한후 집으로 전화했다.

어머니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진 것이다.

"엄마, 기억나? 내가 어렸을 때 행방불명 됐었잖아."

“응? 그거 기억나지. 그 때문에 동네에 있을 수 없게 됐지.”

"그치, 나 요즘 좀 이상해."

“왜? 산에 들어갔니?”

“아니, 안 들어갔지.”

“뭐야. 그러면 뭐가 이상한데."

"아니, 뭔가 아프다고나 할까.”

말문이 막혔다.

귀신들렸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이번엔 집에 좀 와. 아빠도 좋아할거야.

알겠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휴대폰 액정을 보니 저녁 8시였다.

검사 때문에 너무 오래 기다려서 완전히 밤이 되어 버렸다.

오늘은 잘 수 밖에 없다.

내일 일찍 퇴원해서 절이나 신사에 가자.

그때 옆 침대에서 삐걱 소리가 났다.

옆에서 자는 할아버지를 깨운 걸까.

죄송합니다, 라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스마트폰을 베개 밑으로 집어넣는다.

또 옆에서 삐걱거렸다.

잠시 눈을 감고 자려는데 잠이 잘 안온다.

끼익… 끼익… 옆 침대에서 소리가 난다

할아버지가 화장실을 가려고 하시는 걸까.

끼익…끼익…끼익…끼익끼익끼익….끼익끼익끼익끼익……

침대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점점 커진다.

뭐야, 이건, 하는 사이에 나와 할아버지의 반대편 침대에서도 삐걱삐걱 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게다가 그 옆의 침대도 삐걱삐걱 소리가 나더니,

덜컹덜컹!! 하고 큰 소리를 내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내가 자고 있는 것 이외의 3개의 침대가 엄청난 기세로 흔들리고 있다.

날뛰고 있다고 해도 좋을 정도.

날뛰는 건 할아버지, 혹은 침대 자체가.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방 전체가 요란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큰 지진인 것 같았다.

커튼이 흔들리고 링거가 쓰러진다.

오른쪽 어깨가 잡힌 것처럼 아팠다.

왼손으로 오른쪽 어깨를 누르면서 나는 간호사 호출벨을 찾았다.

방이 흔들리는 소리 이외에도 사람의 신음 소리와 같은 낮은 소리가 방 전체에 울려 퍼지고 있다.

머리 위로 간호사 호출벨을 발견하고 손을 뻗는다.

커튼 저쪽에서 손이 뻗어 간호사 호출벨을 누르려고 하는 내 팔을 잡았다.

“으으으으으으!!!!”

공포로 패닉 상태에 빠지면서 간호사 호출벨을 누른다.

나의 팔을 붙잡고 있는 손은 굉장한 힘으로 내 팔을 짓누르는 듯했다.

그리고 흔들리는 커튼 너머, 손끝에는 어깨가 보이고, 검은 머리 같은 것이.

그리고 순간 커튼이 크게 흔들리며 얼굴이 보였다.

“!!!!!”

그 여자다.

몇 년 전의 심령 프로그램에서 홀려 행방불명이 된 키자키 미카.

그 영상 그대로의 모습으로 거기 있어.

게다가 순간적으로 보인 저 눈은 바로 저 보통을 벗어난 빙글빙글 도는 기분 나쁜 삼백안이다.

엉망으로 간호사 호출벨을 연타하고 있는데 그때서야 간호사가 왔다.

순간 굉음은 그치고 흔들림도 가셨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밤의 병원은 조용하다.


이제 안된다, 귀신에 씌였다.

부적도 안 되고, 상담하러 신사에 가려고 했는데 구역질이 나서 정신을 못차린 곳에서 자전거에 치여 병원에 왔다.

오늘 하루만에 너무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이대로 밤을 넘길 수 있을까?

무리인게 뻔해.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데 잘 수 있겠어?

덜덜 떨리는 나를 보고 간호사가 걱정스럽게 말을 걸어왔다.

“저기, 괜찮으세요?”

입원환자를 향해 괜찮을까요라니 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방... 비어 보이긴 했는데..."

간호사는 말하기 힘든 듯 하면서도 말을 이었다.

"부적이라던가...아까 그렇게 많이 가지고 있었는데,

전부 없어져 있다니, 그런건 처음이라...

지금도...있다...랄지...죄송합니다...이런 말 하면 안되지만..."

“있다니… 보이나요?”

간호사는 조그맣게 고개를 끄덕였다.

"옛날부터 그랬습니다만…당신의 경우엔…확실히…보입니다."

“무섭지 않아요?”

"무서워요……굉장히 무서워요…창문 바로 밖에 있으니까요."

창밖을 볼 용기는 없었다.

"하지만...걱정이랄지...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아마 큰일날 것 같아서..."

“뭔가 할 수 있어요? 제발 어떻게 좀 해주세요.”

엉겁결에 마구 지껄여댔다.

"지금 와줄지 모르겠는데, 아는 사람이 있는데, 연락해 볼래요?"

“부탁입니다!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오늘도 신사에 가고있었습니다. 그랬는데 갑자기 치였어요."

“알겠어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그렇게 말하고, 간호사 사이토 씨는 방을 나갔다.

주위는 쥐죽은 듯이 조용하다.

커튼 틈새로 창문이 보여 눈을 돌렸다.

있는건가?

무언가가?

그 영상에 찍혔던 키자키 미카인가?

아니면 키자키 미카의 모습을 한 무엇인가?

모르겠어. 생각하고 싶지도 않아. 근데 뭔가 생각하지 않으면 무서워서 소리를 지를 것 같아.

눈이 마주쳐서일까.

디렉터한테 가지 않고 나한테 온 것은 편집 작업 중에 확대해가며 확인했기 때문이었나?

촬영한 회사는 이제 없어진 것 같다.

영매사인 이가노 토쿠코는 사망, 키자키 미카는 행방불명의 가능성이 있고, 그리고 아까 분명히 거기에 있었다.

몇 년 전 모습으로.

사람이 아니야.

그건 이제 확실해.

혹시 전부 몰래카메라로 금방이라도 디렉터가 ‘대성공!’이라고 쓰여진 플래카드를 가지고 들어오는 것은 아닐까.

연약한 하청기업의 편집자를 주눅들게 해 모두 웃고 대성공.

그런 바보 같은 기획이 아닌가.

그렇다면 얼마나 기쁠까.

“……..”

그럴 리가 있나.

실제로 기절해 구급차에 실려 간 것이다.

듣기 좋은 우스갯소리가 될 리 없다.

그런 것을 생각하고 있자니 조금은 마음이 뒤틀렸다.

그때, 사이토씨가 들어왔다.

“와준대요. 차로 30분 정도 걸린다고 하네요.”

"아아... 다행이네요... 감사합니다"

30분이나 걸리나.

충분히 짧은 시간이지만 나는 조금 불만이었다.

현실도피도 30분은 안될 것 같다.

뭔가 안하면 공포에 미쳐버릴 것 같아.

"저기... 뭔가 짚이는 건..."

사이토 씨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있습니다……네… 아마 그거라고 생각해요.”

30분 동안 여기 있어줄 생각일까.

큰 도움이 된다.

“물어봐도 될까요?”

"네. 저도 잘 몰라, 설명을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들어주세요."

“네.”

그리고 나는 가능한 한 자세히 이야기했다.

영상 제작 하청을 받은 것.

흔한 심령 영상 DVD를 담당했던 일.

추가로 건네진 것이 몇년전에 촬영된 소장 영상에서 여자가 홀려 제령하는 씬이 있었던 것.

굉장히 리얼한 영상으로 제령중에 여자의 눈이 카메라를 보고, 눈이 마주친 것 같은 기분이 든 것.

적어도 영상 속에서는 제령은 성공한 것 같았던 것.

그 후, 영매사가 급사해 여자쪽도 행방불명이 된 것 같은 일.

그것을 깨달은 것이 어제이고, 그리고 왠지 이상한 일이 계속되고 있는 것.

그리고 조금 전에 침대와 방이 크게 흔들려, 행방불명되었다는 여자에게 팔을 잡힌 것.

모든 것을 차분히 이야기를 끝내자 사이토 씨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아무래도 30분이 지난 것 같다.

살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네...네...저어..."

사이토씨는 근무중이라 그런지, 커튼에 숨어 스마트폰을 귀에 대고 작은 소리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주위에선 할아버지 할머니가 자고 있는 것이었다.

내 코가 석자라 주변에서 사람들이 자고 있는 것을 잊었다.

사이토씨에게 설명할 때도 꽤 큰 목소리였던 것 같다.

클레임이 들어오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사이토 씨가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저... 드릴 말씀이 있으시다고..."

무슨 의미지?

핸드폰을 받아 귀에 갖다 댄다.

“…..여보세요?”

“……..”

전화 저쪽에서 후 하고 한숨을 쉬는 소리가 들렸다.

“아, 처음 뵙겠습니다. 사이토 씨의 친구 카사네라고 합니다. 니시도쿄의 방명사라는 절 사람입니다.”

“정말 신세를 지게 됐네요, 마에다라고 합니다.”

"마에다 씨, 정말 죄송하지만 저는 그쪽에 갈 수가 없습니다."

카사네라고 밝힌 인물은 갑자기 그렇게 말하며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올 수 없다니……무슨 말씀이세요? 왜……"

“마에다 씨, 무서운 건 알지만 부디 침착하게 들어주세요. 이는 당신의 생명과 관련된 것입니다.”

카사네 씨는 천천히, 그러나 또박또박 말을 잇는다.

“마에다 씨, 당신은 매우 위험한 상태에 있습니다.

그 창문에 붙어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치고,

그건 어떻게든 되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마에다 씨는 그 이상으로 뭔가 무서운 것이 씌어있어요.”

카사네 씨가 말하는 의미를 잘 모르겠다.

역시 창밖에 있단 말인가.

"제가 보고 있는 걸 말씀드리는건데,

지금 제가 주차장에 있습니다만,

야간 출입문으로 들어가려고 했는데, 들어갈 수가 없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카사네 씨가 말하는 바가 의미불명으로 느껴진다.

"여우가 한마리...입구 앞에 앉아있어요...

조금...그냥 그것뿐입니다만...들어갈 수 없어요...무서워서......."

그게 뭐야... 여우? ...못 들어간다고?

“마에다 씨.... 당신 뭔가 신을 노하게 하는 일.... 하지 않았나요?”

그런 일을 할 리가 없다고 말하려 했지만, 내 머리에는 그때의 광경이 되살아나고 있었다.

"어린아이의……때입니다만…들어가면 안 될 산에…… 들어갔습니다."

다시 전화기 너머로 한숨소리가 들렸다.

“그게 원인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창문에 들러붙어 당신을 넘보고 있는 것이 관계되어 있을지도 알 수 없습니다.

그래도 제가 다가가려고 하면 여우가 째려보는 거예요 그게.

매우 두렵습니다.”

카사네 씨는 장난치는 게 아닌 것 같다.

말투는 차분하지만 절박한 목소리가 섞인다.

거기에 있는 것을 자극하지 않게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느꼈다.

일찍이 산에서 만난 미친 신, 그 여우 눈을 떠올리며 온몸에 소름이 쫙 끼쳤다.

그 눈이 아직도 나를 보고 있는걸까?

손을 뻗어 다시 산으로 데리고 돌아간다는 생각을 하니 몸이 움츠러졌다.

카사네씨가 말한 ‘무섭다’라고 하는 말이 나를 삼키고 있었다.

온몸이 떨리고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흐르다.

“어떻게……하면…”

“마에다 씨, 진정하세요.

제가 그 쪽에 갈 수 없어서 그런데, 당신이 이쪽으로 와 주었으면 합니다. 움직일 수 있어요?”

“네?”

“아마 당신은 이쪽으로 내려오실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주차장에 있을 테니 정면 현관에서 나와 주차장까지 오세요.”

"네?……아...네…바로 가겠습니다."

"추우니까 겉옷을 챙겨서 나오세요. 일단 끊을게요.”

그렇게 말하고 카사네씨는 전화를 끊었다.

사이토 씨에게 스마트폰을 돌려 주고 “잠깐 다녀 오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사이토 씨는 스마트폰을 받아들면서

"네..저기..저는 일이 있어서 갈 수 없습니다만..조심하세요"

그렇게 내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주차장에 가니 키 큰 남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늘씬하다고 할까, 깨깨마른 꺽다리.

곱슬곱슬한 검은 머리칼을 중간에서 가르마를 타고 깔끔한 남자, 나이는 마흔이 될까.

스님이라 해서 빡빡머리에 승복을 상상했는데, 그냥 티셔츠에 재킷 차림이었다.

전화통화에서 왠지 모르게 한심한 외모를 상상했지만

정반대의, 오히려 멋있다고까지 생각하는 상당한 미남 스님이었다.

주차장에는 그 남자밖에 없었으므로 망설이지 않고 다가간다.

"마에다입니다,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하고 고개를 숙이자 그 남자도 위에서 고개를 숙였다.

"카사네입니다. 전화로는 실례했습니다."

카사네씨는 틈을 두지 않고 계속한다.

“여기서 일단 떠납시다. 저기 야간 출입구 쪽에 있는 여우 보이세요?”

걸으면서 희미하게 빛이나는 작은 출입문을 가리킨다.

주뼛주뼛 그쪽을 봤지만 아무것도 없다.

“아니요, 안 보여요, 어디예요?”

“입구 정면입니다. 그냥 보기에 보이지 않는다면 역시 마에다 씨는 보이지 않는 거겠죠.

오히려 저에게 나타나서 위협을 할 수도 있겠군요. 그게 엄청난 놈이에요. 그리고-“

조금 이동하여 병동 위쪽을 가리킨다.

“저기가 마에다 씨가 계시던 병실 근처예요. 창밖에는 발판은 없어요.

거기에 찰싹 달라붙는 듯한 느낌으로 안을 들여다보고 있던 영혼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안 보여요.”

그러면서 카사네씨는 주차장에서 정문쪽으로 걸어간다.

나는 카사네씨를 쫓아 이동했다.

차를 대는 곳 끝까지 와서야 카사네 씨가 멈춰 섰다.

나는 카사네씨와 마주보는 형태로 멈춰선다.

“다시 인사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카사네라고 합니다.

니시도쿄의 방명사라는 절에서 스님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또 붕 하고 고개를 숙인다.

키가 큰 그가 허리를 따라 절을 하면 붕이라든가 퐁이라든가 하는 효과음이 들릴 것 같은 박력이 있다.

“마에다입니다, 저어 갑작스런 전화에 응답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나도 다시 한번 인사한다.

“우선은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할게요.

저는 보통의 스님이며, 이런 일을 생업으로 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승려로서 할 수 있는 범위의 일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사이토 씨와는 이 병원에 입원했을 때 알게 된 사이입니다.

그녀는 이런 일로 고생을 많이 해왔기 때문에 가끔 이렇게 도움을 주곤 하는 셈이죠.”

그렇게 단숨에 설명했다.

나도 아까 사이토 씨에게 했던 것과 같은 설명을 했다.

나 자신과 일련의 경위를 가능한 한 정중하게,

카사네씨로부터 질문이 있으면 보충해가며, 어릴 적부터의 일부터 모든 것을 이야기했다.


시각은 22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카사네 씨는 팔짱을 풀며 한숨을 내쉬었다.

“전문으로 하고 있던 분이 돌아가셨다면, 그것도 상당히 어려운 것이겠지요.

여우한테 너무 겁먹어서 잘못 봤을 수도 있어요."

그렇게 말하고 나서, 내 눈을 보고, 어깨 주위나 등뒤로 시선을 움직인다.

찾고 있을 것이다.

“뭔가 보이나요?”

상담할 수 있는 사람에게 두려움을 토로하고 다소 진정되었기 때문에 과감히 물어 보았다.

"아뇨, 지금은 아무것도."

카사네씨는 담박하게 그렇게 말하며 품에 손을 넣는다.

“오늘은 늦어서 퇴원할 수 없을 테니, 내일 가능한 한 빨리 퇴원 수속을 부탁드립니다.

마중 나올 테니 연락처를 주고받죠.”

스마트폰을 꺼낸 카사네 씨와 연락처를 주고받는다.

“지금은 아무것도 없는 것 같지만, 혹시 모르니 이것을 들고 계세요.”

그러면서 상자에서 염주를 꺼냈다.

검고 작은 구슬이 끈으로 묶인, 손목에 차고 다니는 크기의 염주였다.

"저, 부적 같은 것은 전멸이었습니다만…"

“괜찮을 거예요. 마에다 씨를 위해 지금부터 직접 기도를 드릴 테니,

그게 무슨 일이라도 하면 제게 먼저 오겠죠.”

내일까지 하룻밤만 참으면 됩니다 하고 카사네 씨는 염주를 향해 눈을 감고 염불 같은 것을 외웠다.

잠시 후 염주를 내게 건넨다.

손목에 낀 염주를 바라본다.

칠흑의 구슬이 희미한 조명의 빛을 반사하고 있다.

왠지 비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럼 오늘은 돌아가겠습니다. 내일 아침 다시 이곳에 올 테니 가능한 한 빨리 합류합시다.”

그렇게 말하고 주차장에 걷기 시작한 카사네씨를 뒤따른다.

카사네 씨가 야간 출입문 쪽을 보고 “여우님, 이제 없네”라고 말했다.

카사네씨와 헤어진 후, 나는 야간 출입구를 통해 병원내로 들어갔다.

병동까지 돌아오자 사이토 씨가 나를 발견하고 다가왔다.

“어땠어요?”

걱정스럽게 물어본다, 착한 사람이야 진짜.

"덕분에 괜찮을 것 같아요.”

그러자 그녀는 안심한 듯 한숨을 쉬며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반할 것 같았다.

병실로 돌아가는 것은 약간 두려웠지만, 카사네 씨의 말을 믿고 침대에 눕는다.

눈 깜짝할 사이에 피로가 엄습해 와서, 무엇을 생각할 사이도 없이 나는 의식을 놓았다.

아침까지 잠을 푹 잘 수 있었던 것은 염주 때문이었을까,

이튿날 아침 눈을 뜨니 피로는 말끔히 가셔 있었다.


막 일어났는데도 사고는 명료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곧 이해하고 행동으로 옮긴다.

아침에 검사와 식사를 마치고 퇴원한다는 뜻을 간호사에게 전한다.

의사의 판단을 구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지만 반강제로 수속을 하고 나는 병원을 나왔다.

시각은 9시.

카사네 씨는 아직 도착하기 전일거야.

"마에다 씨"

말을 걸어 돌아보니 마침 야간근무을 마치고 있던 사이토 씨가 병원에서 나온 참이었다.

"잘 잤어요?"

아침햇살을 받으며 싱그럽게 미소짓는 사이토씨에게 고개를 숙이고 인사한다.

“안녕하십니까. 어젯밤 정말 고마웠어요.”

“아뇨, 어제 진짜 저도 무서워서 간호사 호출 눌렸을 때, 아, 큰일 났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때는 정말 죽는 줄 알았어요. 사이토 씨가 와줘서 다 좋아져서, 살았어요."

“아뇨 아뇨, 제가 아니어도 괜찮았을 거에요. 그런 건 기본적으로 남의 눈을 피하거든요.”

"지금은? 뭐가 보여요?"

사이토 씨는 어제의 카사네 씨처럼 내 주위를 살피며 “아뇨, 아무것도”라고 말했다.

카사네씨가 올때까지 같이 기다려준다고 해서 병원을 나서자 마자 카페로 들어갔다.

아침인데도 손님이 많은 가게 안은 북적거려 불안을 덜어준다.

어제는 두려움에 휘둘리듯 이곳저곳 절을 돌아다녔지만 오늘은 아침부터 카사네씨를 기다리고 있다.

심지어 사이토 씨랑 같이

대단한 변화라고 생각했다.

한참 이야기하고 있는데 웅웅- 하고 폰이 울렸다.

액정에는 카사네씨의 이름이 표시되었다.

전화를 받자 카사네 씨의 목소리가 스마트폰에서 흘러나왔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어젯밤은 괜찮았어요?”

"네, 덕분에 아무 일 없이 무사했습니다."

“천만다행입니다. 저 지금 주차장에 도착했는데요, 마에다 씨 어디 계세요?"

“카페에 있어요. 금방 나갈테니 그냥 주차장에 있어 주시겠어요?”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일어선다.

사이토 씨도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두 사람 몫의 계산을 마치고 카페를 나왔다.

주차장에 가니 카사네 씨가 차에서 내려 기다리고 있었다.

어제와 같은 셔츠에 재킷이라는 가벼운 차림이다.

“안녕하십니까. 사이토씨, 오랜만입니다.”

카사네 씨가 먼저 사이토 씨에게 말을 건넸다.

“오랜만입니다. 카사네씨 어제는 고마웠습니다.”

사이토 씨가 공손히 인사하며 말한다.

“아니예요, 어젯밤엔 얼굴도 안 보이고 미안해요. 사연은 들었나요?”

"네에, 아까 카페에서."

“그런 일이에요.

사이토씨에게 연락을 받고 요괴 종류인가 하고 와 봤더니 엄청 위험해 보여서 깜짝 놀랐어요.

부끄럽기 짝이 없네요.”

그러면서 뒷머리를 긁는다.

"게다가 말씀을 듣기로는 그 귀신도 상당히 위험한 영인 것 같아서 섣불리 끼어들지 않길 잘했어요"

농담 같은 말투가 결국 진지한 말투로 바뀌었다.

사이토 씨도 처음에는 웃고 있었지만, 카사네 씨가 말을 마치며 진지한 표정으로 바뀐다.

“사이토 씨, 당신의 일은 여기까지입니다. 더는 안 돼요.”

"네, 저기, 매번 제가 연락드려서 죄송스럽습니다만, 저, 조심하세요."

“무리하지는 않아요, 할 수도 없고요. 제가 감당하지 못하면 본산 쪽에 부탁할겁니다.”

그러면서 나를 힐끔 쳐다봤다.

“알겠습니다. 마에다 씨도 건강하세요"

그렇게 말하며 나를 보는 사이토씨.

이렇게 헤어진다 생각하니 조금 섭섭하기도 하다.

“네, 일이 정리되면 사례도 할겸 찾아뵙겠습니다. 그때는 식사라도.”

자신도 믿기지 않을 만큼 간단히 말이 나왔다.

이런 때에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걸까.

나 자신도 자신의 경박함에 놀라고 있다.

어려운 때인데, 아니 어려운 때이기 때문인가.

두려움 속에서 희망에 매달리듯 나는 사이토 씨에게 호의를 가졌을 것이다.

사이토 씨는 순간 어안이 벙벙한 듯하더니 이내 웃음을 띠며 "네, … 그렇게 해주세요"라고 했다.

"야아, 하는군요 요즘 젊은이들은."

차로 달리기 시작한 직후 카사네 씨가 말했다.

"이런 상황에 그런 말을 하다니, 대단한 근성이네요.

마에다 씨는 혹시 그쪽인가요? 연애도사?”

어제의 모습과는 달리 카사네씨는 즐거운 듯이 말을 잘 하는 사람이었다.

“아니에요. 스스로도 깜짝 놀랐어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쓱 나왔버렸어요.”

“하하, 그렇군요. 알아요. 그런 거요. 저도 헤어진 부인과 만났을 때 그랬거든요.”

같은 실로 가벼운 어조로 이야기하면서 니시토쿄 방면으로 달린다.

이윽고 잠시 더 나아가 주택가로 진입했다.

도착한 곳은 특별한 것 없는 한적한 주택가 안에 외따로 서 있는 절이었다.

"자, 이제부터 인상을 좀 쓰고 갑니다?

마에다 씨는 손님이지만, 우리 주지는 꽤 고지식한 사람이에요.

헤벌쭉하면 혼나니까 조심하세요.

그렇게 말하고 카사네씨는 말없이 차를 경내에 끌어들여 주차장에 세웠다.

본당 옆의 사무실과 같은 방으로 통하게 된 응접실에 앉는다.

본당에는 복도로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그리 큰 절이 아니라 사무실도 평범한 거실이다.

검은 가죽으로 된 소파의 아늑함을 즐길 정도로 나는 안심할 수 있었다.

그저 절에 오면 안심이라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이윽고 카사네씨가 방에 들어왔다.

이어 주지스님처럼 보이는 노인이 들어온다.

나는 일어나서 인사한다.

노인은 응접실의 내 맞은편에 서서 가볍게 고개를 숙여 “주지 미야우치입니다”라고 말했다.

미야우치 주지스님의 재촉을 받아 앉아 자기소개를 한다.

그리고 나서 일련의 경위를 설명하려고 했지만, 주지스님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카사네로부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왠지 어려운 것에 씌여 있다고 하니 필시 힘드실 것 같습니다. 이해합니다.”

격식을 차린 웃음을 띄우며 막힘없이 말한다.

칠십 전정도의 연세일까.

대머리에 흰 콧수염을 가진 자못 스님이라는 인상이 강했다.

"하아, 정말입니다.

아무래도 저 자신도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큰일입니다. 부디 도와 주셨으면……"

거기까지 말했지만 얘기가 끊겼다.

“여기에 머무르시는 것은 상관없습니다.

여기 있는 동안에는 당신도 안전할 겁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불제나 제령 같은 것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카사네는 다소 소양이 있는 것 같지만, 원인을 찾아내 문제를 해결한다든지,

나쁜 영혼을 응징해 건강을 회복한다든지 하는 일은 그것을 광범위하게 하고 있는 절 등에 맡기고 있습니다."

재워주겠지만 해결은 약속하지 않겠다는 건가?

말 한 마디 한 마디라고 할까 주지스님이 자아내는 분위기에, 민폐라고 생각하는 것이 나타났다.

"상관없습니다. 안심할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니 아무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귀찮거나 말거나 나는 필사적이다.

주지가 직접적으로 거절해 오기 전에 결론을 내렸다.

"뭐 며칠... 정도 걸릴 것 같아요."

아직 무언가 말하고 싶어하는 주지스님에게 카사네씨가 다그치듯 말을 잇는다.

"제가 책임지고 잘 할게요, 그렇죠?"

끙 하고 신음소리를 내며 주지는 말을 멈췄다.

"뭐, 그러면 천천히 쉬시지요."

읏샤라며 미야우치 주지는 일어나 방을 나갔다.

주지스님과 위치를 바꾸듯이 몸집이 작은 승려가 들어왔다.

"오, 타키, 이쪽이 예의 그 사람"

타키로 불리던 몸집이 작은 스님이 “안녕하세요”라며 가볍게 고개를 숙인다.

나이 어린 승려에 빡빡 깎은 머리에 검은 뿔테 안경, 유난히 애교 있는 얼굴에 싫은 기색이 없는 웃는 모습이 좋은 인상이다.

타키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나도 가볍게 인사한다.

“마에다 씨, 이사람은 내 후배 타키자와 군. 타키자와군이라 타키에요.”

그게 그거 잖아라고 마음속으로 생각 하면서 “마에다입니다”라고 말했다.

"뭐, 타키에 관한 건 아무래도 상관없죠. 타키, 이가노 씨에 대해 뭔가 알아냈어?"

“아무래도 상관없죠. 뭐, 알겠어요, 랄까.

공식 블로그에 써 있었어요. [이가노암자] 라고.

주소도 전화번호도 제대로 있어요. 우선 전화부터 해야겠죠?”

“오, 했네 타키. 역시 전직 덕후”

“지금도 덕후입니다만.”

하는 너무 솔직한 스님들의 대화를 잠자코 듣고 있자니, "그럼 마에다 씨, 전화합시다" 라고 말했다.

“네? 어디에?"

"그러니까 이가노 씨의 절이죠"

"아니... 그러니까... 돌아가신 거 아닌가요..."

“따님 쪽은 살아 있지 않을까요. 올린 것도 따님이고, 아직 전화번호도 실려 있고요.”

"도메인이 살아있다는 것은 누군가 돈을 지불한다는 것이니까요."

라고 타키가 말했다.

전혀 승려 같지 않다.

“타키, 그런 전문 용어는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데. IT에 밝아도 스님은 의미가 없으니까.”

“아니아니아니, 도메인 정도는 상식이라구요.”

"자네의 상식을 절에 집어넣어도 곤란해."

어쩐지 승려 만담이 시작될 것 같아 끼어들었다.

"알겠습니다. 전화부터 한번 해보겠습니다."

“아, 죄송합니다. 타키가 신이 나서요.

전화는 일단 제가 하겠습니다. 절에 전화하는 것이니까 아무래도."

그렇게 말하고 카사네씨는 스마트폰을 꺼내 전화번호를 입력한다.

04로 시작하는 번호였다.

곧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다.

“저, 처음 전화드립니다.

니시도쿄의 동명사라는 절의 카사네라고 합니다만, 혹시 이가노 씨는 계십니까.”

네, 네, 네, 저는 승려입니다.

네, 네, 아아, 처음 뵙겠습니다, 네, 블로그군요, 보게 해 주셔서, 네, 정말 죄송합니다만,

그 건으로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요, 네, 네, 그렇습니다,

그 촬영에 얽힌 것으로 여기에서 지금 현재 대응하고 있는 중입니다만,

네, 네, 아니요, 제가 아니라 여기에 계신 분으로, 네, 아 정말입니까? 큰 도움이 됩니다.

네, 주소요? 저기, 지금 적을 수 있습니까? 도쿄도 니시토쿄시 000, 000-0, 000종 동명사입니다.

예, 예,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예, 예,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실례하겠습니다.”

몇 분 주고 받으며 전화를 끊은 카사네씨는,

"곧 와준대요, 상대방이 도착할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합니다."

세상에, 전화 한 통에 그렇게 말이 진행되다니.

“서슬이 시퍼랬습니다. 목소리는 젊어 보이는 여자입니다만,

어머니의 원수일까요.

우선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합니다만,

저 기세로는 곧바로 제령한다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타키, 라고 불렀다.

“본당을 사용할지도 모르니 주지스님 양해 좀 받고 올래?

그리고 우리도 여러 가지를 준비해 두는 것이 좋겠다.”

알겠습니다, 하고 긴장한 표정으로 뛰어나가는 타키.

분위기가 일변하고 있었다.

“마에다 씨, 어쩌면 바로 전투할지 몰라요. 배를 비워두세요.

그러면서 등을 탁 쳤다.

바쁘게 준비하는 카사네씨와 타키를 보면서 나는 응접 소파에 몸을 맡기고 있다.

든든한 마음과 함께 불안감이 밀려온다.

바로 전투란, 곧바로 제령을 한다는 것이겠지.

그 영상처럼 이번엔 내가 본당 한가운데 정좌하고 고개를 숙이는 쪽이 되는 걸까.

그때의 키자키 미카는 축 늘어졌다고 할까, 몽롱했던 것 같았다.

나도 그렇게 될 것인가.

무섭다.

창밖을 보니 낮 햇살이 환하게 뜰을 비추고 있다.

모두 해결되면 좋을텐데.

아니, 해결해 주지 않으면 곤란하다.

손목에 찬 염주의 감촉을 확인하면서 멍하니 정원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가노 카즈미가 도착한 것은 오후 3시가 지났을 무렵이었다.

시커먼 자동차들이 자갈 밟는 소리를 울리며 경내로 들어섰다.

안에서 다섯 명의 남녀가 내려왔다.

선두에 있는 것이 이가노 여사일 것이다.

한 사람만이 정장 차림이고 그 뒤에 검은 법의를 입은 승려들이 뒤따른다

카사네씨가 기다리고 있던 현관에서 이야기 소리가 들리고 이어 여럿의 발소리가 복도를 걸어온다.

카사네 씨에 이어 방으로 들어온 것은 약간 화려한 화장을 한 여성이었다.

나이는 30대 중반, 타이트한 베이지색 바지 정장에 어깨까지 자란 검은 머리에는 살짝 웨이브가 들어가있다.

멋있다!라고 하는 풍모의 여성의 뒤에는 방금 본 것처럼 법의 군단이 딱딱한 표정으로 뒤를 잇고 있었다.

보기에도 찬란한 이가노 여사는, 방에 들어서자마자 내 얼굴을 노려보았다.

카사네씨가 소개해주길 기다리지 않고 다가온다.

잡을 듯 말 듯한 기세로 다가오는 이가노 여사에게 당황해 조금 뒷걸음질친다.

이가노 여사가 내 앞에 허리에 손을 짚고 다리를 양옆으로 벌린 형태로 멈춰 섰다.

"당신이군요. 처음 뵙겠습니다. 이가노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어, 안녕하세요, 마에다라고 합니다."

위압감과 정중함의 갭으로 더욱 당황하면서 나도 고개를 숙인다.

"아시겠지만 당신에게 들린 귀신에게는 저도 인연이 있으니 꼭 이야기를 들려주셨으면 합니다. 괜찮죠?”

“그럼요. 나… 저도 이 사태가 정리된다면 무슨일이든 할 각오가 되어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그럼 앉아도 될까요?"

그러면서 카사네 씨에게 시선을 보냈다.

이 방에 들어온 지 불과 1분도 안 되었다.

시원스레 주도권을 쥔 이가노 여사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소파에 앉았다.

뭐야, 이 사람 무섭네.

카사네씨도 내 옆에 앉아 있고, 검은 법의 군단은 이가노 여사 뒤에 대기하듯 서있다.

타키가 부랴부랴 차를 나눠주며 도는 것을 개의치 않고 이가노씨가 입을 열었다.

"그럼, 먼저 당신의 현재 상태를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나는 수긍하면서, 카사네에게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자세히 설명했다.

어린 시절의 행방 불명의 건까지 모두 숨김없이 말했다.

거기까지 말하자 카사네 씨가 거들었다.

"그래서 제가 어제 그 병원에 갔었는데, 그 영과는 다른 여우가 보였어요"

“여우, 입니까.”

"네. 병원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엄포를 놓아서, 그게 무서웠습니다."

이가노씨는 곰곰히 생각하듯이 팔짱을 끼고 이야기를 듣고 있다.

카사네 씨가 이어간다.

“전 말이죠, 옛날 옛적 어릴 적에, 장난쳐서 지장보살상을 손상시킨 적이 있어요.

그 때 꽤 심한 벌을 받았죠. 이렇게 '빌어먹을 놈' 같은 감각이 계속 따라다니는 것 같은.

그게 아무래도 엄청 무서웠어요. 그때 그 감각에 가까웠죠, 그 여우가.

“마에다씨가 어릴적에 체험한 행방불명.

그것을 일으킨 신이 여우눈. 부합하지만 결론짓기에는 조금 이른 감이 있을까요.”

이가노 씨가 생각하면서 말한다.

그리고 몇개의 질의응답 후, 이가노씨는 그녀 쪽의 사정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당신의 일에 관련된 그 비디오는 5년 전 어머니가 하신 제령의 모습을 담은 것입니다.”

5년 전, 블로그 갱신이 끊겼을 때와 일치한다.

“저도 그 자리에 있었어요.

처음에는 순조롭게 어머니의 유도대로 영혼이 나오고 어머니가 이름을 물었을 때에도 대답이 확실했습니다.

그대로 언제나처럼 제령이 끝났으면 좋았을 텐데요."

이가노씨는 일단 말을 끊었다.

“그 영혼은 아주 교활해서 어머니에게도 거짓 이름을 꾸며 말했던 것 같습니다.

제령이 성공했다고 생각하게 하고, 기척을 숨겨, 어머니를 지나치게 하는 데 성공했어요.”

이가노 씨는 품에서 담배를 꺼내 카사네 씨에게 눈짓을 한다.

"괜찮아요. 지금 재떨이를 가져올게요."

그렇게 말하고는 타키가 움직여 커다란 재떨이를 가져와 응접 책상 한가운데에 놓았다.

이가노 씨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훅 하고 길게 연기를 내뿜었다.

그때를 회상하는지 미간에는 주름이 잡혀 있다.

“제령이 끝나고 키자키씨의 모습도 괜찮아 보였으므로 그것으로 촬영은 끝.

우리는 아무 의심 없이 해산했어요. 지금 생각해도 분하지만 엄마도 나도 감쪽같이 당했어요.”

그러면서 다시 담배를 깊이 들이마셔 내뿜는다.

말투가 몇 번인가 뭉개졌던 것은, 담배를 피워 긴장이 풀렸기 때문인지, 또는….

“그로부터 며칠인가 지났는데, 돌연 키자키씨가 암자에 찾아왔어요.

암자는 어머니가 일으키신 절. 이가노암(伊賀野庵)이라는 절이에요.

지금은 제가 이어받고 있습니다.”

역시 딸 이가노 씨가 잇고 있었던 것인가.

그렇다면 블로그를 업데이트하지 않는 것은 왜인지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도 아직 수행하는 몸이라 공공연히 활동하지는 않지만 말이에요."

생각을 읽은걸까, 아냐, 누구나 생각하는 의문일 것이다.

"찾아온 키자키 씨는 처음에는 평범한 모습이었는데, 점점 이상해졌어요.

하는 말도 엉망으로 변해갔고, 어머니가 이건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어요.

그래서 다시 그 자리에서 제령을 하게 됐어요.

거기에는 저 말고도 제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모두 둘러앉아 불경도 외우고 호마

(불을 피우며 그 불 속에 공양물을 던져 넣어 태우는 의식.

불을 하늘의 입이라 생각하여 불에 공양물을 던지면 하늘이 이를 먹고 사람에게 복을 준다는 생각에서 유래하였다.)

도 피웠어요.

연기를 내뿜으면서 이야기하는 이가노씨는, 희미하게 초조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니면 두려움이었는지도 모른다.

“역시 처음에는 순조로웠어요,

키자키에게 씌인 혼이 몇명의 영혼을 포섭하고 있었기 때문에 1명씩 떼어내 갔어요.

부동명왕의 진언 같은 것도 사용해 억지로 떼어내기도 하고, 이렇게 순조로웠죠.”

후후 하고 살짝 웃는 것 같았다.

“그래도 전의 상황과 같으니까,

제령이 성공했다고 가장하고 도망칠 수 있다고 생각했지요.

어머니는 신들린 원인인 혼령에게 이름을 대라고 다그쳤어요.

의표를 찌르거나 소리를 지르면 영혼도 깜짝 놀라고 빈틈이 생기니까.”

이가노 씨의 목소리가 어두운 울림을 띤 것 같았다.

"제가 갖고 있던 염주가 갑자기 튕겨지더니, 깜짝 놀라서 주위를 둘러봤는데,

모두의 염주와 경이 어지럽게 흩날리고 있었어요.

키자키 씨는 이미 엉망진창이고 지독한 꼴이었어요."

희미하게 목소리가 떨리고 있다.

“비디오 봤으면 알겠지만, 그 애, 어깨까지 밖에 머리가 안 닿았었죠?

그게 갑자기 길어져서, 정좌한 채 땅에 닿을 정도로 자랐어요.

저도 이미 겁에 질려 엄마를 보며 필사적으로 진언했지만, 분명 위험해 질것 같았어요."

또 담배에 불을 붙여 피워 오래도록 뱉어낸다.

“주위에서 물건들이 확확 날아오고, 암자 전체가 흔들려 덜컹덜컹 거리고,

어머니는 코피를 쏟으며 진언을 하고,

이건 안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키자키 씨가 쓰러지더군요.

정신을 잃은 줄 알고 주뼛주뼛 다가가 확인했더니 죽어 있었어요.”

죽었다.

키자키 미카는 죽었는가.

“뒤돌아보니 엄마도 돌아가셨어요. 정좌한 채 앞으로 앉아서.”

또 후우 하고 연기를 내뿜는다.

그 표정에서는 아무것도 읽을 수 없다.

“아마 어머니는 당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 영혼은 만족하여 키자키씨를 떠났어요.

믿을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키자키 씨 말이죠, 썩기 시작한 거예요. 죽은 지 며칠 되는 느낌으로.”

하늘을 올려보며 이상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때까지는 완전히 평범하게 살아 있는 것 같았는데.

피부도 너덜너덜해지고 냄새도 나고 분명히 썩기 시작한 시체였어요.

그 영혼이 키자키 씨에게 홀려 움직인거라면, 당치도 않은 놈이죠."

지긋지긋한 눈치였다.

난 아까부터 떨림이 멈추지 않는다.

"그래서 어머니를 죽인 영혼은 키자키 씨에게서 떠나 어디론가 가버렸어요. 우리는 신경 쓰지 않고요.”

담배연기를 마시고 내뿜으면서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끈다.

“아마 당신한테 갔을 거에요. 예약이 된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말하며 눈을 치뜨고 내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

그게 뭐야.

엉망진창이잖아.

그 영상으로 본 이가노 토쿠코는 보기에도 굉장한 솜씨였고,

조문 답글의 수로 보아도 상당히 신뢰받고 있던 것 같았다.

그런 사람이 맥없이 당했다는 거야?

지금 이렇게 눈앞에 있는 이가노 씨도 무슨 생각으로 온거야?

안된다는 선언인가?

난 어떻게 돼?

시간의 흐름도 엉망 아닌가.

왜 촬영하다가 카메라 너머로 날 찾는거야.

모든 것이 엉망이다.

“그래서 나는 필사적으로 수행했어요.”

이가노 씨의 목소리가 변했다.

“부끄러움을 참고,

일본의 영매사에게 조언을 받거나 자원봉사로 제령의 의뢰를 받거나 해서요.

죽기 살기로 했으니까 힘도 붙었어.

암자 분들도 인정해주시고. 암자에 부동명왕을 모신 것은 재작년인가.

그리고는 진언이 재미있을 정도로 효과가 있는 거예요. 이제 즐거워졌어.”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눈에 이상한 빛이 켜지는 것 같았다.

괜찮은 것일까.

아무래도 도망갈 일은 없을 것 같고, 일단 그것으로 안심했다.

지금의 문제를 어떻게든 해 준다면 이전의 경위는 솔직히 아무래도 좋다.

어머니의 원수에 불타준다면 그건 안성맞춤일 거야.

“당신의 상태와 경위는 알겠습니다. 나머지는 저희가 알아서 할 테니 안심하세요.”

이가노씨는 허리를 펴고 그렇게 말했다.

의연한 표정으로 말투도 되돌아왔다.

“카사네 씨, 마에다 씨를 우리 암자로 모시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그러면서 카사네 씨를 봤다.

"네?……예에, 네에 상관없습니다.

이쪽에서도 할 수 있도록 준비는 해놨지만 그쪽에서 하는 게 여러 가지로 좋겠죠.”

카사네 씨는 약간 허탕을 친 듯한 표정이었다.

여기서 하기를 기대했던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한 직후, 와르르륵! 하는 큰 소리가 나며 사무소의 덧문이 닫혔다.

드르륵 드르륵 차례차례로 덧문이 닫혀 간다.

“문을!”

이가노씨가 외치니 검은 법의의 한 명이 방을 뛰쳐나간다.

곧바로 돌아와 “열리지 않습니다……열리지 않습니다……문은 잠기지 않았습니다만…문이 열리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여기서 내보낼 생각이 없는 것 같아요. "

이가노 씨가 담배에 불을 붙인다.

후우 하고 길게 연기를 내뿜으며 "여기서 합시다."라고 했다.

 

눈을 뜨니 나는 다시 병원에 있었다.

그때와 같은 병원인 것 같다.

병실에 들어온 사이토 씨가 내 의식이 있는 것을 보고 겁에 질린 표정을 한 뒤,

침대 옆에 와서 “다행이에요…… 지금, 선생님을 불러 오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의사의 검진을 받고 잠시 멍하니 있는데 카사네 씨가 들어왔다.

"맙소사, 마에다 씨. 정신이 드셨군요."

그렇게 말하고 카사네 씨는 침대 옆 의자에 걸터앉았다.

“무사하다……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우선 건강해 보여서 다행이에요.”

아까랑 복장이 다르다.

나는 바로 전까지 카사네씨의 절에 있었을 텐데, 설마 쓰러진걸까.


"그때의 일, 기억나요?"

카사네씨가 곁눈질로 나를 보며 물었다.

"아뇨, 전혀."

그때 일…… 어느 때일까.

"어디까지 기억나요?"

"어...조금 전까지 카사네씨 절에 있었는데,

이가노씨가 와서 어머니가 하신 일에 대해 말씀을 듣고..."

카사네 씨가 한숨을 쉬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이가노씨의 절로 이동하려고 했더니,

덧문이 닫혀…이가노씨가 여기서 하자고…"

그 다음은 어떻게 됐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여기까지입니다."

라고 했다.

카사네 씨의 눈은 아래를 보고 있다.

미간을 찌푸리고 뭔가를 생각하는 듯하다.

그리고 띄엄띄엄 말하기 시작했다.


“그때 사무실 덧문이 닫혀져 우리가 절에서 나갈 수 없게 됐죠?

그리고나서 마에다 씨가 쓰러져 버려서, 소파에 말이예요, 흐물흐물 하고 있었어요."

이마에 촉촉히 땀이 밴다.

식은 땀이었다.

“이가노씨와 있던 곳에서 본당으로 이동했고,

마에다 씨는 제자들이 짊어지고,

저와… 타키는 본당에 사람들을 모시고, 이가노 씨의 준비를 도왔습니다.”

목이 잠겼다.

카사네 씨는 무릎에 두 팔을 얹고 팔짱을 낀 자세가 됐다.

“곧 제령이 시작되어,

이가노씨와 일행들이 마에다씨를 둘러싸고 반야심경이라든가 밀교계의 진언이라든가를 주창했습니다.

그랬더니 반쯤 의식이 없었던 마에다 씨가 서서히 트랜스 상태로 바뀌었고,

그것은 뭐 통상의 제령과 같겠지만, 잠시 독경이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나의 뇌리에 그때의 키자키 미카의 모습이 떠올랐다.

정좌한 자세로 불안정하게 흔들리면서 몽롱했다.

그리고 얼굴을 빙글 돌리고, 눈이 카메라를--.

"잠시 후 정신을 차려보니 마에다 씨의 머리가 쑥- 자랐고,

그야말로 이가노 씨가 말한 것처럼 말이죠. 영혼이 전면에 나왔어요."


보시겠어요? 하고 카사네씨가 핸드폰을 꺼냈다.

영상을 재생하고 있는 것 같았다.


주위를 배려해 소리를 줄이긴 했지만, 거기에 비춰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소리로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카사네 씨가 의자를 기대고 다가와 스마트폰을 내민다.

거기에 기록되어 있던 것은, 확실히 제령이 한창인 동영상이었다.

어두컴컴한 절의 본당에서 이가노 씨들이 머리가 긴 인물을 둘러싸고 독경을 하고 있다.

이게 나일까.

부스스한 머리카락이 정좌하고 있는 머리 높이에서 땅까지 늘어져 있다.

머리카락 속에서 살짝 어깨 같은 것이 보이고 있다.

가부키 배우 같다고 생각했다.

스마트폰의 화면에서는 잘 모르겠지만,

긴 흑발의 인물의 것으로 보이는 그림자는 크게 흔들리면서 신음하고 있는 것 같다.

“으---!!!”

“우으으으으으으!!!”

“으으---!!!”

언어가 아니다.

신음 소리.

주위에서는 독경 소리가 울리고 있다.

화면 전체가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촬영하고 있는 카사네씨가 스마트폰을 쥔 손이 떨리고 있을 것이다.

흔들림이 심한 화면 속에서 불당 안에서 무언가가 날뛰고 있다.

때때로 화면의 앞쪽에서 안쪽을 향해 날아간 무엇인가가,

벽에 부딪혀 철커덕 소리를 내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폴터가이스트 같다.

주위에서 물건이 확확 날아온다던가.

현실감이 희박한 머리로 그런 것을 문득 생각했다.


".......하세요.... 마에다 코지의 몸에 붙은 영이여 나가세요.......

용서하지 않습니다.......노우막산만다.......나가세요...........지금...."

제자들의 독경에 섞여 이가노 씨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사자일까 호랑이일까 대형 짐승이 으르렁거리는 듯한 신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 소리, 알겠습니까? 엄청나요, 짐승 같아요."

카사네 씨가 말하는 것은 이 짐승 같은 신음 소리일 것이다.

"이거, 마에다 씨 목소리예요."

네? 하는 얼굴을 나는 지었을 것이다.

"정말이에요. 마에다 씨, 낮은 목소리로 우으-우으하면서 동시에 이 짐승 같은 목소리로 으르렁 거렸어요.

그 외에도 히히히나 케케케 같은 기분 나쁜 웃음소리도 내더군요.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게 뭐야.

놀리는 거야?

라고 생각했지만 카사네는 진지하게 말하는 것 같았다.


갑자기 영상 끝났다.

"죄송합니다. 신변의 위협을 느껴서 피신했어요. 여기부터는 이제 촬영할 때가 아니라.”

그렇게 말하고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는다.

“이가노씨도 대단했어요, 제자들도요.

저, 본산에서 몇 번인가 대대적인 제령도 입회했고, 저 자신도 제령을 한 경험이 있어요.

그 경험으로 보더라도 그 사람들은 대단했어요.

통솔, 협력, 틈을 읽는 법이나 영혼의 상태를 판별하는 힘 따위도 완벽했어요.

더할 나위 없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래서……무사히 끝났다……는 건가요?"

무심결에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결론이 궁금했다.

카사네는 후우- 하고 숨을 내쉬며 몇 초간 침묵한 뒤 말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천천히 내뱉었다.

“전멸, 입니다.”

“…….”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는다.

사고가 완전히 멈췄다.

카사네 씨도 아무 말이 없다.


"저기, 저기요!"

웅성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갑자기 커튼이 젖혀졌다.

나타난 것은 50대 주부였다.

화가 난 모양이다.

“무서운 얘기할 거면 밖에서 해줄래요? 그런 거 싫어하는 사람도 있잖아요!”

"네?……아, 아아… 죄송합니다…"

카사네 씨가 그렇게 말하며 일어선다.

아주머니는 “흐음-…”라며 소리를 내고 옆 침대로 돌아갔다.

아무래도 옆자리 할아버지의 문병객인 것 같다.

"마에다 씨 움직일 수 있어요?

그러고 보니 나는 어딘가 다친 것일까.

몸에는 통증이 없고 붕대나 링거류도 붙어 있지 않다.

"괜찮아요"

하며 침대에서 내려온다.

검사 때 입는 옷을 그대로 입고 있었다.

의식이 없을 때 검사를 한 것일까.

“옥상이라도 갈래요?”

그러면서 카사네 씨가 걷기 시작했다.


아무도 없는 옥상에서 펜스에 기대듯 선다.

한낮의 햇살로 가득 찬 거리를 바라보면 지난 이야기가 거짓말처럼 느껴진다.

그 영상도, 카사네씨의 이야기도,

모든 것이 거짓으로 실제로는 모두 문제없이 끝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 근거 없는 생각을 하니 이 일이 바보같이 느껴졌다.

“모두, 무사하신가요?”

그러자 카사네 씨는 품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여기는 병원입니다, 라고 따질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가노씨는 중환자실에 있습니다.

온몸의 혈관이 너덜너덜했다고 하니 조금만 더 구급차가 늦었더라면 큰일났을 겁니다.”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말한다.

“제자 2명과 타키가 죽었습니다. 다른 제자들은 무사합니다.”

죽었다.

죽었어? 타키가? 왜?

“왜……”라고 신음했다.

카사네 씨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투로 계속한다.

“그녀석… 엉망진창이었어요.

물건이 탕탕 튀는 것도 지진과 같이 되는 것도 포함해 끝났습니다만,

거기까지였습니다……”

후 하고 한숨을 쉬는 소리가 들렸다.

“결국 본당이 반파됐어요. 타키는 무너진 기둥이나 무언가의 밑받침에.

제자들은 그 전에 코피를 쏟고 입에서 피를 토하고 쓰러져 있었으니,

아마 제령 중에 뭔가 당했을 것입니다.

어쨌거나 3명 모두 구급차가 도착한 시점에 이미 틀렸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입을 다문다.

"그럼……나는…"

그 다음은 말이 되어 나오지 않았다.

"아쉽지만, 아직입니다."

카사네 씨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담배에 불을 붙였다.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 채 둘이서 낮의 거리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담배...끊고 있었습니다만....."

후우- 하고 길게 연기를 뿜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내가 눈을 뜬 것은 제령 다음날이었던 것 같다.

링거를 맞지 않은 것은 단지 잠만 잤기 때문이다.

이가노 토쿠코에 이어 딸 카즈미도 당했다.

이제 이가노암은 없어질지도 모른다고 카사네 씨는 말했다.

그리고 '손을 떼고 싶다'고도.

“솔직히 제가 할 수 있는 게 더는 아무것도 없어요.

아니, 본산에 연락하는 정도는 할 수 있지만, 그래도 해결할 수 있을지 어떨지 하는 느낌입니다.

그만큼 이가노 씨들은 대단했어요.

이 이상 뭔가를 해도 피해만 늘릴 것 같은…

아, 죄송합니다. 마에다 씨에게 할 말이 아니었네요. 미안합니다.”

카사네 씨와 바깥 커피숍으로 이동해 창가의 자리에 앉아 앞으로의 일을 의논하고 있을 때 그런 말을 들었다.

"아…아니…"

“압니다. 할 수 있는 데까지 다 하겠어요.

그건 약속할게요. 하지만 그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마에다 씨 가까이에 있는 것은 그저 위험에 노출돼 있는 거나 다름없으니까요.”

"아니……그래도…"

말이 나오지 않는다.

무슨 생각을 해야 될지 몰랐다.

머릿속이 하얗다.

동시에 새까맣다.

생각이 소용돌이치면서 형태를 갖추기 전에 다른 생각으로 밀려난다.

초조 공포 기대 절망이 머릿속에서 꿈틀거리고 있다.

그리고 뒤에 남는 것은 절망밖에 없다.

끝이다. 모든 게 다.

부적이나, 절에 스님에 영매사, 전부 소용이 없었다.

더 이상 무엇에 기대란 말인가.

신사인가? 그때 요요기 하치만신사에는 갈 수조차 없었다.

그건 그 영혼이 신사를 싫어하기 때문일까?

싫어한다고 해도…….

종착점을 찾지 못한 채 사고가 겉돌았다.

카사네 씨에게 뭔가 말해야겠다고 얼굴을 든다.

그런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창밖으로 눈을 돌리려 할 때 보고 말았다.

카사네 씨 뒤에 앉아있는 여자

떨어진 자리에 앉아 있지만 가로막는 것이 없어 어떤 사람인지 잘 알 수 있다.

이쪽을 향해 고개를 약간 숙이고 앉아 있는 그 모습을 보며 “히잇-” 소리를 질렀다.

“마에다씨?”

키자키 미카다.

왜? 왜 키자키 씨가? 살아있는거야? 손님? 아니 아무것도 안 마셨어, 그럼 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마에다씨”

식은땀이 난다.

숨을 못 쉬겠어.

심장 소리가 들린다.

시끄러울 정도야.

“마에다씨!”

갑자기 손목을 잡혀 놀랐다.

“마에다 씨, 무리라고 생각하지만 부디 침착하세요. 뭐가 보여요?”

카사네씨가 엄한 얼굴로 나를 보고 있다.

카사네씨 건너편에 있는 키자키 미카를 본다.

키자키 미카는 고개를 숙이고 움직이지 않는다.

나의 시선을 따라 카사네씨도 돌아본다.

“아무것도 안 보여요. 아무도 없어요. 마에다 씨, 뭔가 보여요?"

거짓말이지? 그런, 키자키씨가 거기에 보이지 않아?

안 보여? 당신 눈이 보이긴 하지? 그럼 그건? 거기 있는 건?

“마에다씨!”

카사네 씨가 손목을 세게 흔들었다.

“저…저…저, 저기…”

말이 안 나와.

카사네씨를 보고 있어도, 아무래도 뒤의 키자키미카가 신경쓰인다.

“마에다씨! 뭐가 보이는건가요?”

“아…키..키자키…씨가…”

카사네 씨가 손을 오므린다.

뒤를 돌아보고 두리번거리다가 이쪽으로 돌아선다.

"아무것도 안 보여요"

얼굴이 새파랗다.

입가에 담배를 들고있는 손이 가늘게 떨리고 있다.

“마에다 씨, 솔직히 말해서 이미 늦은 것 같아요.

뾰족한 수가 없다고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왜,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지.

“이제 이렇게 되면 나중을 생각해야죠.

그걸 안고 살아갈 수밖에요.

언젠가 반드시 해결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거에요. 그때까지 버티는 거에요. 할 수 있죠?

아니 무리예요.

죽는다 그전에.

아무 말이나 하지 말라고.

“마에다 씨, 별로 권하는 듯한 말은 하고 싶지 않지만,

불문에 들어가 부처님 곁에서 살아 보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어쩌면…..”

“아아아아아!!!!”

나도 모르게 소리쳤다.

머리를 감싸쥐고 책상에 엎드리며 소리쳤을 텐데 입에서 새어나온 것은 쉰 듯한 신음소리뿐이었다.


쉬익, 쉬익 규칙적으로 공기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

삣......삣…...삣....같은 규칙적인 전자음이 울리고 있다.

이가노 씨는 얼굴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온몸에 링거를 맞고 있는 끔찍한 모습이었다.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이가노씨의 곁에 선다.

얼굴을 붕대로 칭칭 감겨서 안쓰럽다.

“……..”

나의 제령을 하다가 이렇게 됐어.

그녀에게도 인연이나 동기가 있었던 것은 틀림없지만,

그래도 아무래도 꺼림칙한 기분이 되어 버린다.


퇴원하기 전에 꼭 만나보고 싶어 사이토 씨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가노 씨는 자고 있는 것 같았지만, 내가 들어온 것을 눈치채고 눈을 떴다.

쉿……쉿…하는 소리에 맞춰 산소마스크가 흐려진다.

살아 있다.

심한 꼴이지만, 그래도 이가노씨는 살아 있다.

“죄송합니다.이 지경이 돼서.”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몰라, 간신히 그렇게 말을 마쳤다.

“마…에다..씨”

이가노씨가 뭐라고 중얼거린다.

입가에 얼굴을 들이댄다.

“마에다..씨….미안…해요…..내가…실수해서…미안…”

이가노 씨는 울지 않았다.

분한 듯 얼굴을 찡그리며 사죄의 말을 내뱉으면서도, 그래도 이가노 씨는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강한 사람이다, 라고 생각했다.

“괜찮아요. 어떻게든 해볼게요.”

그러면서 억지로 웃어보인다.

이가노씨가 눈을 가늘게 떴다.

“카노…”

뭔가 말을 하고 있다.

다시 얼굴을 들이밀었다.

“카노우… 코우메이.... 재수…. 없지만...힘은…강해요…저…이상으로…카노……뿐…"

카노우 코우메이

카노우 코우메이라고.

그사람을 찾으라는 말이지.

“알겠습니다. 카노우씨라고요.

연락을 취해보겠습니다. 잊지 말아주세요. 반드시 원수를 갚고 말겠어요.”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다.

이가노씨가 또 눈을 가늘게 떴다.


나는 중환자실을 나올 때까지 입가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

이가노씨가 안보이게 되었을 때 억지 웃음을 지운다.

씩씩한 말을 했지만, 나는 이미 체념을 하는 것에 가까웠다.

사이토씨의 소개로부터 시작되어, 카사네씨, 이가노씨와 함께 카노우 코우메이로 3명째다.

소개에서 소개로 사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의 위험함을 뼈저리게 알았을 뿐이다.


지금으로서는 나에게는 큰 부상은 없다.

어깨에 오물이 묻거나 부적이 없어지거나 자전거에 치여 팔이 꺾였을 정도이다.

그리고 지금도 키자키미카가 복도 끝에서 나를 보고 있는 정도다.

더 이상 사태가 악화되지 않는다면 포기할 만도 하다.

그렇게 생각해봐도, 사태가 악화되지 않는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그것이 나를 노리고 온 것인 이상 방해자가 없어지면 이번에야말로 내 목숨을 빼앗으러 올 가능성이 더 높겠지.

“……”

일단, 카노우 코우메이에게 연락해볼까.

안 되면 죽자.

"죽음을 당할 바에는 스스로 죽을거야."

키자키 미카 옆을 지날 때 그렇게 중얼거려 보았다.

쿡쿡 키자키 미카의 모습을 한 그것이 웃었다.


"카노 코우메이(嘉納康明)죠.이름은 들어봤습니다.

병원 밖에서 기다려 주고 있던 카사네 씨에게 카노우 코우메이를 물어보았다.

카사네씨는 잠자코 가버리지 않고 기다려 주었다.

카노 코우메이도 알고 있다고 한다.

“이가노씨로부터 들었습니다. 아마 그한테 기대라는 거죠"

으음-하고 카사네씨는 신음했다.

"솔직히 어디서 이름을 들었는지 잊어버렸을 정도여서, 자세한 건 하나도 모르겠는데요."

스마트폰을 꺼냈다.

카노 코우메이를 검색하자 공식 블로그가 나왔다.

이가노 토쿠코나, 카노 코우메이도, 영매사는 홈페이지보다 블로그인 것일까.

같은 쓸데없는 것을 생각하면서 목적한 것을 찾았다.

있다.

찾아낸 전화번호를 탭 하니, 전화를 걸지 어떨지의 확인창이 액정에 표시된다.

망설임 없이 전화를 건다.

몇번의 벨이 울리고 깔끔하게 이어졌다.


"네, 카노 심령연구소입니다."

전화를 받은 것은 젊은 여성의 목소리였다.

"저기, 이가노 씨의 소개로 전화를 드렸는데 카노 선생님 계십니까?"

“네. 오늘 사무실에 계시는데, 무슨 일이시죠?”

"어... 저의...영문제로...저...이가노 씨로부터 소개받았습니다..."

"네, 심령 문제 상담이시죠?"

"네?...네, 그렇습니다. 네”

"그러시면 말씀드릴 테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아, 네, 부탁드립니다"

당연하겠지만 굉장히 익숙한 듯하다.

카사네씨에게 “연결해 주는 것 같습니다”라고 전한다.

잠시 후 보류 음악이 멈추고 남자의 목소리가 스마트폰에서 흘러나왔다.

“여보세요, 전화 바꿨습니다. 카노라고 합니다.”

낮은 목소리.

나이까지는 분명치 않지만 괜찮은 아저씨일 거라고 생각했다.

“아, 처음 뵙겠습니다.

전 마에다라고 하는데, 이가노 씨가 소개해 줘서 전화를 드렸어요."

아무래도 횡설수설하게 되어 버린다.

긴장하고 있는 것일까.

"이가노 씨라는 것은 이가노암의 이가노 씨?"

“네, 그렇습니다”

“딸쪽을 말씀하시는거죠?”

“그렇습니다”

"흠. 어떤 일일까요?"

나는 간단하게 지금까지의 경위를 설명했다.

조금 전 이가노씨로부터 카노를 의지하라고 들은 곳까지 설명하자 “과연”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가노씨의 딸이 당했다면 저라도 위험합니다.

당신, 그런 성가신 귀신에 홀리다니 상당히 나쁜 짓이라도 했나요?"

“아니요, 그냥 영상으로 봤을 뿐인데요. 정말이에요.”

으음, 하고 카노가 신음하는 소리가 들렸다.

"물론 이쪽에서 어떻게 하라면 이가노 씨도 있고, 어떻게든 하겠지만요."

분명히 하고 싶지 않은 게 전해져 온다.

"우선 상담하는 걸로 하고 기다리고 있을 테니 오늘 이쪽으로 오세요.”

“아아, 네, 감사합니다.”

“물론 이건 업무적으로 상담을 받는 것이기 때문에 상담료는 규정대로 요금을 받게 됩니다. 괜찮죠?”

“아, 네…. 저기, 얼마인가요?”

“상담의 경우 일률적으로 20만엔입니다.”

“네…에에?.....그건….”

“당신, 이런 상담 처음인가요?

변호사라도 상담하는데 돈이 들 겁니다. 우리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알…겠습니다. 20만인거죠.”

"네. 그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편의점에서 돈을 찾아 카노의 심령연구소로 간다.

연구소라는 이름의 카노 저택은 시부야에서 조금 떨어진 고급 주택지 안에 있었다.

“이야, 이거 굉장한데요.”

카노의 대저택을 본 카사네씨가 얼빠진 소리를 냈다.

카노심령연구소라고 쓰여진 바보같이 큰 문패 옆에 있는 초인종을 누른다.

인터폰 너머로 조금 전과 같은 여성의 목소리가 들린다.

조금 전에 전화한 마에다입니다 라고 소개하자 찰칵 소리가 나며 대문이 열렸다.

대문을 들어서면 10미터 정도 되는 돌로 된 층계가 있고 그 끝에 저택이 있다.

저택 앞까지 가자 문이 열리고 안에서 젊은 여성이 나왔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안으로 들어오시죠.”

상냥하게 그렇게 말하고 안으로 들어간다.


너무나 전형적인 일본식 대호저택에 당황하면서 응접실로 안내되어 덩치가 큰 소파에 앉는다.

여성이 나가는 것과 동시에 몸집이 큰 일본옷을 입은 남자가 들어왔다.

이것이 카노 코우메이인가.

카사네 씨보다는 키가 작지만 뚱뚱하게 살이 쪄서 압박감이 대단하다.

어깨까지 기른 백발이 성성한 머리를 올백으로 넘겨 날카로운 눈빛으로 이쪽을 쏘아보는 눈빛은 맹금류나 육식동물 같다.


"카노입니다. 앉으세요."

위엄 있게 그렇게 말하며 카노는 우리들 맞은편에 앉았다.

“마에다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아, 이건 상담료예요.”

지불 시기를 잘 몰라서 가져온 20만엔을 봉투에 담아 카노 앞에 둔다.

카노는 봉투를 확인하지도 않고 "네,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나는 지금까지 몇번이나 한 설명을 하나부터 카노에게 반복했다.

카사네 씨의 스마트폰 동영상도 보여주면서 그것의 정체를 고찰한다.

지금까지와 같이 질의응답이 있고, 그리고 나서 카노의 소감을 듣는다.

"우선 귀신 들린 것은 지극히 성가시고 위험한 귀신입니다.

이가노의 아가씨는 말괄량이이지만 솜씨는 확실하죠.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저한테도 여러 번 찾아왔어요.

막일도 하고 지금이라면 무당의 힘은 일본에서도 손에 꼽겠지요.

카노는 커다란 눈을 더욱 부릅뜨고 말한다.

“그 이가노 씨가 실패했다고 하면 보통 방식으로는 무엇도 할 수 없죠.

상당한 각오와 장비로 임해야 합니다. 당연히 보수도 높게 책정됩니다.”

"저기, 전부 얼마에……"

“착수금으로 1000만엔, 성공 보수로 1000만엔 더. 실비는 별도로 받겠습니다.”

“하아?... 네…예에?....”

“비싸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도 목숨을 걸고 불제해야 합니다.

그러니 비싸다고 생각되면 스스로 알아서 하셔도 좋습니다.”

그때부터 앞부분은 기억나지 않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한 금액이라 나는 일찍 포기했다.

부모에게 의지해도 그럴 돈이 있을 리 없고, 고향도 버리고 왔으니 의지할 친척도 없다.

설령 있다해도 그 가난한 마을에 재산이 얼마나 있단 말인가.

만약 의지할 상대가 있다고 해도,

무당에게 지불할 테니 2000만 빌려 달라고 하면, 코웃음치거나 설교당하기 십상이다.

오후에는 시부야역 방면으로 향했다.

카사네씨와 헤어진 나는, 등에 키자키 미카를 업고 걷고 있다.

정확하게는 업은 것은 아니다.

등에 느끼는 무게는 없고, 동년배의 여자를 업기 위해 손을 두르는 두근거림도 어디에 있을까.

애초에 손을 쓰지도 않았다.

양손은 주머니에 찔러 넣고 있다.

오직 머리 뒤에서 낄낄거리는 기분 나쁜 이 여자를 가능한 한 무시하기 위해 주위 풍경을 일일이 눈에 담았을 뿐이다.

머리가 작동하지 않는다.

감정도 움직이지 않고 마음속은 놀랄 만큼 고요하다.

시부야 거리를 걸으며, 자신의 생명이 2000만엔에 사라질까 멍하니 생각하고 있었다.

 


저녁까지 목적도 없이 시부야 거리를 걸었다.

배가 고프면 패스트푸드를 사먹고, 식당에서 나오면 또 걸었다.

도중에 몇번이나 키자키 미카의 모습을 한 것이 집적거렸다.

등뒤에서 기분 나쁘게 웃는가 하면, 교차로의 건너편에서 이쪽을 보고 있거나,

패스트푸드 점내 책상아래에서 나를 올려다 보고 있거나,

화장실에서 손을 씻을 때에 거울속에서 나를 보고 있거나,

이미 온갖 타이밍으로 존재를 어필하고 있다.

"빌어먹을"

키자키 미카가 방해할 때마다 욕설을 퍼부었지만,

키자키 미카는 기분나쁜 미소를 지으며 킥킥 웃을 뿐이었다.

빌어먹을.

아 빌어먹을 녀석이다.

익숙해짐에 따라 두려움은 사라져가고, 대신에 초조함이 더해간다.

죽어라 빌어먹을 자식

죽어죽어죽어죽어.

아아, 벌써 죽었구나.

그럼 한번 더 죽어라.

사고는 검은색으로 소용돌이치고 초조함이 발걸음을 재촉한다.

정신을 차려보니 요요기 하치만신사 옆에 와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요요기 하치만신사로 향한다.

또 방해하러 올까.

그렇다면 그녀석은 신사를 싫어한다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입구를 지나간다.

깨끗이 빠져나왔다.

이걸로 또 단서가 하나 사라졌다.

그렇다기보다 단서는 이제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출입구를 빠져나와 신사 밖으로 나간다.

키자키 미카가 출구 밖에서 히죽거리며 기다리고 있었다.

쿡쿡 웃는 그걸 무시하고 계단을 내려간다.

"그걸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카사네씨의 말이 되살아난다.

적당한 말이나 막 해댔다.

그녀석도 망할 놈이다.

쫄아서 도망이나 가고

중이 돼서 어이가 없네.

“불문에 들어가서 부처님 곁에서...”

뭐가 불문인가.

넌 아무것도 못하잖아?

불쌍한 남자를 버리기나 하고, 넌 지옥행이야.

바보 같은 놈이.

죽어라 빌어먹을 자식.

지옥에나 떨어져라.

그 남자도 그래.

카노 코우메이

돈에 미친놈.

너도 지옥에 떨어져라.

싸잡아서 지옥행이다.

이가노(伊賀野)도 제자들도 사이토 씨도 모두 죽으면 좋겠다.

쓸모없는 영능력자들 같으니.

나만 괴로워한다니 납득할 수 있을 것 같냐.

불공평하잖아.

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


쿡쿡거리는 웃음소리가 자신의 목구멍에서 나오는 것을 알고 걸음을 멈춘다.

“…………”

지금 것은……내 본심인가?

모두 죽으라고?

아니다.

난 그렇게까지 밑바닥은 아니야

아니야! 내가 아니야!

안절부절못하여 머리를 벅벅 긁었다.

나때문에 그런 일을 당한 이가노씨에 사이토씨까지.

저주하는 상대가 틀렸잖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거야 나는.

갑자기 머리 뒤에서 쿡쿡 웃는 소리가 들렸다.

" 시끄러워!"

짜증이 폭발하여 뒤돌아보며 고함쳤다.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나를 보는 행인과 눈이 마주쳤다.

쇼핑 중인 중년 여성은 곧 눈을 돌려 종종걸음으로 떠났다.


“크으으으…….”

눈을 감았다.

신음 소리가 새어 나온다.

이를 너무 악물어서 입안이 저린다.

짜증과 부끄러움과 비참함 때문에 혈관이 터질 것 같았다.

다시 요요기 하치만신사가서 신주님께 불제를 부탁해 볼까.

아니 안된다.

카사네씨가 없으면 제령중의 동영상도 보여줄 수 없다.

보기에 아무 이상이 없는 내가 갑자기 들이닥쳐 보았자 머리가 이상한 남자라고 생각될 것이다.

그리고 믿을 수 있다고 해도, 만약 또 피해자가 나온다면, 그것은 이번이야말로 내 탓이다.

침대에 누워 있는 이가노 씨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타키의 상냥한 얼굴이, 성실해 보이는 제자들의 얼굴이, 분한 것 같은 이가노씨의 얼굴이 되살아난다.

한번 더 그런다면 그녀석 탓도 틀림없지만, 내 탓도 있는 것이다.

그런 일은 할 수 없다.

그렇다고 부모에게 의지하다니 당치도 않다.

그녀석을 데리고 본가에 갈 수는 없다.

"제길!!"

자기도 모르게 하늘을 우러러 외친다.

“도대체 어쩌라고!!”

정신 나간 남자의 울부짖는 소리가 허공으로 사라진다.

생각해도 답이 안 나온다.

조바심과 초조함만 남는다.

쿡쿡 웃어대는 뒤에 있는 놈을 계속 무시하는 것도 지겨웠다.


“………….”

빌딩 틈새로 보이는 석양을 올려다보며 한숨을 내쉰다.

“………….”

속수무책인가.

정말 손쓸 방도가 없는건가.

“………..”

빌딩 사이를 솨 하고 바람이 소용돌이치며 사라져 간다.

이것이 절망인가 하고 허탈하게 생각한다.

벌써 해가 저문다.

집에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

혼자있는 방으로 돌아가면 그녀석은 기다렸다는 듯 나를 죽일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호되게 당할 게 뻔했다.

“…………안되나”

황혼의 하늘에 중얼거린다.

“……어-이……..”

어디서 많이 들어본 소리가 멀리 들린 것 같았다.


우선 역으로 향했다.

어디로 갈지 정하진 않았다.

그저 사람이 있는 곳, 전철 안에서라면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역까지 가는 도중에, 교차로에 꽃이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작은 병에 꽃 몇 송이가 앙증맞게 꽂혀 있다.

그것을 보는 순간 가슴을 조이는 감정의 너울에 휩싸였다.

답답하고 슬프고 외롭고 초조해서 어찌할 수 없는 맹렬한 감정이 밀려온다.

눈에서 눈물이 흘러 땅으로 뚝뚝 떨어진다.

뭐야 이게.

격정에 농락당하는 머리로 필사적으로 말을 찾는다.

뭐야 이게.

이 상태는 뭐야.

갑자기 입에서 말이 새어 나왔다.

"...마...마........"

그 말을 하는 순간 왈칵 쏟아지는 눈물이 두 배로 치솟았다.

오열을 참지 못하고 입을 꾹 누르고 울었다.

주위에도 들리겠지만 그래서는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마마…… 마마….. 마마아........으앵...."

마마?

내가 마마라고 하는 건가?

지금까지 엄마를 마마라고 부른 기억이 없어.

그렇다면 이건? 다른 사람의 감정?

그 꽃병이 있는 장소에서.... 죽은 아이.... 아마 여자아이일거야.... 소녀.... 아주 작은....

멈추지 않는 오열로 답답함을 의식한다.

울음을 멈춰야지.

떨리는 어깨를 감싸안고 숨을 크게 쉰다.

격정이 어느 정도 가라앉은 듯하다.

격렬한 슬픔은 아직도 가슴속에 소용돌이치고 있다.

하지만 이 자리를 떠날 수는 있을 것 같다.

교차로에서 멀찍이 떨어져 걷는다.

떨어질수록 감정의 동요는 잦아든다.

100m정도 떨어지자 겨우 진정됐다.

이건 분명 그건가 보다.

심령체험이다.

그 교차로에서 죽은 소녀의 영혼에 홀렸나?

일시적이나마 어쨌거나, 그 자리에 머물고 있는 소녀의 생각을 느낀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

쿡쿡 웃는 소리가 들린다.

목소리가 난 쪽을 향하니 키자키 미카가 서 있었다.

히죽히죽 기분 나쁜 미소를 짓고 있다.

이녀석.

이녀석이 했나.

어떻게 했는지 모르지만, 이 녀석이 그 소녀의 영혼을 나에게 덮치게 한 거야.

“죽어…….”

어떻게든 그렇게 중얼거리고 키자키 미카에게 등을 돌리고 걷기 시작한다.

저 교차로를 피하면 역까지 조금 우회하게 된다.

역시 그런 감정을 다시 느낀다는 건 싫어.

다른 길로 걸어가자.

"빌어먹을 놈이."

욕설만은 위세 좋게 나온다.

그 기세를 타듯이 빠른 걸음으로 걷는다.


역에 도착하여 야마노테선을 탄다.

몇 정거장 지나서나 앉을 수 있었다.

좌석에 등을 기대고 앉자마자 졸음이 쏟아졌다.

잠에 빠지기 직전 어디선가 “어-이” 하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 듯했다.


꿈을 꾸고 있었다.

어떤 꿈이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몹시 무서운 꿈이었던 것 같다.

옆에 앉은 남자가 귀찮은 듯 헛기침을 했다.

아무래도 기대어 있었던 것 같다.

죄송합니다 하고 가볍게 고개를 숙여 핸드폰을 꺼낸다.

시각은 19시가 지났다.

회사로부터의 연락이 몇건.

그 이외의 연락은 없었다.


전철은 그다지 붐비지 않지만 좌석은 모두 찼다.

차 안을 둘러보니 나와 반대편 좌석의 조금 떨어진 곳에 키자키 미카가 앉아 있었다.

망할 놈이 여기서도 나를 보고 있다.

창밖은 벌써 어두워졌다.

어떻게 해야 할까.

그렇게 생각하니 콧물이 흘러내렸다.

닦아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손으로 코를 누르니 축축한 감촉.

위화감을 느껴 손을 보니 검붉은 피가 끈적끈적 묻어 있었다.

"우와…" 누가 중얼거린다.

뭐야 이거, 어떻게 된거야.

그러는 사이에도 코피는 계속 흘러내린다.

서둘러 가방에서 휴지를 꺼내지만 코피는 계속 흘러내리고 있다.

주위를 더럽히지 않도록 코를 들이마셨다.

대량의 걸쭉한 액체가 목구멍으로 흘러 들어온다.

역겨워서 토할 것 같지만 토하면 대형 참사가 된다.

어떻게든 마시고 마시는 것도 차례차례로 흘러 들어오는 코피로 이미 나도 가방도 새빨갛게 물들어 있다.

휴지를 뭉쳐서 코에 밀어넣었다.

순식간에 휴지가 피를 빨아들여서 그냥 붉은 덩어리가 된다.

술렁이기 시작하는 주위를 의식해 버려 공포와 수치감으로 머리가 폭발할 것 같다.

"뭐야 저거"라며 욕을 하고 옆의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반대편에 앉아 있던 여자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멈추지 않는 코피와 씨름하면서도 부끄러움과 비참함에 눈물이 흘러내린다.

뭐야, 뭐야 하고 마음속으로 외치면서 필사적으로 코를 누른다

힘껏 누른 코의 틈새로 피가 흘러나와 갈 곳을 잃은 대량의 혈액이 목구멍으로 흘러들어온다.

전철이 멈췄다.

가방을 움켜쥐고 전철에서 뛰쳐나와 그 자리에서 힘껏 내뱉었다.

플랫폼의 지면이 검붉게 물들어, 주위에서 비명인지 놀라움인지 모를 소리가 터져 나온다.

그리고 계속되는 메스꺼움에 반항하지 못하고 피와 위에 있는 것을 토해낸다.

역무원이 달려와 말을 걸어온다.

괜찮을 리가 없잖아! 하고 마음속으로 욕지거리를 하면서도 손으로 괜찮다고 역무원을 제지한다.

이제는 구역질이 나서 엉덩방아를 찧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코피도 조금 멈추고 있었지만, 이미 내 몸은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가쁜 숨을 고르려고 심호흡을 한다.

머릿속에서 깡깡 소리가 울려퍼진다.


키자키 미카의 모습이 없다.

하지만 틀림없이 그녀석의 소행이었다.

“………….”

여기까진가.

“………….”

통증이 어떻다기보다는 인간적으로 괴롭다.

지금도 어디선가 나를 보고 웃고 있겠지.

“…..빌어먹을…….”

눈물이 흘러서 멈추지 않아.

한참을 계속 울고 있는데 역무원이 말을 걸어왔다.

“아아, 괜찮아요. 약간... 코를 부딪힌 거 같아요. 폐를 끼쳤습니다.”

구급차를 부르겠느냐고 묻기에 거절하고 일어선다.

화장실에서 얼굴을 씻고 손에 묻은 피도 닦아낸다.

그러나 옷과 가방은 온통 피투성이였다.

역 밖으로 나오니 메지로 역이었다.

안개가 낀 듯한 사고 속에서, 하나의 결론이 형태를 맺었다.

카사네씨에게 전화한다.

바로 연결됐다.

“마에다씨, 무슨일이에요? ……괜찮으세요?”

“아아, 네, 괜찮…지는 않군요.”

“…..무슨 일이 일어났습니까?”

“뭐, 여러가지로.”

카사네 씨가 한숨을 쉬는 소리가 들린다.

걱정해 주고 있을 것이다.

“부탁이 있어요.”

가만히 듣고 있는 카사네 씨에게 전한다.

"차를 태워주실 수 있을까요?"

“네? … 예에, 괜찮아요.”

생각해보면 조금 전 낮에 헤어졌을 뿐이다.

좀 싫어 하는 기색이지만 아무래도 태워줄 것 같아.

"그래서, 어디로 가시려고요?"

그 장소가 맞는지조차 알 수 없었지만 간신히 이끌어낸 행선지를 알린다.

“다카오 산으로.”


시각은 23시가 다 되어간다.

주위는 캄캄하고 인기척은 없다.

낮에는 북적거릴 기념품점도 모두 문을 닫았다.

다카오산 산길 초입까지 차를 몰고 올라가,

다카오산 약왕원이라는 비석이 서 있는 길을 자동차로 나아간다.

일반 차량 진입 금지 간판이 있었지만, 카사네씨가 강하게 말하자면 침입해 주었다.

차로 갈 수 있는 한계까지 가서, 차에서 내린다.

이제는 걸어서 올라가는 수밖에 없다.

다카오산으로 가는 도중 조사를 했는데,

다카오산에는 등산로가 몇 개 있어서 등산로에 따라 난이도가 전혀 다른 것 같다.

가장 가파른 길은 산길이고,

가장 편한 길은 어느 정도는 차로, 케이블카나 리프트 등도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당연히 지금은 움직이지 않고, 산꼭대기에 가는 것이 목적이 아니므로 사용할 필요도 없다.

어느 정도만 올라갈 수 있으면 된다.


차에서 내려 산꼭대기 쪽으로 얼굴을 향했다.

“마에다 씨, 산으로 정말 들어갈 거예요?”

카사네 씨가 묻는다.

사전에 뭘 할지에 대해 미리 얘기했다.

생각을 바꿀 이유도 없다.

“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이제 저 혼자 갈게요.”

카사네씨가 담배에 불을 붙여 후우- 하고 연기를 내뿜는다.

"저도 가겠어요, 라고 말하고 싶지만, 아무래도 무리인 것 같아요"

그렇게 말하며 나를 똑바로 쳐다본다.

뭐야 또 겁먹은건가?

"뒤에, 보이나요?"

그런 말을 하며 돌아본다.

키자키 미카가 있을까 생각했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

“보이지…않네요. 뭔가 보이나요?”

“그때와 똑같아요. 마에다 씨에게는 보이지 않는군요.

저는 잘 보여요. 병원에 있던 거랑 똑같은 여우가"

여우인가.

아무래도 틀리지 않은 것 같다.

카사네씨를 향해 돌아선다.

“그동안 정말 고마웠습니다.

이제 뭐가 어떻게 되는지는 전혀 모르겠지만 가는 데까지 가봐야죠.”

그러면서 고개를 숙인다.

마음에는 두려움이 소용돌이치고 있지만 이상하게도 부드럽게 말이 나왔다.

카사네씨는 담배를 휴대용 재떨이에 밀어넣어 비벼 끄고 똑바로 내 눈을 바라보았다.

"마에다 씨, 꼭 돌아와주세요.

그 눈은 슬픈 듯, 미안한 듯,

아무래도 견딜 수 없어하는 카사네 씨의 마음이 나타나 있는 것 같았다.


그때, 차의 헤드라이트가 켜졌다.

엔진을 끄고 있었으므로 헤드라이트도 물론 꺼져 있었을 것이다.

그 헤드라이트가 켜졌다가는 꺼지고 또 켜졌다가는 꺼진다.

불규칙하게 명멸을 반복하는 헤드 라이트의 모습에 나도 카사네씨도 한순간 말이 나오지 않는다.

몇 번인가 카사네씨가 소리를 지른다.

“마에다 씨! 가세요. 아마 그게 뭔가 하려고 그러는 것 같아요.

이곳은 제가 어떻게든 할 테니까 마에다 씨는 스스로 할 일을 하세요.”

그러면서 차를 향해 걷기 시작한다.

그 뒷모습은 두려움은 느껴지지 않는다.

카사네 씨가 양손을 앞으로 내밀고 인을 맺고 있다.

“아비라오흠….남무대사편조금강….”

불경을 외며 차에 다가간다.

차가 쾅 하고 튀어 오른다.

수십 센치 뛰어오르더니 쿵 소리를 내며 착지한다.

“마에다 씨! 가세요!”

카사네 씨가 다시 외친다.

그 소리에 고개를 숙이고 돌아보며 산속으로 내달린다.

산길을 벗어나 숲의 안 쪽으로.

갑자기 가파른 경사로 발이 엉켜 굴러 떨어져, 멈췄다가 곧 일어나서 다시 달린다.

이미 카사네 씨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주위에는 빛은 보이지 않고 완전히 어둠 속이다.

어느 방향이라도 상관없다.

마구잡이로 나뭇가지를 헤치고 나아간다.


얼마나 달렸을까.

저 멀리 뒤에서 나뭇가지들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것이 쫓아오고 있는 것이다.

카사네 씨는 벌써 당하고 만 것일까.

무사하기를 바라면서 어쨌든 나아간다.

또 벼랑을 맞딱뜨려서, 굴러떨어진다.

온몸이 찰과상이니 찔린 상처투성이고 피도 나는 것 같다.

그래도 나아간다

언젠가 끝이 나타나는 장소까지 멈추는 것만은 하지 않겠다.

지금 저것에 잡히면 이번에는 끝이야.

그것만은 알 수 있다.

자신의 숨소리, 나무를 헤치고 가지를 딛는 소리,

그것이 나무를 쓰러뜨리면서 다가오는 소리,

요란하게 주위에서 울리는 바람인지 뭔지 잘 모르는 소리,

그것들에 섞여 「……어-이…」라고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틀리지 않았다.

이대로 나아가면……….


갑자기 귓가에 “어이” 하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몇 번째인지 모르는 가파른 언덕을 굴러 떨어져,

일어나려고 눈을 들어보니 주변 나무들의 모습이 뭔가 달라 보였다.

아니, 똑같이 산의 어둠 속이지만 뭔가 다르다.

나무들이 자란 방식이 지금까지 달려온 장소와 조금 다른 것 같다.

하아, 하아, 하고 스스로의 호흡밖에 안 들린다.

그게 다가오는 소리도 안 들려

정적이다.

캄캄한 정적 속에서 눈으로 응 시한다.

탁 하고 나뭇가지 밟는 소리가 나서 뒤돌아보니 눈앞에 빨간 기모노를 입은 여자가 서 있었다.


“…..아…아….우으……”

어렸을 때 겪었던 악몽

트라우마가 되살아나서 온몸이 떨려.

땀투성이었는데 추워.

이때까지와는 다른 땀이 솟는다.

등이 함빡 젖어 옷이 들러붙는다.

역시 이번에는 소리지르지 않았지만, 그래도 공포에 질려 외치기 직전으로 경직돼 있었다.


쿡쿡쿡쿡

웃고 있다.

그때처럼 입가에 손을 대고 킥킥거린다.

여우눈은 나를 바라보며 움직이지 않는다.


“잡아먹을까”

쿡쿡

“부모 품으로 돌려보낼까”

쿡쿡쿡쿡


노래하듯 그렇게 말하며 웃는다.


쿡쿡쿡쿡

쿡쿡

쿡쿡쿡쿡


“더러운 아이가 울고 있어.”

쿡쿡

“오오, 가련가련.”

쿡쿡쿡쿡


“저… 저기…”

말이 나오지 않는다.

눈앞의 존재에 완전히 겁을 먹고 있었다.

들어가지 말라던 산에 스스로 들어간 것이다.

그때도, 지금도

산에 들어가니 이 신의 손이 닿고 말았다.

이번에야말로 잡아먹히겠지.

“저기….저…저기….”

마치 입을 벌린 뱀을 앞에 둔 개구리다.

삼켜질 때까지 기다릴 뿐인 죽을 몸.


“오오 더러워, 더러워더러워”

쿡쿡

얼굴을 돌리고 미간을 구기며 웃는다.

그 눈은 나에게서 떠나지 않는다.

“맛없을 것 같아.”

쿡쿡 쿡쿡쿡쿡


두근, 하고 몸 안에서 뭔가가 크게 맥박이 뛰는 것을 알았다.


동시에 심한 메스꺼움과 두통.

엄청난 구토감을 느끼고 참을 수 없이 토해낸다.

피다.

엄청난 양의 혈액이 입에서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술만 계속 마셨을 때처럼, 세차게 피가 목구멍에서 뿜어져 나왔다.


“오오, 더러워더러워”

쿡쿡

“싫다싫다”

쿡쿡쿡쿡

입가의 손을 조금 끌어올려 몸을 꽉 누른다.

한참을 그렇게 나를 보다가 다시 “잡아 먹을까”라며 웃었다.

겨우 피를 다 토해낸 나는 무릎을 꿇고 손을 짚었다.

“부모 품으로 돌려보낼까”

말하지 않으면 안된다.

“잡아먹을까”

쿡쿡

오늘은 자신의 의사로 만나러 온 것이다.

“부모 품으로 돌려보낼까”

쿡쿡쿡쿡

“……드셔주세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조아린다.

“잡아먹을까”

“네. 부탁드립니다. 드셔주세요.”

“부모품으로 돌려보낼까”

“나쁜 귀신에 홀렸어요. 더는 살 수 없을 것 같아요.”

“잡아먹을까”

"그렇다면 처음 만난 당신이 당신이 먹어주셨으면 합니다."

“부모 품으로 돌려보낼까 ”

"저런 빌어먹을 놈에게 죽임을 당할 바에는!"

“잡아먹을까”

“원하는 바야! 생각대로 먹어줘!!"



“호오라, 잡았다.”

…………


………….어?


무슨 말을 한걸까.

머리가 따라가지 못한다.

그런데 이게 뭐야.

몸이, 괴로움이, 메스꺼움이, 없다.


쿡쿡 쿡쿡쿡쿡


얼굴을 들고 여자를 본다.

빨간 기모노의 여자는 여전히 입가에 손을 얹고 웃고 있다.


“오오, 더러워더러워”

쿡쿡쿡쿡



오른손을 입가에 대고 왼손에 검은 무언가를 매달고 있다.

그 손에 쥐어진 무언가가 스멀스멀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그 순간 그것이 크게 꿈틀거리듯 날뛰기 시작했다.

사람 같다.

그것은 검은 머리의 사람, 같은 것이다.

낯이 익었다.

카사네씨의 스마트폰으로 본 영상에 찍혀있던, 제령중의 나의 모습.

영혼이 전면에 나왔다고 말했기 때문에,

아마 그 긴 머리가 본래의 모습일 것이다 그것을,

붉은 기모노의 여자가 왼손에 잡고 있었다.

목을 뒤에서 움켜쥐고 있는 것이다.


그것는 격렬하게 날뛰며, 여자의 손에서 도망치려고 하는 것 같았다.

그르릉 하고 짐승 같은 신음 소리를 내면서 동시에

'아아아' '오오오' '끼끼끼!끼끼끼낏!이라고 불쾌한 소리로 외치고 있다.

생각했던 것보다 그건 작고, 인간이라면 아이 정도의 크기였다.

반면에 여자는 어른인 나와 비교해도 약간 크다.

체격은 그야말로 어른과 아이였다.

“잡았으니 먹을까”

쿡쿡

여자가 그것의 목을 쥔 채 왼손을 들어올린다.

"맛이 없을 것 같아"

쿡쿡쿡쿡


여자가 오른손으로 격렬하게 날뛰는 그것의 한손을 잡고, 어깨를 깨물었다.

아삭하는 소리가 들렸다.

“키이이잇오옷오오!!!!”

이어 그것의 절규가 울렸다.

이 세상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고함소리가 나무들의 어둠 속으로 삼켜져 간다.

여자는 입가를 붉히며 입을 우물우물 움직이고 있다.

이어 오른손에 들고 있던 그것의 한 손 나머지를 단숨에 입 안에 던져 넣었다.

입이 이상하게 크게 벌어져, 아이 사이즈의 한 팔이 쏙 입안에 들어갔다.

바삭바삭 뼈째 씹는 소리가 들린다.

왼손에 몸부림치는 그것을 잡은 채 천천히 음미를 끝내고 꿀꺽 삼켰다.

2m는 떨어져 있는데 삼키는 소리가 들리는 듯이, 여자의 목이 쿡 하고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이어서 여자는 그것의 한쪽 다리를 잡고 뻗어, 허벅지 관절을 베어먹었다.

다시 으직우적우적우적! 하는 싫은 소리가 나고, 여자의 오른손에 잡힌 그것의 한쪽 다리가 축 늘어졌다.

다시 울리는 절규.

이어서 다리의 나머지를 다 먹은 여자는,

똑같이 남은 한 팔의 한 쪽을 차례로 물고,

두 다리를 잃고 간신히 꿈틀꿈틀 움직이고 있는 상태인 그것을 양손으로 잡고,

이번에는 옆에서 배를 물고 있었다.

흠칫하고 크게 움직여 그것은 움직임을 멈췄다.

한참 실룩실룩거리고 있었지만, 이윽고 그것도 없어졌다.

절명한 것이다.

더이상 움직이지 않게 된 고깃덩어리를 여자가 천천히 시간을 들여 다 먹을 때까지, 나는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었다.

눈을 돌릴 수도 없었다.

나를 지독하게 괴롭혀온 그것이 이렇게 잡아먹혀 죽었다.

나는 겨우 그것으로부터 해방되었다.

그리고 지금 그걸 다 먹으려고 하는 이 신은 다음에는 나를 잡아먹을까.

저렇게 먹는 방법으로, 죽음을 당하는 것일까.

그리고 일찍이 함께 산에 들어갔다가 돌아오지 않은 A와 B는 이렇게 산 채로 먹혔던 것일까.

두려움이 전신을 꿰뚫어 몸을 지면에 꿰매고 있었다.

이제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할 생각을 못하겠다.

무릎을 꿇던 그대로의 모습으로 나는 여자를 올려다보며 조용히 그 광경을 보고 있었다.


입가를 닦은 여자는 나에게 눈을 돌리고 웃었다.

“잡아먹을까”

쿡쿡

얼굴은 피를 닦고 깨끗해졌지만 히죽이 드러난 치아는 피로 새빨갛게 젖어 있었다.

“부모품으로 돌려보낼까”

쿡쿡쿡쿡

그렇게 노래하듯 웃으면서 천천히 다가온다.

“…………..”

먹으라고 했으니 먹으려는게 틀림없어.

“잡아먹을까”

하지만 이 노래에는 선택지가 있다

“부모품으로 돌려보낼까”

만약 부탁한다면.... 그때처럼....

“잡아먹을까”

나는 무릎을 꿇은 채 머리를 땅에 비벼댔다.

"부탁드립니다……"

“부모품으로 돌려보낼까”

"살려주세요"

“잡아먹을까”

“부탁합니다……돌려보내주세요…”

“부모품으로 돌려보낼까”

“제발요! 돌려보내주세요!!”


그 후로 여자는 노래 같은 말을 계속하지 않고 킥킥대기만 했다.

“…………..”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날 돌려보낼지 말지.

생각을 한다고? 이 미친 신이?

"어머나, 미쳤다니 의외인데."

쿡쿡쿡쿡

“읏! 실례했습니다!”

뭐지, 나도 모르게 입에서 생각이 새어나왔나.

아니다, 머릿속을 읽은거다.

그런데 이 신이 비로소 제대로 말을 했다.

“뭐, 됐어”

쿡쿡

신은 여전히 즐거운 듯이 낄낄거리고 있다.

"다시 만나러 와."

쿡쿡쿡쿡

"다음에 오면 신나게 먹을 거야."

쿡쿡쿡쿡


그렇게 말하며 신은 어둠에 녹듯이 사라져 버렸다.

후아 하고 바람이 소용돌이치며 나무를 흔든다.

나무들의 흔들림이 진정됐을 때 다시 주위에 있는 나무의 종류가 변해 있었다.

조금 전까지의 원시림과는 다른 느낌의, 여기는……다카오산이다.

그렇다면 조금 전까지 있었던 것은…….


웅웅웅 하고 주머니 안에서 핸드폰이 진동했다

그렇게 굴러다녔는데도 깨지지 않았나 보다.

스마트폰을 꺼내니 자정이 넘었다.

카사네 씨와 헤어진 지 1시간도 안 됐다.

스마트폰에는 카사네씨로부터의 메세지가 표시되고 있다.

차가 있는 곳에서 기다릴게요

그 장소에 돌아갈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카사네씨에게 전화를 건다.

한번에 연결 됐다.

“마에다씨? 무사하신가요?”

긴장한듯 조급하게 말하는 카사네씨의 목소리가 너무 좋다.

“카사네씨……끝났어요… 전부… 그녀석은 이제 없습니다”

무심코 웃는 얼굴이 된다.

웃음소리가 이상하게 나올 것 같아.

“빨리 얘기하고 싶은데 마중 나와 주시겠어요? 여기가 어딘지 몰라서요.”

“마에다 씨!? 끝났다고요... 네?……지금...지금 어디에요?어디 있어요?”

"그러니까… 헤헤…. 끝났어요. 해결입니다. 그리고 여기가 어딘지 모르니 도와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하아~ 하고 카사네 씨가 크게 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린다.

“마에다씨..마에다씨! 당신..살아있군요?”

울먹이는 목소리다.

카사네씨의 마음이 전해져와서 마음이 말랑말랑해진다.

“예에, 살아 있어요. 상처투성이여서 여기저기 아프고 여기가 어딘지 몰라 조난 중이지만 살아 있어요.”

“아아…….”

훌쩍훌쩍 코를 훌쩍이는 소리가 들린다.

잠시 입을 다문 후,

"다행입니다, 마에다 씨,

어쨌든 지금부터 마중 나갈 테니 스마트폰으로 현재 위치를 맵에 표시하여 그 정보를 보내 주시겠습니까?"

아아, 그런 방법이 있었구나.

스마트폰은 편리하네.

여기는 다카오 산이다.

도쿄내다.

산속이라고 해도 전파는 제대로 들어와 있다.


그리고 나서 카사네 씨에게 현재 위치를 보내고, 나무에 등을 기대고 주저앉는다.

눈앞에는 어둠이 깔렸다.

하지만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무시무시한 공포가 끝난 것이다.

게다가 어릴 적 심어진 트라우마는 새로운 트라우마로 덮어씌워졌다.

만약 또 산에 들어가면 이번에야말로 그 신에게 먹힐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은 괜찮겠지.

놓아준 직후라면 또 잡혀가는 일도 없을 것이다.


멀리 손전등 불빛이 보인다.

어릴 적 속았던 빛과는 달리 이곳을 향해 오느라 죽을만치 고생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카사네 씨를 부른다.

“어-이! …..여기에요-!....”

그러면서 핸드폰을 빛내며 흔든다

“마에다 씨!……조금만 기다려요!…"

카사네씨가 다가올때마다 기쁨이 복받쳐 오른다.

사람 좋은 스님한테 다음에 뭘 좀 사드려야지.

타키와 제자들의 무덤에 감사를 전하러 가고,

이가노 씨의 병문안을 가고, 카노 코우메이에게 싫은 편지를 쓰자.

자력으로 해결했습니다요라고.

뭐 전혀 자력이 아니지만.


“마에다씨!”

손전등으로 얼굴이 비추어져 시야가 하얗게 된다.

금세 빛이 치워지고, 카사네씨가 눈앞에 뛰어나왔다.

“카사네씨, 오셨어요”

앉은 채로 손을 들어 대답한다.

일어서려고 했지만, 아랫도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것을 깨달았다.

"죄송해요. 일어날 수가 없습니다. 힘이 다했어요.”

그러자 카사네 씨가 손을 내밀었다.

카사네씨의 부축을 받고 차로 돌아온다.

비틀비틀거리며 3시간 가까이 걸려서 차로 돌아왔을 무렵에는 카사네씨도 녹초가 되어 있었다.

운전석과 조수석에 올라타 잠시 숨을 고른다.

여기까지 돌아오는 동안 카사네씨에게는 일의 전말을 모두 상세하게 이야기해 주었고,

우리들이 할 수 있는 한 고찰을 해 보았지만,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았다.

그 영혼은 무엇이었을까.

왜 나에게 씌였을까.

그 신은 무엇이었을까.

날 왜 살렸을까.

생각해도 알 턱이 없는 의문은 제쳐두고 지금은 잠이나 자자.

날이 밝으면 병원에 가고, 회사에 사죄의 연락을 하고, 그 후의 일은 그 때 생각하자.

옷은 피투성이여서 기분 나빴지만, 그래도 피로에 몸을 맡기는 기분 좋은 마음으로 나는 눈을 감았다.

돌이켜보면 일련의 괴현상에 시달린 것은 단 나흘간의 일이었다.

그 비디오 편집의 일을 한 날로부터 세면 상당한 일수가 되지만,

이가노 토쿠코의 죽음을 알고, 절을 둘러싸고 부적이나 호부를 모으기 시작한 것은 바로 6일전의 일이다.

“……….”

처절한 나흘간이었다.

그 영혼에게 농락당한 나흘간.

특히 마지막 이틀은 힘들었다.

키자키 미카의 모습을 한 그것에게 쫓기느라, 최악으로 사망자까지 나와버렸다.

“……….”

타키와 이가노 씨의 제자들.

돌이킬 수 없는 희생을 생각하면 괴롭다.

그러나 조심성 없게도, 미안한 마음에 가득차 있지만,

그래도 나는 헤벌쭉 느슨해지는 볼을 조이는 일은 하지 않았다.

개방감.

그것에 시달리는 일은 이제 없어졌다.

해방된 것이다.


다카오산에서 돌아온 다음날 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다음날 오랜만에 출근한 회사 책상에 앉아 책상 위에 잔뜩 붙은 포스트잇을 하나하나 떼어가며 하품을 참는다.

포스트잇에 적혀 있는 것은 모두 거래처의 아무개로부터 연락이 왔다, 와 같은 간단한 업무보고였다.

오전 중에 모든 상대에게 사과 전화를 건다.

계절에 맞지 않은 독감이었다고 하면 대개의 경우는 이해해 주었다.

부재 중 밀린 잡무를 모두 정리하고 오후에는 통원이라는 명목으로 반차를 받았다.

사실 갈비뼈에 몇 개의 금이 간 것 같다.

그다지 통증을 느끼지 않으니 큰 영향은 없지만 운동은 삼가라는 것이었다.


병원에 도착해 이가노씨가 있는 중환자실로 향한다.

사이토 씨가 보이지 않아서 누군가에게 쫓겨나가지 않게 슬쩍 중환자실로 침입한다.

들켜서 혼나기 전에 얼른 보고를 끝내 버리자.

이가노씨는 일어나 있었다.

내가 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

엊그제처럼 링거와 튜브가 연결된 붕대를 감은 모습이 애처롭다.

그래도 눈에 들어오는 힘은 그제보다 더 강해진 것 같았다.

그 눈이 나를 보고 놀란 듯이 커졌다.

이가노씨 곁에 선다.


“끝났어요. 그건 이제 없어요.”

이가노 씨의 눈이 나의 등뒤와 주위를 살핀다.

그리고 다시 내 눈을 보고 내 말을 사실이라고 확신한 것 같다.

"원수를 갚았어요."

어머니의, 제자들의, 타키의 그리고 이가노씨의 원수를 갚았다.

이가노씨가 천천히 손을 뻗는다.

그 손을 받아 악수하듯이 잡는다.

가슴 앞에서 손을 잡는 남성적인 악수 형태다.


“몸이 회복되면 자세히 말씀드리겠지만 지금은 간단히 설명할게요.

그것은 이제 소멸했어요. 신에게 잡아 먹혔어요.”

이가노 씨의 눈이 놀란 표정으로 변하고, 이어서 당황한다.

“옛날, 내가 어렸을 때, 산에서 행방불명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나요?

그 후로 산에 들어가면 안 된다고 하던 일."

이가노 씨가 고개를 끄덕인다.

"카노 코우메이에게 상담하러 갔더니 2000만을 달라고 하기에,

그에게 기대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더 이상 안 되겠다고 생각해서 산에 올랐죠.

카노의 이야기에 이가노씨가 눈썹을 찌푸린다.

"그랬더니 어렸을 때 만난 신이 나타나서 아니,

내가 그 신에게 불려가서 다시 만났어요.

다카오산에 들어가 엉망으로 뛰어다니다 보니 어느새 고향의 산속으로 옮겨진 느낌일까요.”

이가노 씨의 눈이 흥미롭다는 듯이 나를 보고 있다.

눈이 입만큼 말을 한다는 것은 좋은 법이다.


“처음에는 전 죽을 생각이었어요.

그것에게 살해당할 정도라면 적어도 스스로 죽고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 신을 만나러 갔어요.”

이가노 씨는 나를 바라본 채 표정을 바꾸지 않는다.

내가 죽을 작정이었음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

“결과적으로, 신은 내가 홀려 있던 그것을 잡아먹어주었어요”

이가노 씨가 약간 턱을 든다.

딱히 날 돕거나 그런 느낌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날 잡아먹기 전에 그것을 먹었습니다.

산채로......라고 해도 괜찮을까요…. 영혼인데 살아있다는 말투는 이상합니다만....

뭐 어쨌든, 산채로 마구 잡아먹히는 그것의 고함소리를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엄청 비참하게 죽었습니다. 그것은 조각도 남지 않고 깨끗하게 먹혔어요. 이젠 어디에도 없어요.”

이가노씨가 손에 힘을 주었다.

꾹꾹... 하고 힘차게 내 손을 잡는다.

눈에 반짝이는 것이 보였기 때문에, 끝에 한 마디를 보탠다.

“모두의 원수를 갚았어요.”

이가노씨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억울할 땐 울지 않았는데, 스스로의 손이 아니라도 모두의 원수를 갚을 수 있어 눈물을 흘린다.

상냥한 사람이네, 그렇게 생각했다.


“자세한 건 몸이 좋아진 뒤 차근차근 설명할 테니 오늘은 결과만으로 만족해주세요.

저는 이제 괜찮으니까 안심하고 쉬세요.”

그렇게 말하고 조금 망설였지만 이가노 씨의 눈물을 휴지로 닦아주고 나는 일어섰다.

이가노 씨는 멋쩍어하며 손을 흔들고 고맙다고 말했다.

인사하고 중환자실을 나왔다.

타키들의 무덤에 방문하려고 했지만, 죽은지 아직 이틀밖에 되지 않았다.

시신은 절이나 병원이나 집에 있을 것이다.

이따가 카사네 씨한테 물어봐야겠다


그렇게 나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분하게도 그 영상이 수록된 DVD의 순위는 엿새째도 큰 변화가 없었다.

진짜 중의 진짜라고.

다들 정말 안목이 없다.

뭐 영상에 비친 영 자체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므로,

새로운 문제는 일어날 수도 없는 것이며,

그런 의미에서 말하면 내용 없는 텅 빈 심령 영상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고 알 수 없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회사 전화가 울렸다.

동료가 전화를 받아, “마에다씨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라고 하며 전화기를 나에게 건네 왔다.

“선배에게 전화왔어요. 무슨 출판사라고 하던데.

뭘까 하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전화 바꿨습니다 마에다라고 합니다"

수화기 너머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여보세요, 반갑습니다. 저는 민메이 출판사에서 글을 쓰고 있는 시노미야라고 합니다.

“네에”

“이번에 발매한 ‘정말 있었던 심령영상 100연발 특집’을 우리 잡지에서 싣게 됐어요.

디렉터님을 취재한 후 마에다 씨의 성함을 듣고 꼭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전화드렸습니다.”

아- 역시.

별로 안 팔려서 광고를 했나?

매상 할당량은 달성했다고 들었는데, 조금 더 매상을 늘리고 싶은 것이겠지.

이를 위한 취재인가.

“네에”

"그래서 말인데요, 한 번 만났으면 하는데 시간이 괜찮으신가요?"

"예, 뭐, 언제든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그럼 내일 정도는 어떠세요?”

"네, 괜찮아요. 몇 시 정도요?"

"점심시간 이후에 찾아뵙겠습니다!"

"아아, 알겠습니다, 예, 예, 실례하겠습니다."

그렇게 출판사에서 우리 회사에 오게 됐다.


“진짜? 선배 취재 하는거야? 잡지에 실리는거야?”

동료가 전화통화를 알아챈 듯 흥분하고 있다.

“글쎄. 그렇다고 무슨 취재인지 모르겠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개노잼 심령영상 톱 10’ 이런 걸 수도 있고.”

“아니아니. 그런 것 때문에 회사까지 오진 않잖아. 선배, 웃고 있는데? 크흐흐"

기분 나쁜 미소를 짓는 동료를 무시하고 PC를 마주했다.

“………..”

잡지인가.

DVD의 판촉 기사라고 해도 제대로 된 지면에 실리면 부모님은 기뻐하실지도 몰라.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날은 약간 들뜬 느낌으로 일을 끝냈다.


다음날 사진 찍힐 것을 예상하고 티셔츠에 재킷을 걸치고 출근한 나를 동료가 놀렸다.

“어머- 선배 무슨 일이예요? ……그런 제대로 된 복장을…

겨우 사회인으로서의 자각이 싹튼 느낌? 잡지에 실린다고? 눈물겨운 노력을 하시네요!”

동료의 이마에 딱! 하고 딱밤을 때리고 자신의 책상에 앉는다.

이마를 누르며 동료가 원망스러운 듯이 신음한다.

"으으으으으으... 잘못됐네... 젠장맞을..."

"젠장이라고 하면 안 돼요"

아직도 투덜거리는 동료를 방치하고 오전중에 할 수 있는 일을 정리해 둔다.

어차피 지금은 딱히 대단한 일은 없다.

다음 일의 협의는 다음주라서 오늘은 잡무뿐이다.

재빠르게 작업을 끝내자 마침 인터폰이 울렸다.

시각은 12시가 넘었다.

예정대로 출판사 쪽에서 방문했다.


《월간 OH!컬트》편집자 시노미야 미나즈키

편집자가 내민 명함에는 그렇게 인쇄되어 있었다.

그지같은 이름의 잡지라고 생각하면서 가볍게 담소한다.

이런 종류의 오컬트계 잡지는 지금까지 적극적으로 피해 왔기 때문에 자세히 알지는 못한다.

이 잡지가 유명한지 어떤지도 전혀 모르겠다.

“매니아 장르니까요. 아는 사람만 아는 그런 느낌이죠.

꾸준한 팬이 있기 때문에 시대에 좌우되지 않고 그럭저럭 부수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시노미야씨는 긴 머리를 느슨하게 말아 정리한 느낌의 활동적인 여자로,

재킷에 청바지를 입은 러프한 스타일이었다.

담당하는 잡지는 인터넷 위주인 요즈음에도 발행 부수가 그다지 떨어지지 않는 드문 분야라고 한다.

“저희 회사는 오래됐습니다만 중견으로부터 영세 사이 정도의 출판사인데,

창업자인 사장님이 할아버지셔서 인터넷 관련은 저희에게 통으로 던지거든요.

그래서 잡지와 인터넷을 연동시켜서 잘 처신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호는 인터넷으로 거의 볼 수 있도록 하는 것 같은.”

"어휴, 그래도 괜찮아요?"

“지금까진 괜찮아요. 잡지를 사지 않으면 모르는 패스워드라든지 여러가지를 해서……”


"그래서 본론인데"

잠깐의 잡담을 끝낸 시노미야씨가 화제를 본론으로 옮긴다.

"경영진이 특집을 보내주셔서 DVD를 봤는데,

본편은 그저 흔한 심령계일 뿐이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는데요."

시노미야 씨 목소리가 낮아진다

"마지막 증정품 영상이 깜짝 놀랄 정도로 물건인더라고요, 이거 진짜잖아요"

라고.

아는 사람이 있었어.

“그 이가노 토쿠코씨지요, 5년전에 돌아가셨습니다.

저, 편집 어시스턴트할때 취재로 만난적이 있어서,

이가노 토쿠코씨를요. 보고 깜짝 놀랐어요.

그 영상이 어쩌면 이가노 씨가 출연한 마지막 방송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다면 그렇게 띄우는 방법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시노미야씨는 빠른 말로 단번에 말한다.

여기까지 달려들자 과연 기쁜 생각이 들었다.

디렉터는 일을 떠넘겼고,

카사네씨나 이가노씨에게는 DVD의 판매 방법 따위는 너무 조심성 없어보여 화제로 삼을 리가 없었다.

경우도 아니고.

“역시 고인을 기삿거리로 하는 게 괜찮을까 싶은데, 그 생각은 잘 알겠습니다.”

“그쵸!? 뭐 저도 그 쪽은 확인해보고 있는데요?

지면에서 대대적으로 고인을 소재로 했다가는 자칫 폐간되니까요.

하지만 인터넷에서 소문을 퍼뜨리거나 하면 좋은 의미로 화제가 되니까요,

여러가지 생각을 한다고 할까, 뭐 흥미롭네요, 단순하게.”

호기심을 숨기려고도 하지 않고 말하는 시노미야 씨는 실로 즐거워 보였다.

실제로 죽은 사람을 화제로 삼고 있으므로, 아슬아슬함에 가깝게 즐기고 있다.

오컬트 잡지의 편집자는 그런 것일까.

뭐 나도 남의 일이라면 즐길 수 있었을지도 몰라.

“경영진인 디렉터 분께 말씀드렸죠.

여러 가지를 묻고 싶었는데 디렉터,

뭐랄까 적당한 느낌으로 넘기기나 하고,

그래서 자세한 것은 마에다 씨에게 물어보려고요.”

"아, 그렇죠, 그 사람 굉장히 적당하죠"

완전히.

이왕 광고하는거니까 제대로 좀 했으면.

뭐 디렉터가 아무것도 모르니까 어쩔 수 없는 거지만.


“마에다 씨는 이가노 토쿠코가 죽은 걸 알고 편집했나요?”

직구로 물어봤다.

지금부터가 취재의 시작이구나.

“아니, 전혀 모르고 편집했어요.

DVD가 발매되고나서, 아마존의 댓글에 죽은 사람을 구경거리로 하지 말라는 글이 있어서 조사해보니 죽었다는 거였죠.”

그렇군요 하며 메모를 하는 시노미야씨.

테이블에 둔 녹음기로 대화는 녹음하고 있지만, 요소요소는 확실히 메모에 남기고 있다.

“그래서 DVD만 보면 무사히 제령은 끝난 것처럼 보이는데 여자 연기자는 그 후 활동하지 않았어요.

이가노 토쿠코도 그뒤에 죽었어요. 마에다 씨, 어떻게 됐는지 아세요?"

“………….”

시노미야씨는 모르는 것 같다.

당연하지.

키자키 미카는 행방불명으로 되어 있었다.

“………………………..”

말해도 되는 것일까.

머리가 이상한 남자로 생각하지 않을까.

그러나 그 영상을 진짜라고 단언한 것은 시노미야씨이고, 무엇보다 오컬트를 전문으로 하고 있는 편집자다.

나는 모르는 지식도 있을 것이다.

이가노 토쿠코도 만난적 있다.

그것의 정체를 알 수도 있을 것 같아

“마에다씨?”

잠자코 있는 내가 이상했는지 시노미야 씨가 눈을 치뜨고 내 얼굴에 묻는다.

"............으음...굉장히 이상한 이야기지만...........웃지 않아주시겠어요?"

"그럼요"

시노미야 씨의 눈이 빛나고, 콧방울이 부풀었다.

편집자의 감인가.

이야기의 흐름부터가 당연한 반응일까.

문득 시노미야 씨의 뒤로 눈을 돌리면, 동료가 자신의 책상에서 PC에 향하고 있지만, 그 손이 움직이지 않는다.

귀를 곤두세우고 있는 것 같다.

당연한가.

회사 동료가 취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궁금하지 않을 리가 없다.

심지어 화제가 화제이고.


"좀 보여주고 싶은 게 있어요"

의자에서 일어나, 시노미야씨에게 내 책상 앞에 와달라고 한다.

DVD에는 수록하지 않았던 씬도 포함해 설명하면서 보여준다.

시노미야씨는 “오, 우와”라고 말하면서 영상에 넋을 잃고 있다.

어느새 동료가 시노미야 씨의 뒤에서 함께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다.

그리고 문제의 씬, 키자키 미카가 머리를 빙글 돌려 카메라를 보는 순간에 영상을 스톱시켜 확대한다.

"무서워! 이게 뭐야!"

동료가 소리를 지르는 한편 시노미야씨는 숨을 삼키고 있다.

그리고 “여기, 위험하네요”라며 히죽 웃었다.


그 후에 일어난 일을 자리로 돌아가 자세하게 설명했다.

두 시간 이상 걸려서 처음부터 끝까지 빠짐없이 말했다.

벌써 몇 번이나 반복했던 설명 뒤에, 어떻게 해결했는지까지 이야기한다.

카노 코우메이에게 바가지를 쓴 후의 일을 자세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카사네씨 이외에는 처음이었다.

질의응답 후 시노미야 씨는 후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마에다 씨, 큰일이 났었네요."

메모를 하면서 그렇게 말했다.


“선배, 방금 한 얘기 실화?”

"정말이야. 너도 부적이 사라졌을 때 여기 있었잖아."

“에에-? ………..정말……?”

말문이 막힌 동료에서 시노미야씨로 방향을 바꾼다.

시노미야씨는 아직 메모를 하고 있었다.

“잠시 쉴까요?”

그렇게 말하고 차를 다시 끓여 눈앞에 두었다.

“아, 감사합니다.”

시노미야씨의 메모가 끝날 때까지 몇분, 호오-라든지 히이-라고 하며 동료와 적당히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야아 굉장해… 이거, 굉장한 소재예요 마에다 씨!"

메모를 끝낸 시노미야씨가 소리를 높인다.

“베테랑 영매사조차 퇴치할 수 없는 악령에 홀린 편집자!

살아남기 위해 죽기 아니면 살기라는 내기를 하고,

과거의 트라우마와 재회를 한다! 야 DVD보다 이게 더 화젯거리가 되겠네요!”

"아니, 그럼 이번 광고와는 상관없는 느낌이 들지 않아요?"

“맞아요! 그것은 그것으로 잘 정리하겠으니,

그것과는 별도로 집중 연재라고 하는 것으로 부디!

우리 잡지에서 마에다 씨의 특집을 쓰게 해 주세요!”

오오! 하고 동료가 소리를 지른다.

뭔가 이상한 전개가 되었다고 생각하면서 대답한다.

“뭐, 사장이나 디렉터에게 양해를 구할 수 있으면요.

또 관계자라서요. 실제로 사람이 몇 명이나 죽었으니까요.”

“물론 거기는 완벽히 관리하겠습니다.

게다가 이가노암(伊賀野庵)의 카즈미(和美)씨와도 안면이 있어요.

저, 이가노 토쿠코씨가 돌아가셨을 때에 취재했었으니까요.”

뭐야, 이가노 씨랑도 연결되어 있었구나.

"그런 일이라면, 뭐, 맡기겠습니다.

부디 관계자를 불쾌하게 하지 않도록 주의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럴게요!

무엇을 어디까지 내야 좋을지, 빈틈없이 전부 확인할테니까요.

마에다 씨에게도 자세히 보고하겠습니다. 특히 예의 그 신에 대해서는 마에다 씨도 알고 싶으시죠?"

“확실히요”

그건 알고 싶다.

무지무지하게 알고싶어.


“어쨌든 이제 회사로 돌아가서 준비해야겠어요!

마에다 씨네 동네도 가봐야 되고요. 재미있을 것 같네요.”

시노미야씨가 일어서서 기지개를 켠다.

으응- 하는 목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동료가 시노미야씨와 같이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왜 네가 흥분하는 거야"

“이야! 엄청난 전개! 진짜 재밌어!”

“재밌냐. 여긴 죽기 직전이었다고?”

“살아 있으니 됐잖아. 그리고 잡지에 연재잖아? 선배 유명인이야!”

어?

"저... 실명은... 안 나오죠?"

시노미야 씨에게 묻는다.

“아-….. 안되…..나요 역시….”

시노미야 씨가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한다.

실명을 실을 생각이었나.

“안 되는게 당연하지요. 다른 사람에게도 절대 피해 주지 마세요.”

“알겠습니다. 그부분은 제대로!”

사람 좋은 듯이 씩 웃으며 가슴을 편다.

"........믿겠습니다."

그러한 이유로, 일의 진상을 둘러싼 시노미야씨의 취재 여행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건 여기서 상관없으므로 생략한다.


결과가 나온 것은 시노미야 씨가 처음 방문한 지 일주일 정도 지나서였다.

요 일주일 사이에 거의 다 알았다니 편집자는 대단하다.

처음 알게 된 것은 그것의 정체였다.

“일단 그것의 정체죠. 그것은 보통 귀신이라고 불리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건 이른바 귀입니다. 사람이 죽어서 변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귀로 태어난, 주로 산 같은 곳에 사는 요괴네요.

귀. 귀신은 아니야.

그러니까 그렇게 생생하게 먹혔구나.

귀에 대해서는 동서고금 강한 것도 약한 것도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있습니다.

오래된 기록은 헤이안 시대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아베노 세이메이라던가 유명하지요.

귀란 원래 대륙 쪽에서 건너온 개념으로 그쪽에서는 요괴 전반을 귀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시노미야씨는 막힘없이 계속한다.

“일본에서는 불교와 음양도 등의 독자적인 발전과 함께 대륙의 개념과는 다른 진화를 이룹니다.

옛날부터 존재하던 괴물이나 괴이 따위를 귀라고 부르게 되죠.”

메모를 펴고는 있지만 읽지 않고 있다.

귀에 대해서는 상식이라는 듯이 떠들고 있다.

아이들 가르치는 것 같은 분위기다.

“어떻게 귀인 줄 알았냐면 제 자신이 자꾸 보기 때문이죠.

카사네 씨가 찍은 영상을 보여 주셨을 때 단번에 알 수 있었고,

만약을 위해 그 영상을 어머니의 스마트폰으로 보내어 확인해주셨습니다. 영락없는 귀입니다.”

"네?... 아니... 시노미야 씨는... 그거 본 적 있어요?"

“네, 있어요. 우리 집은 신사라서 그것에 홀린 사람이 자주 오거든요."

"아니아니, 이가노 씨도 카노 코우메이도 모르는 것이었는데요?"

“이가노 카즈미 씨는 힘은 강하지만 솔직히 경험 부족은 부인할 수 없으니까요.

카노 코우메이는 아마 눈치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고객도 아닌데 자세히 설명할 마음은 없었던 게 아닐까요.

덧붙여서 카노 코우메이의 본명은 사사키 유이치라고 합니다.

사이비는 아니지만 돈에 대한 집착이 대단해 언젠가는 툭하고 죽지 않을까 싶어요.”

어라? ….으응?......

"잠깐만... 그러면... 저는... 그렇다면 시노미야 씨에게 부탁했으면 그렇게 되지 않았다는 건가요?"

“아니, 그것도 어려울걸요. 우리는 그런 장사를 하지 않고 있으며,

이가노 카즈미 씨와 카노 코우메이도 제대로 된 영매사인 것이 틀림없으니까요.

우리 본가도 시골의 유명하지 않은 신사이기 때문에 아는 사람만 안다는 느낌이니까요.

도쿄에서 귀신에 홀렸으니까 큐슈의 시노미야에 부탁하든가, 라고는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계속한다.

정말로 잘도 말한다.

“마에다 씨에게 홀린 귀는 상당히 위험한 놈이었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그래도 이가노 토쿠코에게 정체를 숨기다니 머리를 너무 잘 쓰네요.

아마 과거에도 몇 명인가 영매사나 음양사와 싸우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사전정보가 없었다면 저라도 큰일 날 뻔 했을거에요.”

그러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이가노 토쿠코의 체면을 세운 것일까.

아니면 진심일까.

“카즈미씨에게 취재하러 갔을 때에 그 일도 의논했습니다.

덧붙여서 말하자면 카즈미 씨는 면회를 할 수 있게 되어 있었어요.

굉장한 회복력이래요.

그래서 역시 귀가 정체를 보였을 때에는 이가노 토쿠코도 눈치챘겠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는 느낌으로 당한 것이겠지요. 귀와 영은 방식이 다르니까요.”

"방식?"

“귀는 애매모호하면서도 살아 있으니까요.

강제로 성불시키다니 불가능하죠.

기껏해야 부처의 공덕으로 쫓아버릴 정도일까요.

이가노 토쿠코로 하여금 영혼이라고 오인하게 만든 시점에서 귀의 우세는 결정된 셈입니다.”

"카즈미씨는 그것을?"

“몰랐나 봐요. 마에다 씨를 제령했을 때도 온전히 영혼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정말이지, 하고 한숨을 내쉬며 계속한다.

“이가노 토쿠코가 죽은 후의 카즈미씨는 수행을 위해서 여러가지 영매사의 조언을 받으려 돌아다녔는데,

누구도 귀에 대한 가능성을 가르쳐 주지 않았으니 너무하네요.

아무리 카즈미 씨의 영력이 강해도 불리한 상황에서는 그 귀는 위험했어요.

영매사는 결국은 장사치의 발목을 잡는다고 생각하는, 도리가 없는 놈들이라는 겁니다.”

얼굴을 찌푸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내뱉듯이 말한다.


듣다보니 나도 화가 난다.

숨을 가쁘게 쉬던 이가노 씨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가노씨가 저렇게 될 것을 알면서,

실제로 몇 사람이나 죽을 수도 있다는 것도 알면서, 귀일지도 모른다는 정보를 잠자코 숨기고 있는 것인가.

카노 코우메이의 얼굴이 눈에 선하다.

쓰레기다.

다른 영매사도 저런 놈들뿐인가.

부당하다.

영혼에 시달리는 인간을 돈줄로만 인식한단 말인가.

돈을 못 내고 죽어가는 것도 시장원리란 말인가 .

그런 놈들이야말로 죽으면 좋을텐데.

"짜증이 나네요"

어쩌다보니 그렇게 말이 나왔다.

자신의 책상에서 귀를 기울이던 동료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보였다.


“뭐 귀에 대해서는 그렇습니다.

꽤 강력한 귀가 있어서, 그것이 마에다씨에게 홀렸습니다.

문제는 왜 마에다 씨에게 홀렸느냐는 겁니다.”

시노미야씨가 화제를 돌린다.

“맞아요. 그게 제일 궁금해요.”

동의하고 다음을 재촉한다.

시노미야씨는 “음…”이라고 말하면서 메모를 넘긴다.

“마에다 씨에게 홀린 귀가 산의 신에게 먹혀 버린 그날, 말인데요”

메모를 손가락으로 쫓으며 말한다.

“마에다 씨의 고향 ○○마을이죠.

거기서 옛날에 마에다 씨와 함께 산에 들어갔다가 돌아오지 않은 A 군과 B 군의 부모님이 돌아가셨어요.”

어?

“제가 갔을 때는 마침 장례식 날이었는데 참석한 분께 얘기를 들으니 아무래도 A군과 B군 부모님이 같은 시각 돌아가셨어요.

각각의 자택에서……. 그렇다는 거는요?

제 생각엔 아무래도 그 사람들, 마에다 씨에게 저주를 퍼붓고 있었던 게 아닐까 하고요.”"

저주... A와 B의 아저씨 아줌마가?

나를 원망한다고, 는 들었는데.

“그런 옛날 일을…지금에 와서…?"

"아니, 아마 마에다 씨가 마을을 나온 뒤 계속 저주한 게 아닐까요.

나쁜 놈을 불러서 괴롭히는 그런 것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마에다 씨가 산에도 들어가지 않고 심령물에도 접근하지 않고 스스로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저주는 발동하는 일 없이 정지되어 있었어요"

계속…….

그 말에 소름이 오소소 끼쳤다.

“그런 상황이 몇 년째 이어졌고 그래서 그 영상이예요.

마에다씨가 그 영상에서 키자키미카씨와 눈이 마주친 기분이 들어서,

그래서 마에다씨가 받은 저주가 발동해버렸다는거죠.

마에다 씨가 귀에게 들킨 게 아니라, 마에다 씨에게 내린 저주가 귀를 끌어당긴 거죠.”

필사적으로 이해하려고 하지만,

그다지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나를 흘깃거리며 시노미야씨가 이야기를 계속한다.

“그래서 마에다 씨의 저주가 실패했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내뱉은 저주가 자기들에게 돌아와 죽었다고.

정황증거밖에 없는데 뭐 이게 제일 맞지 않나 싶어요.”

“나를 발견했다….”

"마에다 씨에게 내린 저주가 말이에요."

"그게 그것을……"

“불러들였다. 마에다 씨 때문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저 피해자입니다. 그건 달라지지 않아요.”

"그래서...그게 죽었으니까..."

“A 군과 B 군의 부모가 죽었다. 스스로 내린 저주의 저주로 말이죠.”

“…………..”

한숨밖에 안 나온다.

겨우 이해했다.

즉 그것은 A와 B의 아저씨 아줌마가 부른 거야.

나에게 홀리도록.

“………….”

그렇게까지 원망한건가.

이해는 된다.

자기네 아들이 돌아오지 않고 나이 많은 나만 돌아왔으니까.

원망하고 싶은 마음도 있겠지.

“………….”

하지만 납득할 수 없다.

죽는 것이, 혹은 그런 생각을 한 것이 당연했다는 등의 말을 할 수는 없다.

자업자득이다.

아저씨 아줌마를 기억하지만, 나를 저주하며 그것을 부추겼다는게 정말이라면 나는 용서할수 없다.

“………….”

하지만 그들은 죽은 것이다.

날 저주했으니까.

스스로에게 저주가 돌아왔다.

확실히 자업자득이다.

“…………….”

말이 나오지 않는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


“아아아—정말--!!”

잠자코 있는데 동료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머리를 벅벅 긁고 있다.

“그게 뭐야! 거꾸로 자기들이 원망받아야 하는거 잖아!”

“글쎄요. 완전히 거꾸로 된 거죠.”

시노미야씨는 반대로 차가워진 모습이다.

“죽은게 마땅해! 선배를 죽이려고 했잖아!?”

동료는 손을 내저으며 계속한다.

상당히 분개한 모양이다.

"아, 뭐야, 진정해."

"뭐긴! 선배는 화 안 나?"

“아니, 너무 화가 나. 고마워 그렇게 화내줘서”

오른손을 번쩍 들어 동료에게 동의의 뜻을 표한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에 동료가 대신 분노를 터뜨려 줘서 도움이 됐다.

하고 싶은 말을 해줬어

그것은 솔직하게 기뻤다.

“화나는 것은 틀림없지만, 왠지 실감이 나지 않아. '진짜냐'하는 느낌으로”

"정말요? 그 사람들이 마에다 씨를 저주하고 있었던 것은 거의 확정입니다"

시노미야 씨가 추임새를 넣는다.

"그러니까 니가 그렇게 화내줘서 다행이야. 하고 싶은 말 해줘서 고마워.”

“아니, 뭐...그렇게 솔직하게 말하면...어째야할지-……”

동료는 쑥스러운지 기세를 잃고 의자에 앉았다.

“그럼 된거죠. 그것을 부추겨 온 것은 A와 B의 부모로, 실패했기 때문에 자기들이 죽었다.

이젠 아무도 나무랄 수 없다. 그것으로 된거에요.”

“마에다 씨가 좋다면 이 문제는 끝입니다. 나머지는 예의 그 신에 관한 것인가요.”

"그렇죠. 그것도 굉장히 중요해요."


시노미야 씨가 메모를 넘긴다.

"마에다 씨네 동네에 갔을 때 산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예의 그 여우님이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카사네씨가 보고 있던 여우인가.

"국도? 지방 도로?

같은 도로에서 산을 향해 딱 멈추기 쉬운 곳에 택시를 세워달라고 해서 산에 들어갈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여우님이 이쪽을 보고 있는 게 보여서, 아, 들켰구나 했어요."

시노미야씨가 담담하게 계속한다.

“일단 대화를 시도했지만 무슨 말을 해도 반응이 없었어요.

그래서 산에 잠깐 들어가려는데 우리쪽 신이 그만두라고 해서 더는 못 들어갔어요.”

카사네 씨를 위협해서 병원에 못 오게한 여우.

역시 그 신의 심부름꾼인가.

아니면 신의 분신이라든가.

시노미야 씨가 어떤 힘을 갖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여우는 분명히 위험해 보인다.

“그래서 여기부터는 고찰입니다. 조사 보고치고는 약간 약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좀 들어주세요.”

"어머니에게 일의 전말을 설명하고,

그래서 예의 그 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봤어요.

그래서 저의 고찰이라기보다는 어머니의 고찰이죠.

저를 통해 우리 신도 어느 정도 사정을 알아주셨을 테니,

그 신과 어머니의 말씀이 현재로서는 가장 신빙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머니가 직접 마에다 씨와 통화하고 싶다고 하시니까, 지금부터 전화할게요.”

시노미야씨가 스마트폰을 꺼내 전화를 건다.

이제 와서 새로운 인물인가.

더군다나 어머니라니.

본가가 신사라고 했었지.

여자가 신주일까.


"여보세요? 엄마? 지금부터 괜찮아? 응, 응, 대신할까? 알았어"

그렇게 말하고 스마트폰을 책상 위에 두어, 스피커 모드로 전환한다.

“스피커폰 켰어. 모두에게 들리게.”

그렇게 말하자, 스마트폰의 스피커로부터 여성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저기……미나즈키?…이젠 말해도 되는 거야?"

“말하면 돼”

“저어…여보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미나즈키의 어머니 시노미야 사츠키라고 합니다.”

시노미야 씨가 눈짓을 하고 있다.

전화 상대는 나에게 말을 거는 것 같다.

“여.. 여보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마에다라고 합니다.”

“마에다 씨, 그러니까요. 이번에는 매우 힘든 체험을 하셨다고 하니 심심한 위로를 드립니다.”

"아아, 이렇게 정중하게, 정말 감사합니다."

“그래서 미나즈키로부터 들은 바로는 제가 알 수 있는 것을 마에다씨에게 설명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전화로 직접 이야기하기로 했습니다. 갑자기지만 실례하겠습니다.”

“천만의 말씀이세요. 그게… 그러니까… 어머니는 뭔지 아셨는지요.”

“네. 처음부터 말씀드릴게요.

먼저 마에다 씨의 고향의 산에 계신 것은 아메노타라치히메 님이라고 하는 신입니다.

원래는 어떤 이나리(곡식을 관장하는 신, 여우는 곡식을 맡은 신의 사자이기 때문에 여우를 이나리로 쓰기도 함) 신사의 여신으로,

오곡 풍작과 산의 열매를 가져다 주시는 고마운 신입니다.”

“네에”

“그와 동시에 어린이를 행방불명으로 만드는 신이기도 합니다.

아메노타라치히메 님을 모시는 지역에서는 행방불명이 일어나기 쉬워진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신이죠.”

"네에, 왠지, 고마운건지 무서운 건지 모르겠는 신이네요"

후후, 하고 전화기 저쪽에서 희미하게 미소짓는 소리가 들렸다.

“신이라고 하는 것은 그런 분이 많을지도 모르겠네요.

우리 생활을 지탱해 주시는 동시에 한두 가지 안좋은 성격이 있는 분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아이를 잡아먹다니 나쁜 요괴 같기도 한데요.”

“그렇지요. 아메노타라치히메 님임에 틀림없어요.

아이를 먹는 나쁜 신이 아니라, 신으로서 아이를 공양할 필요가 있는, 우리로서는 좀 곤란한 분인 것 같아요.

“좀이라뇨…”

나는 먹힐뻔했다고.

“하지만 신은 자연도 인간도 똑같이 취급해요.

자연에 몸을 의지하여 인간을 적대시하는 신도 계십니다.

그래도 신은 신이시니까 우리가 신이 하시는 일을 이러쿵저러쿵하는 것은 그리 옳지 않아요.”

문득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화가 머리에 떠올랐다.

“신사가 없어지고, 새로운 신사에 타라치히메 님이 머물지 못한 것은,

우리의 지금의 가치관에 맞추어 주신 것이겠지요”

“무슨 말씀인가요?”

“아마도입니다만, 마에다 씨의 고향에서는 일찍이,

타라치히메 님에게 아이를 공양하고 있던 것은 아닐까요. 일 년에 한 번인가 십 년에 한 번인가,

혹은 더 자주 정기적으로 아이를 공양하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타라치히메 님은 그런 분이니까요.”

그런 말은 들은 적이 없다.

“하지만 시대의 변천과 함께 신앙심은 과학과 섞여,

지금까지의 의식이나 습관이 미신 혹은 무속이라는 멸칭으로 불리게 되어,

신에게 아이를 공양하는 것을 피하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다른 지역의 다른 신들도 마찬가지여서 틀림없다고 생각합니다.”

정말일까.

전화의 상대는 담담하게 계속한다.

“그래서 타라치히메님은 신사를 버리고 산을 배회하는 무서운 신으로 자신과 인간과의 관계를 재구축했습니다.

공양물로 아이를 받는 것이 아니라 산에 들어간 아이를 행방불명으로 해주시기로 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사를 포기했는데도 산과 강이 황폐해지지 않는 것도,

산사태 등 자연재해가 일어나지 않는 것도,

악령이 마을로 내려와 못된 짓을 하지 않는 것도 타라치히메님이 신 노릇을 잘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애들을 잡아먹지 않으면 되잖아요"

“신에게는 산토끼나 사람의 자식이나 다름이 없으니까요. 아이가 좋은 것으로 생각됩니다.”

아이가 좋다.

이 경우엔 무서운 말이네.

"그렇다면 왜 나를 도와줬을까요?"

"그건 단순히 변덕이었다고 할까,

마에다 씨가 타라치히메님의 눈에 특별히 보이는 무언가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네요.

다른 방식으로 생각해보면 행방불명의 산증인이 있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셨을지도 모릅니다만"

“두 번째는요? 얼마 전에도 도움을 받았는데요”

“한번 도와준 아이가 금방 돌아오면 먹을지 말지 했던 것 아닐까요. 신에게 10년 20년은 금방이니까요.”

마에다씨는, 라고 시노미야 사츠키씨가 화제를 바꾼다..

"자기 집 처마 끝에서 아이가 울고 있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건, 데리고 가야죠. 부모가 있는 곳이라든가, 모르면 경찰에.”

"그런가요. 그럼 그 애가 다음날 또 마에다 씨 집 처마 앞에서 울고 있으면 이번에는 버려요?"

"아니, 전날과 같은 일을 하겠죠"

“그렇죠. 한 번 도왔다면 바로 같은 일이 일어나면 똑같이 하겠죠.

곤란한 아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래도 첫번째 보다 더 적극적으로 돕습니다. 타라치히메 님도 그렇게 하셨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이해가 되네.

“더 말하자면, 마에다 씨의 친구 부모님, 돌아가신 분들 말입니다만, 그 분들은 마에다 씨를 저주하고 있었습니다.

타라치히메 님의 입장에서 보면, 모처럼 도와준 인간의 아이를 같은 인간이 저주하고 있으니, 불쾌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을 행방불명으로 만든 것은 타라치히메 님인데, 살아 돌아온 아이를 인간이 죽이려 하다니 타라치히메 님에 대한 불경이 아닐까요”

불경, 괘씸한가.

신이 모처럼 놓아준 나를 죽이려고 하는 것은, A와 B의 부모님들이 신에게 시비를 거는 모양이 된것일까.

“그래서 저를 도와주신 건가요?”

“네, 계속 보고 계셨던 것 같아요. 심부름꾼인 여우님이 훑어보고 있고"

“그건... 또... 어떨지...”

후후, 하고 웃는 소리가 스피커에서 들렸다.

“놀랐어요? 계속 무서워했던 신이 자신을 지켜봐 주었다니, 갑자기 들었어도 금방은 믿을 수 없죠.”

라면서도, 계속한다.

“신이란 매우 무서운 존재지만 동시에 매우 고마운 존재이기도 합니다.

신에게는 주는 것이나 빼앗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를 잡아먹는 것도 다른 동물이나 자연을 위해 필요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저희는 이해할 수 없을 거예요. 인간을 위해 신이 계신 게 아니라, 이 세상을 위해 신이 계신 거니까요.”

뭔가 어려워졌다.

"물론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을 기쁘게 여기고,

이 세상 모든 것에 우선하여 저희에게 도움을 주시는 신도 계십니다.

우리가 모시는 신도 그런 분입니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꼭 한번 이곳에 와주세요. 우리의 사랑스러운 신님을 소개해 드릴께요.”

그렇게 시노미야 사츠키 씨는 말을 마쳤다.

“제가 전할 수 있는 건 이 정도일까요. 이제 딸아이인 미나즈키에게 맡길테니 딸아이를 의지하셔도 됩니다.”

“아니, 충분합니다. 전부 이해한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꼭 찾아뵙게 해주세요. 답례를 하고 싶으니......."

그렇게 말하는 순간 깨달았다.

"저기 타라치히메…. 님께 답례를 하는 것이 좋겠군요."

후후후- 하고 기분좋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마음만으로 충분할 것 같지만 뭔가 하고 싶다면 고향 마을에 마을회비라도 내시면 좋을 것 같아요.

타라치히메 님은 만나뵙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자신의 말에 따라 이번에야말로 마에다 씨를 먹어버릴지도 모르니까요.”

“아… 아아, 그렇습니까”

잡아먹힐 가능성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거네.

아무래도 앞으로도 산과는 무관한 인생이 계속될 것 같다.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마을회비요. 오늘 너무 고마웠어요. 실례합니다.

"예, 실례하겠습니다."

서로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크하! 하고 동료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뭔가 지금의 사람! 대단하지 않아요!? 어떻게 저렇게 알아?”

시노미야 씨가 피식 웃는다.

“엄마는 특별하니까요.

뭔가 옛날에 여러 가지 일이 있어서, 우리 신에게 빚이 있는 것 같아요.

신과 사이가 너무 좋아서 평범하게 일상회화를 하고 있으니까요.”

"뭐야, 무서워"

“저기-“

“아, 죄송합니다. 마에다 씨, 어땠어요?”

"아니, 뭐랄까, 머리가 가득찼달까요."

후후, 하고 시노미야씨가 미소지었다.

“뭐 그런 거니까 일단 이걸로 취재는 끝났습니다.

나머지는 이걸로 어떤 기사를 쓰느냐인데 엄마의 일은 기사화하지 말라고 하니 정리 잘해야죠.”

그렇게 말하고 메모와 스마트폰을 넣어둔다.

문득 생각났다.

한 가지 궁금한 게 남아 있었다.

"아니, 카사네 씨가 여우에게 위협을 당해서 병원이나 산에 들어가지 못한 거, 왠지 아십니까?"

일어선 시노미야 씨에게 묻는다.

시노미야 씨는 재킷을 걸치면서 대답한다.

“음, 단순히 겁먹은 거 아니에요? 왠지 상대가 신이라는 것을 알면 두려움도 생기겠죠.”

그 말을 듣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카사네 씨답다.

그렇게 생각했다.


문을 나서는 시노미야 씨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문을 닫는다.

동료와 시시콜콜한 대화를 하면서 카사네씨에게 연락을 한다.

시노미야씨가 기사 원고를 가져오는 것은 며칠 후인 것 같다.

그때까지는 일 이외에 해야 할 일이 없다.


다 끝나면 할 일은 정해져 있다.

카사네 씨와 함께 이가노 씨의 병문안을 간다는 구실로 사이토 씨를 만나러 가자.

상쾌한 마음으로 데이트를 신청하는 것이다.

지금의 나라면 겁먹을 일도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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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코우님 괴담 번역입니다.

목매다는 마을 후속편이지만,

이전 이야기를 읽지 않아도 즐기시는데 무방합니다.

원작자인 야코우님과 번역자인 사서A만 남겨주시면 자유롭게 퍼가셔도 됩니다.

영상 제작은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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