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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이야기
"너희들, 모서니라고 들어봤어?" 그것이 내가 시작한 무서운 이야기의 첫 운이었다. 천둥이 치는 여름밤, 자취방에 모인 이들의 놀거리로는 무서운 이야기가 제격이다. '귀신 이야기를 하면 귀신이 온다.' 라는 말도 있지만, 건장한 20대 청춘에게는 공염불이었다. 촛불을 밝히고 각자 무서운 이야기를 끝마쳤지만, 생각보다 무섭지 않았다. 그리고 분위기를 살릴 마지막 기회가 나에게 돌아온 것이다. "그런 건 처음 들어보는데." "맞아, 내가 무서운 이야기는 꽤 좋아하는데 모서니는 처음 들어." 내가 뗀 첫 운을 듣고, 다들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럴 만도 해. 나도 10살 때 처음 겪은 일이거든." "이거 괜히 지어낸 이야기 아니야? 다른 거 없어?" "초치지 말고 있어 봐. 진짜 무서운 이야기인 ..
서울에서 찻길로 네 시간. 강원의 산골마을을 찾아 취재를 떠났다. "수령 천 년? 그런 향나무는 경기 인근에도 수두룩하지 않아요? 굳이 강원도까지 취재를 갈 필요가 있어요?" 아까부터 한참을 스마트 폰만 끼적이던 후배 지연이 조수석에서 투덜거렸다. 푸념을 늘어놓고 싶은 건 오히려 나다. 짐꾼으로도 써먹지 못 할 신참내기 여후배 꼴랑 하나 껴주고, 망할 놈의 향나무 사진이나 찍어오라니. 차라리 혼자 보낸다면 그 쪽이 더 편할 것을. 편집장이 원망 스럽기만 했다. 그래도 까라면 까야지…. 다만 무슨 일이 있어도 당일치기로 승부하자. 아니면, 내가 속이 타서 말라 죽으리라. "네? 선배. 뭐하러 우리 강원도까지 가야되요?" 뭘 왜 가긴 왜 처가냐. 편집장이 가라면 가고 죽으라면 죽고 그렇게 회사생활 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