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이야기
[실화/공포/괴담] 대학교 호수에서 있었던 일 본문
연휴 끝물이라 이제 쉴 날도 없을 것같아서
방 정리하고 청소하다가 대학교때 썼던 다이어리를 발견했어
읽다보니 기억이 다시 떠올라서 대학친구들이랑 얘기하다가 기록용으로 여기에도 같이 공유해봄 여기서만 봐줘!
*
우리 학교엔 큰 호수가 있었어
호수가 있는 모든 학교가 그렇듯이,
호수에 대한 여러 괴담이 있었지
누가 빠져죽었다던가?
누가 애인과 싸우다가 빠져죽었다던가?
시시한 괴담으론 뭐 호수에 사는 오리가 다 총장 재산이라 절대 해치면 안된다 , 오리를 해치면 오리가 복수해서 그 학기 학점을 망치게 된다 그런 괴담이 있었어
그 호수가 얼마나 깊었는지 물어보면
난 대답할 수가 없어
깊은 물속은 쳐다보기가 무섭거든
신입생 시절엔, 호수가 그저 아름다웠어
동기들이랑 호숫가에 앉아서 배달음식 먹고
커피 마시고
그 호수 위를 그림처럼 떠다니는 오리를 보면서
와 오리들 편하게 산다 나도 과제 안하고 오리들처럼 편하게 살고싶다 이런 얘기만 했었지
그 일이 있었던 건 이학년 때였어
과제도 점점 많아지고, 또 나는 유학을 생각하고 있었기에 고민이 많았지
그 당시 나는 기숙사에 살고 있었고,
기숙사 앞에서부터 호수 한,두바퀴 돌고 돌아오는게
내 운동 루틴이었어
같이 사는 룸메이트는 운동을 싫어하는 타입이고,
기숙사 친구들은 저녁에 나가는 걸 무서워하는 친구들도 있었기 때문에,
나는 거의 혼자 달리거나, 또는 한 두 명의 친구랑 같이 달렸어
그땐 왜 무서워하는지 몰랐어
그런데 생각해보니 무서워할만 하지.
그 밤에 누가 호숫가를 달리고 싶겠어 괴담도 있는 호숫가인데?
여튼 그 날은 과제도 안 풀리고
머리만 아파서 그냥 무조건 달려서 다 잊어버리고 싶었던 날이었어
그래서 호숫가까지 미친듯이 달렸고, 호수도 한두 바퀴 돌았던 것같아
그리고 너무 숨차서 벤치에 앉아서 쉬고 있었어
근데 그날따라 호수에 물이 반짝이는게 너무 예쁜거야
그리고 달이 호수에 비치는데 그게 너무 예뻤어
그래서 호숫가로 좀 더 가까이 다가갔어
호수랑 가까이 갈려면 경사진 길을 내려가야해
그리고 그 경사진 길 옆에는 나무가 빽빽히 자라있어
마치 결혼할때 신부 신랑이 걷는 그 길처럼 쭉 이어져있는 길이야
그 길 끝에는 바로 호수가 있어
지금은 거기다 펜스를 설치해서 호수로 아예 접근이 안된다고 하는데, 내가 다닐 땐 바로 그 호수로 갈 수 있었어
그래서 술취하면 이 길을 절대 오지 말라고 하거든
괜히 내리막길에서 달리거나 넘어져서 호수에 빠질까봐
여튼 나는 그 내리막길로 들어갔어
호수여서 개구리들이 많아서 시끄러웠는데
이상하게 그 길에 딱 들어서자마자
조용하더라고
평소 같으면 너무 조용해서 무서워서 뒷걸음 쳐졌을거야
근데 이상하게 고요해서 편안하다는 느낌이 들었어
그리고 나도 모르게, 진짜 나도 모르게 뛰기 시작했어
내리막길이라 속도가 빨라져야하는데 이상하게도
속도가 그대로였어
그래서 계속 뛰었어
뛰는데 내 고민들이 다 사라지는 느낌이라 행복했지
그렇게 한참 뛰었는데, 덥지가 않고 추운거야
왜이렇게 춥지 하고 뒤를 돌았더니
내리막길 통째로 보였어, 그 길 옆 나무들까지
아무 생각이 안들었고 그냥 이제 추우니까 돌아가자 라는 생각뿐이었어
그렇게 난 기숙사로 돌아갔어
기숙사에 돌아와서 방에 들어가려고 현관을 통과하는데
현관 옆 방에 있던 경비아저씨가 나한테 물어봤어
밖에 비가 오니? 우산도 없이 다닌거야?
그때서야 나는 내 상태를 알게 되었어
물이 아직도 뚝뚝 떨어지고 있었어
아직도 기억나는게 아저씨가 말하는게 너무 싫었고 짜증났었거든 ? 그 기분이 아직까지 생생하네
그래서 나는 대충 운동해서 땀나는거에요 하고
방으로 들어왔어
그때 룸메가 방에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기억 안나
근데 그 다음날에 룸메가 나보고 어제 어디 달리고 왔어? 했는데 그 질문이 또 너무 기분 나쁘고 알리고 싶지않았던 기억이 나네...
지금 생각해보면 경비아저씨나 룸메나 별 말 안했었는데, 왜 나혼자 기분 나빠하고 거짓말한걸까 모르겠어. 진짜 뭐에 홀린 그런 느낌이었어..
그 이후로도 계속 있었던 일들이 있는데
다 기억이 안나서 다이어리 좀 찾아보고 다음번에 올릴게!
학교가 어딘지 호수가 어딘지 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말아줬으면 해!
그리고 여기서만 봐주라!
-2-
그 때 이후로 호수 산책을 날마다 하고 있었어.
그 학기에 발표 수업이 굉장히 많았는데, 발표를 하기 전에 항상 내 학번과 이름을 얘기하면서 시작해.
예를 들어서, 20220101 김토리입니다. 발표 시작하겠습니다. 이렇게 하는 거야.
난 호수를 돌면서 계속 학번/이름부터 시작하는 발표 스크립트를 외웠어. 너무 안외워져서 매번 발표 수업 마다 혼났었지..
근데 이상하게도, 호수를 돌면 돌수록 잘 외워지는거야.
그렇게 입에 잘 안 붙던 단어들도 찰떡같이 잘 외워지고, 심지어 더 좋은 문장이 생각나고 막혀있던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이었어.
그래서 그랬었나, 진짜 거의 매일 한밤중에 호수로 나갔던 것같아. 거의 집착 수준이었어.
룸메가 같이 운동이나 놀러 나가자고 하면, 괜히 신경질 내면서 나는 나 혼자 갈거라고 하고 나가버리고는 했어.
한 2-3주마다 한번씩은 본가에 갔었는데, 그마저도 시험 핑계, 공부 핑계 대면서 안갔어.
사람들과 거리를 두면 둘 수록, 혼자 호수 산책하는게 너무 좋았고, 호수가 내 집같은 그런 따뜻한 느낌이었어.
그렇게 거의 한달을 다른 사람들과 거리두고, 혼자서만 다니고,
혼자 한밤 중 호수 산책을 즐겼던 것같아.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아무리 호수를 돌아도 잘 안외워지는거야.. 너무 답답하게 말이야.
그래서 계속 발표 제일 첫 문장만 계속 되뇌었어.
20220101 김토리 입니다. 발표 시작하겠습니다.
20220101 김토리 입니다. 발표 시작하겠습니다.
20220101 김토리 입니다. 발표 시작하겠습니다.
그 다음 문장이 기억이 안나서, 망했다 생각하고 호수 제일 가까운 벤치에 앉아서 계속 저 말을 읊었어…
그렇게 얼마 있었는지 모르겠는데, 갑자기 어느 순간 호수의 정적이 선명히 느껴졌어.
언제부터 이렇게 조용했지?
호수라서 개구리가 많아서 개구리 소리가 크게 들렸고,
풀벌레 소리도 나고,
바람 소리도 불었는데…?
갑자기 싸한 기분이 들면서 온 몸이 서늘해졌어.
한밤에 호수를 돌아도 전혀 무섭지 않았는데, 무서움이란 걸 깨닫게 되었어.
한밤 중에 호수에 나 혼자 있다는 사실을 갑자기 깨닫게 되었고..
뒤돌아서 왔던 길을 돌아가서 기숙사로 빨리 가고 싶어졌어..
그렇게 뒤돌아서 걸어가는데,
뒤에서 멀리 뭔가 따라오는 소리가 들렸어. 평소라면 안 들렸을 텐데, 정적이란게 느껴진 이후라 그 소리가 크게 들렸어.
그 소리 뭔지 아니?
장마철에 신발이 물에 홀딱 젖은 후에 걸으면
찰팍, 찰팍하는 물에 젖은 소리, 운동화가 물에 젖어서 삐익 삐익대는 소리
딱 그 소리였어.
난 물에 들어간 적도 없으니, 내 소리는 아냐
그럼 누구지? 하는 오싹함에 뒤돌아볼 엄두가 안났어
너무 무서워서 기숙사로 얼른 달려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 생각을 하면서 숨을 크게 들이쉬자마자
뒤에서 사람들 웃음 소리가 들리더라구
아 뭐야 사람이었나 싶어서 마음이 좀 가벼워졌어. 나처럼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이겠거니 생각하고 그냥 천천히 한걸음 한걸음 걸었어.
그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고, 소리가 자세히 들리기 시작하자 공포가 더 커져서 진짜 미친듯이 뛰었어
그 소리가 뭐라고 얘기하고 있었냐면, 남자인지 여자인지 가늠이 안되는 낮은 목소리로 웃음을 가득 머금고 있는 목소리로.
20220101 김토리 입니다. 발표 시작하겠습니다.
20220101 김토리 입니다. 발표 시작하겠습니다.
20220101 김토리 입니다. 발표 시작하겠습니다.
20220101 김토리 입니다. 발표 시작하겠습니다.
20220101 김토리 입니다. 발표 시작하겠습니다.
20220101 김토리 입니다. 발표 시작하겠습니다.
게다가 생각해보니, 이 호수 들어오는 길 자체가 거의 일방통행길처럼 좁아서
내가 들어온 이후로는 누가 들어왔다면 내가 뒤돌아서 걸었을 때 마주칠 수 밖에 없는 구조야…
근데 마주친 사람이 없었으니…사람은 아니었다는 거지?
그 날 미친듯이 달려와서, 룸메 잡고 그동안 얘기를 다 털어놨어..
룸메는 반은 믿고 반은 안 믿는 느낌이었지만..
하여튼 본인이 너무 걱정되어서 한번은 나를 따라왔었대.
근데 운동 간다는 내가,
호수 비탈길을 내려가서 호수 물가 쪽에 앉아서 뭘 빠뜨린 것처럼 물가를 빤히 보고 있었다는거야.
그래서 내가 너무 스트레스가 많아서 그런가 싶어서 같이 놀러가자고 하고 그랬었다는거야 ㅠㅠ
정말 좋은 룸메친구야 ㅠㅠ… 여튼 난 그 이후에는 호수를 잘 안가게 되었어. 다행히도 말야..
이 얘기를 다른 친구들한테도 했는데, 한 친구가 엄청 놀라면서 자기도 호수에 대한 얘기를 룸메인 선배 언니한테 들은적이 있다고 하더라고.
이 선배 언니꺼는 내 기준 나보다 좀 더 무서운데 그건 또 다음에 써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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